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서피스 북을 들였습니다. 이것저것 하려니 아이패드가 워낙 모자란 게 많아서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그냥 흔한 윈도우 노트북 살 바에야 배터리 괜찮다는 맥북을 사는 게 어떤가 하다가도, 여기서 맥마저 사버리면 정말 빼박 사과농장주다! 싶어서 고민. 직접 써 봤던 코어 M 시리즈에 대한 불신도 있고요.
그래서 이것도 아냐 저것도 아냐 까탈스럽게 굴다 보니 남은 게 서피스입니다.
성능은 한성같은 괴작이 아니고서야 모바일이 암만 잘나봐야 모바일이지 하는 생각이라 그냥 램만 8GB면 되었습니다.
진짜 까다로운 건 마감이 최소한 맥북이랑 비슷하거나 더 좋을 것, 배터리 오래 갈 것, 고해상도일 것(2K이상), 조용할 것, 무엇보다 만졌을 떄 장난감 같지 않을 것.
절대 타협 불가능한 부분이 배터리하고 장난감 같지 않을 것.
이 조건에 맞는 거라곤 XPS나 서피스 북이더군요. 씽크패드도 적당한 게 있겠습니다만 전에 쓰던 게 씽크패드라 다른 거 함 써 보자 싶어서 패스.
그램도 해상도만 빼면 좋은 수준이었는데, 솔직히 장난감 같아요.
서피스 프로는 다 괜찮고 한국 정발도 되었거니와 가격도 염하지만 배터리가 영. 파워 커버만 나왔어도 북 안 사죠.
맥북 프로는 키보드를 만져 본 결과 바로 빠꾸. 만약 서피스처럼 분리가 되었다면 하판은 내다 버리고 타입커버 테이프로 붙여서 쓰는 게 나을 겁니다.
그래서 서피스 북을 들였는데, 지금까진 만족스럽습니다.
윈도우니까 당연히 데스크탑에서 되던 거 다 되고, 해상도도 그렇고 색감도 그렇고 밝기도 그렇고 디스플레이만큼은 끝내줍니다.
성능도 전혀 기대를 안 해서 그런지 의외로 좋네요. 라이트룸을 급하게 쓸 일이 생겨서 돌리니까 빠릿빠릿한데요? 사진 100장 정도니까 무거운 작업은 아니었습니다만 생각하던 것 보다 훨씬 잘 돌아가서 놀랬습니다.
게임은 하프라이프 2가 2560*1920인가 하는 해상도에서 40-70 프레임 사이에서 출렁출렁거리고, 마인크래프트 같은 건 가능하니 나쁘지 않네요. 여기서 게임 할 생각은 없습니다만 대신 스트리밍 한다고 하면 괜찮을 것 같습니다.
(물론 제가 성능 면에서 모바일을 너무 무시하는 경향이 있었으니 좀 걸러 들으시면 되겠습니다.)
발열은 컨트롤 잘 됩니다. 저는 무조건 모바일에서 윈도우가 깔렸다면 언더볼팅을 시도하는데 그거 없이도 괜찮은 온도를 유지하고, 사진 다 편집하고 내보내기 하며 로드 100%를 5분 정도 찍었는데 계속 67~69도 사이에서 놉니다.
70도 언저리에서 쓰로틀링 걸리나? 하고 XTU 봐도 그런 건 아니고. 패키지 TDP도 3.5W 근처에 가 있으니 더 올라가기도 하고요.
로드가 걸리면 팬이 안 돌지는 않는데 도는 밥값은 충분히 하는 느낌.
가장 좋은 건 베이스엔 발열원이 없어서 무릎에 올려두고 게임을 해도 다리는 안 뜨겁다는 거.
dGPU는 모르겠습니다만 일단 iGPU 모델은 키보드에서 전혀 발열이 없습니다.
3000*2000의 해상도가 어떤 느낌이냐면,
이 사진의 왼쪽이 서피스 북, 오른쪽이 외부 FHD 디스플레이입니다. 4:3보단 동영상 보기에 좋으면서 16:9보단 문서 편집하기에 편한 화면비입니다. 제가 제일 괜찮다고 생각하는 화면비인데, 여전히 비주류라 아쉽네요. 16:10보다 조오오금 위아래로 깁니다.
배터리는 3000*2000 해상도 치고는 괜찮게 가는 것 같습니다. 레인미터 켜 두고 적당한 로드에선 아이패드랑 비슷한 스크린 타임 기대할 수 있어요.
