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6일과 17일은 여러가지로 지옥같은 날이었죠. 후... 지금이야 이미 지났으니 다행이지. 16일의 원래 일정은 윈저 성을 본 뒤 프랑스로 가는 것이고, 18일은 몽생미셸을 보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모든 게 꼬였어요.
뭐 16일의 시작은 바로 윈저 성으로 가는 거. 가기 전에 점심으로 먹을 것들을 사갑니다. 빵과 마즈바는 정말 정상적인 음식입니다. 영국에서 최소한 간식용 빵이 아닌 식사 빵과 이 초코 바는 안심해도 될 거 같아요. 뭐 결국 산 건 센드위치였지만.
오늘은 가면서 킹스 크로스역 터미널도 한번 찍어보고 갑니다.
그리고 워털루 역으로 가죠. 워털루 역에서 윈저성으로 갈 수 있죠. 주의할 점은 워털루 역은 지하철은 지하 1층, 그리고 기차 역은 지상 2층에 있어요. 미국식 영어에 익숙한 사람은 2층이 없는데 하실 수 있는데 영국은 1층은 그라운드 플로워, 2층을 1층이라고 불러서 말이죠. 저도 잠깐 헤맸죠.
워털루 역에서는 영국군이 있더군요. 보니까 영국군 모병 홍보관들이더군요. 어쩐지 다들 키가 크고 잘생긴 남성과 예쁘장하게 생긴 미녀들이 마치 모델처럼 서 있더라더니. 그리고 역 한 편의 스크린에는 영국군 홍보 영상을 틀고 있고, 베레모 대신 터번을 쓰고 콧수염을 기른 중령쯤 되보이는 인도인처럼 생긴 장교가 직접 나눠주는데 하나 가져도 되냐고 하니 웃으면서 두 종류의 팜플렛 다 주더군요. 이걸 보고 얼마나 영국에 군인이 안 모이길레 홍보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요즘 영국군 상태가 영 아니라던데. 그리고 영국군 군복 보니 멀티캠 패턴으로 싹 바꾸었는데 거기 야상 하나 가져보고 싶네요.
뭐 각설하고 일단 티켓 오피스에서 표를 삽니다. 대충 11파운드 드네요.
이 때부터 뭔가 불길한 걸 알았어야 했으려나요. 윈저행 기차가 연착이 되었다고.. 그 때는 뭐 영국이 그렇지 뭐 하고 기다리며 좀 더 워털루 역을 돌아봤죠.
원래 출발 시간하고 20분을 기다리니 그제서야 오더군요. 한국 기차도 심심하면 연착되니 그려러니 하고 넘어갔죠.
워털루 역에서 윈저까지 가는 기차.
윈저 이튼 리버사이드 역이 종점이라서 잠깐 졸다 보니 바로 도착이네요.
역 규모는 아담한 편입니다.
역에서 나와서 약간만 걸어가면 바로 윈저 성입니다.
윈저 성이 보이기 시작하네요.
여기도 건물 양식이 19세기 말에 멈춰선 느낌이군요.
윈저 성은 궁전이기도 하지만 그 위치나 성곽, 방어탑 등을 보니 그 자체로도 강력한 요세군요. 그럴 수 밖에 없는게 원래 이곳의 시작이 1087년 윌리엄 1세가 지은 성체에서 시작하니 말이죠.
헨리 8세 문을 바로 넘어가면 로어 워드가 나옵니다만 입구는 여기 옆의 매표소에서 시작합니다.
일단 표를 사고 들어가야 합니다. 학생은 16.75파운드, 일반인은 18.75파운드를 내야 하죠.
오디오 가이드도 대여해주는데 한국어는 없습니다.
미들 워드로 바로 진입했군요. 여기의 상징 중 하나가 바로 둥근 탑이죠. 평소에는 유니언 잭이 걸리지만 여왕이 있을 때는 왕실기가 계양됩니다. 저는 유니언 잭을 봤으니 평범한 날에 온 거군요.
어퍼 야드로 가 보겠습니다.
어퍼 야드에서는 윈저 시가 한 눈에 보입니다. 땅에서도 지평선이 보이는게 볼만합니다.
그런데 성 안에서 가장 볼만한 스테이트 아파트먼트는 정작 공사 중이라서 못 들어가는군요. 거기는 여왕이 거주하는 방들인데 안에는 퀸 메리 인형관이라는 미니어쳐, 화려한 인테리어, 그리고 루벤스와 뒤러의 그림, 갑옷, 샹델리제 등 별에 별 소장품이 꽉꽉 들어차 있죠. 뭐 아쉽긴 하지만 다음에 오면 되잖아요. 어차피 아직 100년은 더 살텐데 이거 볼 시간 없을까.
