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를 쓸 때 나름대로 고민을 합니다. 제목과 첫 문장은 짧을수록 좋고, 여기에서 강렬한 인상을 심어줘야 한다고 배웠거든요. 그래서 MSI MPG A1000G PCIE5 80PLUS GOLD 파워는 이렇게 쓰기로 했습니다. '파워에 대한 요구가 점점 까다로워지고 있다. 갈수록 더 큰 용량과 높은 효율을 요구한다. 또한 안정성을 그 무엇보다도 중시하면서 풍부한 확장성 또한 필요로 한다' 써 놓고 보니 10년 전에도, 20년 전에도 똑같은 문장을 누군가가 썼을 것 같네요. 하지만 그 '까다로워지는 요구'의 내용은 완전히 딴판이 됐습니다. 굳이 몇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갈 필요까지도 없고요. 최근 몇 달 사이에 급격하게 까다로워졌습니다. 

 

그 배경에는, 아니 대놓고 말하죠. 그 범인은 지포스 RTX 4090입니다. CPU 전력 사용량이 늘어났다고는 하나 여기에 비교할 수준은 아니죠. 그래픽카드가 필요로 하는 전력 사용량이 늘었고,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 같으며, 지포스 RTX 4090을 둘러싼 일련의 사건 때문에 파워의 안정성을 심각하게 따지는 분위기입니다. 무엇보다 PCIe 5.0의 +12VHPWR 커넥터와 ATX 3.0이라는 새로운 규격이 등장했습니다. 그래서 그래픽카드 업그레이드를 준비하거나 앞으로 오래 쓸 파워를 찾는 사람들의 고민거리가 늘었는데요. 이 파워라면 걱정할 것이 없습니다. 천와트의 대용량에 신형 그래픽카드에서 사용하는 포트까지 갖췄거든요.

 

 

제품명	MSI MPG A1000G PCIE5 80PLUS GOLD
규격	ATX
출력 용량	1000W
입력 전압	100~240V AC
입력 전류	13A/6.5A
입력 주파수	50~60Hz
전력 효율	최고 90%, 80+ 골드 인증
전압별 출력	+5V 22A, +3.3V 22A. 120W -12V 0.3A. 3.6W +5Vsb 3A. 15W +12V 싱글 레일 83.5A 1000W
케이블 종류	풀 모듈러
제공 케이블	ATX 24핀 1개, PCIe 6+2핀 6개, SATA 12개, EPS 4+4핀 2개, PCIe 5.0 16핀 1개, 주변기기 4개, FDD 1개
주요 기능	제로 팬 모드 스위치 일제 캐패시터 DC to DC 모듈 설계
쿨링팬	135mm
제품 크기	150x150x86mm
PFC 회로 종류	액티브 PFC
보호 회로 종류	OCP, OVP, OPP, OTP, SCP, UVP
참고 링크	https://prod.danawa.com/info/?pcode=13168653
가격	241,920원(2022년 12월 다나와 최저가 기준)

 

 

1000W인데, 작아

 

 

저는 8086 시절부터 컴퓨터를 썼습니다. 낡은 선입견에 사로잡힌 꼰대라는 소리죠. 그건 파워도 예외는 아닙니다. 자고로 파워란 한 손으로 들기 버거울 정도로 크고 무거울수록 좋다는 고정 관념이 머리 한 가운데 박혀 있었죠. 하지만 최근 나오는 MSI 파워를 보면서 기술의 발전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됐습니다. 이 파워는 길이가 150mm에 불과하지만 용량은 1000W거든요. 용량이 클수록 더 많은 전력을 공급할 수 있어 고성능 부품이나 더 많은 수의 부품을 장착할 수 있고, 용량에 여유가 생기면 파워가 무리할 상황이 줄어드니 자연스럽게 시스템의 안정성도 확보됩니다. 또 파워의 길이가 짧아질수록 케이스의 호환성을 덜 타며 조립하기도 쉬워집니다. 거기에 남는 파워 앞 공간을 케이블 정리에 활용할 수도 있으니 보기에도 좋지요. 

