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러 가야 하는데 컴퓨터 화면도 쳐다보기 싫어서, 거실 바닥에서 메가테리움처럼 굴러다니고 있는데.
설거지 중인 마누라가 갑자기 수압이 약해졌다며 아래층에서 물을 많이 쓰는 것 같다고 말합니다. 이 때까지만 해도 별 생각이 없었죠.
설거지를 다 마친 후에는 밖에 비라도 오나, 물 쏟아지는 소리가 들린다고 합니다. 제가 일기예보에 대단히 민감해서 달달 외우고 다니는데, 요새 비온다는 소리는 없었거든요.
불길한 예감이 들어서 벌떡 일어나 문을 열어보니 위층 작업실 옆 세탁실에서 쏴아아아 하는 소리가 들리네요.
원래 ㄷ자로 이어져 있던 걸, 한겨을 동파맞고 파이프가 찢어졌길래 업자 불러서 잘라내고 PB 파이프로 바꿨다가, 그 후로 두번인가 파이프가 빠졌었는데 오늘 또 빠졌습니다.
대충 힘을 줘서 끼워보려고 했지만 그렇게 될 리는 없고요. 빠르게 포기하고 후다닥 내려가서 수도를 잠그고 나서 이걸 어떻게 수습할까 생각해 봤는데, 전에 이 파이프를 좀 정리하겠다고 자재를 사서 짱밖아둔게 기억이 났네요.
PB 매꾸리를 끼워두고 다시 틀어보니 물은 안 나옵니다. 며칠 두고 보면 알겠지만 이렇게 정리가 되려나... 매꾸리 킵해둔 걸 다 썼으니 좀 사두긴 해야겠네요.
이 집은 무슨 이벤트가 생길질 모르니 장시간 비워둘 수가 없구만요.
이런 작업을 직접 하는 걸 싫어하는 것도 아니고, 뉴스/정보글 번역이나 리뷰 쓰는 것도 조만간 AI가 대체할 것 같은데요. 제가 죽을 때까지도 이런 기술을 로봇이 대체하진 못할 것 같으니, 이런 걸 좀 더 배워볼까 생각도 드네요. 궁극적인 목표는 시골 내려가서 직접 고치면서 사는거긴 한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