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북에는 가장 큰 아이덴티티가 있습니다. 뚜껑 정가운데의 커다란 애플 로고죠. 크게 박혀있는 것 같지만 또 그렇게 커 보이지 않는, 간결한 디자인의 애플 로고는 맥북의 품격을 한층 높여주는 것 같습니다. 저는 현재의 맥북 디자인의 시초가 된, 맥북 프로 2006 Late 모델을 리뷰해보려고 합니다.
들어가기 전에, 먼저 애플 노트북의 역사부터 짚고 넘어갑시다. 현재의 맥북이라는 이름을 쓰기 전까지는 파워북과 아이북이라는 이름을 사용했습니다. 파워북은 현재의 맥북 프로, 아이북은 맥북의 포지션과 같다고 할 수 있죠.
그중에서 파워북의 거의 마지막 모델, 이 PowerBook G4 Titanium이 현재의 맥북 디자인의 아버지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현재의 맥북과 유사한 바디와 알루미늄은 아니지만 티타늄을 이용하여 비슷한 느낌을 냅니다. 거의 20년이 된 노트북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게 액정 베젤도 매우 얇고 또한 뚜껑의 애플 로고에 하얀 불이 들어오지요. 그 다음으로 파워북의 최후 모델인 PowerBook G4 Aluminium은 현재의 맥북과 더욱 유사합니다. 전체가 알루미늄으로 되어 있어 현재의 맥북과 재질까지도 같지요.
PowerBook G4 Aluminium을 마지막으로 파워북 시리즈는 막을 내립니다. 그리고 새 전설이 시작되죠. 파워북 시리즈에서 사용했던 PowerPC CPU가 아닌 인텔의 CPU를 사용하기 시작한 맥북 프로가 나왔습니다.
PowerBook G4 Aluminium과 키보드를 제외한 거의 모든 부분의 디자인이 동일합니다. 또한 파워북과 달리 iSight라는 웹캠이 새로 탑재됐습니다. 이 디자인은 MacBook Pro 2008 Early 모델까지 적용됐다가 2008 Late부터는 현재의 맥북 디자인과 더 유사한 유니바디 디자인을 사용했습니다.
이제 본론으로 넘어옵시다. 이번에 제가 구한 모델은 MacBook Pro 2006 "Late" 15인치 모델입니다. 맥북 프로 최초 모델인 2006 "Early"와는 디자인적인 차이는 전혀 없고 CPU가 Core Duo에서 Core 2 Duo로 바뀌었습니다. 원래 맥북에 관심이 생겨 매물들을 찾고 있었는데 부팅이 되다가 멈춘다는 이 맥북 프로를 2만원에 판다는 매물이 있어 딱 봐도 하드디스크 문제 같아 보여 살릴 수 있을 것 같아 무지성으로 구매했습니다.
뚜껑입니다. 아쉽게도 제가 구한 건 애플 로고쪽에 검은색으로 얼룩이 져 있습니다. 바깥쪽이 아니라 안쪽에 얼룩이 있는 것 같은데 패널을 분리해서 닦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네요. 어쨌든 저기서 흰색 불이 들어옵니다. 현재의 맥북 프로는 두께를 위해서였는지 라이트 효과가 없어져서 아쉽더군요.
뚜껑을 열었습니다. 2006년의 노트북이라고는 믿기 힘든 얇은 베젤과 깔끔한 디자인! 포춘 선정 가장 위대한 현대 디자인 100선에 들 만합니다.
키보드입니다. 일반적인 윈도우 노트북과는 레이아웃이 살짝 다릅니다. 정식 한국판이지만 한/영키가 없습니다.
전원 버튼입니다. 또한 타공되어 있는 부분은 스피커입니다. 반짝이는 맥북 프로. 정갈합니다.
후면입니다. 유니바디 디자인을 택한 요즘 맥북 프로와 달리 직접 사용자가 쉽게 배터리 교체와 RAM 교체를 할 수 있습니다. 배터리를 떼면 트랙패드의 뒷면과 램 슬롯 뚜껑을 여는 나사가 보입니다.
시리얼 키와 스펙. RAM은 최대 4GB까지 업그레이드할 수 있지만 칩셋의 한계로 3GB까지만 쓸 수 있습니다.
옆면입니다. 가운데 쪽은 뚜껑을 여는 버튼과 Apple Remote 리모컨의 수신부, DVD-ROM 슬롯이 있습니다. 특이하게 슬롯 로딩 방식입니다.
슬롯 로딩 DVD-ROM은 CD만 소리를 내며 나옵니다. 감성이 있네요.
디자인은 여기까지 보도록 하고... 이제 전원을 켜보겠습니다.
충전기는 맥세이프1 85W입니다. 당연히 독자규격이라 현재도 중고가가 3만원 이상으로 꽤 나가는 편입니다.
직접 만든 Mac OS X 10.6.3 Snow Leopard 설치 USB를 꽂으니 USB 부팅이 잘 뜹니다. 애플 로고가 한참동안 뜨다가...
설치 화면이 떴습니다.
이것저것 설정하고 설치 중... 40분 걸리더군요.