 

물론 작지만 대용량인 파워를 만드는 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습니다. 좁은 공간 안에 부품들이 빼곡하게 들어차면 발열이 늘어나고, 파워의 길이가 짧으면 대구경 팬을 넣기도 어려우니 발열 관리가 어려워지고 소음은 늘어나게 되지요. 그리고 아무리 작은 파워가 좋아도 시끄러운 소리를 들으면서까지 쓸 생각을 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하지만 MSI MPG A1000G PCIE5는 전원을 켜기도 전부터 자신있는 모습을 보여주는데요. 안쪽에는 풀 모듈러 방식의 케이블이 있습니다. 쓰지 않는 케이블은 아예 연결하지 않으면 되니 그만큼 선 정리 공간에 여유가 생기게 됩니다. 파워 뒷면에는 제로 팬 버튼이 있습니다. 쿨링팬의 소음을 낮춘 것으로 그치지 않고, 부하가 낮을 때는 아예 작동을 멈추도록 한 것이죠. 이건 버튼을 다는 것만으로 끝나는 일이 아니라 파워의 발열 자체가 낮아야만 가능한 방법입니다. 그만큼 효율이 높고 열 관리에 자신이 있다는 증거라고 할 수도 있겠지요.  

 

 

박스 전면

 

 

박스 뒷면

 

 

박스 위

 

 

박스 아래

 

 

파워 본체와 케이블을 넣어둔 가방

 

 

파워 뒷면에는 제로 팬 버튼의 기능을 설명하는 안내문이 있습니다. 제로 팬 모드에서는 부하가 낮을 때 쿨링팬이 작동하지 않습니다. 

 

 

파워 앞의 제품 정보. +12V 싱글 레일 83.5A 1000W에 달하는 출력과 80 플러스 골드 인증 로고가 눈에 띕니다. 

 

 

반대편에는 135mm 구경의 저소음 팬이 있습니다. 

 

 

측면의 MSI 로고와 드래곤 엠블럼

 

 

반대편은 MPG 로고가 있습니다. 

 

 

모든 케이블이 분리된 풀 모듈러 방식을 사용해 선정리가 쉽습니다. 

 

 

뒷편에는 전원 포트, 전원 버튼, 제로 팬 모드 버튼이 있습니다. 

 

 

너비나 높이는 ATX 규격에 따라 정해진 것이나 다름 없지만, 파워의 길이는 제품마다 다른데요. 이 파워는 1000W의 용량에도 불구하고 길이가 150mm로 짧은 편입니다. 

 

 

너비 150mm

 

 

높이 86mm

 

 

케이블을 제외한 파워 본체의 무게는 1.7kg 정도입니다. 

 

 

16핀 12VHPWER까지, 케이블 한 보따리

 

 

1000W의 대용량에 걸맞게 MSI MPG A1000G PCIE5 80PLUS GOLD은 많은 수의 케이블을 제공합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하며 이 파워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케이블은 16핀의 12VHPWER입니다. 이 케이블이 있다는 건 ATX 3.0과 PCIe 5.0 규격을 지원하고, 600W의 그래픽카드 전력 공급을 커버할 정도로 큰 용량을 지녔으며, 거추장스러운 변환 어댑터 없이도 최신 그래픽카드와 고성능 시스템을 쓸 수 있다는 소리니까요. 또 지금 당장 12VHPWER를 쓸 그래픽카드가 없어도 상관 없습니다. 그 자리에 6+2핀 PCIe 그래픽카드 보조 전원을 연결하는 케이블을 제공하거든요. 여기에 라데온 RX 7000 시리즈와 기존 방식의 보조 전원을 사용하는 그래픽카드를 연결하면 됩니다. 그 외에도 ATX 24핀 커넥터는 당연히 1개, 4+4핀 CPU 보조 전원 EPS 12V는 2개가 있으며, 총 12개의 SATA 전원 포트와 4개의 4핀 몰렉스 주변기기 단자, FDD 1개를 연결하는 커넥터를 제공합니다. 

 

 

케이블 가방

 

 

파워 케이블은 비닐 안에 넣었고, AC 플러그와 조립용 나사는 따로 포장했습니다.

 

 

11종의 케이블. PCIe 5.0의 16핀 12VHPWER 커넥터를 제외하면 전부 평평한 플랫 케이블이라 선정리가 쉽습니다. 

 

 

사용할 케이블만 골라 연결하는 풀 모듈러 방식입니다.

 

 

케이블의 두께는 커넥터마다 다르지만, 16~20AWG 사이입니다. 

 

 

ATX 20+4핀 케이블 1개.

 

 

케이블 길이는 600mm.

