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700도 팔렸으니 이제 써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본적으로 전 놀부심보입니다.
어느정도 수준이 안되면 쳐다도 안보는데 그렇다고 그게 비싸면 안되죠.
그래서 필사적으로 '싸고' '납득가능한'제품에 집착합니다.
근데 무선 헤드폰이라는 것이 가격과 타협하려면 이 기준을 상당히 내려야 한단 말이죠.사실 가격을 올린다 하더라도 딱히 괜찮은 물건이 없는 것이 무선헤드폰입니다.
하지만 한번 써보면 반드시 하나는 가지고 있게 되는게 무선 헤드폰이죠.
지금까지 제가 써본 제품들을 하나하나 짚어보면서 장단점을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1. 삼성 적외선 무선 헤드폰

제가 무선헤드폰에 발을 들이게 된 원인입니다.동네 재활용 수거장에서 줏어왔습니다.
하도 오래돼서 모델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IR방식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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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요렇게 생겼습니다.

음질은 딱 FM라디오 수준 정도 나오고...TV듣는 용도로는 그냥저냥 쓸만했죠. 당시에는 아날로그라 딱히 음질에 별 신경안쓰던 시절이니까..
수신범위도 광대역 센서라 그런지 꽤 잘 나오더군요.
IR방식은 방향성을 가지는 신호를 사용하기 때문에 혼선이 잘 되지 않는 것이 장점입니다.
그런데 이 방식은 치명적인 단점이 있는데... 예상하시겠지만 수신부와 송신부가 장애물로 인해 가려지면...또는 방향이 맞지 않으면...
바로 끊깁니다. 가차없습니다.
그래서 소파에서 보면 정자세로 봐주셔야 합니다.건강에 도움됩니다. :)

여튼 이걸 한 1년정도 쓰다가 어차피 남이 버린거라 제수명 다 하고 수신부 헤드폰이 훅 갔는데 아쉬워서 수신부 회로를 뜯어서 무선 리시버로 만들어 개조해서 썼습니다. 한 2~3년정도 썼나...사실 무선 솔루션들의 문제중 하나가 수신부와 헤드폰/이어폰이 일체형이고 대체적으로 이게 좀 허접해서..음질에 한계가 있기 마련인데 나름 다른 괜찮은 이어폰이나 헤드폰 연결해서 잘 썼었습니다.
사람이 고기맛을 보면 잊지를 못한다고 이때부터 무선 삽질이 들어갑니다.




2. FM방식 무선 솔루션

당시에 뭔가 법이 바뀌었는지 어떤지 모르겠지만 차량용 무선 카팩이 허용돼서 엄청 인기를 끌고 있었습니다.FM트랜스미터로 소규모 FM신호를 비어있는 주파수에 쏴서 소리를 내보내는 형식이죠.
개인적으로 버스에 장난도 몇번 쳤었습니다. 아저씨 미안...
여튼 이 방식을 응용해서 중국애들이 제품을 찍어내게 되는데... 이게 FM방식 무선 헤드폰입니다.
발상자체는 기발합니다.
당시에 800/900mhz를 사용하는 RF방식 무선 헤드폰이 적게는 한 15만에서 30만정도 선이었는데 이 FM방식 헤드폰은 비싸봐야 3만원이었고,거기다 라디오도 달렸습니다.
라디오는 당시에 유행하던 원버튼 라디오...-_-;; 가 들어있고 송신부가 FM트랜스미터가 들어있는... 그런거였는데,지금도 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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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런검다.

음질이 개판입니다.솔까 지금 서울은 라디오방송국이 포화상태나 마찬가지라 비는 주파수 자체도 거의 없을 뿐 아니라 신호를 세게 쏘기 때문에 신호간 갭이 좀 큽니다. 그 갭 사이로 쏘면 당연히 혼선이죠...
그리고 FM라디오는 신호상태가 좋아야 스테레오가 되는데 그것도 뭐 될때도 있고 안될때도 있고 지멋대로...
요건 며칠 써보지도 못하고 때려 쳤습니다.
하지만 FM방식은 비용이 대단히 저렴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여러 방면으로 구현해봤는데 별로 결과는 안좋아서 지금은 걍 포기했습니다.


