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보드를 또 중고로 샀습니다. 계산이 필요한 일이 늘었는데 집 키보드가 체리 텐키리스 적축이어서요.
저도 키보드병에 걸린 것인지 의심스러우나 텐키의 편안함은 너무 좋네요.
Cherry mx board 3.0s 저적 구형모델을 우동마켓인가 하는 곳에서 싸게 구해왔습니다. 기계식 키보드는 제 생각에 감가가 너무 심해서, 체감되는 노화보다 가격방어가 상당히 안 되는 것 같아 신품 사기가 좀 그렇습니다.
체리 키보드 국룰인 체리키 빼고 쓰는 건 똑같습니다. 제발 esc는 캡스락 위치 아니면 제일 왼쪽 위 오롯하게 놓아달라고요. 이상한 기능키 헷갈리게 붙여놓지 말고.
사족인데 [일의 기쁨과 슬픔]이라는 소설 보신 분이 계실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업체와 업계에 대한, 그런 묘사가 불편한 것을 느끼면서 제가 늙은 것인지 지친 것인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짧게 말해서 그 소설이 불편한 것이 꼰대가 된 방증은 아닐까 싶더군요.
카이스트 졸업하고 단신으로 iOS 개발팀 전체를 커버치는 아싸 캐릭터와 스펙은 모르겠으나 빌드 버전 확인 안하고 버그 티켓 다시 끊는 기획자 주인공 사이에서 전자의 손을 들어주고 싶은 것은 제가 남자라 그런 것일까요, 전자처럼 공감능력이 부족해서일까요.
하여간 구형 모델이라 그런지, RGB 따위는 없고 키캡도 ABS에 한글 실크스크린이 많이 벗겨진 놈을 구했습니다.
전주인분이 세척을 안해서, 그리고 흰색이라 노랗게 끈적이는 신체 분비물의 흔적이 좀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내친김에 기존 텐키리스의 검정 PBT 키캡으로 갈아주니까 제법 괜찮네요.
그런데 기존 흰색 키캡 보니까 원가절감 흔적이 너무 심합니다. 사출 게이트 자국도 그대로 있고, 십자발? 그쪽도 꽉 채우질 않은 게 내구성이 더 약한 것처럼 보입니다.
잘 보일지 모르겠지만 우측 게이트 자국도 제법 큽니다. 뭐 그래도 쓸만하니까 했을 원가절감이겠지만, 체리에서 PBT 정각 풀배열 키보드가 따로 나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 저소음 적축 특유의 끝에 고무 걸리는 느낌이 생각보다 굉장히 기분이 좋더군요. 사실 소음이 줄어들었는지는 잘 모르겠고, 고무 때문에 키압이 높아진 느낌도 분명하지만 이유를 모르게 타이핑이 즐겁습니다.
주말 밤 졸리고 피곤하여 사족과 뻘소리가 가득한 리뷰를 읽어주신 모든 분들에게, 코로나와 미세먼지 없는 기운찬 봄날이 되시길 바라며 이만 줄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