뭐 그래도 어퍼 야드는 일단 겉이라도 둘러봐야겠죠. 기껏 여기까지 왔는데.
다시 미들워드로 돌아옵니다. 로어워드로 가기 위해서죠.
영국 돌아다니면서 느끼는데 이렇게 심심하면 하늘에 비행기가 저공비행을 하더군요. 그래서 비행기 심심하면 봅니다.
이 교회는 세인트 조지 성당인데 헨리 8세가 지었죠. 지금은 거기에 헨리 8세가 잠들어 있습니다.
아쉽게도 근위대 교대식은 없었습니다. 보니까 1월달은 근위대 교대식이 홀수 날에 있는데 제가 간 날은 짝수 날이니. 그래도 근위대 순찰은 돌아서 근위대를 가까히서 볼 수는 있었어요. 근위대 교대식은 버킹엄 궁전보다는 여기가 보기 더 좋은데 왜냐하면 더 가까히서 편하게 볼 수 있기 때문이죠.
이제 로어 워드도 다 봤으니 윈저성을 나갑니다. 그리고 이튼 칼리지로 가는거죠.
윈저성을 내려가면서..
밥도 대충 때웁니다.
아이 러브 런던.. 이런 식의 티셔츠는 나중에도 지겹게 봅니다. 아이 러브 로마, 아이 러브 서울 등..
윈저성과 이튼 칼리지는 강을 사이로 갈라져 있죠.
윈저 성에서 이튼 칼리지까지 가는데는 조금 걸어야 합니다만 윈저 시 자체가 워낙 작아서 찾는 데는 어려움이 없습니다. 이튼 칼리지는 1440년 헨리 6세가 설립한 이후 영국의 귀족들과 영재들 등 엘리트들이 주로 다니는 명문 대학이 되었죠.
이튼의 학생들은 특이하게 모두 교복을 입고 다닙니다. 그리고 여기는 어린이부터 대학생까지, 백인, 흑인, 인도인 학생들도 많습니다. 그리고 여기를 이튼이 아니고 에튼이라고 발음하는 학생들도 많아서 길 찾는데 헷갈리더군요.
이 대포는 크림 전쟁 당시 세바스토폴에서 전리품으로 가져왔다고 합니다.
설명할 필요가 없었네요. 내가 이걸 찍었지.
이렇게 대학을 싸돌아다니자 어떤 학생들은 어, 차이니즈다 이러더군요. 확실히 중국계는 잘 안 보여서 신기하게 비치는 모양입니다. 그런데 나 코리안인데... 뭐 내가 아임 프롬 코리안, 낫 차이니즈 이러면 저 친구들은 아 김정은 사는 거기 이럴거 같아 그냥 입 닫았어요.
대학이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것같은 그런 캠퍼스가 아닌 길가를 사이로 흩어져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한 캠퍼스 안에 몰려 있는 걸 생각하면 특이한 모습이죠.
뭐 이제 다시 역으로 돌아갑니다.
다시 워털루 역으로 돌아가야죠.
역 안의 빵집. 우리는 프랑스식으로 빵을 만든다능 이렇게 홍보하네요. 영국식으로 만든다고 홍보하는 식품을 본 적이 없네요. 자신들도 요리 못한다는 걸 알기라도 하나...
다시 기차를 탑니다.
기차를 탈 때 설명을 안 했는데 이 기차들은 역에 도착해도 문이 자동으로 열리고 닫히지 않습니다. 그래서 버튼을 눌러야 해요.
뭐 그거 빼면 시설은 다를 건 없지만요.
지멘스에서 만들었군요.
워털루 역에서 다시 킹스 크로스 세인트 판크라스 역으로 돌아갑니다.
그런데 가는 도중 한 여성이 머리에 피를 철철 흘리면서 쓰러져 있고 옆에 역 직원과 경찰이 나와 있는 광경을 봤습니다. 대충 보니 네오나치가 저 여자에게 유리병을 던지고 도망갔다는 거 같더군요. 그러고 보니 저 여성의 피부색이나 얼굴이 영국인이 아닌 티가 나긴 합니다. 저는 이런 일 안 당해서 다행이긴 한데 조심햐야겠습니다. 민박집 주인 말로는 머리를 빡빡 밀거나 유니언 잭같은 걸 몸 어딘가에 세기거나 했다던가, 하켄크로이츠나 화살표 십자가, 검은 신발에 흰 구두끈 맨 놈들은 만나면 피하라고 하더군요.
