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건물에 볼일이 있어서 그 앞 인도를 걸어가는데. 전철 환기구로 가뜩이나 좁은 인도 위를 큼지막한 suv가 꽏 채워서 오네요.

근데 이 차가 무리를 해서 오다보니. 건물의 대리석 계단 난간을 부숴가면서 돌진하는 겁니다. 문제는 그러고도 멈출 생각을 안해요.

손을 휘휘 저어도 응답 없음. 옆에 붙어서 차 창문을 타타타타타탁 치니 창문이 열려요.

아줌마! 지금 건물 다 부시면서 오고 있어요! 하고 다급하게 말하니 이분 반응이 참 짧고 간단하고 해맑네요. 네?

만약 제가 이 분한테 헤겔의 변증법에 의거한 동아시아 삼국의 역학 관계와 롯데그룹 경영진의 마찰을 통해 볼 수 있는 재벌 그룹과 주식 회사와 지분 관계의 미묘함에 어떤 공통점이 있는지를 시경 예기를 인용하여 이백자 원고지 열장 분량에 만연체로 서술해서 샵메일로 제출하시오. 라고 말했어도 이분 반응은 똑같이 네? 가 다였을것 같아요.

뒤에서 기겁해서 뛰어오는 경비 아저씨가 계시길래 뭐 더 이상 제가 할 일은 없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