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채호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강직함입니다.
그는 고기를 먹다가 그게 일제란 걸 알자 바로 토해내버렸고, 남이 돈을 주면 한사코 거부해서 정 돈을 주고 싶으면 몰래 집안 구석에 푼돈을 쑤셔넣어서 신채호 자신이 잃어버린 것처럼 속여야 했다고 하죠..
그런 성격은 영어 공부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되었는데, 그는 아나키즘 서적을 읽고 해외와 교류하기 위해 영어를 배웠습니다.
하지만 영어 공부법이 좀 유별나서 당시 유학파에 미국인도 영어 잘한다는 김규식, 이광수에게 영어를 배웠는데 그 과정이 좀 재미있습니다.
‘neighbour’를 ‘네이그후바우어’라고 읽기에 옆에서 "gh는 묵음이니 네이버라 읽어야 합니다."라 지적을 했습니다.
그러자 신채호는 오히려 당당하게 “그건 영국인의 법이겠지요. 내가 그것을 꼭 지킬 필요가 무엇이란 말이오.” 대답했습니다.
그리고 영어 읽는 법도 한학 배우듯 읽었는데 예를 들어 I am Korean이란 문장이 있으면 '아이 엠 코리안'이 아니고 아이는 엠이고 코리안이니라.' 이렇게 읽기에 "선생님은 어째서 영어를 한문 읽듯 읽으시나요?"라 하니 하는 말..
"어차피 한자나 영어나 같은 글 아니오?" 하며 그대로 이어나갔다고 합니다.
그래서 신채호는 영어 독해나 작문은 잘 했는데 대화는 실력이 떨어졌고, 신채호 자신도 대화는 관심이 없었다고 합니다. 어차피 미국이나 영국 가서 살 것도 아니니 대화는 필요없다나...
웃겨 보이지만 저런 강직함이 있으니 우직하게 죽기 전까지 독립운동을 한 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생각이 유연하던 이광수는 어느세 자치론 등을 주장하면서 친일파로 빠져버렸으니까요.
아 저런 일화만 보면 바보같아 보이지만 서점에서 책을 한번 읽고 그걸 모조리 기억해서 필사해 낸다거나, 조선상고사 같은 책에서 쓰는 필체 등을 보면 알 수 있듯 그는 오히려 천재에 가깝습니다.
가끔 천재 중에서 자신만의 방식을 고잡해서 남들이 보면 기괴한데 기어이 성과를 내는 사람이 있는데 그런 타입이죠.
만약 그가 지금 태어났으면 아마 실제 역사보다 더한 학문적 업적을 남기고도 남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