3. 블루투스 1

그리고 한동안 실망하고 필립스에서 내놓은 무선헤드폰을 살까말까살까말까 하다가(당시에는 무선헤드폰은 필립스가 꽉잡고 있었습니다.. 라인업이 엄청 다양...) 블루투스가 나옵니다.
지금도 좀 비슷한 분위기가 블투님이 다해주실 것 같았어요.블투의 저가공세로 무선헤드폰 시장은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질 줄...알았는데.

생각보다 블투가 졸 별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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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거임.

이거 나왔을때 딱 제 기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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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요런 느낌.

음질도 괜찮다고 하고 6시간정도 사용할 수 있고, 리시버도 바꿀 수 있고 딱 제 타입이죠.지금도 이 기조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아무튼 기대 만빵으로 구입을 하고 적용시켜 봤는데...

딜레이가 쩝니다.

그때 당시에 대충 느낀게 200ms 전후? DMB보는데 음성싱크가 안돼서 목소리가 뒤에서 쫓아오고...
동영상 재생해도 싱크가 안맞고...
당시에는 블루투스 딜레이에 맞춘 지연보정기술 같은게 생소하던 시절이니 더 심했겠죠.블루투스가 송신부는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 인코딩을 하는데 스펙이 못받쳐줘서 딜레이가 더 심해졌을수도 있고...
음질도 생각보다 별로라서 미련없이 반품했습니다.


이거때문에 트라우마가 생겨서 지금도 블투 오디오는 신뢰를 하지 않는 편입니다.



4. 유니콘전자 무선 헤드폰

몇번 당하고 나니 의심병종자가 됐습니다.이건 뭐 써보지 않고는 믿을 수가 없는거죠.
그래서 이것저것 계속 기웃거렸는데 당시에 물망에 올랐던 것이 오페라였습니다.
기억하고 계신 분들도 있을 것 같은데 Kleer기술을 꽤 이른 시기에 채용하고 목에 거는 형식의 진보적인 디자인의 이어폰이죠.
근데 개인적으로 이어폰 분리가 되지 않는 형태는 싫어서 패스.
그리고 당시에 이것저것 무선 헤드폰들이 출시가 됐는데.. 다들 하나같이 듣보 회사이거나 청음이 불가능하거나 이런 식이라 계속 망설이다가...
유니콘전자에서 무선헤드폰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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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탈 2.4ghz에 10m 수신 가능.
송신부도 USB전원을 사용하는 상당히 최신방식의 헤드폰입니다.USB외장배터리로 송신부도 휴대가능.가격도 당시 6만원대로 저렴했습니다.
당시에는 유니콘 전자가 저희집 근처에 있어서...유니콘전자에 전화해서 청음해볼 수 있냐고 했더니 기꺼이 해준다고 해서 가서 들어봤습니다.
당시에 기준점은 어차피 음질은 포기했고 음질이 깨끗하냐, 그리고 착용감이 편안한가, 그리고 정말로 10m되냐...이것만 봤습니다.
음질은 그냥 들을만 했고 깨끗하게 전송되고 착용감도 편안했고.딱히 흠잡을 곳이 없었어요.
그 다음날에 와서 결재하고 썻었습니다.
이거 쓸때가 제일 편하게 헤드폰 썼던 것 같아요.착용감도 편안했고 헤드폰도 가벼웠고 가격도 저렴해서 대충 막굴릴수도 있었고 음질에 별 기대감도 없어서 대충 썼고..



