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사용중인 컴퓨터에서 제일 중요한 부품 1개를 뽑으라면 저는 하드디스크를 고를 것입니다. CPU나 그래픽카드같은 성능을 결정하는 부품들은 다른 부품들이 그 기능을 완벽히 대체할 수 있습니다. 키보드나 마우스처럼 제 손에 익은 물건들도 동일 모델을 구입하면 그걸로 끝입니다. 하지만 하드디스크는. 더 정확하게 말해서 하드디스크에 저장해둔 자료는 다른 걸로 대체할 수가 없습니다.

 

웹하드나 토렌트의 홍수 속에서. 물건을 하나 구입하면 다운로드 상품권이 몇장씩 오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지만. 그런 곳에서 구할 수 없는 나만의 자료들은 그만큼 소중하게 관리를 해야 하지요. 하드역이라는 괴질이 한때 유행한-지금은 잠잠한건지 묻힌건지 모르겠는데- 사이트를 운영하기 전에도 하드를 몇번 죽여서 소중한 데이터를 날린 경험이 있는지라, 개인적으로 하드디스크의 신뢰도가 그리 높은 편은 아닙니다.

 

하지만 CD를 천장을 구워서 보관했다가 곰팡이가 슬어서 버려버리고. DVD 이후에 블루레이도 나왔건만 백업 작업이 번거로운건 마찬가지고. 게다가 용량과 가격을 비교해 보면 광 미디어가 그리 저렴한 편은 아니지요.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본체에 연결해둔 하드에 중요 데이터를 보관하고. 본체 밖의 외장 하드디스크에 한번 더 보관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설마 동시에 2개가 다 죽을일은 없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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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구입했던 것이 스카이디지탈 하드랙 SKG-2400SATA 블랙 (http://blog.danawa.com/prod/?prod_c=238632&cate_c1=862&cate_c2=10620&cate_c3=10676&cate_c4=0) 입니다. 처음 샀을때의 생각은 하드디스크를 백업할 때에만 연결하고. 그렇지 않을때는 빼두면 되니까 편리하고도 안전하게 백업을 할 수 있겠구나. 이런거였지요.

 

하지만 몇가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 있었습니다. 먼저. 제 메인보드는 SATA 핫스왑을 지원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하드랙에 하드디스크를 장착/탈착할 때마다 컴퓨터를 켜고/꺼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건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니에요. 진짜 중요한 문제는 저 하드랙 베이에 하드디스크를 나사로 고정해 두는데, 다른 하드디스크를 장착할려면 나사를 풀고 다시 장착해야 한다는 거지요.

 

제가 백업용으로 사용하는 하드디스크는 2개입니다. 구입한지 오래된 저용량 하드디스크를 백업용으로 돌려놓기 때문이기도 하고. 다른 용도에 맞춰서 분산 백업을 하는 것이 더 안전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도 있네요. 어쨌건. 하드랙의 저런 문제 때문에 매번 백업을 할 때마다 매번 컴퓨터를 끄고 나사를 풀고 하드를 빼고 하드디스크를 장착하고 나사를 조이고 하드랙을 끼우고 컴퓨터를 켜야 하는데, 그렇다면 그냥 옆판 뜯어서 SATA 포트에 연결하고 말지 하드랙을 뭐하러 쓰나요?

 

그런 불편함 때문에 정기적으로 꾸준히 해줘야 할 백업을 자꾸 미루게 되었고. 하드랙은 천덕꾸러기가 됐습니다. 지금의 백업 방법에 뭔가 변화가 있어야 하겠다고 생각만 하고 있다가, 하드를 중고로 하나 더 영입하면서 뭔가 이제는 해결책이 정말로 필요해 졌을 시점에. 갑자기 하드디스크 도크가 생각나더라구요. 그냥 꽂기만 하면 되니까 장착/탈착은 편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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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구입한 것이 바로 스카이디지탈 EZSAVE 멀티독 콤보(http://blog.danawa.com/prod/?prod_c=1278450&cate_c1=862&cate_c2=10620&cate_c3=10673&cate_c4=0) 입니다. 일단 가격이 저렴한 편이면서 인기 순위가 높아서 그냥 이걸로 골랐네요. 개인적으로 가격과 인기 순위를 상당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라서. USB 3.0은 지원 안하지만 어차피 지금 메인보드가 지원 안하니 상관 없네요. 카드 리더기는 항상 쓰는거니 카드 리더기가 딸린걸 사면 공간 절약도 되지 않을까 싶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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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어보면 케이블이 들어있는 박스. 설명서. 드라이버 CD가 있습니다. 하드디스크 도크에 무슨 드라이버가 필요하냐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는데, 도크의 백업 버튼을 누르면 자동으로 백업을 해주는 기능이 있고, 그 기능은 저 드라이버 CD의 프로그램을 설치해야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저같은 사람들은 그런 프로그램을 설치하지 않고, 그 기능을 사용하지 않는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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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 박스를 열어보면 USB 케이블, eSATA 케이블, 전원 어댑터 있습니다. 케이블 자체의 품질은 괜찮은 편 같습니다. 다만 저는 셋 중에서 제일 괜찮아 보이는 eSATA 케이블을 쓸 일이 없고. USB 케이블은 너무 짧았으며(어차피 USB 허브에 연결했지만), 전원 어댑터가 콘센트에 큼지막하게 달라붙어 있어서 멀티탭의 콘센트 정리를 하느라 매우 빡쎘다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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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체 정면입니다. 디자인은 잘 뽑은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플라스틱 사출이 좀 싸보이게 뽑히긴 했는데. 뒤쪽에는 플라스틱 판이 올라와 있습니다. 이걸로 하드디스크를 지탱하나 했지만 그건 아니고, 하드디스크의 기판을 보호하기 위해서 대놓은 것입니다. 도크 형태의 외장 하드디스크에서 제일 걱정되는 부분을 보강한 것이니 이 점은 마음에 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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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인치 하드디스크를 꽂아 봤습니다. 이 사진을 찍기 참 힘들었어요. 아무리 하드디스크를 꽂아봐도 도대체 연결이 되질 않더라구요. 하드디스크를 수직으로 꽂으면 도크와 하드디스크의 포트가 절대로 연결되지 않고, 옆으로 살짝 기울이면서 꽂아야만 연결이 되는 식입니다. 게다가 하드디스크와 도크 사이에 유격도 제법 있는 편입니다. 일단 장착하고 나면 흔들리거나 불안정한건 아니지만요. 플라스틱 구조는 그리 신뢰감이 가진 않고 말입니다.

