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후에 전화가 왔습니다. 모르는 번호지만 070도 아니고 번호 위치가 구로구로 뜨는지라 구로구 주민으로서 무심코 받았죠. 그러니까 에어컨 판매점이랍니다. 순간 작년에 에어컨 엉터리로 달아놓은 전자랜드가 왜 전화를 하지? 하고 생각해 보니, 전자랜드라면 전자랜드라고 하지 '에어컨 판매점' 같은 애매한 말로 이야기하진 않겠죠. 그래서 예?? 하니까 에어컨 구입 신청하지 않았냐고 하네요. 그래서 아니다 한적 없다. 누구누구씨 아니냐. 모른다. 등의 이야기를 하고 끊었습니다.
전화 내역을 보니 스마트폰에 끼워둔 두개의 유심 중 세컨번호로 온거였어요. 이 듀얼심이 참 편한데 전화가 걸려오면 어느 유심으로 왔는지 보여주는 인터페이스가 없네요. 아. 있는데 후후의 전화 정보 표시 때문에 가려서 안 보이는 것일지도. 그래서 기존에 번호 쓰던 사람이 아직도 번호를 안 바꾸고 인터넷에서 에어컨을 샀나보다 하고 생각했는데, 그 번호에서 전화가 또 옵니다.
목소리만 들어도 방금 통화했던 사람이라는 걸 아니까 그쪽에서도 당황하죠. 다만 일부러 전화를 다시 한건 아니에요. 거기에 기록된건 안심번호라 실제 번호를 알 수 없고, 안심번호 여러개를 등록했지만 전부 여기에 연결시킨것 같더라구요. 그러고 전화를 끊었는데 거기서 또 와요. 이쯤 되니 저도 첫마디가 '여보세요'가 아니라 '아 도대체 전화를 몇번을 하는거요'가 나오네요.
근데 뭐 전화하신 분이 잘못하신게 있나요. 기존에 번호 쓰던 사람 잘못이지. 이 사람은 지마켓에 등록한 번호를 바꾸지 않아서 뭔 자질구레한 물건 지를 내역을 꼬박꼬박 저한테 보고하다가 -_- 제가 지마켓 고객센터에 연락해서 번호 바꾸라 했더니 그 후론 안왔거든요. 또 '선생님~'하면서 걸려온 전화도 두어번 있었고, '자기 학생인줄 알았다'며 장문의 문자를 보낸 교수님도 있었어요. 그러니 자기가 번호를 제때 바꾸지 않아서 이런저런 일들이 있었다는 걸 충분히 인지할텐데 그걸 안바꾸고 있네요.
이쯤 되니 번호를 해지했을 경우 자동으로 등록된 번호를 제거하던가, 아니면 헷갈릴 일 없게 주민등록번호에 연동한 전화번호를 주는게 낫지 않나.. 같은 극단적인 생각이 드네요.
저는 아무 연고도 없는 전주에서 저 보고 왜 술마시러 안나오냐는 문자와 통화를 수없이 받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이 번호 쓴지 올해로 8년째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