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의욕이 떨어집니다.... 여행 스타일이 급격히 변해서 그런가....
첫번째 목적지는 안반데기. 안그래도 거리가 비교적 먼 편인데 하필 아침에 1시간 일찍 깼다는 이유만으로 퍼질러 자서 결국엔 30분 늦게 기상했네요. 그와중에 배도 약간 아프고 어제 발 닦다가 넘어지면서 발을 다쳤는데 점점 욱신거립니다. 이거만 찍고 바로 출발했습니다.
잘못 들어간 길인데 근처에 차도 전혀 없었고 너무 몽환적인 분위기라 한컷. 사진으로 보니 분위기가 살질 않네요. 이거만 찍고 바로 안반데기를 올라갔는데 어제보다 길이 훨씬 험하더라고요.
안반데기에 도착했습니다. 제가 사진으로 봤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네요. 하지만 이 사진 한장으로 겨울의 안반데기를 설명하는데는 충분한것 같습니다.
다시 강릉 시내로 올라가면서 찍은 호수. 안반데기를 가면서 봤을땐 꽤나 멋있었는데 정작 오면서 볼땐 무슨 낚시꾼들 여럿 있을것만 같은 분위기를 풍겨서.... 다소 아쉬웠습니다.
그와중에 사진을 찍자마자 급신호가 옵니다. 하지만 주변에 화장실이 있을것만 같진 않은 풍경이죠? 빨리 목적지로 달려갑니다.
결국 여기서 일을 봤습니다. 진지하게 제가 여지껏 가본 대학병원 화장실 중에서 가장 깨끗하고 따듯했습니다.
다음 목적지인 참소리축음기박물관에 도착했습니다만....
제가 큰일을 보고 온 상황이라 정식 개장시간보다 더 늦게 온 상황임에도 불구, 문이 닫혀있었습니다.
그래도 뭐 아예 안열진 않겠지 싶어서 경포호나 구경하고 있었습니다. 그나저나 저 건물은 한국이 아니라 두바이 등 중동에 있어야 할법한 디자인 같습니다.
한 30분쯤에 관계자로 보이는 사람이 왔네요. 요즘 신종 콜레라 때문에 문을 늦게 연답니다.
참고로 정가는 17000원인가 하는데 자기가 주인(이라기 보단 박물관장인 손성목씨의 부인인걸로 보이는 사람)이고 오랫동안 기다려줬으니 만원으로 해주겠댑니다.
근데 가이드 투어는 10시부터라네요? 그러니까 커피 마시면서 기다리고 있으래요.
강릉이 나름 커피의 도시답게 이런곳에서 타주는 커피도 어디 자판기, 믹스 따위가 아닙니다. 드립을 내려줍니다. 직원들끼리 나물, 쇠고기무국 얘기하면서 내려준 드립 커피의 맛은 어르신들 취향답게 꽤나 쌉쌀합니다. 근데 꽤 먹을만 하네요.
떡도 줍니다. 다소 질겨서 그렇지 맛은 좋더라고요.
10시까지 기다리라고 해서 기다리긴 했는데 가이드 투어 중에는 사진을 찍을 수 없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일단 가이드 투어만 후딱 들었습니다. 어차피 표만 있으면 오후에 또 와서 보는것도 가능하다고 해서 말이죠.
점심은 막국수로 해결했습니다. 안그래도 집 근처에 상당히 괜찮은 강릉식 막국수집이 있어서 비교를 해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나름 유명한 집으로 갔는데 일단 면은 상당히 불만족스럽습니다. 쫄면마냥 너무 굵고 질깁니다. 적어도 제가 원하는 막국수의 면은 아닙니다.
하지만 양념장이 상당히 만족스럽습니다. 아마 고기와 참기름을 넣어서 만든 모양인데 맛이 상당히 진합니다. 더구나 지나치게 맵지 않아서 부담이 적습니다.