마지막으로 킹스 크로스 세인트 판크라스 역을 둘러보고...
밥도 맛있게 먹고 나섰습니다. 이것이 재앙의 시작인 지 모른 체.
잘 있거라. 술 마실 수 있었다면 이 펍에서 기네스 마셔보는건데.
영국에서 해외로 가는 버스는 빅토리아 코치 스테이션이라는 버스 터미널에서 출발하죠. 가려면 빅토리아 역에서 내린 뒤 5분 정도 걸어야 합니다.
그런데 제가 예약한 메가버스를 놓히고 말았네요. 제가 예약한 건 8시였는데 9시로 착각하고 8시에 출발했으니 당연하지. 20파운드를 날렸네요. 유로라인도 이미 다 떠났고, 국제 미아가 될 것인가! 저는 다시 냉정하게 판단을 가다듬고 유로스타를 예약했죠. 84파운드가 깨졌어요.
1월 17일 11시 30분 차로 예약했죠. 유로스타는 세인트 판크라스 역에서 출발합니다. 일단 여기서 영국 출국 및 프랑스 입국 절차를 밟습니다.
안에는 면세구역처럼 별에 별 것들이 다 있습니다. 면세구역인지는 모르겠지만.
7번 플렛폼으로 갑니다.
유로스타가 왔군요.
생긴 건 KTX같이 생겼습니다. 실제로 시설 등도 비슷하고 만든 데도 비슷하고. 그런데 KTX보다 미묘하게 좁은 거 같습니다.
그런데 이 열차, 애쉬포드 역에서 1시간동안 그대로 앉아 있더군요. 체널 터널 근처에서 왜 이렇게 뜸들이지 하고 생각하다가 다시 열차는 움직이기 시작했죠.
그런데 알고보니 다시 세인트 판크라스 역으로 돌아가는 거지 뭡니까. 그리고 내려야 했죠. 물어보니까 지금 열차가 다 취소되서 다 돌아오고 있다고 하더군요. 체널 터널에서 연기가 피어올랐고, 그래서 모든 기차가 취소되었다는 소식이 몇 시간 뒤 유로스타 홈페이지에 뜨더군요. 세인트 판크라스 역은 환불받기 위한 줄이 엄청 늘어섰는데, 뉴스 리포터가 취재하러 올 지경이었죠. 그 뉴스 리포터 말로는 역 바깥의 맥도날드까지 500미터의 줄이 늘어섰다네요.
그렇게 기다린 게 4시간, 그렇게 해서 들은 말은 너님은 온라인 티켓으로 했으니 여기서 환불 안됨요 하고 싶다면 전화하던가 아니면 이메일 하삼 이럽니다. 그 직원 죽빵 날리려다가 참았습니다. 그리고 한국 돌아온 뒤 유로스타에 환불해달라는 메일과 페이스북 체팅을 보냈지만 2월 11일 기준으로 5일째 답변도 없군요. 한국이나 일본의 철도가 얼마나 서비스 친절한 지 알겠더군요. 학을 땔 거 같은 이 서비스와 사후지원을 보니 참.
뭐 방법이 있나요. 그러면 다시 메가버스 급히 예약해야죠. 겨우겨우 고생해가면서 40파운드 주고 구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아예 6시부터 빅토리아 코치 스테이션에서 기다렸고, 무사히 탔습니다.
승차권은 솔직히 별로네요.
이 파란 2층 버스가 저를 프랑스로 데려다 줄 겁니다.
옆에는 유로라인 버스도 있네요.
버스는 아미엥을 거쳐 파리로 가죠.
중간에 도버 해협을 건너야 합니다. 그 전에 항구에서 여권과 신분증 검사를 합니다.
이것도 면세 구역인지는 모르겠지만 영국의 마지막 휴개소. 저는 이 때 파운드는 다 처분해서 그냥 구경만 했죠.
그리고 패리에 승선합니다. 페리에서 두시간 정도 있어야 하는데 그 때 모든 버스 승객들은 버스에서 내려야 하죠.
페리는 상당히 규모가 큰 편입니다. 그런데 파운드만 통해요. 그래서 별수 없이 5유로를 파운드로 환전해서 탄산수를 마셨죠.
안에는 바, 면세점, 전망대, 슬롯 머신 등 별 것들이 다 있어서 심심하지는 않더군요. 그리고 다시 버스를 타고 신나게 프랑스를 달립니다.
