컴퓨터 부품에 30만원 이상의 돈을 들이면서 실망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보통은 그 돈을 들일 각오를 한 상태에서 사거든요. 아무리 실망해도 일단 그 이쁨을 먼저 생각하면 실망이 절반으로 감소하는 경향이 있기 마련입니다. 특히, 이런 경향은 고급 이미지가 있을수록 심해집니다. 당장에 애플이 이러한 쪽에서는 꽤 유명하니까요.
사야만 하는 사람이라면 어쩔 수 없이 눈물을 머금고 구매하고 마는, 그런 류의 물건들이라면 애초에 이런 실망을 겪지 않습니다. 그런 물건은 아무리 비싸도 발로 차가면서 사용할 수밖에 없거든요. 이건 오히려 훌륭한 대체재가 있음에도, 그 브랜드를 알고 있음에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매한 사람들이 겪는 종류의 실망입니다.
이 케이스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가격은 엄청 높고, 이쁘긴 더럽게 이쁘죠. 그리고 실망을 이쁨으로 커버해야 하는 케이스 중 하나입니다.
ROG STRIX HELIOS 되겠습니다. 2021년에 나온 화이트 에디션입니다.
스펙표는 박스 옆면 사진으로 대체하겠습니다.
모델명, 제품사양, 호환성 이야기를 위에 붙인 것은 그냥 개봉 후 반품이 안된다는 이야기겠지만, 이 케이스의 큰 단점들을 나열한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첫번째는 크기가 크고, 두번째는 그럼에도 미들타워로 분류되어 있으며, 세번째는 그렇기에 E-ATX 보드 중 사이즈가 큰 것들은 들어가지 않거든요. 중저가형 케이스의 포지션을 갖고 있어야 하지만 매우 초고가 케이스의 포지션을 갖고 있으며, 그렇다고 아예 고급형으로 쓰기에는 매우 어정쩡한 배치를 보여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케이스는 ASUS 팬보이에게 최고의 케이스입니다. ROG 케이스 중에, THOR 파워의 옆면 OLED 스크린이 보이도록 쓸 수 있는 것은 Z11 케이스와 HELIOS 케이스밖에 없거든요. 그 와중에 큰 보드를 주로 사용하는 하이엔드 사용자들에게는 이거만한 케이스가 없습니다.
.. Z11은 나중에 리뷰하겠습니다만 (이것도 대충 2달 만에 쓰게 되는 글이니까요) 발열이 강해지는 현대 하이엔드 PC 부품들을 생각하면 확실히 Helios가 더 낫죠. 발열처리가 일단은 잘 되니까요.
박스를 개봉하면 케이스, 설명서, 박스가 들어있습니다. 다른 ROG 물건들 중에서 그래픽카드만큼이나 간단한 구성물입니다.
내부 박스 안에는 수냉용 자켓, 세로로 글카를 낄 수 있는 브라켓, 케이블 타이, 나사, 상부포트 고무마개가 들어있습니다. 가격에 맞는 매우 친절한 구성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적어도 아예 10만원대 밑으로 내려갈 퀄리티를 갖지는 않습니다.
다만, 역시 이 케이스도 ROG라면, THOR PSU나 ROG 보드류들 처럼 ROG 케이블고정대나 ROG 뱃지 (스티커).. 차라리 그냥 ROG BOUNDLESS 스티커 같은거라도 더 넣어줬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은 멈추지 않습니다.
그렇습니다. 이 케이스는 ROG 팬보이의 최고 정점으로서만 살 수 있는 케이스였던 것입니다. 다른 장식은 다 있을테니까요.
설명서를 열어봅니다.
지금까지 본 PC 케이스 설명서 중에서 상위급으로 설명이 잘 되어 있습니다. 당연한 퀄리티입니다. 케이스 위에 달리는 직물 핸들을 어떻게 넣는지까지 써놓을줄은 몰랐으니까요. 한글이 아닌 점은 아쉽습니디만 그림만 보고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기에 납득했습니다.
무게는... 매우 좋습니다. 비었을때 무게가 17.6kg입니다. 스펙표상 무게보다 400g 정도나 가볍습니다. 아니면 박스 무게가 400g밖에 안한다는 걸까요?
