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에 처음으로 로우프로의 가방을 산 이후로. 지금까지 여행용 짐가방 같은 특이한 경우를 제외하면, 줄곧 로우프로 가방만 써왔으며, 그것도 벌써 3개째입니다. 이쯤 되니 로우프로 가방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생기더라구요.

 

로우프로는 매우 실용적이지만 그만큼 투박한 가방을 만드는 회사입니다. 그런데 카메라 가방 제조사가 로우프로만 있는게 아니잖아요? 다른 제조사들 중에서라면 카타가 로우프로하고 비슷하고, 델시는 실용적이면서도 잘 빠졌고(다음번에는 델시를 사고 싶었는데), 개성이 강하지만 그래서 그런가 너무 흔해빠져서 별로 쓰고싶은 생각이 안드는 네셔널 지오그래픽(주변에 이거 쓰는 사람만 5명 -_-), 가격도 비싼데다 카메라 가방이라기보다는 패션 아이템같은 빌링햄/크럼플러/해링본도 있고, 그 외에도 아티션 아티스트라던가 싱크탱크라던가 등등 좋은 가방을 만드는 회사는 널리고 널렸네요.

 

그런데 왜 로우프로만 3개째인가. 3.1절을 맞이하여(?) 특집 삼아 제가 지금까지 샀던 메신저 팩터 M, 노바 180 AW, 패스포트 슬링의 장단점이나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아래 사진에는 크기 비교용으로 캐논 52mm 렌즈캡과 소설 '남한산성', 소설 '장미의 이름' 양장본을 같이 찍었습니다. 베스트셀러니까 크기 비교가 되지 않을까 해서요 -_-) 카메라 가방이니까 카메라를 같이 놓고 찍어야 하지만, 카메라가 한대밖에 없는데 어쩌라고. 그리고 지금까지 사용기 썼던 것 중에서 사진을 제일 대충 찍었어요 >_< 사실 가방 사용기는 실제 착용 사진도 올려야 하지만, 이런건 필이 왔을때 후딱 쓰고 끝내야 하니까, 사진 찍느라 너무 많은 시간을 쓰고 싶진 않네요.

 

 

제 첫번째 로우프로 가방은 메신저 팩터 M입니다. 2009년 11월 말에 사서(http://gigglehd.com/zbxe/3344554) 지금까지 잘 쓰고 있지요.

다나와 링크: http://blog.danawa.com/prod/?prod_c=498306&cate_c1=860&cate_c2=870&cate_c3=936&cate_c4=13332

 

사실 이건 카메라 가방은 아니라 노트북 가방입니다. 그런데 이걸 산 이유는 노트북을 들고 다니면서 세로그립을 장착한 카메라를 같이 넣겠다는(지금 생각하면 대단히 무모한) 목표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는 너무 무거워서 그렇게 들고 다닌 적은 없지만, 노트북과 자질구레한 물건들을 넣어 다니기에는 최고였습니다. 다만 카메라 가방이 아니다 보니 카메라를 넣으면 보호가 안되서 -_-) 결국 카메라 가방을 지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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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M 사이즈이고 14인치 노트북까지 들어간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17인치도 쑤셔 넣을 수 있을것 같네요. 그린티를 산 이유는 저 색상만 매우 쌌기 때문인데, 지금 가격을 보니 다른 제품들하고 가격이 똑같군요. 하지만 이제는 저 색이 완전히 익숙해져버렸네요.

 

앞쪽에는 지퍼가 달린 주머니가 있는데, 영수증 쪼가리, 동전, 지도, 핸드폰, 안경이나 렌즈 닦는 천, 하여간 당장 손에 들기 귀찮은 자질구레한 물건들을 전부 다 저기에 넣고 사용합니다. 나중에 다시 설명하겠지만, 지퍼의 모양을 잘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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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쪽에는 그물망처럼 된 주머니가 있습니다. 음료수 한병 꽂아놓으면 딱 어울리며, 당장 처치 곤란한 쓰레기도 대충 저쪽에 쑤셔 박습니다. 잡지를 말아서 꽂아넣고 다닌 적도 있군요. 신축성이 있기 때문에 어지간히 큰 것도 낑굴 수 있지만, 1리터짜리 병은 무리고 500ml가 딱 적당합니다.

