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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 2015가 열린 라스 베가스 컨벤션 센터

 

2015년 1월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 쇼, CES 2015(2015 International CES)에서 다양한 제품과 기술이 발표됐지만, 그 중에는 게임과 상관이 없어 보이면서도 간접적으로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기술이 있었습니다.

 

바로 파나소닉의 4K 블루레이인 울트라 HD 블루레이(ULTRA HD BLU-RAY)입니다.


게이머 입장에서 보자면 기존의 블루레이 비디오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하거나, 4K 블루레이가 게임과 뭔 상관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4K 블루레이의 규격이 정해지면서 앞으로 출시될 TV나 디스플레이에 이 스펙이 추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럼 ULTRA HD BLU-RAY란 무엇인지 보도록 합시다.

 

 

4K 블루레이 규격화의 배경

 

4K TV나 4K 디스플레이는 최근 많은 발전을 이루었습니다. 4K 모니터의 가격은 많이 저렴해졌거든요. 허나 그 중에도 4K 컨텐츠가 거의 없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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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에 나온 4K TV 중 4K 튜너를 내장한 건 최소한 일본에선 도시바의 레그자 Z10X 시리즈 뿐입니다.

 

일본의 경우 2014년 6월부터 CS 디지털 방송에서 채널 4K라 불리는 4K 방송국이 등장했지만(시험 방송이라 아직 시청료는 무료) 아직 진입 장벽은 높습니다. 현재 판매중인 4K TV의 대부분이 4K 튜너를 내장하지 않아 4K 방송을 보려면 4K TV와 별도로 4K 지원 튜너를 구입하고 124/128번 CS 안테나를 세워 서비스에 가입해야 합니다. 4K 튜너가 없는데 4K TV라고 부르는 게 말이 되냐고 생각하실 수 있겠으나 현실은 그렇습니다.

인터넷 전송이 4K 컨텐츼 공급의 주인공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4K 영상을 전송하려면 최소한 20Mbps, 안정적으로 하려면 40Mbps 이상의 전송율이 필요하기에 이를 실현하기가 꽤 어렵습니다. 북미나 유럽에선 높은 비트레이트로 안정적인 통신 속도를 확보하기란 힘든 일이지요.

 

그래서 4K 지원 광 매체가 가장 현실적이라는 이야기가 나와 4K 블루레이의 규격화가 몇년 전부터 시작됐습니다. 그 결과 잠정적인 스펙이 파나소닉 등의 회사에 의해 책정돼 CES 2015에서 공개됐습니다.

 

 

4K 블루레이=울트라 HD 블루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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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 2015의 파나소닉 부스에서 공개된 UHD 블루레이 플레이어의 시제품. 실제로 디스크에 기록된 H.265 압축 4K 영상을 읽어나 표시하는 데모가 진행됐습니다.

 

앞에서 말한대로 4K 블루레이는 어디까지나 별명이며 정식 명칭은 ULTRA HD BLU-RAY입니다. 4K를 울트라 HD라 부르는 경우가 많아 이런 이름이 붙은 듯 합니다.

 

앞으로는 규격을 8K(7680x4320)로 확장하는 것도 검토중이라는데 현재 UHD 블루레이는 4K 영상 컨텐츠를 기록하기 위한 블루레이 디스크 규격입니다. 8K는 아직 필요하다는 의견과 필요 없다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으니 아직은 관망세인듯. 일본에선 NHK가 8K를 밀고 있지만요.

 

UHD 블루레이는 블루레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으나 블루레이 기술을 이용한 새로운 광 매체 규격입니다. 이 말인즉 UHD 블루레이 디스크는 기존의 블루레이 재생 장치와 기본적으로 호환성이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기존의 블루레이 비디오 디스크는 싱글 레이어 25GB, 더블 레이어 50GB의 블루레이 ROM입니다. 이에 비해 UHD 블루레이는 기존 블루레이 ROM의 더블 레이어 50GB 미디어를 사용하지만, 이와 별개로 4K 장편 영화를 저장하기 위해 더블 레이어 66GB와 트리플 레이어 100GB도 규격화됐습니다.