기존에 쓰던 미니타워 케이스의 박스와 비교해봤습니다. H400i는 사실 미니타워라고는 하지만 미들타워 사이즈에 가깝습니다. Jonsbo U4보다 살짝 낮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스부터 크기가 차이나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이렇게 쏘옥 들어갑니다.
회색 부직포 봉투를 깠습니다. 이쁜 케이스가 맞아주고 있습니다.
영롱한 자태를 드러낼 수 있도록 박스 밖으로 꺼내봤습니다. 무척이나 이쁩니다. 이쁨 점수에서 만점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케이스 내부를 잠깐 들여다봅시다. 너무 이쁩니다. 이쁨 점수가 만점 더 추가되었습니다.
밖에서 봤습니다. 이쁨 점수가... 그만합시다. 이 케이스는 이쁨 이외에 칭찬할 부분이 단 하나도 없으니까, 나중에 이쁜 부분 또 나올때... 아 이쁘다.
케이스 반대쪽 플레이트도 유리이고, 또 플라스틱제 케이블 고정을 위한 백플레이트가 들어있습니다. 내부에는 2.5인치 드라이브에 설치 가능한 RGB조명 등을 사용하게 되어 있습니다.
옷마냥 태그가 붙어있습니다. 요즘 진행하는 패션 사업과 연계가 되어있는것 같습니다.
이렇게 보면 전면 유리에 비닐이 안 붙어있는 것 같지만, 놀랍게도 붙어있었습니다. 다른 유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보호비닐이 없어서 기개봉품인줄 알았다고 합니다.
다시, 메인으로 보이는 부분에서 봅니다. 140mm 팬 4개가 반겨줍니다.
강화유리 x3 조심히 다루세요 ROG CASE
잘 보시면 보호필름 안쪽에 스티커로 유리에 붙여놨습니다.
글카 받침대입니다. 다만 세로로 쓰시는 분들은 별로 의미가 없습니다.
탑재된 케이스팬은 정말 좋은 팬입니다. 소음도 매우 적고요. 후면팬도 매한가지입니다. 이 팬 근데 따로 안파나...
후면에 버튼을 누르면 유리를 분해할 수 있습니다. 완타치식입니다. 요새는 매우 흔한 기능이니 따로 설명하지 않겠습니다.
헤어라인 가공 하다가 놓친 삼태성을 보십시오. 아름답지 않습니까? ........ 물론 안아름답습니다. 약간 불만이 생겼지만 집어넣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이 제품에 대한 메인 아쉬움은 여기서 터져나왔습니다. 어떻게 이런 식으로 야마를 나가게 해놓을까요.
뒷면 케이블 고정하는 플레이트를 케이스에 고정하는 나사구멍 부분입니다.
다른 고급형 케이스의 경우에는 리퍼로 싸게 나가는 물건이나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건 신품이고요.
다른 케이스들에 비해 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보는게 맞습니다. 이 문제 말고 이 케이스에서 벌어진 문제는 없습니다. 게다가 잘 보이지도 않습니다. 무시하고 사용하면 그만입니다. 나사산도 잘 안나가고 출렁임도 별로 없고 언제나 봐도 이쁜 케이스가 맞습니다. 케이스 오래 사용하다 보면 실수로 나사 잘못꽂아서 저렇게 되는게 당연하기도 하고요.
하지만 이 케이스는 30만원대 신품 케이스입니다. 보통 고급형 PC 케이스라고 추천되는 것들이 10만원 대임을 생각하면 그 케이스를 두번이나 살 수 있는 가격입니다. 많이 아쉽습니다.
A/S 담당기사와 상담 결과 이것은 불량이 아닙니다. 고정이 안되는줄 알았지만 어떻게 하니 고정은 또 되어서 기능불량으로 RMA 신청도 불가능합니다. 수입사의 친절한 응대에 감사드립니다.
상대적으로 깨끗한 아랫쪽 고정나사산도 보여드립니다.