또 육수가 나쁘지 않은게 요즘 냉면집 육수들을 보면 MSG를 너무 많이 써서 짜고 신 맛이 부각되는 부담스러운 맛을 내는 경우가 많은데 이 집은 고기육수와 MSG를 적당히 배합해서 쓰는지 적당히 진하고 적당히 감칠맛이 납니다. 비빔 막국수를 먹더라도 이 육수만큼은 넣어서 먹는걸 추천합니다.
결론을 내자면 이 집은 막국수집이라 생각하고 먹으면 다소 불만족스럽고 강릉식 비빔국수(?)라 생각하고 먹으면 상당히 만족스러운 집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또한 가격대가 국수치곤 살짝 높은 편이긴 하지만 포만감도 상당한 편이라 가성비가 나쁘다고 하기도 좀 그렇습니다.
강릉통일공원을 왔습니다. 비록 배박이는 아니지만.... 그저 배 구경을 하고 싶어서 왔어요. 더구나 제가 육군 출신이라 타 군에 대해서 다소 호기심이 있는 편이기도 하고요. 참고로 전북함입니다.
PTSD를 불러 일으키는 소리가 나오는 기계.
그나마 제가 아는 군가는 멋진 사나이밖에 없어서 다행이긴 한데..... 근처에 있던 중학생쯤 되는 남학생이 굳이 멋진 사나이를 틀어주네요..... 왜 하필 그걸.....
해군이 쓰는 식판인데 사이즈가 꽤나 큽니다. 함정 근무자들의 밥이 괜찮다는데 그게 틀린 말은 아닌가봐요.
기관장이 생활하는 공간. 간부가 머무는 공간이라 그런가 영화 등지에서 나온것마냥 침대가 결코 작지 않더라구요.
부장실
복도도 생각보다 넓습니다.
휴게실 같이 생겨먹었지만 행정실이라네요.
취사실인데 다소 좁아서 그렇지 생각보다 시설이 나쁘지가 않습니다. 육절기도 있고 오븐도 있어요. 육절기가 뭐 그리 대단한가 싶을수도 있겠지만 저희 부대만 해도 이런거 없어서 취사병들이 꽁꽁 언 고기를 중식도로 연신 내려쳐서 고기를 자르곤 했습니다.
다소 고급진 모습의 사관실.
호국이는 어따 팔아먹었어.....
아까 저의 PTSD를 불러일으킨 중딩이 이번엔 여동생 앞에서 M-16 대비 AK소총의 장점을 열심히 자랑하고 있더라구요.
아이고 의미없다......
크고 아름다운 함포와 이에 못지않은 대공포
여러분 국뽕이 차오르십니까?
옆에는 강릉 무장공비가 타고 온 잠수함이 있습니다.
다만 내부가 너무 좁은지라 사진은 무리입니다.
테라로사 커피공장을 갔습니다. 차 하나 대기 힘들만큼 사람이 많아요.
그리고 공장이라는 이름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크기가 인상적입니다.
저는 커피를 마시러 온게 아니라 가이드 투어를 위해 방문했습니다.
유감스럽게도 박물관 내부에선 사진을 거의 찍을 수 없습니다. 아무래도 테라로사의 제조공정이 유출 될 우려가 있으니 그런갑다 싶긴 합니다. 주로 커피 원두에 대한 설명과 테라로사의 제조 공정에 대한 설명이 주를 이루는데 커피 원두에 대한 설명은 사실상 꺼무위키+a 정도의 수준이고 테라로사 제조 공정이 나름 볼만 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엔 3개의 로스팅을 드립해서 주는데 딱히 사진은 안찍었네요. 맛이 너무 복합적이라 무어라 말하기도 참 힘들뿐만 아니라 보러 온 사람이 저밖에 없어서 그런지 가이드가 은근히 빨리 가고싶어 하는듯한 모습을 보여주더라구요.
오후에 온다던 참소리축음기박물관을 다시 왔습니다. 저는 가이드가 설명해준 내용과 개인적으로 인상깊은 물건들 위주로 올리겠습니다.
손성목 관장이 여지껏 모은 수집품들을 다 모으면 한 1000억쯤 한다는데 그 시발점은 아버지에게 선물받은 바로 이 축음기 입니다. 이 시절 축음기가 상당히 비쌌던걸 감안하면 손성목 관장의 집안의 재력을 얼추 느낄수 있을겁니다.