 
더블 레이어 66GB와 트리플 레이어 100GB 미디어를 보면 싱글 레이어가 33GB니 기존 블루레이의 싱글 레이어 25GB 미디어와는 물리 구조가 다르다는 걸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그럼 새로 규격회된 싱글 레이어 33GB짜리 미디어는 대부분의 블루레이 플레이어에선 읽어낼 수조차 없겠지요.

 

그럼 트리플 레이어 100GB를 실현한 BD 레코더의 BDXL 규격은 어떻게 되는지 생각한 분도 있을 겁니다. 실제로 UHD 블루레이 규격에 쓰인 싱글 레이어 33GB 미디어는 BDXL 규격을 지키는 것입니다. 그러니 BDXL 규격을 준수한 블루레이 드라이브일 경우 UHD 블루레이에 기록된 데이터를 쓸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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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블루레이와 트리플 레이어 UHD 블루레이의 미디어 구조 차이. 사실 이 그림은 UHD 블루레이를 BDXL로 바꾸기만 해도 그대로 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걸로 해결되진 않습니다. 데이터를 잃어낸 후 4K 영상의 디코딩은 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UHD 블루레이는 영상 압촉 코덱으로 새로운 규격인 H.265(High Efficiency Video Coding, HEVC)를 사용합니다.

 

H.265는 기존의 블루레이에서 쓰인 H.264(MPEG4-AVC)의 차세대 코덱으로서 H.264 압축과 같은 수준의 화질을 절반의 비트 레이트로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개발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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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265(HEVC)는 움직임 예측 처리 단위에서 가변 크기를 지원하고, 예측 프레임 생성의 고화질화를 통해 실제 프레임과 정보량을 낮추는 노력이 더해졌습니다. CEATEC 2012의 미쯔비시 부스 패널.

 

기존의 블루레이 재생 장치에서 H.265 디코더를 탑재한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만일 BDXL 규격 드라이브를 사용한 블루레이 기기라 해도 UHD 블루레이의 4K 영상 재생은 불가능하다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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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HD 블루레이의 스펙. 1개의 레이어에 33GB를 저장하는 ROM 미디어 규격이 새로 추가돼 최대 3개의 레이어라면 100GB 미디어까지 나올 수 있습니다. 영상 코덱은 H.265(HEVC)를 사용합니다. HEVC 10비트에서 10비트 부분은 나중에 설명하겠습니다.

 

UHD 블루레이에 기록되는 4K 영상은 듀얼 레이어 50GB 미디어에서 80Mbps 전후, 듀얼 레이어 66GB 미디어, 트리플 레이어 100GB 미디어에서는 100Mbps 이상에 최대 128Mbps로 기록됩니다. 블루레이 드라이브의 기록 속도는 기본이 36Mbps이니 128Mbps의 데이터 출력을 할 수 있도록 만들려면 최소한 4배속(144Mbps) 정도의 속도를 가진 드라이브가 필요하게 됩니다.

덧붙여서 UHD 블루레이에선 3D의 지원이 아직까진 들어 있지 않습니다. 트리플 레이어 100GB라 해도 4K 3D 영상을 기록하려면 용량과 전송 속도가 모두 부족해질 수 있으며, 2D에 비해 2배로 높은 부하를 처리하는 H.265 디코더를 아직까진 현실적인 가격으로 준비할 수 없습니다. 3D 처리를 위해서 2개의 H.265 디코더를 쓰는 것도 비현실적이지요.

 

 

HDR과 광색역을 지원하는 UHD 블루레이가 영상 규격을 바꾸는가?

 

정리하면 UHD 블루레이는 4K 영상을 H.265로 압축해 BDXL 규격의 ROM 디스크에 저장했다는 것이 되겠습니다. 그리고 그 영상은 단순히 동영상 해상도를 풀 HD의 1920x1080에서 가로세로 두배로 늘려 4K의 3840x2160으로 만든 게 전부가 아니라, HDR 기록과 광색역도 지원합니다.

