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에 이어 이번엔 큐슈입니다. 큐슈는 주로 여름 관광지로 많은 사람들에게 유명하긴 합니다만 사계절 모두 인기있는 곳입니다. 도쿄처럼 복작거린다거나, 특별히 덕질에 최적화된 곳도 아니고, 오사카처럼 초보 여행자들에게 강력 추천되는 곳도 아닙니다. 하지만 서울과 부산 모두에서 가깝고(김해-후쿠오카는 비행기로 1시간도 채 안 걸립니다)오사카처럼 교통권 선택에 있어서 크게 복잡하지 않기 때문에 초보 여행자들에게 차순위로 추천되는 곳이기도 합니다.


교통권 선택-열차냐, 아니면 버스냐

후쿠오카 일대, 그리고 큐슈 지역을 크게 돌기 원할 경우 교통패스의 선택지는 크게 두 가지로 갈리게 됩니다. 서일본철도와 큐슈 지역 버스회사가 연합발행하는 버스 패스인 산큐패스(SunQ Pass), 그리고 JR큐슈가 발행하는 JR 큐슈레일패스(JR Kyushu Rail Pass)가 있는데 둘 다 이용 상의 차이점이 존재하기 때문에 잘 확인해 둬야 합니다.


우선 산큐패스는 큐슈 지역의 산큐패스 대응 시내버스 및 고속버스를 개시일부터 연속기간동안 탈 수 있는 패스이며, 구마모토 이북까지만 쓸 수 있는 북부판(3일권)과 전역판(3일권, 4일권)이 있습니다. 산큐패스를 이용 가능한 버스는 입구에 부착된 산큐패스 마크로 확인할 수 있는데 전역판만 사용 가능한 버스는 파란색, 북부판까지 사용 가능한 버스는 빨간색 마크로 식별하면 됩니다. 해당 구간을 운행하는 구간고속이나 고속버스를 이용하고 싶으면 발지 버스센터나 터미널에서 패스를 제시하고 무료로 지정석 표를 받아 타면 됩니다.

산큐패스의 장점은 출국 전에 빈 패스를 사서 후쿠오카공항에 내리는 대로 버스센터에서 개시일을 날인받고 하카타역이나 나가사키, 유후인, 오이타같은 곳으로 바로 떠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레일패스를 이용할 떄는 일단 하카타역까지 이동해야 한다는 불편이 있기 때문에 자주 타고 내리면서 이동하기 어려워하는 경우에 선호되는 선택지입니다. 또한 산큐패스 하나만 있으면 후쿠오카 시내버스도 이용할 수 있어서 시내 일정까지 알차게 뽑아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버스라는 육상교통수단은 철도보다 천후에 민감하기 때문에 천후가 거친 시기에의 이용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고 교통정체의 위험이 따르며 구간고속버스 같은 것을 이용해야 할 때는 철도보다 사전정보를 얻기가 상대적으로 복잡할 수 있다는 반대급부가 따릅니다.

산큐패스는 후쿠오카 시내 일정과 함께 대도시 지역을 충분한 시간여유를 갖고 왔다갔다해야 할 경우, 공항에서 시내로 이동하는 과정이 귀찮다고 느껴질 경우 권장됩니다.


JR 큐슈레일패스JR 큐슈가 운행하는 큐슈 관내 철도노선을 개시일부터 연속기간동안 무제한 이용 가능한 패스이며, 역시 구마모토 이북까지만 쓸 수 있는 북부판과 전역판이 있으며 각 권종 모두 3일권과 5일권이 있고 24개월 이상~12세 이하를 위한 소인요금(성인의 반액)도 설정되어 있습니다. 모든 열차의 보통차 지정석은 사전에 지정권을 무료로 교부받으면 탈 수 있습니다(SL 히토요시 같은 일부 열차는 지정권 값 별도). 단 전국연합인 JR패스와는 다르게 그린차(특실)패스가 없기 때문에 그린차 이용을 위해서는 특급+특실요금을 따로 부담해야 하며 하카타-고쿠라 구간 산요신칸센은 운영주체(JR서일본)가 다르기 때문에 이용할 수 없습니다.

큐슈레일패스의 장점은 천후에 덜 민감하고 시간계산을 정확히 할 수 있는 철도라는 교통수단을 무한정 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하카타-구마모토(전역판은 종점인 가고시마중앙)까지 현지인들도 비싸서 못 탄다는 신칸센을 타 볼 수 있다는 것은 아마 가장 큰 메리트가 아닐까 싶습니다. 구마모토까지 신칸센 지정석 왕복이 7000엔이니까 1왕복만 타도 충분히 패스 값을 뽑는 겁니다. 그러나 도쿄나 오사카와는 다르게 후쿠오카 시내에는 JR 노선으로 갈 수 있는 곳이 많지 않기 때문에 후쿠오카 시내 여행에는 별도 비용이 들어간다는 것입니다.

큐슈레일패스는 후쿠오카 시내 일정에 상대적으로 비중이 덜하고 대도시 위주로 신속히, 예측 가능한 일정으로 이동해야 할 경우, 그리고 딴 것 없이 '철덕' 들에게는 더할 수 없이 좋을 패스라 할 수 있습니다.