이제야 프랑스에 도착했군요. 마음같아서는 내리자마자 땅에 입맞춤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비가 와서 그러지는 못했군요. 도착한 곳으 포트 마요코치 스테이션. 저는 일단 짐을 숙소에 내려놓으려 지하철을 탔습니다. 지하철은 포트 마요 코치 스테이션 내리면 보이는 백화점스럽게 생긴 빌딩이 있는데 거기 지하입니다.
파리 지하철 첫 인상은 나쁘지 않네요.
일단 여기서 까르네라고 하는 걸 사야 합니다. 부산 지하철과 옛날 서울 지하철에서 쓰던 그 종이 티켓과 똑같이 생겼습니다. 여기서 팁 하나, 까르네는 굳이 산다면 한장씩 사는 것보다 여러 장 묶어 사는 게 싸게 먹히며, 주말에는 1일권 가격이 아주 싸니 그걸 사는 게 낫습니다.
일단 까르네를 산 뒤에는 지도를 받아갑니다. 먼나라 이웃나라에 나오는 것과 달리 요즘 프랑스인들은 영어 쓴다고 무시하거나 피하지 않더라고요. 오히려 직원은 저보고 "손님. 프랑스어 구사하시는 건 고맙습니다만 영어로 물어봐도 됩니다."라고 합니다. 어설픈 프랑스어보다는 영어가 낫다는 거죠.
파리 지하철은 여러가지로 한국과 다른데 먼저 좌석 배치. 특히나 여기 보이는 이 접이식 의자는 러시아워일때는 일부러 접고 서서 가는 게 예의라고 합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처럼 여기는 XX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어쩌고저쩌고 7호선이 어쩌구저쩌구 하는 방송도 없어요. 대다수는 방송 자체가 없고, 이런 신형 차량조차 역명만 두번 말하고 끝이죠. 샤트레? 샤트레! 이렇게.
마지막으로 문이 자동으로 안 열리고 버튼을 누르거나 레버를 당겨야 열립니다. 어떤 열차는 열차가 역에서 멈춰서지도 않았는데도 레버 당기니 문이 열리더군요. 이런데도 사고가 안 나는 게 신기합니다.
제가 가는 곳은 7호선의 끄리메 역이라서 중간에 환승해야 하죠.
1호선에서 7호선으로 환승하는데, 환승통로가 좀 복잡하더군요.
아니 지하철에 이런 게 있는데도 청소도 안 하나.. 파리 지하철을 보면 이렇게 낙서들이 상당히 많은 편입니다. 그것도 칼이나 동전 등으로 긁어서 지워지지도 않는 낙서들이죠.
앵, 스탈린그라드역. 어느 나라에 있을 거 같아요? 러시아? 다름 아닌 프랑스 파리 한복판에 있죠. 저는 설마 해서 다른 사람에게 이거 어떻게 읽냐고 하니 프랑스인이 스탈린그라드라고 확실히 읽어주더군요. 공식적으로는 스탈린그라드 전투 기념이라고 하는데, 아마도 1, 2차대전에서 자기네들을 도왔던 영국, 미국 지도자들과 달리 공산국가에다가 독재자인 스탈린이라는 이름을 대놓고 넣기는 그래서 일부러 이렇게 한 거 같습니다. 영국과 미국은 그냥 조지 5세, 프랭클린 루즈벨트라는 이름의 역을 아예 만들어 놨거든요. 참고로 이 역과 파리 북역, 셍드니 지역은 늦은 밤이 되면 북두의 권이 펼쳐진다는 동내라 하더군요...
크리메역 도착. 그런데 에스컬레이터는 고장나서 수리중. 그냥 걸어 올라갑니다.
도착하니 1월 18일 아침 8시. 아침을 먹고 짐을 내려 놓으니 이제야 프랑스 왔다는 안도감과 기쁨이 오는군요. 프랑스 오는데 이렇게 고생을 했으니 원. 밤 센 거는 힘든 축도 안 들어갑니다. 글로는 표현이 안 되지만 정말 유리멘탈이었다면 멘붕을 할 상황을 여럿 겪었죠. 특히 이런 열차 사고는 한국에서 겪어도 상당히 골치아픈데 그걸 영국에서 겪으니 답이 있나요. 그나마도 그 사후 처리도 개판이니. 한국과 일본은 정말 서비스 하나는 최고구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이제 밥을 먹었으니 바로 파리를 둘러봐야겠군요. 5화에서 이어집니다.
온라인 예매는 바로 환불 안된다는 걸 4시간이나 걸려서 알게 되시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