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오고 나서 LGT의 지상파 DMB 천원폰을 아무런 불만 없이 잘 쓰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핸드폰을 고작 반년 정도밖에 못 쓰고 핸드폰을 바꿔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지요. 그 이유는 바로 얼마 전부터 3G 폰이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대세로 밀었던 영상통화 같은건 되건말건 관심없고 -_-a(실제로도 요새 영상통화는 죽쓰는 것 같지만) 그걸 응용한 핸드폰 인터넷이 하나 둘 등장했기 때문이지요. LGT의 OZ라던가 생각대로 하면 되고 Song 중에서 '핸드폰 인터넷 되고 첨부파일 되고' 뭐 이런거라던가 등등.

핸드폰 인터넷을 원하는 이유는 단 하나. 언제 어디에서나 기글질을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언제인가는 지하철역에서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는데 광고쟁이가 출몰했다는 문자가 와서 지하철역의 무료 인터넷을 뒤져서 삭제했던 적도 있었고. 몇달 전에는 광화문 사거리에 나가서 '이명박은 물러가라'라던가 '고시무효 협상철회'를 외치다가도 오랬동안 비워두기가 너무 불안해서 지하철이 끊기기 전에 정시 퇴근을 한다던가 -_- 뭐 이런 일들이 있었지요.

방법에 대해서는 이견이 좀 많았는데, 'UMPC가 최고다'라던가 '핸드폰 인터넷 그거 불편해서 못쓴다'라던가 등등. 핸드폰 인터넷을 한달 정도 사용한 지금은 그 주장에 확실히 동감을 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후회를 하는 것도 아닙니다. 느린 속도, 작은 화면은 핸드폰 인터넷의 단점입니다만, 핸드폰 인터넷은 UMPC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엄청난 장점이 있으니 휴대성과 이동성입니다. 그렇다면 UMPC가 휴대성과 이동성이 떨어지는 거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을텐데 최소한 핸드폰보다는 떨어집니다.

그리고 더 큰 이유라면 직장에 UMPC를 들고가서 깔짝거리다 걸리면 할 말이 없지만(애시당초 직장에 UMPC를 들고가는 것 자체가 눈치가 보이는 경우도 있겠지만), 핸드폰을 깔짝거리다 걸리면 '난 언제까지나 핸드폰을 꺼냈을 뿐 인터넷을 비롯한 딴짓을 한게 아니다'라는 주장이 가능하다는 엄청난 장점이 있습니다 -_-a 핸드폰은 안 가지고 다닐 수가 없는 물건이니까요.

따라서 뭐가 됐건 핸드폰 인터넷으로 결정. 그렇다면 도대체 '어떤' 핸드폰 인터넷으로 가느냐가 문제였는데, 가장 유력한 것은 핸드폰이나 요금제 모두 제일 저렴한 LGT의 OZ였습니다만, OZ로 가지 못하는 결정적인 문제가 바로 '제로보드 XE에서 로그인이 안된다'라는 버그 신고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LGT는 배제, 하는 김에 비슷한 형식-사이트를 그림으로 바꿔서 표시/전송해주는-은 모두 배제. KTF의 와이브로도 나름 나쁘진 않았지만 이건 서비스 지역을 약간 타는지라(바다 한가운데서도 핸드폰 신호만 잡히면 되는걸 원했음) 그것도 빼놓고 보니 남는 것이 뭐가 있었느냐.

...제일 비싼 SKT밖에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SKT 중에서도 왠지 인터넷을 하기에 제일 괜찮을것 같은 핸드폰. 글을 보는 것도 보는거지만 글을 입력하는 것도 편한 핸드폰이 뭐가 있을까 따져보니-

