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드 플래시 메모리 공동 개발 등에서 협력하는 인텔과 마이크론은 2015 년 7월 28일에 미국에서 기자 회견을 개최하고 "혁신적인 비휘발성 메모리 기술을 공동 개발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두 회사는 이 메모리 기술을 3D XPoint Technology라 명명했네요.

 

이 발표 내용을 보면 3D XPoint Technology가 어떤 장점을 지닌 기술인지를 강조하는 문구가 곳곳에 있습니다. 예를 들면-

 

낸드 플래시 메모리보다 1,000 배나 빠르다
DRAM에 비해 10배나 기억 밀도가 높다
낸드 플래시 메모리에 비해 쓰기 수명이 1,000 배나 길다

 

이것만 보면 엄청나게 획기적인 기술이라고 착각할 것 같지만, 기자 회견 영상과 발표 자료를 조사하면 다른 것도 보입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습니다.

 

DRAM에 비해 동작 속도가 느려 읽기 속도는 낸드 플래시 메모리와 별로 다르지 않다

낸드 플래시 메모리에 비해 저장 밀도가 낮다

DRAM에 비해 쓰기 수명이 훨씬 짧다

 

컴퓨터 시스템의 메모리 계층을 빠르며 용량이 작은 상위 계층에서 느리고 용량이 큰 하위 계층으로 열거해 보면, CPU(레지스터), 캐시, 메인 메모리(DRAM), 외부 저장(낸드 플래시 메모리), 외부 저장(HDD)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3D XPoint Technology 비휘발성 메모리는 메인 메모리(DRAM)와 외부 저장(낸드 플래시 메모리)의 사이에 위치한 메모리입니다. 즉 3D XPoint 메모리는 DRAM 또는 낸드 플래시 메모리와 경쟁하는 메모리가 아니라 공존하는 메모리가 됩니다.

 

메인 메모리(DRAM)와 외부 저장(낸드 플래시 메모리) 사이에 위치한 메모리는 이전부터 '스토리지 클래스 메모리(SCM) 또는 '차세대 대용량 비휘발성 메모리' 등으로 불리며 연구 개발이 진행됐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상변화 메모리(PCM), 자기 메모리(MRAM), 저항 변화 메모리(ReRAM) 등의 메모리 기술이며, 3D XPoint 메모리는 이들과 경쟁하는 메모리 기술이라 할 수 있습니다.

 

 

기자 회견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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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컴퓨터 시스템의 메모리 계층과 메모리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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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XPoint 메모리는 DRAM과 낸드 플래시 메모리 사이에 위치하는 스토리지 클래스 메모리(SCM)에 해당됩니다.

 

 

크로스 포인트형 메모리 적층 구조를 채용

 

인텔과 마이크론은 기자 회견에서 3D XPoint Technology의 뛰어난 점을 내세웠지만, 기술적인 내용은 그리 자세하게 밝히지 않았습니다. 간략히 언급한 부분을 보면 메모리 셀 어레이로 크로스 포인트형 메모리라 알려진 구조를 쓴다고 하네요.

 

크로스 포인트형 메모리는 워드 라인과 비트 라인이 교차하는 미세한 영역에 메모리 셀 전체가 들어가는 메모리로, 낸드 플래시 메모리를 제외하면 가장 높은 밀도의 메모리 셀 어레이를 실현할 수있는 구조입니다.

 

메모리 셀의 크기를 측정하는 지표로는 설계 공정(F : Feature size)의 제곱, 즉 F2가 있습니다. 메모리 셀의 크기가 F2의 몇배가 되는지를 보면 고밀도화 수준을 측정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DRAM 셀은 6 × F2입니다. 크로스 포인트형 메모리는 배선의 교차 영역과 인접 셀 사이의 절연 영역이 메모리 셀 면적이니 (2 × F)×(2 × F), 즉 4 × F2가 됩니다.

 

크로스 포인트형 메모리는 또 메모리 셀 어레이를 적층할  수 있는 중요한 특징을 갖추고 있습니다. 워드 라인에 해당하는 배선층과, 비트 라인에 해당되는 배선층 사이에 메모리 셀을 넣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최하층을 워드 라인 층, 그 위에 메모리 셀 비트 라인 층, 메모리 셀 최상층을 워드 라인 층으로 하면 2층의 적층 구조가 됩니다. 3D XPoint Technology도 이러한 2층 구조를 채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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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XPoint Technology의 메모리 셀 어레이 구조. 크로스 포인트형 메모리 적층 구조를 채용했습니다.

 

 

도시바-샌디스크 연합이 같은 기술로 32Gbit 메모리를 시작

 

사실 크로스 포인트형 메모리와 2층 적층 구조를 채용한 대용량 비휘발성 메모리 개발이 발표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2013년 2월에 도시바-샌디스크 연합이 32Gbit의 대용량 비휘발성 메모리의 샘플을 국제 학회 ISSCC에서 발표한 바 있습니다.

 

도시바-샌디스크 연합이 만든 32Gbit 비휘발성 메모리는 기억 소자 저항 변화 메모리(ReRAM) 기술, 셀 선택 소자 다이오드를 채용했으며, 제조 공정은 24nm, 실리콘 다이 면적은 130.7제곱mm로 매우 작습니다.