설치가 완료됐습니다.
첫 부팅. UI와 배경화면의 조화가 아름답습니다.
이 매킨토시에 관하여는 요즘 맥북과 별다른 게 없는 것 같네요.
기글을 접속한 모습입니다. 폰트가 처참하군요. 또한 메인만 접속이 됩니다. 너무 구형 브라우저라 그런 것 같네요.
어느 정도 탐방을 하고 나서 찾아보니 이 맥북 프로의 맥OS 최종 지원 버전은 10.7.5 Lion이라는 걸 발견했습니다.
똑같이 설치 USB를 만들고 설치 완료했습니다. 10.6.3에 비해 설치 속도가 20분 정도로 훨씬 빨라졌습니다. 하지만 이 버전 역시 10년이나 된 버전이기 때문에 최신 프로그램들이 설치가 안 되더군요.
따라서 본격적으로 윈도우를 깔아보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해도 설치를 펌웨어단에서 막아서 보니 한 회원님께서 맥북은 레거시 부팅을 지원하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유튜브를 찾아보니 쉽게 USB로 부팅이 되던데 결국엔 되지도 않고 하드디스크도 SMART 경고가 떠서 그냥 뜯기로 했습니다.
뜯는 건 의외로 간단합니다. 뒷면에 보이는 나사들을 모두 풀고 RAM 슬롯 보호 실드 나사를 풀고 RAM 슬롯 위쪽에 보이는 Torx 나사 두 개를 풀고 옆면에 있는 모든 나사들을 풀어주면 됩니다.
뜯은 모습입니다. 왼쪽 아래에 하드디스크, 오른쪽 아래에 HLDS가 만든 슬롯 로딩 DVD-ROM이, 윗쪽에는 메인보드가 있습니다. 이 시절의 맥북 메인보드는 일반 노트북들과 똑같이 복잡하군요.
고장난 시게이트 5400.6 하드디스크는 떼고... 히타치 1TB 하드를 달았습니다. 정말 SSD 달고 싶었는데 120GB짜리도 없...
윈도우가 깔린 노트북에 히타치 하드디스크를 연결해 WinNTSetup을 이용하여 윈도우 11을 설치하고 맥북 프로에 연결해서 부팅했습니다. 참고로 MBR로 포멧해야 맥북이 제대로 부팅합니다.
설치는 했으나... 큰 문제가 생겼습니다. 드라이버를 설치했더니 BSOD가... 그래서 윈도우7 64비트를 설치했으나 그래픽 드라이버가 64비트가 없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맥북 프로는 맥북과 다르게 외장그래픽이 들어갑니다. ATi Mobility Radeon X1600인데, ATi 이놈들이 64비트용 그래픽 드라이버를 안 만들어주고 지원 종료해버렸더라고요.
그래서 윈도우7 32비트로 내려왔습니다. 처음에 그래픽 드라이버가 자동으로 안 잡혀서 수동으로 inf 지정해주니 잘 잡히고 WDDM을 통한 Aero 효과도 잘 적용되네요.
하드웨어 정보들입니다. CPU로는 코어 2 듀오 T7600, GPU로 Mobility Radeon X1600이 탑재됐으며, CPU-Z 벤치 점수는 싱글코어 84.1점, 듀얼코어 166.5점입니다.
총평을 해보자면 디자인은 정말 깔 부분이 없다는 점입니다. 성능도 2006년 시절 노트북들 중에서는 괜찮은 편인 것 같고 실제로 윈도우 7 32비트를 구동하는 데는 속도가 꽤나 빨랐습니다. 디스플레이도 1440×900 해상도라 그 시절 노트북들보단 해상도도 높고 색감도 괜찮았습니다. 단점을 꼽자면 키보드 배열은 기능 키들이 일반 키보드와 비교해 위치도 다르고 없는 것이 있어 윈도우에서 사용하는 데 좀 불편하군요. 원래 윈도우가 아닌 맥OS 상에서 편하게 쓸 수 있도록 구성한 키보드이긴 하지만요. 또한 어댑터가 맥세이프1, 독자 규격이라는 겁니다. 어댑터 가격도 비싸고 호환 어댑터도 찾기 힘듭니다.
이상 리뷰를 봐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여담) 64비트 윈도우10에서 32비트용 드라이버를 강제로 설치할 수 있도록 레지스트리 값을 썼는데도 장치 관리자에서 inf로 설치하려고 했으나 드라이버를 찾긴 찾는데 설치 버튼을 누르니 "필요한 줄이 inf에 없습니다."라는 오류를 뿜으면서 뱉더군요. inf만 새로 짤 수 있다면 드라이버를 설치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한데, 웹서핑을 좀 해봐야겠습니다.
2007년도 식인가.... 쓰다가 아는 사람한테 싸게 넘겼던걸로 기억하는데.......
정작 흰색 맥북은 아직도 집에 있습니다. 이건 배터리가 배불러서.... 써먹지는 못하구요.
배터리 갈고 하드 정도만 SSD로 갈아치우면 그래도 써먹지 않을까 싶긴 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