축음기는 재질에 따라 금속, 목재, 종이, 유리 등으로 나뉘는데 금속은 고음에 유리하고 목재는 저음에 유리하고 이 종이가 가장 좋은 소리를 낸다네요?
이 축음기가 전 세계에 단 한대 남은 축음기인데 손성목 관장이 아르헨티나에서 강도를 당해가며 겨우 구했다는 일화가 있는 축음기라네요. 대외적으로도 이 축음기를 가장 많이 홍보하는것 같습니다.
반야심경이 나올것만 같은 축음기.
껌 통이 아니고 축음기 바늘을 담는 통이라고 하네요.
이름이 참 다양한데 여기서는 주로 뮤직박스라고 부릅니다. 제가 유럽의 한 거리의 악사가 연주하는걸 보고 그 뒤로도 쭉 마음에 들었던 악기인데 여기 가이드는 이걸 유럽의 거리의 악사들 마냥 느긋하게 돌리는게 아니라 팔 빠져라 돌리더라구요.
에디슨의 발명품들을 주로 전시해놓은 에디슨박물관
에디슨의 전구는 마즈다라는 상표를 사용했습니다. 일본의 자동차 브랜드인 마쯔다와는 전혀 상관이 없지만 유래만큼은 조로아스터교의 신인 아후라 마즈다로 동일합니다.
출퇴근 기록기. 이 시절에도 월급루팡이 많아 자본가들의 속을 많이 썩인 모양입니다.
전 세계에 단 3대 남은 에디슨의 전기자동차라고 하는데 정작 저는 저 시몬스침대 광고가 더 신경쓰입니다. 왜 있는걸까요.
에디슨이 처음으로 만든 축음기인 틴포일 축음기 입니다.
틴포일 축음기는 훗날 실린더형 축음기로 발전했는데 이게 의외로 장점도 많았지만 대량생산에 불리하다는 치명적인 단점 때문에 레코드판에 밀렸다고 하네요.
소리가 나는 인형. 에디슨이 딸을 위해서 만들어 줬다는데 아무리 봐도 딸이 이걸 좋아했을것 같진 않다는 생각밖에 안듭니다.
유령을 예언하는 기계.... 라고 합니다. 가이드들도 이게 썩 자랑스러운 물건이 아니라 생각했는지 딱히 설명을 해주진 않더라구요.
주식 시세 표시기. 에디슨이 처음으로 상업적으로 크게 성공을 한 발명품 이라고 하네요. 역시 큰 돈 만지고 싶으면 주식을 해야 됩니다(?)
아무리 봐도 모기향 피우는 기계처럼 생겼지만 스토브 입니다.
손성목영화박물관도 있습니다. 다만
저는 휴게실에 있는 이 카메라 컬렉션들이 더 눈길이 갑니다. 카메라를 모르는 제가 봐도 어마어마해 보이는데 좀 안다 싶은 사람들이 보면 아마 입이 떡 벌어지지 않을까 싶어요.
제가 카메라는 잘 모르지만 라이카가 비싸다는 사실만큼은 아주 잘 알고있고 그 라이카가 한무더기로 있습니다. 그밖에 영사기, TV 관련한 전시물들이 본 전시물이긴 한데 직원들이 집 가려고 하는 분위기를 풍겨서 오래 못봤어요. 생각보다 제 눈길을 끄는 물건들도 얼마 없기도 했구요.
저녁은 강릉중앙시장에 있는 장칼국수로 해결합니다. 적당히 칼칼하고 적당히 짜지만 양이 상당히 많고 가격이 3천원으로 아주 저렴합니다.
오늘의 술은 강릉 시내의 모 유명 양조장에서 사온 수제 IPA를 마십니다. 맛은 마트에서 파는 수입 IPA랑 비교해서 딱히 장점이 있지 않는데 가격은 엄청 비싸네요. 시내 홈플러스 가서 사 마시세요 그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