 

가방을 옆으로 메면 손이 딱 닿는 부위라서 아주 유용하게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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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쪽의 주머니는 지퍼가 달려 있습니다. 제가 여기에 넣는 물건은 항상 고정되어 있습니다. 지갑이지요. 가방이 오른쪽에 오도록 크로스로 걸쳐 메면 저 부분이 몸 앞쪽으로 오게 되는데, 버스 탈때 버스카드 찍기 매우 편리합니다.

 

이 지퍼도 위에서 본 가방 앞부분 지퍼와 똑같은걸 사용하는데, 한번 크게 보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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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퍼 확대사진입니다. 보시다시피 손잡이는 끈으로 되어 있어서 내구성이 좋습니다. 금속으로 된 손잡이가 부르진 경우는 많이 봤어도 끈으로 된건 어지간해선 상하지 않더군요.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가방의 천이 지퍼를 둘러싸고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지퍼가 확실히 채워져 있기만 하다면 저기에 물 몇바가지 부은것 정도로는 물이 뚫지 못합니다. 사소해 보이지만 정말 큰 신뢰를 주는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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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쪽입니다. 매우 푹신한 재질인데, 일년 중에 열달은 이 가방을 매고 다니다보니 테두리가 좀 많이 닳았군요. 사진에는 잘 안보이지만.

 

이 가방은 몸의 옆쪽에 오도록 메는 것 보다는, 몸의 뒤쪽으로 돌려서 엉덩이와 허리 위에 가방이 오도록 매는게 더 편합니다. 실제로 그럴때 쓰라고 추가 스트랩도 주지요(가방 아래쪽의 쇠 고리에 장착). 저한텐 작아서(...) 그걸 써본 적은 없지만. 뒤로 돌려 매면 몸에 착 달라붙는 느낌이 매우 좋습니다. 그리고 그 느낌 때문에 패스포트 슬링을 사게 되지요 -_-)

 

위쪽에는 손잡이도 있습니다. 메신저 팩터의 어깨 패드나 손잡이는 가방 크기에 비해 좀 작은 편입니다. 게다가 저 손잡이는 너무 가방 뒤쪽에 붙어 있어서(가방의 구조 때문에 저렇게밖에 못 만들지만) 노트북말고 다른걸 많이 넣었을때 저걸 잡으면 가방이 좀 기울어진다는 느낌입니다. 그래도 없는거보단 낫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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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을 열어보면 색이 너무 강렬합니다. 그린티의 무난한 색상하고는 솔직히 좀 많이 안 어울립니다. 사람 많은 곳에서 가방을 확 열면 눈에 팍 띈다구요. 조난당했을때 신호를 보내는 용도로는 이보다 더 좋은게 없을듯 합니다.

 

버클은 우진 듀플렉스라고 뭐 좋은거라던데, 그게 얼마나 좋은진 모르지만 채웠을때 딸깍하는 느낌은 매우 좋습니다. 그리고 유격도 없어요. 평상시에는 건방지게(?) 1개만 채워놓고 다니는데 그 정도로도 고정은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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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퍼가 달린 그물망 주머니에는 배터리나 USB 메모리를 넣어둡니다. '빠지면 안되니까'요. 그 옆의 벨크로가 있는 주머니에는 안경닦는 천이나 립글로즈, 핸드폰 등을 넣어둡니다.

 

주머니 사이의 볼펜 꽂는 쪽에 비싼 만년필을 몇번 꽂아뒀다가 2개를 잃어버린 후에는 싸구려 볼펜만 꽂아둡니다. 그러니 잃어버린 적은 없군요 -_-) 아마 라미 비스타 만년필이 잘 빠지도록 생겨서 그런듯요.

 

위쪽에 명함이나 카드를 꽂을 수 있는 주머니는 한번도 쓴 적은 없지만 나름 유용할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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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쪽에는 주머니가 3개 있지만, 벨크로나 지퍼나 버클이 없기 때문에 그냥 '넣어두는 용도' 밖에 안됩니다. 저 중에 1개라도 지퍼를 달아뒀으면 좀 편하게 썼을텐데... 라는 아쉬움이 매우 큽니다.

 

가방 양쪽을 잘 보시면 가방의 뚜껑(?)과 옆을 잇는 천이 삼각형 모양으로 상당히 많이 남아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저런 특이한 구조 때문에 그냥 가방 뚜껑을 아래쪽으로 내려놓기만 해도, 위쪽에서 떨어지는 물이 안쪽으로 들어가질 못합니다. 옆은 저 천이 다 막아버리니까요.