무게는 가볍진 않습니다. 1.5KG이니 그램+아이패드 생각하시면 됩니다만, 위에서 말했듯 전에 쓰던 게 씽크패드라서 불만은 없습니다. 동급으로 치는 맥북 프로나 XPS도 비슷한 무게는 나가니까.
키보드는 서피스 프로 타입커버보다 낫네요. 타입커버보다 키가 더 깊이 들어갑니다.
씽크패드랑 비교해서 튕기는 맛은 약합니다만, 터치 패널 넣으니만 못한 맥북 키보드보단 나은 것 같습니다.
다만 정발이 아니니까 영문. 저는 깔끔하고 좋은데 주변에선 빌려주면 타자 어떻게 치냐 소리 듣습니다.
안 좋은 점이라면 클립보드 파트에 USB 포트가 전혀 없습니다.
만약 클립보드 상태에서 키보드를 쓰고 싶다면 무선 키보드 or 서피스 독(...) 밖에 대안이 없을 겁니다.
서피스 펜으로 그리면서 Ctrl+Z를 쓰고 싶어서 결국 독도 주문을 했습니다만, 이딴 거 장사하지 말고 타입 C나 좀 넣어줘..
둘째가 힌지. 내구성에 대해서는 지금까지도 해외에서 별 이슈가 없는 걸로 보아 기술적으론 문제가 없는 거 같은데, 얘가 두께를 두껍게 만듭니다. 화면에 키보드가 안 닿는다는 장점도 있지만 그래도 아쉽긴 하네요.
셋째가 윈도우.
처음 하루이틀 지 혼자 CPU 처먹는 것도 좋고, 슬립 기능 못미더운 것도 괜찮습니다.
우리 완데이 투데이 윈도우 쓰는 거 아니잖아요? 기글에서 regedit 한 번도 안 쳐 보신 분 없듯이.
문제는 최근 빌드까지 다 올리고 쓰는 중에 외부 모니터를 꽂았다가 뺐다가 하니 블루스크린이 떴습니다.
왜냐고 물으시면 저도 모릅지요. 그때 엣지로 유튜브 보고 있었거든요. 그 다음부턴 안 뜨는데...긁적.
그나마 다행인 건 윈도우 10 프로라서 업데이트 미룰 수 있다는 거. 홈 버전에서 레지스트리 긁어서 꺼버리고 썼던 저로서는 좋네요.
넷째가 악세서리.
국내 = 멸종
중국 = 멸종위기종
미국 = 싸지도 않은 악세사리+배송비
파우치도 3:2 비율 때문에 13인치는 안 되고 14~15인치 사이의 무언가를 찾아보셔야 됩니다.
그리고 왜인지 서피스 프로 4랑 호환되는 악세사리들조차 한국에 재고가 없는 것 같아 보입니다.
서피스 펜이든 펜팁이든 독이든 전부 출시가보다 비싸게 팔리고 있어요. 신제품도 안 내놓으면서 악세사리도 안 들여오면 어쩌라는건지.
다섯째는 SSD.
용량도 128이 충분하다고 생각하지는 않고, 쓰기 속도가 느립니다. 비트락커 끄면 훨씬 나아져서 괜찮은 수준까진 오릅니다. 그래도 저는 이거 1년쯤 쓰다가 해외 리퍼마저 끝나면 앞판 따서 SSD 교체할 생각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이패드 프로 9.7 먼저 다 적고 쓰겠습니다.
그래도 먼저 짧게 줄이자면 저처럼 MS빠, 완벽한 마감이 아니면 안 쓰는 변태가 아니라면 다른 노트북 사는 게 낫습니다.
컨셉이 어중간하거나 그런 문제도 아니고, 노트북으로서 정말 좋습니다. 태블릿으로서 쓸 수도 있습니다. 펜도 되고, 화면도 좋고.
하지만 지갑은 아니잖아요.
서피스 북은 모든 면에서 최소 평균+이지만, 가격은 평균+++라 가성비를 중요하게 여긴다면 굳이 이 돈 주고 이걸..? 하는 생각이 드는 기계입니다.
최고가 최선은 아니라고 하면 적당하겠네요.
원래는 모바일 칩셋이 의외로 성능이 괜찮네요? 라는 주제로 글을 짧게 쓰려고 했는데, 주저리주저리 쓰다 보니 노트북 칩셋 사용기가 되고 그게 또 서피스 북 사용기가 되어버렸습니다. 아 할 거 많은데...
윈도 업데이트가 무섭기는 윈도 10이 처음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