 

 

4+4핀 EPS 12V, CPU 보조 전원 케이블 2개.

 

 

케이블 하나에 1개의 보조 전원 커넥터가 있으며 길이는 700mm.

 

 

PCIe 5.0의 16핀 12VHPWER 케이블 1개.

 

 

케이블 하나에 1개의 커넥터가 있으며 길이는 600mm.

 

 

파워의 12VHPWER 커넥터에 PCIe 6+2핀 보조 전원을 연결하는 케이블 1개.

 

 

케이블 하나에 2개의 PCIe 6+2핀 보조 전원 커넥터가 있으며 길이는 600mm.

 

 

PCIe 6+2핀 보조 전원 케이블 2개.

 

 

케이블 하나에 2개의 PCIe 6+2핀 보조 전원 커넥터가 있으며 600mm에 커넥터 1개, 750mm에 커넥터 1개가 달려 있습니다.

 

 

SATA 전원 케이블 3개.

 

 

SATA 케이블의 커넥터.

 

 

케이블 하나에 4개의 SATA 커넥터가 있습니다. 위치는 각각 500mm, 700mm, 800mm, 900mm 쯤 됩니다. 

 

 

4핀 몰렉스와 FDD 커넥터가 달린 케이블 1개.

 

4핀 몰렉스, FDD 커넥터, 파워 연결 커넥터.

 

 

4개의 4핀 몰렉스 커넥터와 1개의 FDD 커넥터가 있습니다. 길이는 각각 500mm, 650mm, 800mm, 900mm, 1050mm.

 

 

1000W 파워는 어떻게 생겼나?

 

 

이 파워는 CWT에서 생산하는 CSZ 플랫폼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기판 위의 깨알같은 MPG 로고를 보면 이 기판과 설계가 오직 MSI의 MPG 시리즈 파워에 맞춰진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역률 교정 회로는 액티브 PFC 방식을 사용해 전력 효율이 좋고 내구성 역시 우수합니다. 액티브 PFC의 컨트롤러는 챔피언 UM6500UNX, 공진 컨트롤러는 챔피언 CU6901VA를 사용했으며, 인피니언의 IPA60R099P6 모스펫과 Onsemi의 부스트 다이오드 칩을 장착했습니다. 2차 회로에는 DC to DC 방식을 사용해 효율이 우수하며 +12V에 더 많은 출력을 할당할 수 있습니다. 덕분에 MSI MPG A1000G PCIE5는 +12V 가용율을 100%까지 높일 수 있었습니다. 1000W 파워인데 1000W 전부를 +12V 출력에 넣어줄 수 있다는 소리죠. 물론 보통의 시스템에서 이 정도까지 쓰진 않겠지만, 그래픽카드의 소비 전력이 갈수록 높아지는 현실을 반영한 설계인듯 합니다.  

 

작은 공간 안에서 높은 용량을 내기 위해 파워 안은 남은 공간 없이 부품들로 꽉 채워져 있습니다. 한정된 공간을 더욱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5장의 도터보드를 수직으로 세워 부품을 배치했고, 브릿지 정류기와 컨버터, 스위칭 FET를 비롯한 중요 부품 위에는 방열판을 장착해 열을 효과적으로 발산합니다. 파워 가장 위에는 135mm 구경의 저소음 쿨링팬을 장착해 온도를 식혀주며, 부하에 따라 팬 속도를 자동으로 조절하고 온도가 낮을 때에는 팬 작동을 완전히 멈추는 제로 팬 기능도 제공합니다. 안정성을 위한 보호 장치는 또 있습니다. 파워 내부에 사용한 모든 캐패시터는 파워 업계에서 인정받은 105도의 일제 캐패시터만 사용했으며, 또 과전압, 과전류, 과출력, 과온도, 단락, 저전압 보호의 6가지 보호 회로를 탑재해 안정성을 높였습니다.

 

 

파워 내부

 

 

135mm 구경의 저소음 쿨링팬

 

 

HongHua의 12V 0.5A 유체 베어링 팬입니다. 

 

 

기판 위

 

 

측면. 니치콘 820uF 벌크 캐패시터와 액티브 PFC 컨버터 회로가 보입니다. 

 

 

반대편. EMI 필터와 2개의 필터 캐패시터가 보입니다. 

 

 

풀 모듈러 커넥터가 달린 기판과 그 앞의 도터보드들.