 

비록 완전 방수는 아니지만 앞서 말한 특이한 구조의 지퍼와 더해서, 독특한 구조의 옆트임 처리는 이 가방이 어지간한 비속에서는 아무런 걱정 없이 쓸 수 있도록 해줍니다. 실제로 비오는날 몇번 들고 나가봤는데 가방 안쪽에 물이 들어온 적은 한번도 없었습니다. 이건 가방 천의 재질도 한몫하지요. 바깥쪽은 젖어도 안쪽으로는 물이 안 들어오니까요. 이건 네셔널 지오그래픽 같은 자연분해 가방을 제가 싫어하는 이유 중에 하나입니다 -_-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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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넣으면 이렇습니다. 마침 노트북을 두고 와서 넣을게 책밖에 없네요. 노트북을 넣는 쪽에 넷북을 세워서 넣으면 절반 정도가 비게 되는데, 저는 거기에 충전기, 마우스, 마우스 패드, 추가 배터리를 넣습니다. 14인치급 이상의 노트북은 저 공간을 완전히 채우게 되겠지요. 

 

그 위쪽에는 1.5리터짜리 음료수를 두개 넣을 수 있을 정도로 상당히 큰 공간이 있습니다만, 얇은 천(?) 하나로 지탱한다는 느낌이라서 그리 무거운걸 넣기에 적합하진 않습니다. 책이나 노트같은걸 넣으라는 용도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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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절한 사용예시. 옛날 사진을 가지고 왔습니다. 잘 보시면 노트북이 들어가고, 그 위쪽에는 1.25리터짜리 콜라가 들어가 있는걸 보실 수 있겠습니다. ...이제 보니 저때 사용했던 핸드폰이 미라지로군요.

 

저 사진을 찍을때도 쓴 말이지만, 저 공간에 세로그립을 달아놓은 카메라를 들고 다녔습니다. 그걸로도 여행도 갔다오고(http://gigglehd.com/zbxe/4319184 이 글에 링크가 걸린게 전부 저 가방과 함께 했습니다) 비도 맞고 참 다용도로 잘 썼지만, '카메라의 보호'가 전혀 안되기 때문에 새로운 가방을 사는 것을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실은. 저기에 카메라 넣을려다가 미끄러져서 카메라를 떨구고 나니까 바로 사게 되더라구요.

 

 

그래서 두번째로 산 가방이 로우프로 노바 180 AW입니다.

다나와 링크: http://blog.danawa.com/prod/?prod_c=671830&cate_c1=842&cate_c2=16142&cate_c3=16181&cate_c4=16885

 

예전에 올린 글(http://gigglehd.com/zbxe/4213494)에 가방을 샀던 동기라던가, 가방 사진이 잘 나와 있네요. 링크 누르기 귀찮으신 분들을 위해서 여기서 그대로 복사해서 붙여넣자면.

 

원래는 노트북용 가방을 사서 카메라도 같이 넣어가지고 다녔지만(http://gigglehd.com/zbxe/3344554) 카메라 가방이 아닌지라 한계가 몇가지 있더군요.

 

1. 가방이 축 늘어진다. 그냥 가방 천으로 버텨야 되니까요.

2. 카메라 보호 기능이 전혀 없다. 천 바로 뒤에 카메라입니다. 노트북이야 보호 잘 되지만. 

이 두개는 불편해도 그냥 쓸만 했는데, 가방에서 카메라 꺼내다가 카메라가 떨어지고 나서 바로 사게 됐습니다.

 

조건은 세로그립에 표준 줌렌즈 마운트한 바디가 들어가는 크로스백이면서 싸야한다. 로우프로와 카타 중에서 상당히 고민했는데 기존 로우프로 가방에 별 불만이 없었기에 이번에도 로우프로. 

 

라는 결론으로 노바 180 AW입니다. 앞에서 설명하지 않은게 있는데, '세로그립에 표준 줌렌즈를 마운트한 바디가 들어가는 크로스백이면서 저렴하면서도 작아야 한다'가 조건입니다. 필요 이상으로 큰 가방은 짐만 되니까요.