그 외에도 1일간 후쿠오카시영전철, 후쿠오카 시내 니시테츠 버스, 쇼와버스, 후쿠오카 시내 JR 구간을 이용 가능한 투어리스트 씨티패스(니시테츠 다자이후역까지 이용 가능한 다자이후판 별도), 공항 국제선청사-하카타역 간 급행버스 및 도심구간 내 후쿠오카 시내버스 이용이 무제한인 그린패스(다자이후판 별도), 하카타항-하카타역 구간 급행버스 및 후쿠오카 시내 버스를 무제한 이용 가능한 도심 프리티켓(1인권, 커플권, 트리오권) 같은 것이 있으며 나가사키, 구마모토 등지에 운행 중인 전차 1일 승차권도 있습니


어떻습니까. 도쿄나 오사카에 비하면 그나마 큐슈는 교통권 정하는 게 대부분 이 정도로 잘 떨어집니다.


그럼 지금까지 큐슈 북부로만 세 번 여행 다녀온 경험을 바탕으로 몇 가지 짧은 팁들만 좀 드리겠습니다.


후쿠오카 시내

하카타역 주변만 돌아다녀도 사실 쇼핑 스팟이나 게임장 같은 놀 곳은 꽤 있습니다. 먹거리는 하카타 버스터미널 지하 니시테츠스토어 레가넷큐트가 사가서 숙소에서 먹을만한 것들이 많고 버스터미널 구내에는 다이소도 있습니다. 규모가 꽤 커요. 

더 폭넓은 쇼핑 스팟을 찾으신다면 후쿠오카 최대의 번화가인 나카스나 텐진 일대로 가시면 됩니다. 이와타야, 파르코 등의 대형 백화점들이 있고 대형 게임장인 라운드원과 타이토스테이션도 여기에 있습니다. 시영지하철 나카스카와바타역 앞에는 돈키호테도 있고 규모 큰 드럭스토어인 코코카라파인도 있습니다. 시내에서 충분히 시간이 있다면 가 볼만한 곳입니다.

조금 연식이 오래 된 신칸센 열차를 타 보고 싶으면 하카타역에서 차량기지인 하카타종합차량사업소가 있는 하카타미나미역까지 다니는 하카타미나미선 열차를 타 보시면 좋겠습니다. 700계 레일스타, 500계 같은 다소 연식이 된, 그리고 큐슈레일패스로는 타 볼 수 없는 열차들을 편도 300엔 안쪽으로 타 보실 수 있습니다.


고쿠라/기타큐슈

모지코나 시모노세키 가는 길에 반드시 거쳐가게 돼 있는 고쿠라. 역사가 하카타역만큼 꽤 큽니다. 보통 고쿠라 일대를 둘러본다 하면 고쿠라성 같은 곳을 주로 돌아봅니다만 시모노세키 가는 길에 간단히 요기 할 스팟으로는 오히려 시모노세키역 쪽보다는 고쿠라역 쪽이 더 나은 것 같습니다. 그 외에 코렛트 같은 대형 쇼핑몰도 있습니다.


시모노세키

누구나 시모노세키 하면 카라토 시장을 먼저 떠올립니다만 사실 시모노세키역에서 카라토 시장까지는 거리가 상당합니다. 대신 시모노세키역 주변에는 씨몰 같은 쇼핑 스팟이 더 많이 눈에 띄었습니다. 특히 여기에는 큐슈 쪽에서는 흔치 않은 마츠모토키요시가 있기 때문에 라인 공식계정 등록하시고 쿠폰 받으신 분들이라면 여기를 공략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JR 시모노세키역 안에는 야마구치현 특산물들이 다양하게 포진한 기념품 가게가 있는데 여름밀감 젤리와 복어포, 쿠키 모음은 거의 필수에 가깝습니다. 단 것 좋아하는 분들이 있다면 꼭 사가세요. 물론 후쿠오카에도 명과 히요코 같은 게 있기는 하겠습니다만 거기만큼 배리에이션이 다양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교통카드 수집하시는 분들, 큐슈 오시는 길에 유일하게 JR서일본의 이코카를 살 수 있는 곳은 시모노세키 뿐입니다. 한정 사양이 아직까지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정규로 팔리고 있는 이코카를 오사카가 아닌 곳에서 살 수 있는 건 시모노세키역이 유일하니까 놓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구마모토

딴 거 없습니다. 레일패스 갖고 계시면 그냥 터치앤고 하셔도 좋으니까 신칸센은 꼭 타보세요. 북부판으로는 약 30분, 전역판으로는 2시간 가까운 거리 동안 미끄러지는 듯한 승차감을 느끼실 수 있습니다. 신칸센 한 번 타보는 것만으로 패스비를 뽑을 수 있을 정도입니다.

