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생겨 새벽부터 밤을 새며 달려간 김천.
일을 끝내고 나나 배가 고파졌습니다.
온도 33도의 무더위를 이겨내려면 냉면과 고기가 필요하므로
이 지역에서 가장 유명한 평양냉면을 맛보기로 했습니다.
손님이 엄청 많아서 기다리는 시간이 길더군요.
먼저 나온 것은 수육.
잡내 없이 잘 삶은 돼지고기가 내공을 보여줍니다.
이 정도면 합격이네요.
수육 다 먹을 때쯤 평양냉면이 나왔습니다.
고명을 보면 계란 지단, 다대기, 삶은 계란, 오이, 배, 수육, 무 등을 탑처럼 쌓아 올렸습니다.
육수는 간은 강하지만 의외로 신맛이나 단맛은 약하고 짠맛도 적절했어요.
그리고 마치 밀면처럼 약한 한약재 향 같은게 올라오는데 거슬리는 수준은 아니고 향긋합니다.
여기에 취향것 겨자, 식초(오뚜기 식초병울 통째로 식탁 위에 올렸더군요) 등을 쳐서 간을 맞춥니다.
면은 전분과 메밀을 섞은 듯 하지만 이로 살짝 베어물면 끊어질 정도로 딱 적당한 쫄깃함을 남겨놨고 메밀향이 풍깁니다.
대구 강산면옥이 꽤 강렬하게 혀와 미각에 자극을 준다면 여긴 은은하면서 묵직하게 다가오는 기분이군요.
비빔냉면 보니 의외로 육수와 다대기 등의 배합이 다르다고 합니다. 세세하군요. 다만 직접 먹지 못해서 맛은 묘사하기 힘든데, 맵고 자극적이라고 합니다. 여기에 식초와 겨자를 팍팍 넣는 사람도 많군요.
여긴 여름 한 철에 냉면집을 운영하고 겨울엔 다른 일을 한다고 합니다. 즉 한철장사죠. 그런데도 그 지역에서 고정적인 팬들을 거느리고 있고, 충성도도 높습니다. 저도 먹어보니 꽤 훌륭해 또 김천 올 일이 생가면 찾아가 보고 싶군요.
여름 한철 장사하고 겨울에 다른 장사를 하신다면, 가게세는 어떻게 메꾸나 싶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