이쪽을 보면 어떤 참화가 있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나사 안박히니까 그냥 어거지로 눌러 박았죠 뭐. 이게 팔리겠어? 하는 심정은 잘 느껴집니다만... 제가 사서 저한테 왔는데요.
팬컨트롤러는 매우 잘생겼습니다. 부품 누락도 없고 기능도 잘 합니다.
케이스 자체는 가격대에 맞게 풀필터입니다. 하면에도 필터가 붙어있습니다.
PSU 슈라우드는 아크릴과 철의 조합으로 되어 있습니다. 아크릴인 점이 맘에 안들기는 하지만 사실 이것이 이 케이스를 사는 본목적입니다. THOR 파워랑 같이 쓰려고 말이죠.
근데 왜... 이런 식으로.... 고정을... 해놨어야 할까요... 분리하기 어렵게.... 이건 아쉬운 부분입니다.
아무튼, 이 불편한 감정을 추스리고..... 그냥 대충 대만방위성금헌납을 했다고 생각하고 조립을 시도했습니다. 나사산 때문에 이쁜게 구려지지는 않으니까요. 아직도 이쁜 케이스입니다.
아. 상부필터 이야기 안했네요.
상부필터는 케이스에 사용된 것들 중에서 최고급입니다. 보통 쓰이는 자석식이나 모기장 형태랑은 다릅니다. 원터치 분리가 되며, 굉장히 단단합니다. 청소도 쉬운 편이고 먼지도 잘 안보인다고는 하는데.. 이건 좀 몇달 더 써봐야 알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케이스에 생긴 두번째 아쉬운 점은 조립 중에 나왔습니다. RGB를 케이스하고 파워 둘 다에 껴야 하는데, 보드에 슬롯은 하나밖에 없더라고요. 케이스와 파워 둘 다 AddressGEN 2만 지원하는 형태로 나왔습니다. 이런 경우 보통은 NZXT 같은 곳 처럼 케이스에 RGB/팬허브를 내장해줍니다. 실제로 팬허브는 내장이 되어 있었고요.
여기서 당연하게도 가격대에 맞는 부속기능이 있겠거니 하고 (RGB 허브) 기대했습니다만
물론 그럴 일은 없었습니다.
따로 구매를 하려고 했지만......... 팔지도 않습니다.
뭐 RGB 터미널 없어도 케이스상에서 되니까 상관 없습니다. 누가 RGB를 전부 싱크 맞춰서 사용한답니까? 하하.
ASUS를 위한 변을 하자면, 보통 큰 보드들에는 저 단자가 2-3개씩 달려있어서 사용 자체에는 문제가 없기는 합니다.
Z690I 같은 ITX 보드에도 보통은 두개씩 달려있죠.
근데... B550i 보드가 저가형이기 때문에 장착이 하나만 가능한건 좀 억까라고 생각합니다.
ITX 쓰려면 임팩트만 쓰라고 하는 아수스님의 깊은 뜻은 잘 알았습니다.
근데 어짜피 외부전원(사타)쓰는 김에 허브 형태로 달게 해줬으면 더 좋았을거 같은데 말이죠....
아, 그리고 이 케이스는 세로 GPU 장착이 가능합니다만....
물론 예상하시던 대로 라이저 케이블을 주지 않습니다. 물론 PCIe 3.0 라이저케이블이기에 이제와서는 계륵이기는 합...니다만은. 그래도 있었으면 좀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마음 깊이 남습니다.
암튼 조립하면 정말로 이쁩니다. 이렇게 이쁠 수가 없습니다. 오히려 검은색 Helios보다 흰색 Helios가 검은색 부품과 잘 어울립니다. 흑백 달마시안 같은 느낌이죠.
그렇게 그냥 귀찮아서. 아마 5세대 정도는 사용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공 룡 좋 아 하려고 했는데 뭔가 또 꼬였거든요. 갑자기 또 리 사 수 좋 아 할수도 있고요. 아니면 여기서 만족하고 끝을 낼 수도 있고요....
일단 근 20년간 달아올랐던 PC 매니아로서의 머릿속을 식히는데는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이 본체로 하려고 했던 재밌는 일들... 아쉽지만 안하기로 했습니다.