...역시나 출시된지 얼마 안되서 상당히 비싼 삼성 SCH-M480 울트라메세징2, 일명 미라지폰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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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질렀습니다. 일단 12개월 약정, 일시불 33만원, 천원짜리 부가서비스 세달 유지, 석달동안 가입비 3만3천원 분납 정도가 벗어날 수 없는 기본 요소이고. 거기에 추가로 핸드폰 액정 보호 필름(샀다가 잘못 붙여서 도로 떼어버림), 8GB 마이크로 SDHC 메모리(MP3와 동영상 저장용), 그리고 데이터 정액제 요금 추가 등등. 해서 일단 한번에 40만원 정도 깨졌고, 한달 요금은 6만원이 좀 안됩니다. 기존에 쓰던 폰이 일시불 십만원에 한달 요금 3만원이 안됐다는걸 감안한다면 파격적인 인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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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쪽은 볼거 없습니다. 이 핸드폰 사진이야 그동안 많이 공개됐으니 딱히 여기저기 찍고 자시고 할것도 없을듯. 핸드폰 위에 붙여진 KEB 금딱지는 아버지께서 무슨 전자파 차단을 해주는 진짜 금 어쩌구 저쩌구 하시면서 묻지도 않고 그냥 붙이신건데 그냥 부적이려니 생각하고 심히 거슬리지만 떼어버리진 않는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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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큰 목적이었던 인터넷 접속입니다. 보시다시피 잘 됩니다. 오페라 브라우저를 통해 로그인에 글쓰기까지 다 됩니다. 속도가 좀 느리긴 하지만 HSDPA 연결인지라 핸드폰만 터지면 일단 인터넷이 된다는게 상당한 장점입니다. 그 외에도 WiFi도 지원하기에 무선인터넷이 열려져 있는 곳에서는 돈 안내고 인터넷이 가능합니다. ...다만 핸드폰 크기 때문에 WiFi 안테나가 그리 좋지 못한지라 신호 잡는데 애로사항이 있다는건 문제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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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러스펜을 꺼내봤습니다만 개인적으로 스타일러스펜은 전혀 쓰지 않습니다. 터치스크린도 어지간해선 안씁니다. 그보다는 노트북의 터치패드 같은 핑거마우스가 더 편리하기 때문. 화면은 100%로 해놓으면 320x320 해상도에서 표시되는 내용이 별로 없기 때문에 75%로 낮추고 96dpi 고해상도 패치를 깔아서 저렇게 만들어 놨습니다. 저정도만 되도 일단 기본적인 내용을 보는건 그럭저럭 가능할 정도입니다. ...이보다 작으면 글자 알아보기가 힘들어지기도 하고 -_-a 솔직히 화면이나 해상도가 큰건 아니지만 키보드 때문에 화면 크기는 이게 한계일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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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핸드폰의 제일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QWERTY 키보드입니다. 이것 때문에 아버지께서 이 핸드폰을 볼때마다 '넌 참 희안한 핸드폰을 쓰는구나'라고 말씀하시지요. 키감이야 손톱으로 꾹꾹 눌러야 하는 수준이지만 일단 손에 익으면 핸드폰 패드와는 비교가 안되는 엄청난 타이핑이 가능합니다. 이런 종류의 핸드폰에서 쿼티 키보드를 넣느냐 아니면 화면을 늘리느냐 하는 결정의 기로에 서게 될텐데, 어느 쪽을 선택하느냐는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서 결정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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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핸드폰의 기본적인 기능은 매우 형편없습니다. 있을건 다 있는것처럼 오해하게 만들면서도 기본적인 기능이 되지 않습니다. 일정 관리는 인터페이스를 무슨 정신머리로 이따구로 만든건지 욕을 하게 만들었으며, 모닝콜 알람은 아예 작동조차 안하는 웃기는 버그가 있습니다. 벨소리 이런것도 바꾸기 더럽게 힘듭니다. 하지만, 이 핸드폰은 그냥 핸드폰이 아니라 윈도우즈 모바일 6.1이 깔린 핸드폰입니다. 그러니까 내장 프로그램이 마음에 안든다면 자기가 원하는 것을 찾아서 깔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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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들된 오피스 모바일에서 불러온 중국어 파일입니다. 물론 그냥은 안불러와지고 추가로 뭘 깔아야 이렇게 표시가 됩니다. 처음에는 이렇게 핸드폰에 중국어 기사를 저장해서 틈틈이 번역하는 용도로 썼었는데 갈수록 귀찮아져서 이걸로 번역을 하겠다는 처음의 거창한 목표는 겨우 NVIDIA CEO 인터뷰밖에 이루지 못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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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이런것에 맛들리게 됐습니다. 카드놀이라니 실로 윈도우스러운 내장 게임입니다. 카드놀이 뿐만이 아닙니다. 원하는 PDA용 게임을 찾아서 설치하면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건 '일반 핸드폰'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반쯤은 PDA지요 -_-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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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핸드폰의 다른 특징이라면 GPS입니다. 구글 맵을 연동하여 자신이 있는 위치를 표시할 수 있습니다. 길 헤멜때 길찾기 용도로 쓰면 편합니다. 뭐 국내 주소는 안나오긴 하지만 알맵 공개용과 같이 실행해두면 아쉬운대로 땜빵이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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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 재생도 됩니다. 예전 핸드폰에 맞춰 인코딩한거라 구립니다. 어쨌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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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P3, OGG, WMA 파일 등을 핸드폰 전용 파일로 변환하지 않고 바로 재생 가능합니다. ...기본 플레이어는 메모리 점유율이 실로 형편없길래 별도로 설치한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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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사용한 결과입니다. 국내통화료나 문자메세지 요금을 보면 알겠지만 정말 핸드폰을 잘 안쓰는 편입니다. (...사실 핸드폰이라기보다는 MP3 플레이어로 제일 많이 쓰이는듯 -_-) 그런데도 6만원 가까이 요금이 나오는 일등 공신은 바로 넷 1000 부가서비스. 한달 1GB의 인터넷을 쓸 수 있는 요금제인데 그렇다면 실제로 얼마나 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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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통화료할인 769698원입니다. 총 3072000원을 할인받는 구조인데 한달 동안 '고작' 769698원밖에 쓰지 못한 것입니다. 그건 제가 게을러서 그런것이 아닙니다. 이 핸드폰은 무선인터넷=통화하고 똑같으니 배터리 하나로 잘 버텨봤자 4시간 정도 인터넷을 하면 고작이기 때문입니다. 배터리를 갈아 끼우면서 사용한다 하더라도 어차피 밖에 나가서 인터넷을 쓰는 시간은 한정되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집에 들어오면 느리고 불편한 핸드폰보다는 컴퓨터를 쓰겠지요. SKT 홈페이지의 넷1000 요금제를 보면 거기에 리플로 '넷500 요금제를 신설하라'는 리플들이 잔뜩 달려있는데, 그럴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어제 친구가 핸드폰을 바꾸면서 번호를 바꿨다고 문자를 보내더군요. OZ폰으로 바꿨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제로보드 XE에서 로그인이 된데요. 되는것 뿐만 아니라 쪽지도 보내진다며 저한테 직접 보내더군요. 언제부터 그게 되도록 바뀐건지 모르겠지만 그 쪽지를 보자 도대체 왜 비싼 돈을 주고 이 핸드폰을 산건지 자문해보게 됐습니다. 단순 인터넷만 하는 용도라면 어지간한거 다 되고 핸드폰 가격이나 요금제도 훨씬 저렴한 선택이 있었던 것이니까요. 화면도 훨씬 더 크고 -_-a

