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산 카잘스 음반이 죄다 더빙반입니다, 제곧내.


콜롬비아는 적성어 배척 정책에 의하여 1942년 8월 상호를 닛치쿠로 바꿉니다.

그리고 태평양전쟁 시기라서 군국가요나 일부 클래식을 제외하고는 신보 내기가 거시기한 터라 구보를 찍어 낸 적이 있습니다.

구보란 것은 1925년 이전에 행해졌던 기계식 녹음 음보의 원반을 말하는데, 이것 갖다 찍은 것입니다.

그 구보 초판을 구하기 힘들 경우나 재질이 구려서 닛치쿠나 원반이나 삐까삐까할경우에 닛치쿠를 사는데, 이번에 한번 사봤습니다.

원반 매트릭스를 보거나 연주자의 생몰년이 적혀 있을 경우 대부분 이런 재판으로 간주되거든요.


그런데 와서 듣고 보니 음이 맹맹합니다. 

저는 기계식 녹음 원반 프레싱의 첼로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어서 지인께 음원을 드렸는데 더빙이라 하시네요.

더빙은, 원반을 재생시킨 후 그 소리를 가지고 새로 녹음하는 작업을 말하는데, 거의 필연적으로 소리가 먹먹해집니다. 

콜롬비아가 30년대 중반 Lucky Record로 발매한 브런즈윅 더빙은 그럭저럭 좋은데, 이건 끝으로 갈수록 커팅도 잘못하고 소리가 맹하네요. 


그런데 심지어 4면 모두 다 더빙... 

지인 말씀으론 45년에 근접하게 발매된(12 스탬프가 찍힌) S prefix의 번호체계일 경우 다 더빙같다고... 

그러고 보니 구음보 재판이면 음구나 안전음구 모양이 제각각이거나 없을 텐데 하나같이 똑같은 패턴으로 찍혔네요.


원반 프레싱이면 올리려고 했는데, 더빙 프레싱에 커팅도 잘못되다보니 기글에 올리긴 음질이 많이 그렇습니다. 

음반이 새건데 원체부터 구려서...


다음부터 안전음구 확인, 44년 이후의 음반을 걸러내기 위해 42-44년에 찍힌 8 스탬프를 꼭 봐야겠어요.

2000엔인가 했던가요? 그렇게 큰돈은 아니지만 좀 아깝네요.



1944년이면 일본이 완전 선사시대로 되돌아갔을 때인데, 그때 레코드를 찍은 것도 신기하고, 120%의 세금을 주고 음반을 산 사람도 신기하고...

생각해보니 이양반들 귀축영미의 원반을 그대로 찍기 싫어서 더빙해서 찍었나보네요. 이인간들이...

턴테이블 바꾸고, 믹서(AG-03)사고, 앰프 자작하고, 스피커 사면 복각 작업을 구색 갖춰서 할 수 있지 싶어요. 

무엇보다 이쪽 공부가 선행되야 하겠지만요.

클래식 좋아하시는 분들은 나중에 신청곡이라도 적어 주시면 상황 봐서 노력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