 

사실 이런 도시락가방처럼 생긴 네모 반듯한 가방을 사는게 별로 내키진 않았습니다. 생긴게 못생겼다는 이유는 일단 접어 두더라도, '몸에 달라붙는' 착용감이 생기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 착용감은 위에서 메신저 팩터를 설명하면서 이야기 했었지요? 그래서 패스포트 슬링의 출시를 알게 되자 어머 이건 사야해! 했었지만, 걔는 세로그립까지 들어가는게 아니었고, 결국 세로그립을 고수하자니 선택이 이것밖에 없더군요. ...결국 패스포트 슬링도 샀기 때문에 이 글을 쓰는 거지만, 그건 나중에 설명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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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봐도 나는 카메라가방이오라고 말하는 듯한 디자인입니다. 그냥 실용성 하나만 고려해서 디자인한 느낌입니다.

 

메신저 팩터를 이야기할때 어깨 패드와 손잡이가 작다고 이야기했었는데, 노바 180 AW는 손잡이와 패드가 충분히 두툽해서 마음에 듭니다. 다만, 손잡이 쪽은 제 사용 스타일 때문에 흙이 잘 묻더군요 -_-a

 

처음 살때부터 각오하고 산거지만, 이 네모 반듯한 생김새 때문에 이 가방을 메면 옆에서 딸랑딸랑거리면서 흔들리게 됩니다. 그래서 착용감이 그렇게 뛰어난 편은 아닙니다. 뭐 디자인의 태생적인 한계라고 해야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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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방의 제일 큰 특징이라면 360도 AW 커버입니다. AW는 all weather의 약자로 모든 날씨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커버를 장착했다라는 소리인데. 평소에는 커버를 접어서 이쪽에 넣도록 되어 있습니다.

 

저는 카메라 레인커버까지 저쪽에 같이 넣어두고 다닙니다. 그래서 가방 앞부분이 좀 뚱뚱해지더군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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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를 빼서 두르면 이렇게 변신합니다. 지퍼를 다 채우고 AW 커버까지 두르면 물에 집어 던져도 충분히 뜰것 같습니다. 주변에 물이 없어서 해보진 못했는데 -_-a

 

가방 자체의 재질이 어느 정도 방수가 되기 때문에 AW 커버는 좀 오바한게 아닌가 이런 느낌도 있지만, 이 가방은 컨셉이 바로 그것이겠지요. 이런 경우에는 지나침이 미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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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쪽의 지퍼를 열면 주머니가 있습니다. AW 커버를 수납하는 쪽에 카메라 레인커버까지 같이 넣었기 때문에 제 경우 이쪽은 항상 빵빵합니다. 그래서 여기는 지갑 말고 다른걸 넣어본 적이 없군요.

 

가방 본체쪽의 그물망 주머니도 같은 이유로 해서 써본 적은 없습니다. 카메라 배터리가 들어갈것 같진 않고, 메모리 카드는 넣는 곳이 따로 있고. 렌즈캡 크기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다른 악세서리가 들어가기에도 좀 어중간한 크기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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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 옆쪽입니다. 사진을 발로 찍어서 잘 안나왔는데, 캐논 렌즈캡을 옆에 살짝 끼워놓은걸 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신축성이 좋은 그물망 주머니가 가방 양쪽에 1개씩 있습니다. 역시 음료수 병을 꽂아놓기 좋은 사이즈지요.

 

하지만 한쪽은 그물망 주머니가 아니라 지퍼가 달린 주머니였으면 어땠을까 싶네요. 이 가방을 들고 사진을 찍으러 많이 다녔지만, 음료수 병 이외에 딱히 다른걸 넣어둘 일은 없더군요.

 

어깨끈을 지지하는 쇠 고리는 정말 든든합니다. 하지만 튼튼하게 만드는데만 신경써서 그런가, 가끔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듣기에 좋지 않고 카메라에 부딛치는 경우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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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퍼가 달린 위쪽의 주머니입니다. 여기는 겔럭시 S를 집어넣으면 다른걸 넣기 힘듭니다 -_-) 평소에는 렌즈캡, 핸드폰, 렌즈 융 정도나 넣고 다닙니다. 이 주머니 자체가 매우 타이트하게 만들어져 있어서, 수납 공간은 그리 크지 않습니다.

