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지금 사는 원룸텔은 창문이 방과 화장실 공용인데, 화장실에 습기가 차길래 환기시키려고 방충망 없는 창문을 열어놨더니 하루살이들이 엄청나게 천장에 달라붙더군요. 게다가, 화장실 문을 닫아뒀음에도 불구하고 벌레들이 방 안쪽까지 침투하는 것을 목격하고야 말았습니다. 이래서는 모기 같은 불청객이 등장하는 것도 시간문제다 싶어(이미 본가와 친구 집에서 모기를 목격함) 급히 모기를 쫓기 위한 훈증기를 주문했습니다.
제가 주문한 것은 헨켈에서 나온 [홈매트 홈컨트롤 리퀴드알파 플러스]라는 물건인데, 주문하고 나서 보니 이게 광고하기를 [세계 최초 IoT 모기솔루션]이라네요. 뭔가 하고 봤더니, 스마트폰 앱으로 제어할 수 있는 모기향 훈증기라는 모양입니다. 와이파이를 통해 스마트폰 앱으로 작동을 제어하며, 사용 위치에서 예상되는 모기 활동량에 따라 강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죠. 그래서 두근두근하며 포장을 뜯어 한 15분 정도 만져봤습니다만…
이 제품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설명서에 명시된 [홈매트 홈컨트롤] 앱이 아닌 [Bloom HomeControl]이라는 다른 앱을 사용해야 합니다.
https://play.google.com/store/apps/details?id=com.henkel.homemat.spain
일단, 이 훈증기는 작동시 2.4 GHz 와이파이로 집안 내 공유기에 연결할 것을 요구합니다. 블루투스 정도면 충분하지 않나 싶은데, 광고에 따르면 집 밖에서도 원격으로 훈증기를 켜고 끌 수 있다네요. 그런데 전원이 들어온 직후에는 이 훈증기가 어느 와이파이에 연결되어야 할지 알 수 없으니, 당연히 전용 앱을 사용하여 이걸 설정해줘야 합니다. 이걸 위해, 훈증기 자체적으로 [HomeMat-******] 형태의 이름을 지닌 AP 신호를 띄우더군요. 문제는, 설명서에 있는 내용을 따라 앱을 설치하면 앱에서 훈증기를 찾지 못하고 그대로 강제종료가 되어 버린다는 점입니다. 심지어는 수동으로 이 AP를 잡아줘도 가끔 강제종료가 됩니다. 앱의 안정성 자체가 문제있는 듯 해요. 이 점 때문에, 플레이스토어의 리뷰는 혹평 일색입니다. 아니 뭐가 연결이 되어야 쓰던가 말던가 하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위의 링크에 명시된 대체 앱을 사용해야 합니다. 시험해본 결과 원래 설명서에 있던 앱을 통해서도 이 단계를 넘기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해서 연결을 시켜놔도 앱 자체가 엉망이라 제대로 된 설정이 거의 안 됩니다. 차라리 없는 셈 치는 것이 더 나을 지경으로 말이죠. 위에 링크한 대체 앱도 완벽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사용이 완전히 불가능한 지경은 아닙니다. 플레이스토어상의 이름이나 설명은 영어지만, 설치 후 이름이나 UI 상의 내용은 모두 제대로 된 한국어더군요. 이전에 개발한 앱이 너무 엉망이라 아예 새로 앱을 만든 것이 아닌가 싶은데, 그렇다면 왜 엉망인 예전 앱을 그대로 스토어에 놓아둔 것이 아닌지 의문이 듭니다. 매뉴얼을 따라하면 작동이 안 되는 앱을 받는다니 너무하지 않습니까.
예전에 다른 해외 유명 기업에서 만든 스마트 기능을 지원한다는 기기의 해당 기능에서 크게 실망했던 기억이 다시금 떠오릅니다. 어설픈 스마트 기능은 차라리 없는 것만 못한 듯 해요. 특히나 그 기기의 기능을 모두 발휘하기 위해서 해당 기능이 필요한 경우라면 말이지요. 불완전한 기능 때문에 비싼 돈을 내느니, 차라리 그 기능이 빠진 저렴한 물건을 택하는 편이 더 합리적일 것입니다.
앗 아아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