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기글에서 마시는 대용식인 소일렌트를 섭취한 후기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 소일렌트 2주일 섭취 후기 by 호무라
https://gigglehd.com/gg/3186151
- 소일렌트 8개월 시식 후기 by 호무라
https://gigglehd.com/gg/4764006
이런 종류의 마시는 대용식은 해외 제품으로는 소일렌트가 유명하고, 국내에도 밀스나 랩노쉬 같은 브랜드의 제품이 있습니다. 일부 제품은 편의점에서도 판매하더군요. 그런데, 제가 직접 이런 제품들을 구입해서 마셔본 결과 영 별로였습니다. 포만감이 덜 느껴지는 것은 둘째치고, 가루에 뜨거운 물을 부어 섞는 과정부터가 뭔가 좀 번거로운데가 맛도 개인적으로는 별로인 것이 더 많았거든요. 그래서, 한동안은 이런 대용식에 관심을 끊고 살았습니다.
저는 5월 초부터 서울 잠실에서 자취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서울로 올라오는 길에, 우연히 지나가던 버스 옆면에 붙어 있던 [환자용 대용식] 광고를 하나 보았지요. 이런 것은 보통 음식을 씹을 수 없는 환자들이 마시는 대용식이라고 알고 있는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이런 제품이라면 가루가 아니라 처음부터 액상으로 되어 있을 테니 뜨거운 물을 부어 흔드는 과정이 필요없겠다 싶더라고요. 식사 대용으로 만들어졌을 테니, 이것만 먹고도 살 수 있을 정도로 영양학적인 균형에도 문제가 없을 것이고 말이죠.
그래서, 서울로 올라온 이후 시간날 때마다 조금씩 관련 상품들을 찾아보았습니다. 이게 생각보다 종류도 많고, 만드는 회사도 한 곳이 아니었습니다. 맛이라던가 환자의 증상에 맞는 특성에 따라서 제품이 나뉘고, 또 요즘은 환자뿐만이 아니라 위에서 언급한 대용식과도 경쟁하는 대용식 제품을 내놓기도 하더군요. 직접 여러 제품을 각각 구입하여 실제 식사 대용으로 마셔봤는데, 어떤 제품은 꽤 괜찮은 반면 어떤 제품은 인위적으로 첨가된 향이 너무 강해서 먹기 고역이었던 적도 있더군요.
이러저러하여 두 달 가까운 실험(?) 끝에 제가 정착하기로 결정한 제품은 [대상웰라이프 뉴케어 하이프로틴]이라는 물건입니다. 200 ml 캔 하나가 딱 200 kcal로 되어 있는 물건으로, 오픈마켓에서 30캔 1박스를 구입할 경우 1캔당 가격이 약 ₩1,400~1,600원 정도 나오더군요. 보통 성인에게 하루에 필요한 열량을 1,800~2,400 kcal 정도로 보니까, 하루에 이걸 9~12캔 따서 마시면 이것만으로 하루치 영양분이 모두 충족되는 셈입니다. 즉, 이걸로 1끼니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한번에 이걸 3~4캔 정도 따서 마셔야 하지요. 계산해보면 1끼니에 약 ₩4,200~6,400원 정도. 그리 저렴하지는 않지만, 요즘은 편의점 도시락조차 하나에 ₩4,000원 정도는 가볍게 넘기는 세상이라 그렇게까지 비싼 것도 아닌 듯 합니다.
맛은 지금까지 먹어본 이런 종류의 대용식 중 가장 나은 편이었습니다. 진하고, 고소하고, 여러 캔을 한 번에 마셨을 때 심하게 물리지도 않았거든요. 이게 제가 이 제품에 정착하기로 한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처음부터 환자들을 위한 제품으로 나와서 그런지, 영양 면에서도 충실해 보입니다. 캔에 나와 있는 영양정보를 보면, 탄수화물-지방-단백질 말고도 온갖 비타민과 미네랄이 줄줄히 늘어서 있거든요. 이런 종류의 환자용 대용식에는 빠지지 않고 나와 있는 것이 탄단지 비율이던데, 이 제품의 열량구성비율은 [단백질 26 : 지방 27 : 탄수화물 47]입니다.
단백질이 풍부해서 그런지 먹었을 때의 포만감도 괜찮습니다. 저는 주로 아침식사 대용으로 이것을 3~4캔 정도 마시고 나가는데, 서너 시간 정도까지는 포만감이 확실히 유지됩니다. 다만, 그 이후로는 배가 쭉 꺼지더라고요. 저녁에 출출할 때도 1~2캔 정도면 허기를 달랠 수 있습니다. 이 정도면 만족스럽지요. 현재로서는 이것의 섭취가 건강에 악영향을 주는 것 같지도 않습니다. 지난주 초에 혈액검사를 했는데, 간·신장 기능이나 당화혈색소, 콜레스테롤, 중성지방 등의 검사수치가 모두 양호하게 나왔거든요.
그래서, 당분간 제 아침식사는 이 녀석으로 고정될 것 같습니다. 요즘 대용식에 관심을 가지신 분들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인 모양인데, 소일렌트/밀스/랩노쉬 같은 것 말고도 전통적으로 환자용 대용식을 만들던 회사들의 제품 중에도 괜찮은 물건이 꽤 있으니 이쪽으로도 시야를 넓혀 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