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본래 여행을 그리 좋아하는 쪽은 아니었습니다.
해외는 무슨. 국내도 어디 싸돌아다니기 싫어서 집에만 틀어박히는 것을 매우 선호했습니다.
'여행? 그까잇거 요즘 인터넷에 몇 번 검색만 해도 간접경험인데. 뭘.' 이라는 생각과 금전과 시간과 체력을 굳이 '여행'이라는 것에 투자하기도 싫었던 것이 과거의 제 자신이었죠.
지금은 경험을 해보니 정반대의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국내든, 해외든 국가와 지역을 막론하고 어디든 직접 내 발로 가는 것이 더 재밌다는 것을요.
간접경험은 내 경험이 아니라는 것과 실제로 겪으면 새로운 볼거리와 재미있는 요소가 훨씬 많다는 것을요.
여건만 되면 여행은 한 번이라도 더 다녀오고 싶다는 기분을 지금도 느끼고 있습니다.
거기서 제 취미와 정말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나라는 '일본'입니다.
제가 처음으로 해외여행을 갔을 때 찍었던 여권과 보딩패스와 각종 신고서입니다.
저 때 당시만 해도 귀찮은 일의 연속이었습니다. 당시의 여자친구이자 현재의 아내는 가고 싶어했기 때문이지요.
저는 단순히 도쿄의 아키하바라가 궁금했던 것 이상의 열정은 없었고, 아내는 맛있는거(라면! 라면! 라면!) 먹고 싶어했던 것 이상의 큰 관심거리는 없던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렇게 시작하게 되었네요.
호텔은 사실 많은 곳을 묵어보진 않았는데 현재까진 '아키하바라 워싱턴호텔' 미만 잡이라고 생각 할 정도로 이 곳은 인상깊었던 호텔이었습니다.
딱히 방 사이즈가 크다거나, 편의시설이 짱 잘되있다거나 같은 것 보다는 소소한 것에서 만족도가 높더군요.
프론트에 입/퇴실 할 때를 제외하곤 마주칠 일 없었다는게 가장 편했습니다.
아키바의 대부분을 찔러볼 수 있는 거점 호텔 중 한 곳이라 이동도 편했고, 편의성도 호텔 나가서 바로 앞에 있어서 야식 먹기도 좋았고, 흡연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담배냄새가 잘 안났던 것도 좋았고..
다음에 도쿄 간다면 또 머물 생각이 있을 정도이고 이미 2번 머물어봤을 땐 여기가 저희랑 가장 잘 맞았네요.
오사카의 카나데 호텔도 본관에서 접수하고 별관에서 머무는 방식도 나쁘진 않았는데 이동하기 귀찮았고, 담배 냄새가 너무 나더군요. 전자담배 흡연자인 제가 이정도인데 비흡연자인 제 아낸 어땠을지..
그리고 라피트로 탑승해서 난바 근처로 오시는 분들에겐 최악일 정도로 멉니다 -_-;
후쿠오카의 도큐 레이 호텔은 1층 내려 갈 때마다 제발 인사 좀 그만했으면 하지만 실내는 아기자기하게 공간을 잘 맹글어서 수납공간이 알차게 나왔더군요. 깜짝 놀랬을 정도로요.
그리고 거지같은 트립닷컴이랑 입싸움 할 때도 한국인 직원이 중개도 잘해줘서 인상 깊었습니다.
최악은 시부야의 도큐 레이 호텔이었습니다. 여긴 그냥 가지 마세요. 같은 도큐 레이 호텔이 맞나 싶을 정도.
도쿄의 N'EX와 스카이라이너, 오사카의 한큐와 라피트는 정말 생긴게 다르네요.
당시엔 탑승구가 다른 열차와 겹치는 녀석도 있었고, 생긴 것이나 승강장 위치가 애매모호해서 '이게 맞나?' 싶었던 적도 있었지만 이제 경험했다고 그닥 어렵게 느껴지지 않는 제 자신이 가소롭기까지 합니다.
음식만 보고도 알 법한 녀석들부터 그냥 땡겨서 아무 가게나 들쑤셔서 먹은 사진들까지..
음식 사진은 적지 않아서 일부만 가지고 왔습니다.
