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는 형의 컴퓨터를 사면서 겪은 일입니다. '가짜 인텔 펜티엄 D 정품 박스'가 걸린 것이지요.

이게 무슨 소리인고 하면, 중국이 아무리 짝퉁 제조의 지존이라고 해도 CPU 같은 물건을 만들 수는 없습니다. 가짜를 만들려는 실력 자체가 있을 수가 없는 것이지요. 따라서 CPU 자체는 인텔에서 만든 것이 맞긴 맞습니다.

대신 OEM 용으로 대량 납품되는 제품, 흔히 말하는 벌크 CPU를 저렴한 가격에 대량으로 구입해서, 여기에 포장을 해서 정품 박스 CPU인 것처럼 파는 것입니다. 따라서 제목이 '가짜 CPU'가 아니라 '가짜 정품 박스'인 것입니다.


제 펜티엄 D 805 정품 박스입니다.


이것이 바로 가짜 정품 박스입니다.


어디가 다른지 지금부터 세부 분석 들어갑니다. 박스 사진은 무조건 위에가 진짜, 아래가 가짜 되겠습니다.


일단 왼쪽의 홀로그램 부분입니다.




홀로그램 밑에 있는 Intel Pentium D Processor 805 부분을 잘 비교해서 보시길 바랍니다. 폰트가 약간 조약하고, 그것보다도 홀로그램과 간격이 맞질 않습니다. 제가 이 박스가 가짜라고 의심하게 만든 부분이기도 하지요.

그리고 가짜가 더 스펙이 화려(?) 합니다. 인텔 바이브 로고와 VT 지원이 들어가 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제일 마지막 부분에서 제대로 설명하겠습니다.


박스 오른쪽의 펜티엄 D 로고입니다.




인텔 로고 부분을 보면 가짜가 색이 더 진합니다. 싸구려틱해보인달까요.

그리고 밑에 Pentium D inside 부분을 보시면 가짜의 폰트가 각이 져있다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진짜는 약간 둥그스름하게 되어 있지요.


CPU를 볼 수 있는 뚜껑 부분입니다. 지금은 비록 CPU는 없지만 제일 처음 봤을때 가짜는 CPU가 삐뚤어지게 놓여 있더군요 -_-a 인텔 CPU 사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절대로 그런 일이 생길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CPU가 손때를 탄것 처럼 보이더군요 -_-a 정품은 절.대.로. 그럴 수가 없습니다.




역시 가짜가 색이 더 진합니다. 그리고 뒤에 배경 그림이 많이 차이가 나지요. 원본 그림으로 복사를 하다 보니 이렇게 되지 않았을까 추측합니다.


바코드 부분입니다. 이부분은 꼬투리 잡기가 워낙 힘들어서 -_-a 넘어갑니다. 두개가 똑같아야 뭐 비교를 하던가 말던가 하지요 =_=





쿨러입니다. 일단은 산요와 니덱, 완전히 다른 제품이기는 하지만, 여기서는 가짜 정품 박스에는 쿨러조차도 가짜를 넣었더군요 -_-a 그렇게 말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산요와 니덱의 팬은 원래 서로 다르기 때문에 팬 사진은 일부러 뺐습니다.

다만 스티커의 글자를 잘 보시길 바랍니다. 니덱 쪽이 더 조잡하지 않습니까 -_-? 양 옆에 있는 RL과 CE 로고를 보시면 더 확실하게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여기서 퀴즈-들어갑니다. 제 본체에 붙여넣은 스티커들입니다.



두개 중에 가짜는 어느것일까요 -_-? 답은 다음 그림의 아래에 있습니다.

이것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_-a 제 모니터 사진입니다. 미묘하게 다르지요? 그런데 둘 다 마음에 안들어서 -_- 어느게 가짜인질 모르겠습니다.



위의 펜티엄 D 스티커 답입니다.

왼쪽이 가짜, 오른쪽이 진짜입니다. 가짜의 색이 더 싸구려틱하게 진하고 -_-a 깔끔하게 잘라지지도 않았으며(특히 위쪽) 인텔 로고를 보면 색의 불균형이라던가 글자를 둘러싸고 있는 반원 가운데가 도색이 제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폰트가 조잡합니다.


박스 개봉 부분입니다. 정품 박스는 박스를 뜯으면 종이가 매우 지저분하게 찢어집니다 -_-a 박스의 재활용을 원천봉쇄하려는 의미 되겠습니다.




하지만 가짜는 매우 깔끔하게 떨어집니다. 접착제를 싸구려로 썼나 봅니다.

여담이지만, 한국산 순간접착제는 피부에 묻으면 대재앙이 되버리지만, 중국산 순간접착제는 임팩트가 훨씬 약하더군요 -_-a

하지만 중국산 스카치 테이프는 장난이 아닙니다! 저는 예전에 입으로 테이프를 뜯다가 테이프가 입술 안쪽 잇몸에 붙은걸 그냥 잡아댕겼더니 잇몸 살점이 그대로 같이 일렬로 쭈-욱 뜯어진 적이 있었더랬습니다.(...몇일간 밥을 제대로 못먹었습니다)


CPU 박스 뒷면이라던가 아래에 있는 각국 언어로 된 설명 부분은 제외합니다. 가짜의 경우 중국어가 보기 편한 자리에 위치해 있더라~ 말고는 크게 차이점을 발견하기가 힘들어서 말이지요.