구마모토 하면 일단 유명한 곳으로 구마모토성, 스이젠지공원 같은 곳이 있습니다만 일단 구마모토 가실 생각을 하셨다면 구마모토성에는 꼭 가본다고 생각하셔야 합니다. 일단은 많이 걷게 될 겁니다. 그리고 봄에는 꽃들이 만발하고, 여름에는 울창한 숲, 가을에는 단풍이 또 아름답다고 하니 사철 언제든 가볼만한 곳임에는 틀림없을 겁니다. 입장료는 500엔. 구마모토성의 역사외 복원 과정 등을 설명한 가이드북은 별매입니다. 석축지 코스로 오래 걸으시는 게 싫으시면 스도구치문 쪽으로 들어갈 수 있게 만들어진 최근에 복원된 혼마루고텐 쪽 지하통로를 이용하시면 천수각 후방까지 최단 코스입니다. 천수각에서는 매일 11시, 오후 1시에 '구마모토성 손님맞이 무장단' 들의 연무 공연도 볼 수 있으니 놓치시면 안 되겠습니다. 천수각 곳곳에는 함께 투샷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무사들도 수시로 순회하고 있으니 좋은 추억거리가 될 것입니다.

아, 그리고 구마모토 구역사-구마모토시청/구마모토성 입구 및 스이젠지공원까지 다니는 구마모토 시영전차는 나가사키 시영전차와는 달라서 IC 교통카드를 다 받습니다. 도쿄에서 사 온 스이카나 파스모, 오사카에서 사 온 이코카, 그리고 후쿠오카에서 사 온 니모카나 스고카 다 받습니다. 단 전차 차내에서는 구마모토시영전차 한정 사양인 '덴덴니모카' 를 판매중이니 수집 상 원하시는 분은 차내에서 2000엔(1500엔 충전)에 사실 수 있습니다. 구입하실 땐 꼭 천엔짜리를 준비하세요. 요금수수기에 천엔짜리 두 장을 넣으면 운전사가 갖고 있는 빈 카드에 충전해서 내주는 식으로 판매하기 때문입니다.


모지코

큐슈 여행에 있어서 바다가 끼어있는 야경을 생각하신다면 저는 주저없이 모지코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항구이기 때문에 바다를 타고 내려오는 저녁노을이 진짜 끝내줍니다. 아마 이건 외항부로 가셔도 제대로 못 보실 것이니 꼭 300엔 하는 전망실에서 감상하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레트로 지구 적당히 둘러보고 어스름 질 때쯤에 전망대에 올라 보려면 4~5시쯤에 모지코역에 닿으면 좋은데 단 이 시각에는 일부 상점들, 그리고 관람시설들은 전부 문을 닫은 상태라는 걸 명심하시길. 큐슈철도기념관이라도 구경하시려면 최소 2시에는 오시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모지코에 오셨으면 야키카레는 꼭 드셔보셔야 합니다. 이건 딴 데선 볼 수 없는 맛이예요. 그리고 맥주에 정신 못 차리는 분들이라면 모지코 맥주공방에 가보시면 좋습니다. 이 지역에서만 맛볼 수 있는 맥주입니다.

그리고 쇼핑거리로는 해협 플라자에 오르골 전문점이 있습니다. 여러 가지 오르골을 보면서 살 수 있고, 오후 시간대에는 다양한 장식요소로 직접 꾸밀 수 있는 체험코너도 운영하고 있으니까 이용해 보세요.


나가사키

나가사키는 솔직히 말씀드리면 터치앤고만 딱 두 번 해 봤기에 크게는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만 일단 하카타-나가사키 코스를 잡으셨으면 최대한 일찍 움직이셔야 합니다. 동서를 가로지르는 철도노선이라 3시간 가까이 걸리니까요. 그리고 가능하다면 나가사키에서 1박을 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둘러볼 건 많은데 이동시간은 꽤 길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여담입니다만, 나가사키역 구내에 있는 세이유 마트는 꼭 들러보셔야 합니다. 자잘한 식품류나 깡통음료, 맥주, 일용잡화물 쇼핑에는 그만입니다. 요즘 CM으로 '가격잠금' 을 한참 하고 있는 만큼 꽤 공격적인 할인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자잘한 것들도 꽤 싸요. ' 일인일닭 일일일닭' 을 채워 줄 '할배닭집' 도 민자역사 구내에 있습니다.


끝으로 덧붙이는 말씀. 후쿠오카공항 국제선청사는 첵인 받는 방식이 조금 특이합니다. 부치는 짐 검사시설이 첵인카운터 입구에 위치해 있다는 겁니다. 여기서 해당 항공편 출발시각 2시간 전부터 부치는 짐 검사를 하고 검사를 통과하면 봉인을 붙여서 첵인카운터로 들여보냅니다. 그러니 부치는 짐 정리는 꼭 출발 전에 완전히 끝내셔야 합니다. 첵인카운터에서 부치는 짐 검사를 통과하면 부치는 짐은 다시 열 수 없으니까요. 그리고 다른 공항과는 다르게 국제선청사가 국내선청사와 거리가 있는 곳에 위치했기 때문에 공항 도착시간은 최소 15~20분 이상 더 여유를 두셔야 한다는 걸 다시 한 번 명심하셔야 합니다.


여름에 혹시 있을 기글러 여러분들의 큐슈행에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