이 글을 올리는 것도 정말 싫어질 정도였습니다만. 적어도 저같이 똥을 찍어먹어봐야 아는 사람이 등장하기 전에 적어도 한번은 봐줬으면 하는 마음가짐으로 썼습니다.
결론
비싸고 쓰기 좋고 조립하기 편하고 아름다운 케이스임에는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최고의 케이스입니다. 조립하면서 이만큼 쉬웠던 케이스가 잘 없거든요. 설명서도 매우 잘 되어있고, 내부 바람도 원하는대로 세팅하기 편하고, 케이블 쉴드나 케이블 정리하기 편하게 만든 부분이나.. 보통 케이스에서 가져야할 기능들은 다 나름 최선을 다해서 갖고 있습니다. 먼지필터나 강화유리 관련 부분은 정말 최고이기까지 합니다. 이런 기본기 면에서 비판할 부분은 전혀 없습니다. 오히려 칭찬해줄 부분까지도 있습니다.
하지만 고급 케이스임에는 절대로 긍정할 수 없습니다. 케이스가 그렇게 견고하지도 않고, 퀄리티도 전혀 높지 않으며, 부품도 추가구매해야하고, 심지어는 추가로 구매하라고 적혀있지만 구매도 불가능합니다.
이런 제품에 고급을 붙이기에는 너무나도 안타깝다라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기능이 좋은데 고급이 아니라니 무슨 소리냐고 하겠지만, 이 제품은 주어진 제품과 그 설명서만으로는 의도된 사용이 불가능한 지점 과 제품 퀄리티를 그렇게 신경쓰지 않는 부분의 문제입니다. 케이스를 설계하면서 의도했고, 실제 사용하라고 매뉴얼에 써있는 부분 및 실제로 포함시킨 부분들을 분명히 판매 가격대를 생각했을 때에는 추가 컨텐츠 구매 없이 할 수 있음에도 굳이 추가 컨텐츠를 구매하게 만들었습니다. 이 케이스를 사는 사람이 그걸 보고 ROG 깔맞춤을 하려고 살 터임에도 불구하고.... 그런 모든 것을 버린채 케이스로서의 기능에만 충실했다고 하기에도 완성도는 가격에 비해 안타까울 정도까지 떨어져있습니다.
제가 이 가격대에 원한 것은 그냥 단순한 케이스가 아니라 케이스를 비롯한 ROG 시스템이 통합된 것. 그러면서도 나름 퀄리티 체크가 잘 되어 있는 제품을 원했습니다. 갖고 노는 재미가 늘어나고 안보이는 곳까지 제대로 신경써준(지금까지 ROG 붙은 물건은 그렇기도 했고) 케이스+ 정도의 위치라고나 할까요. 이 케이스가 20만원이기만 했어도 이정도까지 기대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케이스 가격 35만원은 이런 어처구니없는 기대를 충분히 할만한 초고가의 상품이거든요.
그래서. 제가 겪어본 중, 지금까지 ROG라는 이름을 달고 나온 제품 중 유일하게 고급이 아닙니다. 명품이 아니라는 겁니다. 이쁜건 겁나 이뻐서 참 뭐라고 못하겠지만요. ROG라고 하는, 갖고 노는 재미를 좀 많이 반감시킨 물건이라고 생각합니다.
ROG 브랜드 자체가 그런 브랜드인걸 모르고 샀다기엔.... ROG THOR PSU(https://gigglehd.com/gg/review/11214015 )는 살 수 있는 최상위 PSU로서, 고급 PSU이며 아름다운 PSU에 속하는 제품이었습니다. 그 비싼 RYUJIN 수냉쿨러도 명품이 아니라기엔 탑재한 팬부터 다르고, 구성품부터 다릅니다. 대부분의 ROG 물건들은 비싸고, 기능상의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유저에게 뭔가 하나 더 챙겨주려고 한다는 그런 감성 값은 제대로 해왔습니다. 통칭 이유 있는 비쌈이었다고 할 수 있었죠.
이 케이스는 정말 아름다운 케이스고, 정말로 한번은 가져볼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케이스를 제 값 주고 구매한다면 적극적으로 말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