 

 

기판 위에 부착된 컨트롤러와 코일.

 

 

브릿지 정류기와 컨버터 회로 위의 방열판. 

 

 

입력단의 EMI 필터와 전원 스위치, 제로 팬 모드 버튼.

 

 

+12V 싱글 레일 디자인

 

 

 

기판 사이사이의 캐패시터.

 

 

MSI MPG 로고

 

 

4090 하나로는 남아 돈다

 

 

지포스 RTX 4090의 등장을 보면서 '아이고 저런 전기 먹는 괴물이 등장했다니 우린 이제 망했어' 같은 반응도 더러 보이긴 했습니다만, 엄밀히 말하자면 그건 설레발입니다. 지포스 RTX 4090의 소비 전력은 450W고 그 권장 파워 용량은 850W거든요. 그래서 지구 종말에 대비할 수준의 전원 공급 장치까지는 필요 없고, 1000W 파워 하나만 있으면 지포스 RTX 4090 급의 그래픽카드 한 장에, 현 세대 최고의 CPU와 메인보드, 또 수많은 저장 장치와 주변기기를 연결해도 용량이 남아 돕니다. 만약 그 1000W 급의 파워가 구형 제품이 아니라 MSI MPG A1000G PCIE5 80PLUS GOLD처럼 PCIe 5.0과 ATX 3.0을 지원하며 12VHPWER 케이블을 제공하는 신형 파워라면, 새로운 규격이 나오거나 정말 괴물같은 제품이 나오기 전까지 오래오래 쓸 수 있겠죠.

 

라이젠 9 7900X와 지포스 RTX 4090 조합의 하이엔드 시스템에서 부하 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 소비 전력이 가장 높았던 FPU+GPU 부하 테스트에서 3.3V 전압의 최저치와 최고치 변동폭은 0.37%, 5V는 0.2%, 12V는 0.6%에 그쳤습니다. 4090까지 써도 시스템 전체 사용 전력이 700W가 되지 않아서인가, 제로 팬 모드를 켠 상태에서는 팬이 도는 걸 한번도 보질 못했습니다. 사실 제로 팬 모드를 꺼도 사용에는 전혀 영향을 주질 않습니다. 쿨링팬 자체가 워낙 저소음이다보니 팬이 돌아도 제로 팬과 별 차이를 느낄 수가 없었거든요. 1000W를 꽉 채워 쓰는 극한 환경에서나 팬이 도는 소리가 나올 수 있을 듯 합니다. 

 

테스트 환경

AMD 라이젠 9 7900X https://gigglehd.com/gg/12982153

MSI 지포스 RTX 4090 슈프림 X D6X 24GB 트라이프로져3S https://gigglehd.com/gg/13074335

MSI MAG B650M 박격포 WiFi https://gigglehd.com/gg/13309164

DDR5-5200 16GB x2 메모리 https://gigglehd.com/gg/11152437

윈도우 11

 

 

각종 테스트에서 시스템 전체 전력 사용량

 

 

아이들 30분

 

 

스트레스 FPU 30분

 

 

스트레스 FPU+GPU 30분

 

 

 

Furmark 30분

 

 

소음

 

 

 

표면 온도

 

 

 

MSI MPG A1000G PCIE5 80PLUS GOLD

 

 

최신 시스템을 위한 새로운 규격과 핵심 스펙을 모두 갖춘 파워입니다. 지금 시점에서 적당한 가성비 파워도 아니고, 최신 그래픽카드를 동반한 고성능 시스템에 쓸 고급형 파워를 사겠다면 ATX 3.0, PCIe 5.0, 12VHPWER이란 단어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는데요. 이 파워는 이걸 전부 갖췄습니다. 또 1000W의 대용량과 135mm 저소음 팬, 제로 팬 모드를 갖춰 넉넉한 용량과 조용한 작동을 보장하고, 풀 모듈러 설계와 플랫 케이블 디자인으로 선 정리도 쉽습니다. 현재 파워 시장에는 PCIe 5.0의 16핀 12VHPWER 커넥터를 갖춘 제품들이 하나 둘씩 나오고 있는데요. 이 파워는 그 조건에 맞는 1000W 제품 중에서 최저가를 다툴 정도로 쌉니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MSI MPG A1000G PCIE5 80PLUS GOLD이 지닌 매력은 충분하다고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