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가 산모퉁이를 돌아갈 때 나는 <무진 Mujin 10km>라는 이정비를 보았다.
그것은 옛날과 똑같은 모습으로 길가의 잡초 속에서 튀어나와 있었다.
F5.6, 1/4000, ISO100
나의 무진에 대한 연상의 대부분은 나를 돌봐 주고 있는 노인들에 대하여 신경질을 부리던 것과
곧잘 편도선을 붓게 하던 독한 담배꽁초와
우편배달부를 기다리던 초조함 따위거나 그것들에 관련된 어떤 행위들이었다.
F2.8, 1/1250, ISO100
바다가 있는 쪽에서 바람이 불어오고 있었다. 몇 시간 전에 버스에서 내릴 때보다 거리는 많이 번잡해졌다.
F2.8, 1/1250, ISO100
바람은 무수히 작은 입자로 되어 있고 그 입자들은 할 수 있는 한, 욕심껏 수면제를 품고 있는 것처럼 내게는 생각되었다.
F2.8, 1/500, ISO100
그 바람 속에는,
신선한 햇볕과 아직 사람들의 땀에 밴 살갗을 스쳐보지 않았다는 천진스러운 저온,
그리고 지금 버스가 달리고 있는 길을 에워싸며 버스를 향하여 달려오고 있는 산줄기의 저편에 바다가 있다는 것을 알리는 소금기,
그런 것들이 이상스레 한데 어울리면서 녹아 있었다.
F2.8, 1/500, ISO100
"우리 서로 거짓말은 하지 말기로 해."
"거짓말이 아니에요."
여자는 빙긋 웃으면서 말했다.
F2.8, 1/250, ISO100
"<어떤 개인 날> 불러드릴께요."
"그렇지만 오늘은 흐린걸."
F2.8, 1/320, ISO100
나는 <어떤 개인 날>의 그 이별을 생각하며 말했다.
흐린 날엔 사람들은 헤어지지 말기로 하자.
손을 내밀고 그 손을 잡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을 가까이 가까이 좀 더 가까이 끌어당겨주기로 하자.
F2.8, 1/800, ISO100
나는 그 여자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러나 <사랑한다>라는 그 국어의 어색함이 그렇게 말하고 싶은 나의 충동을 쫓아 버렸다.
- 김승옥, '무진기행 (霧津紀行)'
순천기행
아랫장, 호수 정원, 그리고 순천만습지에서
팡팡!에 당첨되어 30포인트를 보너스로 받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