 

사실 이 부분이 앞으로의 TV나 디스플레이 규격에 영향을 미칠지도 모르는 부분입니다. 현재의 영상 신호는 디스플레이의 원조인 브라운관이 실용화됐을 때 결정된 스펙에 묶여 있는 부분이 많은데, 그 중 하나가 밝기 다이나믹 레인지입니다.

 
브라운관 시절에 가장 밝은 밝기는 100nit(nit는 cd/m2라 쓰지만 최근에는 nit로 기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였습니다. 하지만 현실 세계에선 강렬한 밝기와 깜깜한 어둠이 같이 존재하진 않습니다. 이 nit와 단위는 다르지만 현실 세계의 밝기는 최대 1조 루미넌스를 넘는다고 합니다. 이 말인즉 현신 세계를 촬영해서 100nit의 밝기 다이나믹 레인지로 표현하는 건 상당한 무리라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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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눈이 느끼는 휘도 다이나믹 레인지와 각 수치의 표현으로 커버할 수 있는 다이나믹 레인지의 비교

 

지금 출시되는 TV와 디스플레이의 밝기는 수백nit는 됩니다. 허나 그런 제품조차도 입력받는 영상 신호는 어디까지나 100nit 수준의 밝기 다이나믹 레인지를 기준으로 표현됩니다. 이 밝은 다이나맥 레인지에 마춰 제조사가 자체 추정 알고리즘으로 역 감마 보정을 실시해, 산술적으로는 수백 nit의 다이나믹 레인지에 할당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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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나소닉이 공개한 현재 TV/디스플레이의 영상 표시 시스템. 현실 세계는 1만 nits를 훨씬 넘는 초고휘도 HDR(왼쪽) 세계입니다. 그걸 카메라로 촬영할 때는 감마 보정을 해서 초고휘도를 100nits의 명도 범위까지 압축합니다(중앙). 촬영 시 감마 보정은 카메라 제조사에 따라 다릅니다. 일반적인 TV나 디스플레이에선 이렇게 촬영된 '최대 밝기를 100nit까지 압축한 영상"을 자체 알고리즘에 의해 해당 제품이 표현할 수 있는 명암비까지 복원/확장해 표시합니다(오른쪽). 이는 촬영 결과를 정확히 복원하는 건 아닙니다.

  

그래서 기존의 영상 촬영 전송 시스템에선 촬영이나 전송 단계에서 해당 영상이 부자연스럽게 보이지 않도록, 강렬한 명암 분포를 지닌 현실 세계의 휘도 다이내믹 레인지를 사람의 시각 특성에 맞추면서 최대 100nit의 휘도 다이내믹 레인지까지 압축합니다.


오랫동안 이 100nit까지 압축되는 휘도 다이내믹 레인지 문제는 일반 소비자용 영상 기기에선 변하지 않았던 요소였는데, 이것이 UHD BLU-RAY에서는 최대 1만 nit까지 기록할 수 있도록 다이내믹 레인지가 확장됩니다.

 

이 휘도 다이내믹 레인지가 최대 1만 nit이 되는 새로운 영상 규격은 HDR로 불리게 됩니다. 그리고 기존의 최대 휘도 100nit으로 구성된 휘도 다이내믹 레인지는 스탠다드 다이내믹 레인지(SDR)로 불리게 됩니다. 게임 그래픽 분야에선 기존 방식을 SDR라고 부르거나 로우 다이내믹 레인지(LDR)라고 부르는 등 호칭은 다양하지만, 과거와의 호환성을 중시하는 영상 기술 세계에선 그리 긍정적인 의미가 아닌 Low를 피하는 쪽으로 갔다고 봐도 될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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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 2015의 파나소닉 부스에서 열린 UHD BLU-RAY에 기록된 HDR 영상 표현과 SDR 영상 표현의 비교 데모. HDR이 현실 세계에 가까운 대비를 실현할 수 있음을 보게 됩니다.