 

저 지퍼의 디자인은 앞에서 메신저 팩터를 이야기할때 나왔던 것과 유사합니다. 여분의 천이 지퍼를 덮는 구조이고, 지퍼 손잡이는 금속이 아니라 천 재질로 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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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쪽에도 주머니가 하나 있지만, 이것 역시 네모 반듯한 가방에 딱 맞춰서 만들었기 때문에, 두꺼운 제 손을 집어넣으면 움직이기 힘들 정도입니다. 게다가 상당히 깊어서 뭐 꺼내기도 힘들어요. 따라서 평소에는 동전을 넣는 용도로만 사용합니다.

 

다만 이 가방을 해외 여행용으로 쓴다면, 여기에 여권이나 비행기표 같은 자주 꺼내진 않지만 꼭 필요한 물건들을 넣으면 괜찮을듯 싶군요. 꺼내기 어려운 위치니까 보안도 좋고(?) 크기도 적당하니까요. 다만 이 부분의 지퍼는 일반 지퍼입니다. 여기는 물을 맞을 일이 별로 없다고 판단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그건 좀 아쉽군요.

 

그리고 지퍼 아래쪽에는 주머니가 또 하나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저건 주머니가 아니고 여행용 캐리어 가방의 손잡이에 끼워서 캐리어 가방 위에 올려두는 용도입니다. 저게 주머니인줄 알고 저기에 뭔가를 넣으면 바닥에 떨어져요 -_-) 별로 제가 동전을 저기에 넣었다가 동전 줍느라 낭패였던 일이 있어서 그러는건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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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을 열어봅시다. 이쪽에도 지퍼가 달린 주머니가 있는데, 저는 여기를 렌즈 융과 각종 배터리를 넣어두는 용도로 쓰고 있습니다. 사진 왼쪽에는 메모리 카드를 넣을 수 있는 주머니가 두개 있지만 이걸 써본적은 없네요. 다만 이 주머니도 네모 반듯한 가방에 딱 맞춰서 만든 거라서, 수납 공간은 상당히 타이트합니다. 배터리 몇개 넣으면 볼록해지지요.

 

여기는 가방의 뚜껑이기도 한데, 테두리 부분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여분의 천이 내려와 있는 형태입니다. 따라서 가방을 일일이 지퍼로 잠그지 않아도, 버클 하나만 채워두면 어지간한 비 정도는 뚫고 들어오지 못합니다. 이 가방을 쓰면서 장시간 이동할때라면 몰라도 지퍼까지 채운 적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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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쪽에는 파티션이 가득 있었는데 저렇게 2개만 빼고 다 빼버렸습니다. 왼쪽에는 세로그립을 장착한 카메라가 렌즈를 아래쪽으로 향하게 해서 딱 들어가도록 공간을 잡았습니다. 그럼 평소에는 카메라가 엎어진 상태로 수납되다가(로우프로 탑로더 같은 가방처럼), 카메라를 꺼낼 일이 있으면 오른손으로 그립을 잡고 슥 꺼내면 되는겁니다.

 

나머지 공간은 전부 오른쪽에 밀어넣었습니다. 그래서 오른쪽이 좀 더 큰데, 탐론 17-35와 캐논 백마를 넣고 각종 필터류 5개와 헤드폰을 얹어두면 꽉 찹니다. 처음 이 가방을 샀을때, 이 가방에 다 들어갈 수 없을 정도의 장비를 들고 다니다간 내가 지칠 것이다..라는 계산에서 이 가방을 고른 것도 있는데, 실제로 이 가방은 제가 들고 다닐 수 있는 장비의 한계(크기나 무게 모두)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자. 저렇게 방수도 잘 되고 공간도 나름 충분한 노바 180 AW가 있는데 왜 패스포트 슬링을 또 샀냐구요? 그건 제가 K20D+세로그립+줌렌즈의 조합에서 5D+50.8로 주력 장비를 바꿨기 때문입니다. K20D는 세로그립을 안쓰면 도저히 그립이 안나올것 같은 어중간한 크기를 가지고 있었지만(차라리 K-7이나 K-5처럼 확 작아버리던가 -_-), 5D는 세로그립이 필요 없을 정도로 큰 크기였기 때문입니다.

 

세로그립을 안 쓰니까 세로그립이 들어간다는 이유로 샀던 가방은 의미가 많이 줄어들었고, 그러다보니 몸과 따로 노는 노바 180 AW의 착용감이 자꾸 신경이 쓰이면서, 앞으로 장시간 착용할걸 대비해서 결국 노바 180 AW를 사기 전에 진지하게 고민했던 패스포트 슬링을 이제서야 사게 됐습니다.