도쿄는 그냥 생각없이 들어가서 먹기엔 실패한 음식이 있었지만 후쿠오카나 오사카는 한 번만 다녀와서 그런지 아식 실패한 적이 없었네요.
후쿠오카는 대부분이 소소하게 단골 포장마차 들어가는 느낌을 받았다면,
오사카는 골목 식당이 사람도 적당히 있으면서 맛도 있더군요. 대로변쪽은 그냥 프랜차이즈나 마케팅 잘해서 사람 몰린 느낌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한식보단 일식(초밥/회 제외)이 제 입맛에 더 맞는 것 같습니다.
그냥 '최소한의 살아가기 위한 영양 공급' 이상도 이하도 아닌 음식이라는 존재가 취향에 맞는 음식을 대거 먹으니 '맛있는 걸 먹는 것에 대한 소소한 행복'을 알아버렸다고 표현해야할까요.
매우 진귀한 경험이었습니다. 또 여행가서 땡기는 가게에 불쑥 들어가 이것저것 먹어보고 싶어요.
(주인장 찍힌 사진은 사전에 허가 받았습니다.)
관광 요소는 그냥 그저 그랬어요.
"와! 이쁘다!" 같은 느낌은 받았었지만 솔직한 말로 해외여행 버프빨인 거 같습니다.
특히 목재 건축물은 우리나라가 더 웅장하고 무게감있고 위엄있는 느낌입니다.
일본쪽은 옛날 건물이라는데 이상하게 새삥같은 느낌이 엄청나요. 근데 실제로 안내도나 검색 좀 해보니 대부분이 재건했더군요.
절 두 번 엿맥인 메이지신궁은 평생 잊지 못할 겁니다.
근데 짜증나는 건 역사적인 정보는 한국어도 있었음 좋겠습니다. 한국인 관광객이 몇 명이나 가는데 되어있는 곳이 단 한군데도 없었어요. 주의사항만 한글로 되어있지.
후쿠오칸 진짜 별거 없구요.
도쿄는 뭐 이런쪽의 관광요소는 저흰 별 재미를 못보고..
굳이 언급하자면 칸다묘진에서 "젠카이노!" 외치면서 계단 뛰어다닌게 다네요.
일본이라는 나라를 관광하는데 가장 좋은 도시는 오사카 같습니다.
각종 패스와 시도청 연계가 잘 되어있더라구요. 패스 하나만 들고가도 각종 탑승권과 입장권, 관람권 등을 패스의 바코드를 통해 간편하게 제출 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편하고 싸게 다녔습니다.
별 말 없이 패스만 내밀면 레알 하이패스같은 느낌이라 영어 울렁증도 별로 없었구요.
특히 교토는 어르신들 취향엔 맞는 것 같은데 저희는 그냥 그저 그랬네요.
나이 좀 더 먹고 다시 날 잡고 가보는걸로.
제 아내는 리락쿠마와 재키쨔응을 아주 좋아합니다.
아주 그냥 키디랜드만 보였다 하면 거기서 "으헿" 소리를 내면서 껑충껑충 나다니지요.
감정표현 잘 안하는 제 아내가 아주 활기차고 즐겁게 의사표현을 하는 곳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이런 곳의 보스급을 저흰 첫 여행때 간게 가장 큰 문제였지요.. '케릭터 스트리트' 라는 곳입니다.
그냥 저런거 좋아하는 사람들은 돗자리 깔고 누워서 바라보기만 해도 행복해하는 곳이더군요.
제 아내의 대부분 지름은 저 케릭터 스트리트라는 곳에서 이루어졌습니다.
그리고 이 이후에 여행 다니는 모든 케릭터 관련 샵에 가면 둘러보면서 이런 말을 합니다.
"언제 또 도쿄 가? 케릭터 스트리트."
식완도 좋아합니다. 저 날 저기서 10분 있었는데 이미 식완 구매 리스트 들고와서 1만엔어치 긁어버리더군요.
그러고선 "아- 난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어." 라고 합니다.
진짜 평소엔 이런거 안하는 앱니다. 얘.
야.
제발 그만.
전 일본 가서 피규어나 사올 줄 알았는데 의외의 취미가 생겼습니다.
지금 보시는 바와 같은 신발 수집.