CES 2015의 파나소닉과 소니 부스에선 최대 휘도 1만 nit의 HDR 영상을, HDR 대응 4K TV에 보여주는 데모를 공개했습니다. 태양의 역광 표현에서 눈이 부시는 건 물론, 네온사인이나 불꽃이 매우 현실적으로 나타낼 수 있었습니다. 또 평범한 풍경도 명부에 압도적인 컨트라스트가 있어 TV가 아닌 창문 밖 풍경을 보는 게 아닌가 착각할 정도였다고 하네요.


덧붙여서 현실 세계의 1조 루미넌스 이상인 휘도 다이내믹 레인지를 최대 1만 nit의 영상 신호로 압축하는 과정에는, 사람의 감각 메커니즘의 법칙인 베버의 법칙을 근거로 산출하는 Optical-Electro Transfer Function(OETF)가 쓰입니다. 이건 흔히들 말하는 감마 곡선이지요(감마 함수).

 
베버의 법칙은 "물리의 양적 변화와 인간 감각의 변화 사이에는 일정한 법칙이 있다"는 인지 심리학/정신 물리학 법칙입니다. 예를 들어 인간의 시각에선 휘도가 100에서 110으로 간 것과, 1000에서 1100으로 간 것이 같은 수준이라 느낍니다. 단순한 밝기로 따지면 각각 10과 100이 늘어났으니 분명히 다른 변화지만, 사람은 상대적인 변화를 볼 뿐이지 절대적인 값을 보지 않습니다. 10% 정도 늘었다고 느끼는 게 이 법칙의 핵심입니다.  


위 예시에선 10%를 이야기했지만 UHD BLU-RAY 규격에선 최대 휘도 1만 nit의 다이내믹 레인지를 베버 비율 1%로 표현하기로 결정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휘도와 색 신호는 10bit로 표현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기존의 블루레이에선 색깔과 밝기를 8bit로 표현했지만 UHD BLU-RAY에서는 HDR를 지원하면서 10비트로 확장됐습니다. 앞에서 HEVC 10bit라 표기한 것도 바로 이 10비트를 가리키는 것입니다.

 

또 UHD BLU-RAY는 휘도 다이내믹 레인지(≒콘트라스트) 뿐만 아니라 색 재현성에서도 큰 확장이 이루어졌습니다. 구체적으로는 현실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색을 기록한 데이터베이스 SOCS(Standard Object Color Spectra)를 커버할 수 있는 ITU-R BT.2020의 색 영역 규격을 지원하게 됐습니다. ITU-R BT.2020은 국제 방송 연합(ITU)가 정한 4K/8K 전용의 영상 규격으로 색상 외에도 여러가지를 포함하고 있으나, 여기에선 UHD BLU-RAY가 ITU-R BT.2020에서 규격화한 색영역을 지원한다는 의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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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 영역을 비교한 그림. PC에서 일반적으로 쓰이는 sRGB와 비교하면 ITU-R BT.2020는 매우 넓은 색영역입니다.

 

광 색영역 규격 중에는 소니가 제창하고 HDMI 1.3에 도입 x.v.Color도 있지만, 이건 유효치 16,240의 8bit 색차 신호 CbCr에 0~15, 241,255값으로 적절한 색상을 할당하는 확장 스펙에 해당됩니다. 그에 비해 ITU-R BT.2020의 색 영역은 색차 신호의 메커니즘을 그대로 계승하면서 커버할 수 있는 색 영역 자체를 넓힌 규격이기에 x.v.Color보다 단순합니다.

UHD BLU-RAY의 H.265이 10bit 심도를 사용한 이유로는 HDR을 지원하기 위한 것도 크지만, 광 색영역을 커버하여 계조 하락을 일으키지 않기 위해 심도 확장을 배려한 측면도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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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HD BLU-RAY는 3D Blu-ray처럼 파나소닉이 주도적으로 규격화를 진행했는데, 여러 업체들이 경쟁 규격을 내놓는 건 아닌지 염려할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허나 그건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네요. 2000년대 초반에 일어난 HD DVD vs 블루레이처럼 포맷 전쟁이 일어날 걱정은 없습니다. UHD BLU-RAY는 여러 업체들이 협조하는 분위기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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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HD BLU-RAY의 보급을 위해 UHD Alliance가 출범했습니다. 참여 기업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네요.