다음은 쿨러를 둘러싸고 있는 플라스틱 구조물입니다.




사진이 잘 안찍혔습니다. 실제로는 딱 보면 차이가 납니다. 진짜는 말 그대로 투명색인데 가짜는 푸르스름한 색이 납니다. 재료를 싸구려를 썼나 봅니다.

그리고 더 있습니다. 아래 사진에서는 위에가 가짜, 아래가 진짜입니다.



어디가 문제인지 아시겠는지? 진짜는 두 플라스틱 사이를 열로 녹이던가 해서 붙입니다만 가짜는 그렇지 않습니다.(아래 사진 밑부분을 보시면 구멍이 더 나 있지요?)

그래서 진짜는 쥐고 흔들어도 멀쩡하지만 가짜는 박스에서 꺼내면 바로 떨어집니다.

더군다나 진짜는 뜯으면 붙은 부분이 떨어지면서 그 자국이 남지만 가짜는 그런게 있을 수가 없습니다.


다음은 하이라이트- 설명서입니다.

왼쪽이 진짜, 오른쪽이 가짜입니다. 뭐 종이를 좀 싸구려로 썼나보다.. 이 정도로 생각하고 계신다면 오산입니다.



두께에서 압도적인 차이를 보입니다 -_-a 위에 한겹이 가짜, 아래 두겹이 진짜 설명서입니다.



진짜 설명서를 쭉-펴면 이정도 크기입니다. 28쪽입니다.



그 위에다 가짜 설명서를 펴서 올려놓았습니다 -_-a 6쪽입니다. CPU와 쿨러 장착 그림이 저렇게 크게 보일 정도라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하실 수 있겠지요?



진짜 설명서에는 각국의 언어로 설명이 되어 있지만, 가짜 설명서의 뒷부분에는 영어, 그리고 중국어 설명과 왜 들어갔는지 이해할 수 있는 일본어 경고문이 들어가 있습니다 -_-a



참 재미있는 것은-



"박스 정품 전국 연합 A/S, 무료 확인 전화 8008201100"이라고 써져 있다는 것입니다. 가짜 주제에.



그래서 한번 직접 전화해 봤습니다 -_-a 전에 잠깐 언급한바 있지만 저는 중국에서 한국 핸드폰을 브릿지 해서 씁니다.

결과는? "이 번호는 없는 번호이오니 어쩌구 저쩌구..."

...대단하지 말입니다.


사실, 이렇게 주절주절 써놨어도, 실제로 보면 정말 구분하기가 힘듭니다. 저도 박스 두개를 나란히 놓고 봐가면서 안 것이지 단순히 한개씩 놓고 본다면 알아 차리기 어려울 것입니다.

이렇게 놓고 보면 어느게 진짜고 가짜인지 아실 수 있겠습니까?



이렇게 질문하실 분도 계실 것입니다. 어떻게 그렇게 가짜라고 단정할 수 있는가. 당신이 틀리게 봤을 가능성은 생각하지 않는가?

저도 위의 증거들만 보고서는 가짜라는 것을 확신하지 못했습니다. 제일 결정적인 이유는 따로 있지요.



위에서 다시 설명하겠다고 한 부분입니다. 보시다시피 펜티엄 D 805 옆에 Virtualization Technology 지원 표기와 아래에는 인텔 ViiV 로고가 선명합니다.
이게 바로 문제인 것입니다. 왜냐하면 펜티엄 D 805는 VT와 바이브를 지원하지 않습니다 -_-a

제가 인용할 수 있는 최고의 권위를 사용해서 그걸 증명해 보이도록 하겠습니다. 인텔의 펜티엄 D 스펙입니다. 보시다시피 펜티엄 D 805는 고사하고 8 시리즈 전부가 VT를 지원하지 않습니다.
http://www.intel.com/products/processor_number/chart/pentium_d.htm

이상입니다. 저는 고작 '역시 중국', '떼놈들 하는 짓거리가 그렇지 뭐' 이런 소리나 할려고 이 글을 쓴게 아닙니다. 여러분들도 조심하시라는 의미에서 쓴 것입니다 -_-a 한국과 중국의 지리적인 위치를 고려해 본다면 한국에 이런 물건들을 팔지 말란 법도 없지 않습니까...?
기글하드웨어(http://gigglehd.com/zbxe)에 올라온 모든 뉴스와 정보 글은 다른 곳으로 퍼가실 때 작성자의 허락을 받아야 합니다. 번역한 뉴스와 정보 글을 작성자 동의 없이 무단 전재와 무단 수정하는 행위를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