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카메라를 쓰는 사람이 꼭 추가로 구입해야 하는 주변기기가 하나 있습니다. 이게 없으면 사진을 전혀 찍을 수 없지만 디지털 카메라에 끼워서 주는 일은 없지요. 판매상이 '키트'라고 묶어서 파는 경우는 있어도.

 

바로 메모리카드입니다. 예전 필름 카메라 시절에는 필름을 소모품처럼 썼지만 요새는 그 대신 메모리카드를 넣어야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필름과는 달리 소모품도 아니에요. 메모리의 내구성이 있으니 영원히 쓰는 건 아니겠지만.

 

필름이야 감도나 고감도 입자, 색감 등등 따질 것이 많았지만 -전 안써봐서 잘 모르겠는데- 메모리카드는 2가지 숫자만 보면 될 것처럼 보입니다. 용량과 속도요. 규격도 있긴 하지만 그건 카메라 따라서 가는거고. 그런데 정말 그거 2개만 보면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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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그 2가지 숫자만 보고 고른 메모리카드. 삼성전자 SDHC 플러스 클래스 10 (16GB)입니다.

http://blog.danawa.com/prod/?prod_c=1434337&cate_c1=842&cate_c2=39527&cate_c3=39535&cate_c4=39605

 

지금은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제가 펜탁스 K-5를 샹님한테서 선물받았던 올해 2월 초에는, 이 메모리카드가 동일 용량의 제품을 놓고 봤을 때 가격에 비해 속도가 상당히 괜찮은 편이었습니다. 그래서 질렀지요.

 

생기기도 나름 예쁘게 생겼고 삼성 메모리라면 나름 신뢰도 가니까 질렀지만. 4개월이 지난 지금은 다른 의미에서 할 말이 많아졌습니다. '스펙'을 중시하는 제품이지만 '스펙'에 나오지 않는 숨겨진 '스펙'이 있었을 줄은 몰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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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단점이란 걸 알면서도 산 부분입니다. 메모리 뒷부분인데 다른 SD/SDHC 메모리카드는 저 쪽에 가느다란 홈이 나 있습니다. 손톱을 거기에 넣어서 메모리카드를 꺼내는 용도입니다. 그런데 삼성은 없습니다.

 

저기에 홈을 파 놓는게 과연 SD 메모리 표준에 들어가는지는 모르겠지만, 없으면 분명 불편하긴 합니다. 하지만 이 점은 분명 알고 산 거고, 아쉽긴 하지만 그냥저냥 쓸만 하더라구요. 그래서 치명적 단점은 아니라고 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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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명적 단점은 이거입니다. SD 메모리카드는 예전 3.5인치 플로피 디스켓처럼 데이터 쓰기 방지 락 슬라이드가 있습니다. 보시다시피 락 슬라이드를 테이프로 붙여놓았죠. 왜냐구요? 저 슬라이드 스위치가 멋대로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SD 메모리카드는 리더기나 카메라 등에 꽂고 빼면서 써야 하는데, 그런 조작을 할 때마다 저 슬라이드 스위치도 같이 따라서 움직입니다. 카메라 전원을 딱 켰는데 '메모리 카드에 이상이 있습니다' 뭐 이런 말이 나오면 기분이 참 상쾌하겠습니다?

 

그래서 저걸 아예 뽑아버릴까 고민하다가 테이프로 붙여버렸습니다. 순간접착제를 발라도 좋을것 같네요. 검색을 해 보니 이게 저만 그런 게 아니라 이 메모리카드의 고질적인 문제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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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게 나름 치명적인 문제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하지만 그게 다는 아닙니다. 저것만이었다면 귀찮아서 이 글을 쓰지도 않았겠지요. 문제가 하나 더 있습니다. 이것 역시 '메모리카드의 재질'에 관련된 문제입니다.

 

그제인가, 카메라 전원을 켜니 '메모리 카드에 이상이 있습니다'가 또 나오더라구요. 당연히 저는 락 슬라이드 스위치가 또 문제인가 하고 쳐다봤지만 제가 붙여놓은 테이프는 멀쩡했습니다. 포맷을 하고 몇 번을 탈착하고 장착해도 그대로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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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십니까? 메모리카드 끝 부분의 플라스틱 가이드가 부러져 있지요? 저게 부러져 덜렁덜렁 거려 단자를 막고 있더라구요. 그러니까 인식이 제대로 안돼 '메모리카드에 이상이 있습니다'라고 뜰 수밖에. 지금은 그냥 그걸 뜯어버리고 쓰는 중입니다.

 

제가 예나 지금이나 SD 메모리카드를 쓰는 습관은 비슷한데, 이런 문제가 있었던 건 이 삼성전자 메모리카드가 유일합니다. 어디서 본 건지 기억은 안나지만 코끼리가 밟고가도 멀쩡한 강도 운운하던데, 그게 제 착각이길 바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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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껍데기' 말고 '스펙'을 봅시다. 용량 16GB는 딱히 설명할 게 없네요. 전에는 16GB로는 살짝 부족하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16GB면 남아돌지 뭐 이렇게 됐네요. 어차피 용량은 다양한 종류가 있으니 넘어가고.

 

속도는 읽기 19MB/s, 쓰기 18MB/s 정도 나옵니다. 카메라의 속도에 따라서 달라지지만 K-5에서 연사 찍기에 부족함은 없었습니다. 이동 속도도 불편하지 않구요. 클래스 10이 쓰기 속도 10MB/s 이상이 나와야 하는데 그 정도는 충분히 지켜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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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용량과 속도 대비 값이 괜찮은 편입니다. 클래스 10에서 이 정도 속도가 나오는 제품들은 이거보다 비싼 편이더라구요. 지금 다나와에는 최저가 장난질된 제품이 있으니 가격 보실때 조심하시고.

 

하지만 메모리 '칩'은 좋은데 칩 외에 메모리 '카드'를 잘 만드는지는 의문입니다. 락 슬라이드나 끝 부분의 손톱 홈은 분명 메모리카드를 전문적으로 만든 회사였다면 절대로 없었을 단점이라고 보이는데요.

 

이런걸 보면 삼성전자의 메모리카드 제조가 전문적인 노하우가 부족하지 않은건가 싶은데. 이 제품이 삼성전자 브랜드를 달고 나온 첫번째 메모리카드임을 감안하면 '첫번째 제품은 항상 유료 베타테스트'라는 삼성의 명성에 걸맞다 할 수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