 

실제로 UHD BLU-RAY 규격의 책정을 포함해서 총괄적인 4K 컨텐츠 추진 업계 단체인 UHD Alliance가 출범했습니다. 창립 시점에서는 영화 업계의 20세기 폭스, 월트 디즈니, 워너 브라더스, 컨텐츠 송신 분야에선 DIRECTV와 Netflix, 기본 기술 기업으로는 돌비 연구소와 Technicolor, TV 업계에선 파나소닉과 소니 비주얼 외에도 LG, 삼성, 샤프 등 12개 회사가 참여합니다. 또 앞으로 참가 업체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됩니다.

 

 

확장되는 HDMI 2.0. 게임 영상에 응용?


앞서 말한대로 UHD BLU-RAY는 기록되는 영상의 해상도를 올릴 뿐만 아니라, 영상 신호 규격을 크게 확장기에 기존의 4K TV에선 사용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제조사는 UHD BLU-RAY 디바이스의 준비 외에도 새로운 영상 규격을 지원하는 제품을 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HDR과 ITU-R BT.2020 색영역을 지원하는 TV나 디스플레이가 필요합니다.

그럼 그 전송 경로는 어떻게 될까요. 물론 가전 제품이니 여기에는 HDMI를 쓰면 됩니다. 현재 최신 버전인 HDMI 2.0에선 4K/60Hz(=60fps)전송을 지원하기에 HDMI 2.0을 사용할 거라고 상상할 수 있겠지요. 그러나 기존의 HDMI 2.0에서는 HDR과 ITU-R BT.2020 색영역 전송은 지원하지 않습니다.

 

그럼 HDR과 ITU-R BT.2020 색영역을 지원하는 새로운 HDMI 규격이 등장할 것이라 볼 수 있겠는데, 그것도 반만 맞았습니다. 왜냐면 HDMI 2.0 규격의 확장 스펙으로 HDR과 ITU-R BT.2020 색영역을 지원하기로 결정했거든요.

 

그럼 HDMI 2.1로 붙여도 되겠지만 이 경우 다양한 업계에서 조정과 논의가 필요하며, HDR과 ITU-R BT.2020만 지원한다면 HDMI 2.0 규격의 구조를 확장하는 것만으로 기술적으로는 지원 가능하기에 이러한 방법을 썼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것이 HDMI 2.0a가 됩니다. 2015년 이후에 나오는 TV나 디스플레이에선 HDR과 ITU-R BT.2020 색영역이 가능한 제품도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UHD BLU-RAY에 기록되는 영상은 풀 HD(1920×1080 픽셀)만으로도 되기에 영상 컨텐츠 중에는 HDR과 ITU-R BT.2020 색영역을 지원하는 풀 HD 해상도 영상도 HDMI 2.0a에선 가능할 것입니다. 거꾸로 말하면, 풀 HD 해상도의 TV나 디스플레이 중 HDMI 2.0a를 지원하는 것도 나올 수 있습니다.

 

이제 게임 이야기를 해 봅시다. 현재 PC는 물론 PS4와 Xbox One 세대의 3D 게임에선 대부분이 내부에서 HDR 렌더링을 하기에, 이걸 HDMI 2.0a로 전송한다면 새로운 게임 영상 표현을 실현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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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 2015의 파나소닉 부스에서 시연한 HDR 컨텐츠 표시 데모. 오른쪽이 HDR을 지원하는 파나소닉 4K TV 시제품의 표시입니다. 이러한 역광 표현은 HDR 효과를 알기 쉽습니다. HDR과 ITU-R BT.2020을 이용하여 표시할 때 TV나 디스플레이 외에 다른 기기는 필요 없습니다. 전용 안경을 준비해야 했던 3D와는 다르지요.

