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욕심에는 끝이 없습니다.
많은 이들에게 충격과 공포를 선사한 키캡 표면이 벗겨진 키보드 이후로 거듭되는 새 키보드에 대한 저의 열망은 끊임 없는 수 많은 아이 쇼핑을 낳았고 이는 저의 눈높이를 끝도 없이 높였으며 저를 무한한 시험에 들도록 만들었습니다.
사실 위 그림은 제 잡념을 대충 도식화한 것이라 실제와 안 맞는 부분도 있을 수 있습니다.
분명 키캡이 벗겨지지 않는 키보드를 찾는 것이 시작이었으나 점차 그 동안 키보드에 가진 여러가지 불만 사항들이 생각이 나면서 요구사항은 점차 늘어났고 이는 제 머리 속에 위와 같은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영겁에 가까운 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 같던 찰나...
"중생아 무엇을 그리도 헤메고 있느냐?
아! 초심으로 돌아가는 길을 잃어버렸구나."
지금 당장 내게 필요한 것은 "글자가 지워질지언정 키캡이 벗겨지지 않는 키보드" 라는 것을 망각한 채로 온갖 잡념으로 이루어진 욕심의 길에서 가까스로 벗어나 비로소 본래의 길로 돌아왔습니다.
다른 욕심들을 모두 내던져버리고 초심만을 지닌 채로 처음부터 다시 생각을 했습니다. 그 때 불현듯이 떠오른 생각이 내가 찾고 있는 키보드를 모르는 게 아니라 이미 알고 있는 곳에 답이 있는 것이 아닐까? 라는 의문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제가 여태까지 단 한 번이라도 사용해 본 적이 있는 모든 키보드들을 머릿 속에서 되돌아 보았습니다.
그렇게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공용 컴퓨터에서 한 없이 굴려져도 벗겨지지 않던 키캡.
그런 키보드 마저 조금이라도 더 지켜주려 감싸주는 키스킨 포함.
손가락과 손목 관절을 지켜주는 얇은 높이의 키캡과 약한 키압.
그런 키에서 비롯되는 조용함.
자신은 이름 없는 저렴한 멤브레인이 아니라는 부드러운 키감과 브랜드.
거기에 게이밍을 위해 조금 더 늘려준 동시 입력.
그리고 때마침 보유 중인 농협 카드의 청구 할인과 인터파크 포인트의 할인 콜라보레이션
그렇게 저는 모든 것을 포기했더니 모든 것을 얻었습니다.
제품 이름 | 로지텍 K120 New |
구동 방식 | 멤브레인 |
연결 방식 | USB 유선 |
키 개수 | 104키 |
제품 크기 | 가로 450mm, 세로 160mm, 두께 30mm |
특이 사항 | 생활방수, 키스킨 포함 |
로지텍 K120의 구성품은 위와 같습니다. 무선이 없는 순수한 유선 키보드이며 파라코드 또한 없는 흔한 고무 케이블입니다.
제품이 담겨진 상자 안에 키스킨을 장착한 키보드 그대로 비닐 포장이 되어 있으며 설명서는 K120을 위한게 아닌 전반적인 로지텍 키보드를 위한 설명입니다.
비닐 포장의 경고 문구가 상당히 인상적이었는데 영유아든 어른이든 비닐을 머리에 뒤집어 쓰지 말라는 그림이 그려져 있습니다.
키보드 자체에서 새 제품(?) 냄새가 나는데 이는 잠시 베란다에 두어 환기를 해주고 냄새를 없앴습니다. 앞으로 함께 할 시간을 생각하면 잠깐의 기다림 또한 즐거움의 일부분이 아닐까요?
키스킨이 깔끔하게 키보드 사이즈에 맞게 딱 달라 붙습니다. 비록 키스킨의 수명이 무한하지는 않을테니 세월이 흐르면 노랗게 물 들고 늘어지겠지만 그럼에도 저는 이 친구를 오래토록 붙잡아 둘 생각입니다.
키보드 뒷면에는 온갖 인증 마크들과 함께 양 쪽에 키보드 높이 조절을 한 단계 해 줄 수 있는 장치가 있습니다. 저는 최대한 높이를 낮추기 위해 그대로 닫아 놓았습니다.
이 키보드를 쓰시면서 다들 적응에 시간에 걸린다는게 ESC 키의 위치가 아닌가 싶습니다. 정확히는 ESC부터 시작해서 펑션키들이 마치 오른쪽 정렬이 된 것 같은 모양새입니다만 생각보다 적응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습니다.
모든 키가 올바르게 작동하고 LED도 잘 들어왔습니다.
오른쪽 쉬프트 키와 스페이스 바에서 약간 텅하고 비어있는 듯한 소리가 들리는 사소한 문제가 있었습니다만, 살포시 눌러주듯이 눌러준다면 들리지 않는 소리이며 다른 키는 이러한 문제가 없습니다.
모든 키를 다 자세히 테스트 해본 것은 아닙니다만, 동시 입력은 대부분 6키까지 가능했습니다.
광고 문구에서는 슈팅 게임 위주의 WASD 주위로만 동시 입력을 신경 쓴 것 처럼 되어 있었는데 의외로 대부분 6키 동시입력이 가능해서 놀라웠습니다.
이렇듯 저는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최고의 가성비를 가진 사무와 게임을 겸하는 키보드를 구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풀 사이즈 키보드라 마우스가 부딪히는 문제는 낄옹에게 하사 받은 장패드를 십시일반 활용하여 키보드와 마우스 거리를 벌리고 마우스에게 최대한 공간을 할애 하였더니 해결이 되었습니다.
그래도 아직 하나 남은 문제가 있지요. 손목 건강을 위한 팜레스트는 어떻게 했냐구요?
무엇보다 마음이 중요한 것 아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