우리나라는 아시겠지만 미드-하이탑 라인이 절멸 상태입니다. 저같은 사람은 일본여행 가기 전까지만 해도 닥터마틴 워커 아니면 컨버스 하이탑만 신고 다니던 사람이었어요.
그런데 일본가서 신발이 찢어져서 ABC마트 들어가보니 "워메. 뭐시당가." 눈이 휘둥그레 여기저기 바라보며 신발 삼매경에 빠졌었지요.
그래서 첫 여행 이후 일본여행 다녀오면 꼭 신발 하나씩은 챙겨갑니다.
특히 첫번째 사진의 저 컨버스는 아직도 제 최애신발입니다.
스웨이드 재질에 투톤 컬러의 유니크함.. 컨버스 일본 100주년 한정.. 거기다 보컬로이드 운동화 끈까지 있어서 더 이뻐..
신발 외에도 의류도 있습니다. 꼭 여행 갈 때마다 제 낡은 옷들이 차례차례 사망하더군요.
점퍼가 찢어져 있어서 미국 브랜드의 일본 판매점에서 옷을 산다던지 -_-; (우리나라엔 안팔더군요.)
보세 후드가 짱이뻐서 사들고 간다던지.. 의류/신발 쇼핑이 확 늘었습니다.
하라주쿠가 골목골목에 숨겨져 있는 이쁜 옷을 파는 곳이 많더군요. 오사카의 오렌지로드는 보세보단 브랜드샵이라 가격도 가격이고..
어찌되었든 현재는 넨도로이드 미쿠는 기존에 발매된 건 다 소유하고 있는 입장이라 피규어 취미는 이제 한방에 돈 들어갈 건 없어서 일본여행 갈 때마다 옷이나 신발 사고 있습니다.
근데 그것보단.. 여자 옷이 진짜 알짜배기더군요.
제가 성별이 여자였으면 시부야 가서 옷을 10만엔 어치 쓸어담아도 부족하다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제 맘에 드는 옷들이 정말 많더군요. 진짜 내가 여자였었으면.. 싶었던 곳이었습니다.
물론 제 아내는 순순히 안입어줍니다. 패션 테러리스트면서 자기만의 소신이 있거든요.
이제 제 첫 여행의 결과물을 이야기해야겠지요.
저는 정말 피규어 살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아내가 넨도로이드 피규어 하나를 집어오더군요.
그래서 유키미쿠 넨도로이드만 집어올려고 하다보니 이상한 미쿠도 있긴한데.. 아무튼 저때까지만 해도 저게 끝- 이라고 생각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응. 아니야.
어자피 유키미쿠 다 모았겠다.
나머지도 싹 다 긁어모으자- 해서 두번째 도쿄땐 의도치않게 지른 것이 아닌 정말 작정하고 나머지 넨도로이드 미쿠들을 긁어모은 결과입니다.
진짜 작정해서 캐리어도 28인치 들고갔어요.
근데 사실 레이싱 미쿠만 살려고 했는데 레알 레어템인 사자춤 미쿠가 보여서 나머지 없던 것들도 다 지르게 된 게 예상 외의 상황이었습니다.
너무 많이 사서 똥됐다- 싶었는데 28인치 캐리어에 저게 다 들어가고도 공간이 남더라구요.
정말 저 때의 똥줄 탄 경험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네요. 당시의 저는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다 안들어가면 EMS 보내지. 뭐." 배짱이 점점 두둑해집니다.
그래서 이런 경험으로 보았을 땐,
나중에 태어날 우리의 아이들도 이런 경험을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내도 같은 생각이더라구요. 우리 둘만 해도 이렇게 재밌었는데 가족 단위로 가면 얼마나 재밌을까.
내가 자식의 입장이 아닌 부모의 입장에서 자식들과 여행가는 것을 상상하니 벌써부터 즐거워집니다.
근데 그 날이 언제 올려나 싶기도 하네요.
아마 올해는 갈거 같기도 한데 구체적인 계획은 안세워지네요.
올해는 차를 구매하기로 계획을 잡은 날이라 빠듯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서 올해는 못갈 거 같습니다. (뭐라는걸까요.)
그래도 여건 되면 최대한 빠른 시일에 또 떠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