 

현재의 게임 영상 표현에선 동굴 속에서 전등으로 발 밑을 밝게 비추는 것과, 동굴 끝의 햇불 밝기가 거의 같은 경우가 있는데, 이는 그래픽 엔진 내부에서 HDR 렌더링해도 표시 단계에서 SDR로 바꾸기에 명부 밝기 레인지가 압축돼서 그런 것입니다. 그에 비해 HDR 영상을 네이티브 표시할 수 있는 TV와 디스플레이가 나오면 이 부분의 표현력은 단숨에 높아집니다.

ITU-R BT.2020 색영역 역시 실사를 바탕으로 한 영상 그 이상으로 색 표현이 자유로운 게임 영상이라면, 압도적인 광색영역 표현도 효과적으로 활용할 것입니다. 지금보다 더욱 선명한 풀이 무성한 풍경, 본 적이 없을 정도로 선명한 스포츠 카가 달리는 레이스 장면도 표현 가능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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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 2015에서 소니 전시장에 있던 HDR 컨텐츠 표시 데모. 왼쪽이 HDR 지원 소니 4K TV 시제품의 표시입니다. HDR 영상은 명암 차이가 현실 세계와 가까워 보이기에 평면 영상이어도 입체감을 느끼는 것이 특징입니다. 

 

UHD BLU-RAY와 함께 규격화된 HDR과 ITU-R BT.2020 색영역은 색상의 차이로 색을 표현하는 규격이며, 현재로서는 이 HDMI 2.0a가 RGB 색 표현에서 어떻게 HDR처럼 넓은 색 영역을 구현하는지는 잘 알 수 없지만, 게임 영상의 경우 반드시 RGB로 출력해야 하지 않기에 게임에서 UHD BLU-RAY를 흉내네 영상을 출력하면 HDR과 ITU-R BT.2020 색영역을 지키는 영상 표현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기존 제품과의 호환성은 TV나 디스플레이가 4K/60Hz 전송을 지원하는 HDMI 2.0 입력 단자를 갖고 4K 지원 저작권 보호인 HDCP 2.2를 지원하면 UHD BLU-RAY 영상은 4K 해상도로 표시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 경우 HDR 표현은 SDR 표현으로 압축되어 ITU-R BT.2020의 광 색영역 표현은 sRGB 수준으로 줄어들지만, 그래도 화면이 보이지 않는다거나 하진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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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HD BLU-RAY와 2014년 이전의 4K TV와 호환성. HDR 영상은 HDR를 지원하지 않는 TV에서 SDR로 컨트라스트가 압축돼 표시됩니다.

 

 

기존의 PS4와 Xbox One은 UHD 블루레이를 지원할 것인가


기존의 블루레이가 차세대 DVD 전쟁에서 HD-DVD에게 승리를 거두고, 지금 수준이 되기까지 보급된 배경에는 PS3의 존재가 있었습니다. PS3는 게임기이면서도 가장 뒤어난 블루레이 플레이어로 높은 평가를 받았으며, PS3이 출시되고 몇년 동안은 돌비 연구소와 DTS 등 디지털 시어터 기술 공급 업체의 데모 룸에서도 PS3를 사용하곤 했습니다.

 

블루레이 디스크의 초창기에는 인터레이스 풀 HD 컨텐츠가 많았지만 PS3의 블루레이 재생 기능은 그런 컨텐츠의 프로그레시브 처리 품질이 매우 우수했기에 이 점이 높게 평가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 지금의 콘솔 게임기인 PS4나 Xbox One은 UHD BLU-RAY 재생과 HDR & ITU-R BT.2020 대응 영상을 출력할 수 있을까요? 일단 기존의 PS4와 Xbox One에 탑재된 블루레이 드라이브는 BDXL 규격을 지원하지 않습니다. 즉 1개 레이어의 용량이 33GB가 되는 UHD BLU-RAY 미디어를 불러 올 수 없니 핵심적인 부분에서 UHD BLU-RAY 대응은 절망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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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쯔비시가 2012년에 공개한 페르미 코어 기반 GPU에서 소프트웨어로 H.265를 실시간 디코딩

