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gigglehd.com/zbxe/11835243 여기에 써둔 우동집을 가면서 본 일입니다.

 

줄 뒤에 서서 기다리며 이런 우동집을 혼자서 올 사람은 나말고 없겠지. 이러고 있었는데, 왠 남자 한명이 제 뒤에 붙데요. 옷을 보니 공익입니다. 지금은 사회복무요원이라고 해야 하려나?

 

우동집에서 아줌마가 나와서 자리가 부족하니 두사람이 합석을 해달라고 하는데 영 내키지가 않더라구요. 어차피 밥그릇만 쳐다보고 있을 테니 맞은편이나 옆자리에 누가 있건 별 상관은 없을 것 같지만 이 경우엔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은게.

 

이 아저씨가 1시간이 좀 안 되는 시간동안 제 뒤에서 기다리면서, 캬악-캭-캭-크응-킁-페에에에엥-퉤 이런 소리를 계속해서 입과 목과 코에서 내고 있더라구요. 밥 먹으면서도 저 소리를 지극히 가까운 곳에서 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면 싫잖아요.

 

처음에는 내가 몇번이나 더 참고서 한소리 할 것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하다가, 그 다음에는 저 정도면 매핵기 중에서도 얼마나 중증인 것일까, 아니 저 정도면 매핵기가 아니라 다른 병이 아닐까 하고 생각에 생각을 하다 보니.

 

화를 낼 타이밍을 놓쳐버렸어요. 일부러 캭캭거리는 거라면 노려보기라도 할텐데. 저쯤 되면 정말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증상이 심해서 저러는 거구나. 왜 공익 판정을 받은건지 알겠구나. 어찌보면 장애인의 장애이니 뭐라 할 수 없겠구나 싶어서.

 

식탁에 앉으니 증상이 더 심해지데요. 우동 위에 튀김가루를 뿌리는 걸 예로 들어보면. 보통 사람들은 튀김가루 뚜껑을 연다->퍼서 뿌린다->뚜껑을 닫는다 정도의 3단계로 이루어지는 게 보편적일텐데요.

 

이 아저씨는 뚜껑을 열려고 시도한다->손이 덜덜덜 떨려서 뚜껑이 달그락거린다->가루를 퍼낸다->흘린다->어쨌건 뿌린다->뚜껑을 닫으려 시도한다->뚜껑이 다시 달그락거린다-> 뚜껑이 제대로 안 닫혀서 손이 다시 가서 닫는다.

 

저게 한번 그런거라면 그런갑다 하지만 세번인가 퍼서 넣을 때마다 그래요. 근데 튀김 가루는 양반이에요. 우동을 먹을 땐 더 심하거든요. 한젓가락 먹고 트림하고 한젓가락 먹고 트림하고 이러고 있어요. 앞서 말한 캭칵칵크릉크으응퉤는 기본이고.

 

혹시 모르니 사족을 붙이자면, 그 사람 때문에 저 우동집에 대한 평가가 깎인 건 아니에요. '내가 이렇게까지 참을성을 발휘했는데 별로기만 해봐라. 두번 다시 안와야지' 정도는 있지만.

 

하여간 원래 말하고 싶었던 건. 저 정도로 중증이면 나중에 직업을 구할 때도 상당히 어려움이 있을 정도의 장애지 싶은데, 저게 겨우 공익밖에 안 되는구나 이런 느낌이 들어서 그렇습니다.

 

정말 사지 멀쩡하고 본인도 사는 데 전혀 불편함이 없는데 공익이나 심지어 면제가 나오는 경우도 봤지만, 오분 단위로 켁켁거리고 있는 사람이 공익을 한다면 근무지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대단히 한정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요새 관심병사니 뭐니 하는 말들이 하도 이슈가 되다보니.. 오늘 본 일도 그런갑다 하고 넘어가지지가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