 

문제는 패스포트 슬링을 살때 노바 180 AW는 나눔을 하던가 헐값에 파는걸 생각했었지만, 패스포트 슬링을 단 이틀 써보니까 노바 180 AW를 가지고 있어야 되겠다는 웃기는 결론이 나와버렸다는 거지요. 그럼 패스포트 슬링은 어떤지 한번 보실까요.

 

링크: http://blog.danawa.com/prod/?prod_c=1006524&cate_c1=842&cate_c2=16142&cate_c3=16181&cate_c4=168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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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포트 슬링입니다. 저 로우프로스럽지 않은 형태 때문에 출시됐을 때부터 화제가 됐었지요. 그것만 빼면 역시나 로우프로스러운 밋밋함이지만. 저 특이한 디자인은 크로스로 맸을때 허리와 엉덩이 라인을 타고 착 달라붙는 느낌을 선사해주며, 그것이 패스포트 슬링의 컨셉이자 제일 큰 특징입니다.

 

색상은 블랙/스카이블루/화강암의 3가지가 있는데, 계속 블랙만 쓰다보니 이번에는 다른 색깔의 가방을 써보리라 하고. 마침 눈앞에 중3 여학생 세명이 자습중이길래 저와는 전혀 다른 센스를 기대하고 노트북에 제품 사진을 띄워 보여주면서 물어봤습니다(자습 감독 시간에 카메라 가방을 고르는 불량한 근무태도). 하지만 세명 다 '검은색이 제일 낫다'고 말해서 어쩔 수 없이 이번에도 검은색 -┏ 이건 로우프로의 디자인을 탓해야 되겠지요.

 

패스포트 슬링을 제일 처음 봤을때 제 느낌은 '왜 이렇게 작아?' 였습니다. 로우프로가 도라에몽의 주머니를 만드는 회사도 아니거늘, 딱 봐서 작아보이는건 정말 작다는 소립니다. 생긴게 특이해서 사진으로 보면 커 보이는거지 실제 수납 공간은 그리 크지 않습니다. 물론, 5D에 줌렌즈는 들어간다는걸 확인하고 구입한거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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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에는 제법 큰 주머니가 있습니다. 저 사진에 나온 것처럼 렌즈를 넣어두면 두고두고 후회할 것이라고 장담합니다. 저 주머니는 그냥 음료수 병을 넣어두는 용도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데, 음료수 병을 가지러 내려가기 귀찮아서 걍 옆에 있던 렌즈를 집어서 넣어 봤습니다.

 

오른쪽에도 주머니가 있지만 이건 크기가 작습니다. 그렇다고 충분히 깊은 것도 아니에요. 개중에는 저 주머니에 여권이나 지갑을 넣어두는 경우를 봤는데, 지퍼도 없고 벨크로도 없고 버클도 없는데 어떻게 그런 귀중한 것들을 넣어둘 생각을 한건지 무서울 정도입니다. 이 주머니는 물건을 넣기 쉽지만, 그만큼 빠지기도 쉽습니다. 제가 보기에 이 주머니의 용도는 지도나 종이 쪼가리를 넣어두거나, 이어폰이나 헤드폰을 꽂아둔 핸드폰/MP3 플레이어를 넣어두는 것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닙니다.

 

이 가방은 완벽한 좌우 대칭형입니다. 따라서 반대쪽에도 똑같은 구성의 주머니가 있으며, 그 사진을 찍을 필요는 없겠군요. 좌우 대칭을 위해서인지는 몰라도 어깨끈마저 수평으로 누워있는게 아니라 수직으로 서 있습니다. 이건 적응하기가 좀 미묘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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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 윗부분입니다. 지퍼 손잡이가 끈으로 된건 앞서 다른 가방을 소개하면서 몇번 말했지요? 그런데 이 가방의 지퍼는 앞에서 나왔던 지퍼와는 다릅니다. 여분의 천이 지퍼를 가리고 있는 것이 아니라 지퍼가 그냥 노출되어 있습니다. 게다가 2개의 지퍼가 서로 만나는 점에는 틈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한마디로, 이 가방으로는 가랑비조차 막을 수 없습니다.

