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여행을 가면 네트워크를 어떻게 조달하느냐가 문제입니다. 로밍은 비싸고, 스마트폰에 현지 유심을 끼우면 한국에서 오는 전화/문자를 받을 수가 없으며, WiFi 에그를 임대하면 나중에 반납이 귀찮더군요.
그래서 나온 타협책이 남는 폰 하나를 WiFi 에그 비슷하게 굴리는 겁니다. 지금은 LG G6가 그 역할을 맡았네요. 하지만 '스마트폰'으로 만든 물건을 '에그'로 쓰는 게 썩 효율적인 선택은 아니죠. 일단 배터리 사용 시간부터요.
그러던 차에 ZMI의 MF885가 싸게 나왔길래 덜컥 질러 봤습니다. 오직 WiFi 핫스팟을 위해 만들었기에 효율이 좋고, 10000mAh 배터리를 탑재해 오래가며, 이걸 보조배터리처럼 쓸 수 있으니 딱이겠구나 싶어서요.
그런데 잠깐 써 보니 별로 마음에 들진 않네요.
우선 무겁습니다. 10000mAh 보조배터리인데 안 무거울 수가 없지요. 4G WiFi 라우터와 보조배터리를 겸하려면 배터리가 10000mAh 쯤 나와야 하는 것도 맞습니다. 그런데 저는 워낙 나약해서 라면 두봉지를 가방에 넣고 다니기가 힘들 것 같아요.
크기는 납득합니다. 10000mAh 보조배터리니까요.
유심은 스마트폰과 똑같은 방식으로 넣습니다. 그런데 스마트폰이야 작게 만들려고 그랬다 치지만, 왜 WiFi 라우터까지 그렇게 만들어야 하는거죠? 핀을 넣어 둘 공간을 주는 것도 아니고 너무 귀찮네요.
번들 케이블도 문제. 마이크로 USB입니다. 현 시점에 마이크로 USB는 좀 그렇죠. 2018년에 굿 디자인 어워드를 받은 물건이라면 USB-C를 채택했어도 되지 않나.
같은 의미에서 포트 구성도 썩 만족스럽지는 않습니다. 특히 저 마이크로 USB.. 이게 USB 테더링이 되는 물건이라고 해서 덜컥 샀는데, 마이크로 USB는 전원 입력만 받지 네트워크 출력은 안 되나봐요. 그럼 USB-A로 테더링을 하고 마이크로 USB로 충전을 해야하나?
일단 고속 충전은 됩니다. 규격은 QC 2.0. 라우터 본체도 고속 충전이 된다고 하는데 그건 확인을 못해봤어요. LED 인디케이터가 있는 것도 아니고 빨/노/초의 애매한 구분을 쓰거든요.
LED 이야기가 나왔으니 하는 소린데, 하드리셋이나 전원 켰을 때를 제외하면 저 네트워크 신호 LED가 켜지는 걸 못 봤습니다. LED 불량은 아닌데 도대체 어디가 문제인가.
보조배터리는 곁다리고, 저한테 필요한 건 WiFi입니다. 지원 네트워크는 이렇습니다.
LTE (FDD-1800/2100/2600Mhz)
LTE (TDD-1900/2300/2500/2600Mhz)
TDSCDMA:B34/B39
DC-HSPA+/HSPA+/HSPA/UMTS 2100/900/850/1900Mhz
EDGE/GPRS/GSM 850/900/1800/1900Mhz
한국의 3개 통신사를 비롯하여 중국과 일본까지 어지간한 나라는 다 지원합니다만, 여기에 물려볼 유심이 U+밖에 없군요. 어쨌건 작동은 합니다.
문제는 그 다음. WiFi에 연결해서 설정 페이지에 들어가니, WiFi 비밀번호만 잘 바꿔두면 어느 정도의 보안은 확보가 되겠으나, 그건 좀 찝찝하니까 바꾸는 김에 다 바꾸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힘드네요.
우선 192.168.21.1에 접속해 설정 페이지 admin의 비밀번호를 설정하고, 무선 네트워크의 비밀번호를 설정하면 애가 기다리라고 합니다. 그런데 소식이 없습니다.
이렇게 소식이 없어요. 한참을 기다려도 소식이 없어요.
그 상태에서 WiFi를 찾으면 제가 바꾼 SSID와 비밀번호가 나옵니다.
그런데 라우터 설정 페이지는 비밀번호가 틀리다며 접속이 안 됩니다.
여기에 나온대로 심카드 홀더 반대편의 팩토리 리셋을 눌러주면 초기화가 됩니다.
https://www.zmiusa.com/blogs/faq/how-to-factory-reset-the-mf885-pocket-wifi-hotspot
이 짓을 한 8번 쯤 반복한 후에 비밀번호를 다른 걸로 시도해 보기로 했습니다. 매우 쉬운걸로요. 그러니까 저장이 되네요.
제가 나름의 규칙을 갖고 만든 비밀번호가 zmi에선 안 먹히나봐요. 여기서 못마땅 스택이 하나 올라갔습니다.
동작 자체는 그런대로 하는 듯 합니다. 충전 시간이나 WiFi 신호 범위 같은 건 귀찮아서 테스트 안할래요. WiFi 라우터는 들고 다니는 것이지 놓고 나가는 게 아니죠!
새로운 유심을 인식하지 못하면 PDP를 수동으로 잡아주면 된다고 합니다.
뭐가 안 되면 매뉴얼 스캔도 있습니다. 나중에 제가 써먹을려고 여기다 써두는 게 맞습니다.
퀵 셋업에서 놓쳤다면 여기서 설정.
연결된 디바이스 확인
트래픽 내역 확인. 얼마나 썼는지 확인이 되니 마음에 드네요
활성 네트워크
USB 네트워크 카드가 있는 걸로 보아 USB 테더링이 분명 될것 같은데 USB A to USB A 케이블이 집에 없네요.
설정 자체는 나쁘지 않은데 이걸 노트북에선 해도 스마트폰에서 하려니 눈이 빠집니다.
제품의 QR 코드를 인식하면 전용 앱을 설치할 수 있다고 뜹니다.
근데 ZMI랑 MI는 다르잖아요. 왜 MI가 뜨는거죠. 이때부터 불안했어요.
응 없어. 제가 쓰는 건 ZMI 모바일 라우터지 MI 공유기가 아닌데, 당연히 MI 앱에서 될 리가 없지요.
그래서 힘들게 ZMI 앱을 찾았더니만 한국에선 설치가 안 되네요.
여기서 못마땅 2스택.
예전에는 한국에서 깔아서 썼다는 분도 있는 듯 합니다만, 현재로선 안 됩니다. 그러니까 wifi 설정 페이지 비밀번호를 묘하게 가리는데다(안그래도 중국산 제품의 보안 문제가 끊이지 않는 이 마당에), 전용 앱은 쓰지도 못하는 물건이라는 소리죠.
아주 많이 싸게 산다면 모를까 글쎄요. 전 알리익스프레스에서 쿠폰 먹여서 46달러에 샀지만, 썩 싸게 샀다는 느낌은 받지 못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