그렇다면 화면이 작아진 대신 추가된 키보드를 통해 입력이 훨씬 편하다는 것과, html 문서를 그대로 표시해 주기에 단순 표시 외에 다른 작업(수정 작업이라던가)이 가능하다던가, 윈도우즈 모바일 운영체제와 오피스 모바일을 통해 인터넷 그 이상, 핸드폰 그 이상의 여러 작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 되겠습니다. DMB가 없긴 하지만 그 대신(?) 장착된 GPS는 사용하기에 따라 상당히 유용한 기능이고. 하지만 일반인들에게는 여전히 추천하고 싶지 않은 핸드폰입니다. 기본적으로 내장되어 있는 프로그램들이 별로고 -_-a 반응 속도도 느리고 여기저기 버그도 많고.

간단하게 말해서, 이 핸드폰은 별모양 나사 드라이버입니다. 일반 가정집에는 그냥 십자/일자 드라이버 하나씩만 있으면 되겠지요. 일반인들에게는 전혀 필요가 없는 물건이 바로 이것입니다. 하지만 눈 앞에 별모양 나사가 있다면 아무리 드라이버가 생긴게 구리건 가격이 비싸건 이상한 냄새가 나건 손잡이가 불편하건 간에 별모양 나사 드라이버로 돌려야 되겠지요.

제 개인적으로 별모양 드라이버가 필요한가? 하고 자문해보면 글쎄올시다입니다. OZ폰의 제로보드 XE 로그인 가능 소식이 너무 크군요. 다만 기왕 별모양 드라이버를 샀으니 이걸로 별모양 나사를 열심히 열어제낄 수밖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