 

또 SK 하이닉스와 HP의 공동 연구 그룹이  2Mbit의 소용량으로 저항 변화 메모리(ReRAM) 기술을 채용한 크로스 포인트형 비휘발성 메모리를 내놔, 2012년 6월에 국제 학회 VLSI 심포지엄에서 발표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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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바-샌디스크 연합의 32Gbit 크로스 포인트형 대용량 비휘발성 메모리의 실리콘 다이 사진(왼쪽)과 그 개요(오른쪽 위), 메모리 셀 어레이의 단면도(오른쪽 아래)

 

 

128Gbit의 대용량 실리콘 다이를 인텔-마이크론 연합이 공개

 

이번 인텔-마이크론 연합에서 주목할만한 건 128Gbit라는 대용량 메모리를 제조했다는 것입니다. 128Gbit의 실리콘 다이는 실제 제품과 시제품 발표(국제 학회에서 발표)를 모두, 낸드 플래시 메모리의 최대 저장 용량과 동일한데, 이것은 굉장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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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Gbit의 3D XPoint 메모리를 제작한 직경 300mm의 웨이퍼를 공개하는 인텔 비휘발성 메모리 솔루션 그룹 수석 부사장인 Rob Crooke, 마이크론 최고 경영자인 Mark Durc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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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Gbit의 대용량을 지닌 3D XPoint 메모리의 실리콘 다이 사진


신경이 쓰이는 실리콘 다이 면적의 경우, 직경 300mm 웨이퍼를 선보인 기자 회견 영상에서 스크라이브 라인의 수를 일일이 세 봤습니다. 영상에선 실리콘 다이의 가로 방향 크기만 추측할 수 있으니, 웨이퍼의 확대 사진에서 실리콘 다이의 가로-세로 비율을 보고 세로 방향의 크기를 추측했습니다.

 

그 결과 실리콘 다이의 크기는 약 17 × 12.75mm (가로 × 세로)가 되었습니다. 즉 실리콘 다이의 면적은 216.75제곱mm로 추정됩니다. 이것은 반도체 메모리 치고는 꽤 큽니다. 이렇게 추측해 낸 실리콘 다이 면적이 맞다면 제조 비용이 꽤 비쌀 것입니다.

 

그러나 현재 설계 공정이 발표되지 않았으니 실리콘 다이 면적을 어디까지 좁힐 수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기자 회견에서 scalable(공정 미세화가 가능)이라 했으니 기대해도 되지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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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XPoint 메모리를 넣은 직경 300mm 웨이퍼의 클로즈업 사진

 


기억 소자와 셀 선택 소자 기술의 추측


인텔-마이크론 연합은 이번 발표에서 메모리 셀의 기억 소자와 셀 선택 소자의 세부 사항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몇가지 단서가 있습니다.

 

먼저 기억 소자에 대해 두 회사는 전하를 충전하는 기술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따라서 플래시 메모리 기술은 아닙니다. 그렇게 되면 차세대 비휘발성 메모리 기술을 생각할 수 있는데, 그 중에서도 크로스 포인트형에 적합하지 않은 상변화 메모리 기술과 자기 메모리 기술은 제외해도 괜찮을 것입니다.

 

남은 기술은 저항 변화 메모리 기술입니다. 설명 문서에선 새로 개발한 재료를 compounds(여러 화합물)이라고 불렀습니다. 따라서 여러 산화물 층으로 구성된 저항 변화 메모리일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또한 3D XPoint 메모리는 1개의 메모리 셀에 1bit의 데이터를 기억하는 형식으로 MLC 메모리 기술은 채택하지 않았습니다.

 

셀 선택 소자의 경우 트랜지스터는 사용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이라면 다이오드입니다. 어떤 로직에 근거하는 스위치일 가능성은 있지만,  기억 소자의 동작 파라미터와 스위치의 동작 파라미터가 간섭할 수도 있으니 그쪽은 가능성이 높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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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XPoint Technology의 메모리 셀 어레이 구조와 특징

 


아직 풀리지 않는 몇 가지 의문


이렇게 가정할 수 있지만 그래도 몇가지 의문이 남습니다.

 

우선 저항 변화 메모리 기술을 3D XPoint Technology에 썼다고 했을 경우 읽기와 쓰기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것입니다. 수십 나노초의 읽기와 쓰기 속도를 달성하는 건 저항 변화 메모리 기술에서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사실 도시바-샌디스크 연합이 만든 저항 변화 메모리 칩의 성능은 읽기와 쓰기 모두 마이크로 초 수준입니다.

 

또 하나 중요한 의문은 저항 변화 메모리 개발에서 소니와 마이크론이 공동 개발을 진행했다는 것입니다. 두 회사는 16Gbit의 저항 변화 메모리의 기술 내용을 2014년 2월에 국제 학회 ISSCC에서, 같은 해 12월에 국제 학회 IEDM에서 공동 발표했습니다. 3D XPoint Technology에 비슷한 저항 변화 메모리 기술이 채용됐다고 가정하면, 소니과 마이크론의 공동 개발 체제에 어떤 변화가 있었던게 아니냐는 의문이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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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와 마이크론이 공동 개발한 16Gbit 저항 변화 메모리(ReRAM)의 개요(왼쪽)과 실리콘 다이 사진(오른쪽)


이 밖에 3D XPoint Technology가 낸드 프래시 메모리의 1,000배에 달하는 쓰기 수명을 실현했다는 점도 신경이 쓰입니다. 만약 낸드 플래시 메모리의 쓰기 수명이 1만번이라고 치면 3D XPoint Technology의 쓰기 수명은 1,000 만번이 됩니다. 이 수명은 저항 변화 메모리 기술로는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상당히 어렵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의문은 나중에 모두 해소될 것입니다. 기존의 저항 변화 메모리 기술이 아니라 혁신적인 저항 변화 메모리의 가능성도 있습니다. 의문이 풀리는 순간을 기다려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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