5. TDK TH-WR700

아 그래도 음질은 좀 좋아야겠어요.
당시에 그래서 찾아보고 있었던게 뭐냐면, 일단 포터블이 되어야 하는데,블루투스면 안돼고,그런데 음질은 좋아야 하고,헤드폰에서 자체적으로 볼륨조절이 됐으면 좋겠는데 볼륨은 다이얼이 아니라 디지탈이면 좋겠네.그런데 비싸면 안돼고.
이 기준을 만족시킬 수 있었던게...

딱 하나

이거밖에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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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가격 17만원정도.

이게 가격이 제 기준으론 완전히 미친건데 물론 헤드폰 하나에 백만원까지 때려붓는 분도 계시겠지만 제가 좀 놀부심보라 도저히 헤드폰 하나에 20가까이 쳐붓는걸 상상을 못하겠더라구요.
하지만 당시에는 수입도 좀 있었고 이미 눈이 뒤집혀진 상황이라 샀습니다. -_-

좋아요.

TDK가 음향기기 관련 회사라서인지 음이 시원하고 베이스가 빵빵합니다.깜짝놀랐어요.이 사이즈에 그정도 음질이 나올지...
고음이 좀 쏘긴 하지만...
마감도 좋고 사용시간도 만족스럽고 다 좋았는...데.

딱 두가지가 걸리더군요.

일단 상당히 조입니다.헤드폰 사이즈때문에 머리에 고정을 하기 위해서인지 텐션이 좀 강해요.
그래서 안경을 쓰고 헤드폰을 쓰면 안경다리가 계속 머리에 압박을 하죠.
이게 한 30분정도는 괜찮은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사람을 미치게 만들어요.마치 손오공 머리띠마냥..-_-;;
그리고 이게 절전에 너무 열심이신 나머지...
입력이 5분정도 없으면 헤드폰을 꺼버립니다.
그래서 작업하면서 쓸수가 없어요.항상 헤드폰이 꺼졌는지 켜졌는지 확인해야 하니까.. 뭘 틀어놓던가 해야 함...
그렇다고 꺼졌을때 켜기가 쉽냐 하면...
이게 서로 페어링을 해야 하는데 제조사가 페어링 프로세스를 정확하게 설명을 안해놓고 기기가 명시적으로 알려주질 않기 때문에...
결국 송신기랑 헤드폰 사이를 오가며 서로 껏다켰다를 반복해야 하는 대략 귀찮은 상황이 생기죠.
하지만 음질이랑 적당히 괜찮은 휴대성이 이 모든걸 상쇄해서 계속 끌고 왔습니다.
아마 지금까지도 포터블 무선 중에 이 헤드폰의 음질을 따라올만한게 거의 없을겁니다.

근데 사실 저 송신부가 휴대하게 되면 주로 폰에 연결해서 쓰게 될텐데 저 레이아웃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다분히 아이폰을 노리고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전 안드로이드일 뿐이고,생각보다 좀 커서 짜증나요.은근히 저 접속부가 단선이 많이 되는 부위라 조심해야 하기도 하고..
그래서 대부분의 경우 휴대는 못하고 집에서 썼습니다.



6. 블루투스 2

다들 블투 음질은 포기하고 사는 분위기였는데 작년에 삼성이 들고나온 기술이 APT-x입니다.
무손실압축 전송코덱인데...이론상으론 블투와 Kleer의 장점만 취한 기술이라고 볼 수 있겠죠.
그런데 이 기술을 채용한 기기들이 생각보다 별로 없고 비싸서 논외로 놓고 있다가...
리시버들이 상당히 저가에 풀리기 시작해서 관심을 가지게 됩니다.
이전에 썼던 코원 리시버들과 비슷한 형태로 제가 원하는 스타일이라고 볼 수 있죠.

개인적으로 정말 기대 많이 했어요.일단 딜레이 문제가 해결됐다고 하고,이전에 쓰던 SBC코덱의 악몽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것만으로도 뭐...
거기다 친구가 구입한 Jabra의 30만원대의 헤드폰의 음질수준,그리고 딜레이 수준이 많이 기대를 하게 했죠.