 

그럴바에는 차라리 하드랙 비슷하게 디스크 옆으로 금속 레일 같은걸 세워두면 장착과 고정이 확실하게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금속 레일이 위로 올라가 있으면 보기 좀 거추장스럽겠지만 하드디스크를 장착하면 어차피 위로 솟은건 마찬가지일테고. 어차피 3.5인치 디스크의 규격은 정해져 있을텐데 완성도가 좀 아쉽더군요. ...생각해보니 금속 레일이라고 해봤자 3.5인치 전용만 되긴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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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중요한 역할을 하는 포트입니다. SATA나 되니까 이런 하드디스크 도크가 나올 수 있었지. 예전의 IDE 포트라면 감히 나오지도 못했겠지요? 3.5인치나 2.5인치나 사용하는 포트는 똑같고 상대적인 위치도 같으니까 이런 도크 하나로 2 종류의 하드디스크를 모두 사용할 수 있습니다. 2.5인치용 가이드는 3.5인치 하드디스크를 장착하면 안쪽으로 접혀 들어가는 구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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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쪽의 메모리 카드 리더기입니다. 메모리스틱이나 마이크로SD가 없는건 좀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자주 사용되는 규격들은 다 있으며 USB 포트도 두개 있습니다. 하지만 LED가 딸랑 전원 한개밖에 없네요. 작동할때 깜빡거리기라도 하던가. 작동중인지 켜지기만 했는지 확인할 수 없다는건 정말 아쉬운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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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쪽입니다. USB 포트, 전원 스위치, 전원 포트, eSATA 포트. 딱 필요한 것만 있는 깔끔한 구성입니다. 개인적으로 전원 스위치는 앞쪽에 있었어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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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사용 환경은 이렇습니다. 속도는 USB 2.0이니까 하드디스크 연결해서 쓰기에는 만족할만한 수준입니다. 연결하자마자 250GB 하드디스크를 꽉 채운 데이터를 전송중이지요. 전송이 끝나면 바로 다른 하드디스크를 연결해서 백업할 작정입니다. 하드디스크 도크가 이래서 편하긴 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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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카드 리더기의 경우 속도는 나쁘지 않습니다. 하드디스크에서 파일을 전송하면서 메모리 카드 리더기에서 파일을 옮기는 것도 가능하네요. 하지만 CF 메모리를 연결했을때 유격이 느껴지는건 좀 아쉬운 부분. 역시 전체적인 완성도가 약간 부족하네요. 개인적으로는 지금까지 사용중이던 스카이디지탈 카드리더기 슈퍼리더 포터블 G1(http://blog.danawa.com/prod/?prod_c=1086099&cate_c1=842&cate_c2=16142&cate_c3=16178&cate_c4=16837)의 완성도가 상당히 만족스러웠습니다.

 

이제 보니 원래 사용중이던 하드랙부터 시작해서 메모리 카드 리더기에. 이번에 구입한 하드디스크 도크까지 전부 스카이디지탈이네요. 그건 제가 가격과 인기를 우선 순위로 고려하다보니 스카이디지탈의 제품이 많이 걸린 것이겠지요. 제품마다 완성도의 차이가 존재하는 편이고, 이번 하드디스크 도크는 완성도가 좀 아쉬운 편이긴 하지만 가격대 성능비는 충분한 물건입니다.

 

하드디스크 도크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다수의 하드디스크를 교체하면서 사용하는 것이 주 목적이기 때문에(하드디스크 한개만 쓴다면 외장하드 케이스를 사는게 훨씬 낫지요), 상대적으로 컴퓨터에 대한 지식이나 부품의 요구 수준이 높은 편입니다. 따라서 이 제품처럼 가격대 성능비가 좋은 제품도 나쁘지 않지만, 좀 더 고급스럽고 신뢰가 가는 제품이 나온다면 제품 선택의 폭이 더 넓어지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