 

이 문제는 지퍼를 메신저 팩터처럼 만들거나 별도의 천 커버를 달아두면 해결되는 것일텐데 왜 그렇게 만들지 않은건지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이거 하나 때문에라도 노바 180 AW을 처분할 수가 없더군요. 이 가방은 날씨가 좋은날에만 쓸 수 있는 그런 물건인데, 로우프로가 언제부터 그런 허약한(?) 물건을 만드는 회사가 된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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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을 열어봅시다. 왼쪽에는 카메라 박스가 있습니다. 내부 파티션이 하나 있었지만 그건 빼버렸지요 -_-) 카메라 박스를 덮는 부분은 두툼하게 처리되어 있어서 카메라 박스 위쪽에서 오는 충격도 보호할수 있습니다. 카메라 박스 옆에 메모리카드용 주머니가 있고, 가방 본체에는 배터리나 집어넣을 수 있는 주머니가 2개 있네요. 이게 이 가방의 유일한 좌우 비대칭적인 요소랄까요?

 

그리고, 그것 뿐입니다! 다른 수납공간이 일체 없어요. 아니 이름을 패스포스 슬링이라고 지었으면 여권이나 지갑을 넣어둘 공간은 따로 만들어놔야 하는거 아닌가요? 가방 한쪽에 주머니를 2개 만들어 놨다면, 그 반대쪽에 지퍼가 달린 좀 큰 주머니 하나만 만들면 됐을 문제인데, 왜 이렇게 지퍼를 아낀댑니까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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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박스는 분리도 가능합니다. 크기는 보시는대로. 5D에 표준 줌 렌즈 달아서 넣으면 딱 맞습니다. 이 말을 바꿔서 말하면 세로그립은 안되고, 고정조리개 망원렌즈는 안된다는 이야기인데, 뭐 그런게 안되는건 충분히 이해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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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박스를 빼고 나면 자리가 제법 커집니다. 따라서 다용도의 가방으로 쓸 수 있겠으나, 그래봤자 지갑 넣을 지퍼달린 주머니 하나도 제대로 없는 가방 따위!

 

카메라 박스와 가방 사이의 틈에 여권이나 지갑을 쑤셔넣는걸 생각해 봤지만, 그렇게 넣고 꺼내기에는 너무 번거롭기 때문에 그 계획은 포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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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박스를 빼고 가방도 구겨버리면 이렇게 놀라운 크기로 압축됩니다. 캐리어 가방의 앞쪽 주머니에 쑤셔넣으면 끝날 정도로요. 이 가방의 변화는 이것 뿐만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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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박스 반대쪽에는 이렇게 책 두개만 넣으면 끝입니다. 렌즈 파우치에 28-135 렌즈를 넣어서 여기에 두니까 끝이더군요.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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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쪽의 지퍼를 열면 가방의 크기가 늘어나면서 고정조리개 망원 렌즈까지 넣을 정도로 크기가 늘어납니다.

 

크기를 자유자재로 조절하고, 필요하지 않을 때에는 접어서 보관할 수 있으니 실로 변화무쌍한 가방이라 할 수 있겠지만. 변화무쌍한 날씨에는 대비가 안될 정도로 방수성 제로인 지퍼와. 변화무쌍한 장비에는 맞출 수 있으나 기본적인 지갑조차도 넣을 공간이 없는 가방.

 

...그래서 노바 180 AW를 포기하지 못하고, 패스포트 슬링하고 같이 쓰게 생겼습니다. 패스포트 슬링은 착용감이 좋고 크기가 작으니까 해가 쨍쨍한 날에 가볍게 나가는 용도로. 노바 180 AW는 작정하고 사진 찍으러 나갈때나 써야 겠네요. 메신저 팩터야 노트북 가방이고.

 

 

메신저 팩터를 제일 만족하면서 사용중이고(이건 싸게 사서 그런것도 있지만), 노바 180 AW와 패스포트 슬링은 장단점이 극명한 제품입니다. 용도에 맞춰 산다면 최고의 제품이 될 수 있겠지만, 만약 그렇지 않다면 돈이 아깝겠지요 -_-) 

 

그리고 한가지 더. 만약 카메라 가방이 카메라를 담는 용도 뿐만 아니라 패션 아이템으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 중에, 로우프로를 살 정도로 생각 없는 분은 없겠지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