 

USB로 BDXL 드라이브를 연결하면 어떨까요? 데이터는 외장형 ODD에서 읽어내고 H.265 디코딩은 게임기가 소프트웨어 처리를 하는 것입니다. H.265 디코드 자체는 PS4나 Xbox One의 GPU 성능이라면 GPGPU 처리로 디코딩이 가능할 것입니다. 2012년에 미츠비시는 페르미 기반 NVIDIA GPU를 사용해 소프트웨어로 실시간 H.265 디코딩을 한 적이 있습니다.

 

허나 기존의 PS4와 Xbox One에서 UHD BLU-RAY를 재생하기란 어려울지도 모르겠습니다. UHD BLU-RAY의 4K 영상을 출력하기 위해선 앞서 말한대로 출력 소스인 게임기의 HDMI 포트가 4K/60Hz 전송을 지원하는 HDMI 2.0 규격을 지키며 4K 저작권 보호 프로토콜인 HDCP 2.2를 지원할 필요가 있어서입니다. 기존의 PS4와 Xbox One의 HDMI 포트는 HDMI 1.4, HDCP 1.4 규격까지만 지원하기에 조건에 미달됩니다.

 

그럼 지금까지 게임기의 역사에서 찾아볼 수 있었던 마이너 체인지 버전(대부분은 소형화, 저가형이 목적이지만)의 PS4나 Xbox One이 나온다면 UHD BLU-RAY나 HDR, ITU-R BT.2020를 지원할 수 있을까요. 여기에 대해 AV는 큰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CES 2015에서 몇몇 업체 관계자들은 "PS4나 Xbox One이 마이너 체인지했을 때 UHD BLU-RAY나 HDMI 2.0a를 지원하지 않으면 안된다" 라는 반응을 보였다네요.

 

클라우드를 적극적으로 공략중인 마이크로소프트야 논외로 치더라도, 영화사(소니 픽처스 엔터테인먼트)와 TV 업체(소니 비주얼 프로덕츠)를 갖고 있는 소니 그룹이라면, 4K 컨텐츠의 보급이나 4K TV의 판매 확대를 노리고 PS4에 새로운 기능을 넣는 건 자연스러운 흐름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가격을 볼까요. 우선 BDXL 드라이브 자체는 큰 비용 상승으로 이어지진 않습니다. 왜냐하면 BDXL 드라이브는 기본적으로 기존 세대의 기술을 사용하며 이미 BD 레코더에서도 채용된 실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H.265 코덱 지원 비디오 프로세서의 경우, 기존의 PS4와 Xbox One에 채택된 AMD APU에 H.264 디코딩/인코딩을 지원하는 비디오 프로세서가 모듈 형태로 통합돼 있습니다. 따라서 H.265에서 가격이 큰 장벽이 되리라 보이진 않습니다.

 

또 H.265 코덱은 H.264 기반의 확장 스펙이기에 기존의 H.264 지원을 유지하면서 대체하는 식으로 갈 수도 있을 것입니다. 앞서 말한대로 GPU 성능을 살려 소프트웨어 처리가 될 가능성도 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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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가 기반의 GPU를 통합하는 AMD의 차세대 APU 카리조. H.265 디코딩을 지원합니다.

 

H.265의 지원에는 시대적인 흐름도 있습니다. 가전 업계에선 H.265 대응이 점점 더 빨라지고 있으며 실제로 4K TV에 H.265 디코더를 탑재한 경우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H.265로 녹화 가능한 4K 카메라도 나올 전망입니다.