마침 SPARTA님이 주시겠다고 해서 사용을 해보게 됐습니다.(감사할 따름이죠.)

하지만...

기술의 성숙도가 쫓아오질 못해요.APT-x는.
APT-x를 지원하는 블투 동글이 CSR사 하나밖에 안나오는데... 드라이버가 재앙수준입니다.
영상도 그렇고 게임도 그렇고 싱크가 막틀어져요.
그리고 다른 블투 주변기기와의 호환성도 그닥 좋지 못하고..
폰과 연결을 했을 경우에도 게임을 실행했을 때 음성 싱크로가 틀어져서 터치 타이밍이 계속 빗겨나가 혼났네요.
거기다 APT-x의 가장 큰 장점인 음질에 있어서도 그간 SBC코덱도 놀고만 있던게 아니라...딱히 크게 차이나지 않을 정도로 쫓아왔습니다.
그래서 집에서 쓸 용도까지는 완전히 대체를 못하고 밖에서 쓰는 용도로...어찌되었건 지금은 웬만한 기기는 다 블투 달려있으니까요.




7. 소니 MDR-DS6500 7.1채널 무선 헤드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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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ghz에 '가상'멀티채널 헤드폰이고 리시버에 디코더 달렸죠.

여기까지 오고싶지는 않았습니다.
일단 거치형이라 추구하는 방향과 좀 달랐고, 비쌌고, 거기다 가격에 비해서 음질이 별로일게 뻔해서...
하지만 휴대용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WR700을 계속 쓰고 있느니 차라리 거치형 무선을 들이는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물망에 오른게 몇개 있었죠.

이거 상위모델인 DS7100.은 충전거치대가 제공이 안돼서 충전이 귀찮아질 것 같고 국내 정식발매 모델이 아니라 AS가 안돼서 패스.
DS7500은 다 좋은데 가격이 40가까이 돼서 무리 물론 AS도 안돼고.
하위모델인 DS6500은 중고가는 괜찮은 편인데 무선 점핑이 안돼서 무선 혼선이 일어나는 치명적 문제가 있죠.7500이라고 안일어나는건 아니지만...

그외에도 소니가 PS3용으로 내놓은 무선헤드셋도 있었고...근데 이건 매물이 없어서 못삼..

그러다보니 딱 저거밖에 없는거에요.다른 회사에서 내놓은 헤드폰은 솔까 못미덥고.
소니스타일에 가서 청음해봤을때도 음질은 그냥 그렇다..정도였는데 착용감이 역시 소니...
소니 헤드폰이 귀가 들어가는 부분이 경사져있어서 엄청 편하거든요.텐션도 딱 적당해서 안경써도 머리가 안아프고...

결국 아무리 음질이 좋아도 장시간 사용할때 편하지 않으면 모든게 다 허사거든요.
5분 룰 계속 하는것도 귀찮고.

딱히 음질이 못들어줄것도 아니고 소니는 기본 평타는 쳐주니까.

샀습니다.

딱히 후회는 없어요.

일단 제일 편한게 거치대에 걸치면 알아서 꺼지고 충전들어가고...
거치대가 있으니까 따로 보관할 곳을 마련하지 않아도 되고...
입력단자가 디지탈/아날로그 각각 딱 하나뿐이라 그게 좀 불편하긴 한데 자주 바꾸는것도 아니고 뭐...



여기까지가 지금까지 제가 써본 무선헤드폰들 사용기입니다.
아마 일반적으로는 대충 블루투스 이어폰이나 헤드폰이면 충분할텐데 제가 좀 괴팍하다보니.
요즘은 블투로 대동단결하는 분위기라 웬만하면 대충 블투 사도 될겁니다.
WR700 떠나보내는 김에 한번 써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