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마이크로소프트 네추럴 에르고노믹 키보드 4000의 간단한 사용기입니다. 출시된지 상당한 시간이 지난 물건이기 때문에 사진은 조금만 찍었습니다.



중국에서 처음으로 마이크로소프트 네추럴 키보드 엘리트를 접했을때, 저는 네추럴 키보드가 아닌 다른 키보드는 도저히 사용할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네추럴 키보드에 손이 적응되면 그 편안함을 다른 키보드에서 도저히 찾을 수가 없더군요.

그리고 청소를 위해 마이크로소프트 네추럴 키보드 엘리트를 뜯어보고 나서, 마이크로소프트의 팬이 되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하드웨어는 가격대가 좀 쎈 편이지만, 지금까지 뜯어보면 키보드 중에서 보이지 않는 곳이 이렇게 고급스러운 제품은 없었거든요.

한국에 돌아올때도 저 키보드는 들고 왔지만, 스페이스 키의 왼쪽 지지대가 부서져서 스페이스를 오른손으로만 써야 하고, 청소 후 조립할때 기판 받침대를 빼먹어서 현재 사용 불가능한 상태(대충 만들어서 넣으면 되겠지만), 결정적으로 한글 자판이 없기 때문에 가족들이 쓸 수가 없었습니다(혼자 쓰는 컴터가 아닙니다).

그래서 한국에서 새로운 마이크로소프트의 네추럴 키보드를 구입하게 됐는데, 그것이 바로 네추럴 에르고노믹 키보드 4000입니다. ...뭐 마이크로소프트의 네추럴 키보드라면 현재 판매중인 것이 이것 하나밖에 없으니 다른 선택이 불가능했습니다만.



키보드의 기본적인 컨셉은 네추럴 키보드 엘리트와 똑같습니다. 눈에 제일 크게 띄는 점이라면 멀티미디어 키보드 기능이 추가됐다는 것과(중간에 네추럴 키보드 멀티미디어가 출시되긴 했습니다만) 색깔이 검은색이라서 개인적 취향에 맞고, 손목 받침대에 부드러운 가죽을 씌워 놓아 매우 편하다는 것입니다.

키감은 네추럴 에르고노믹 4000쪽이 엘리트보다 조금 더 무겁고, 손가락에 달라붙는 느낌입니다. 키감만 따지자면 그동안 손에 익어서 그런지 모르겠으나 엘리트 쪽이 더 낫다고 평가하고 싶습니다만 에르고노믹 4000의 키감에도 만족하는 편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마소 네추럴 멀티미디어 기계식(...) 키보드가 나오길 희망하고 있지만 별로 실현 가능성은 없을지도.



키패드 윗쪽에도 키가 있더군요. 처음에는 그 짜증나고 악명높은 Power, Sleep, Wake up인줄 알고 식겁했으나, 알고 보니 키패드만으로도 연산 입력이 가능할 수 있도록 특수문자와 백스페이스를 추가한 것이었습니다.

백스페이스의 추가는 개인적으로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오른손으로 마우스를 쓰다가 키패드의 엔터를 살짝 눌러서 입력하는 식으로 키보드를 많이 사용하는데, 비록 지금은 적응이 되지 않았지만 나중에 많이 사용하게 될것 같군요.



마이크로소프트가 최근 만든 하드웨어 중에서 최고의 실수라면 틸트 휠을 꼽으시는 분들이 있으신 듯 한데, 그것은 F Lock이라는 당대 최고의 쓰레기를 보지 못하셨기 때문이라고 감히 단언합니다.

F Lock이 처음 도입되면서 펑션키가 아니라 자체 내장키가 기본값이었던 마이크로소프트 멀티미디어 키보드의 경우, 그 값을 원래대로 돌려놓기 위해 별도로 레지스트리까지 써야 했을 정도니까요. 

에르고노믹 4000은 마이크로소프트에서 기본값을 펑션키로 바꿔서 그럴 일이 없으니 참 다행일 뿐입니다. 사실 이 키보드를 사기 전에 제일 많이 우려한 부분이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뒤로/앞으로 버튼이 스페이스 아래에 있습니다. 엄지손가락으로 살짝 살짝 누르라는 의미인 듯 한데, 뒤로/앞으로를 누를 정도의 상황이라면 대게 손이 마우스에 있지 키보드에는 있지 않을터. 왜 넣었는지 그 의도가 궁금합니다.



확대/축소도 그 활용에 의문이 있는 부분입니다. 한국 대다수의 웹사이트는 폰트 크기가 포인트 단위로 설정되어 있으며, 심한 경우 사이트 전체가 플래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글자 크기를 아무리 늘리고 줄여봤자 별 반응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 키보드야 미국에서 만든 것이고, 최근 한국도 웹 표준을 지키자고 그런 것에서 많이 벗어나는 경향이 있긴 합니다만, 아직은 쓸 일이 없는 키인듯 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 네추럴 에르고노믹 키보드 4000의 최대 단점이라면 쓸데없이 큰 한자키와 심각할 정도로 작은 왼쪽 Alt 키를 꼽겠습니다. 한국 현지화 작업을 한 사람이 시제품을 사용해보지도 않고서 결정을 내렸거나, 개념이 없거나, 뇌가 없는 3가지 경우 중에 하나라고 단언하겠습니다.

한자키는 너무 큰 반면, 그 사용 빈도가 은근히 많은 Alt 키와 Ctrl 키는 너무 작습니다. 특히 Alt가 들어가는 단축키를 쓰려다가 한자키를 대신 누르는 삑사리를 낸것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오른쪽은 한/영 키와 Alt 키의 크기 배분이 괜찮게 되어 있습니다. 오른쪽은 이정도로 했으면서 왼쪽을 저렇게 만든건 악취미 아니면 한글자판 키보드를 써보지도 않고서 결정했다고밖에 생각되지 않는군요.

근데 이쪽도 문제가 있습니다. 스페이스는 너무 무거운데다 각도를 잘못 맞추면 눌리는 도중에 걸리기까지 하고, 한/영 키는 살짝살짝 미끄러지듯이 누르면 입력이 아예 되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자주 쓰는 이모티콘인 -_-a을 쓰기 위해서 한글 입력 도중에 오른손 중지로 긁듯이 한/영키를 누르는게 습관입니다만, 그렇게 입력하다 삑사리를 낸 적이 너무 많습니다.



멀티미디어 키는 드라이버에서 설정이 가능합니다. 만약 설정이 불가능했다면 그따위 키는 떼버리는게 원가 절감에도 좋을 것이라고 악평을 늘어놨겠지만, 이렇게 해 놓으면 나중에 기호에 맞춰서 쓸 수가 있었겠지요.


단점 위주로 쓴 사용기입니다만, 편안한 네추럴 키보드를 사용하고 싶으시다면 충분히 투자할만한 가치가 있는 제품입니다. 가격이 비싸긴 하지만 묻지만 a/s라던가 제품 자체의 퀄리티를 생각해 본다면 충분히 지출이 가능한 수준이라 여깁니다. 물론, 단점에 대해서 나름대로 각오를 하셔야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