 

PC에서도 H.265의 준비는 시작됐습니다. PowerDVD 14 플레이어에서 H.265를 재생할 수 있으며 인코딩 소프트웨어인 TMPGEnc Video Mastering Works 6도 H.265의 지원을 마쳤습니다. 프로세서 차원에서의 대응은 다소 늦어질 듯 하지만 AMD의 차세대 APU인 카리조에선 H.265의 디코딩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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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VIDIA 테그라 X1은 이미 H.265 디코딩과 인코딩을 지원합니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에 들어가는 프로세서도 최신 버전은 거의 모두가 H.265 디코더를 통합했고 일부는 H.265 인코더를 탑재하는 것도 있습니다. NVIDIA 테그라 X1이 대표적이지요.

 

최근에는 영상 컨텐츠의 인터넷 전송이 급속히 보급되고 있는데 이 스트리밍 영상에 H.265를 사용하는 움직임도 보입니다. 특히 유럽-미국 시장에선 인터넷 전송을 사용하는 비디오 스트리밍 수신용 셋탑 박스로 게임기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기에, H.265에 대한 반응은 우선 순위가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개선된 PS4와 Xbox One은 언제 나오는가?


그럼 마이너 체인지 버전의 PS4와 Xbox One는 언제 나올까요. 여기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합니다. 유럽의 Eurogamer는 Smaller, cheaper, cooler Xbox One processor in development란 제목의 글에서 마이너 체인지 버전의 PS4와 Xbox One이 모두 20nm 공정으로 제조된 APU를 채용해, 지금까지 나왔던 게임기보다는 빠르게 슬림 버전을 내놓을 것이라 전망하고 있습니다.

 

반도체 관계자 중에는 "마이너 체인지 버전 PS4와 Xbox One는 절전 효과와 다이 크기 감소 효율이 낮은 20nm 공정 기술을 건너뛰고 기존의 28nm의 HPP(High Performance Plus) 프로세스로 시간을 벌면서 16nm 공정으로 바로 건너갈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럼 H.265나 HDR, ITU-R BT.2020 색 영역을 지원할 마이너 체인지 버전의 PS4와 Xbox One에서 게임기의 성능 강화는 이루어질 수 있을까요? 여기에 대해선 아직 그 어떤 말도 할 수 없습니다.


다만 기존의 PS4와 Xbox One에 통합되는 GPU의 연산 유닛 Graphics Core Next Compute Unit의 수가 GPU 코어의 풀 스펙보다 2개씩 적다는 건 염두에 둘 필요가 있습니다. PS4의 경우 표면적으로는 18개의 CU가 있다고 설명하지만 실제로 여기에 들어간 핏케언 코어의 풀 스펙은 20개. 마찬가지로 Xbox One도 표기 스펙은 12개의 CU가 있지만 Bonaire 코어의 풀 스펙은 14개입니다.

 

지금은 APU의 제품 수율을 확보하기 위해 2개를 사용하지 않지만, 제조 기술이 성숙되고 마이너 체인지 버전의 APU에서 이들 2개를 사용한다면, 동작 클럭이 변하지 않는다 해도 PS4에서 약 11%, Xbox One에서 약 17%의 성능 향상을 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상황이 움직이는 건 6월의 E3 2015?

 

이렇게 4K Blu-ray(=UHD BLU-RAY)로 시작해서 새로운 영상 규격 기술, 마지막에는 PS4와 Xbox One의 마이너 체인지까지 살펴 보았습니다. 복잡한 이야기는 논외로 치더라도 올해 이후에 영상 기기에서 큰 움직임이 있다는 건 분명합니다.

 

앞으로 사용자들은 TV나 디스플레이, 심지어 게임기를 구입할 때도 보다 신경을 써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TV나 디스플레이, 특히 4K 지원 제품은 HDR과 ITU-R BT.2020 색 영역을 지원하는 HDMI 2.0a 지원 제품이 점점 더 늘어날 것입니다. 또 게임기도 마이너 체인지의 가능성이 높습니다. 새로운 규격과 특징에 관심이 없어도, 신제품이 나오면 기존 제품의 가격이 떨어질테니 분명 의미가 있습니다.

 

게임기의 경우 뭔가를 발표한다면 6월의 E3 2015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 때 무언가가 보인다면 연말에 어떤 움직임이 있을지 가늠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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