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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체 일을 부업삼아 하고 있을 때는 오히려 카메라 관련 리뷰 등을 활발히 했습니다만 어찌어찌 하다가 카메라, 사진과 조금 거리 있는 매체로 돌아가다 보니 기회가 뜸했습니다. 최근에서야 이제 막 시장에 나온 삼양 24mm F1.4 렌즈를 수중에 넣은 게 전부다 시피 합니다.

 

저는 캐논 EOS 1D Mark III를 지난 2008년 초 영입한 후 아주 짧은 기간 동안 EOS 1D Mark IV를 거쳐 다시 두 번째 EOS 1D Mark III를 써오고 있습니다. 올해로 5년째 접어드는 셈이네요. 사실 제가 쓰는 용도에서 렌즈는 3개면 충분합니다. 취재, 스포츠 촬영 등 두루 쓰기 위한 70-200mm F2.8 렌즈와 실내 발표회 등 취재경쟁에서 더 가까이 들이댈 수 있는 16-35mm F2.8 렌즈만 있으면 되죠. 여기에 더하라면 제품 사진 촬영 때 요긴한 50mm 마크로 렌즈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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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OS 1D Mark III를 영입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낡은 렌즈지만 EF 24mm F2.8 렌즈를 손에 넣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UH 시리얼로 시작하는 매우 낡은 렌즈였죠. 이미 F값 낮은 광각 단렌즈를 선호하던 때였던지라 앞 뒤 안 가리고 영입했습니다. 1.3 크롭 비율을 갖는 APS-H의 독특한 화각 제약이 24mm 렌즈와 더해지니 생각지 못한 시너지 효과가 나더군요. 환산 화각 약 31mm라는 화각은 펜탁스가 FA 31mm F1.8 Limited 렌즈를 내놓은 까닭과 일맥상통합니다. 뷰파인더를 통해 바라보는 시야가 아닌 양 눈을 모두 떴을 때 보이는 시야를 프레임 속에 온전히 옮겨줬습니다. F2.8이라는 조금은 높은 조리개 값이 실내 촬영에서 불만이었습니다만 꽤 긴 시간동안 가볍게 휴대하는 단렌즈로 썼습니다.

 

그러던 중 2008년 말에 캐논 EOS 5D Mark II에 대한 리뷰 의뢰가 들어왔습니다. 당시 부업으로 일하던 매체 이버즈라는 곳으로부터입니다. 이버즈는 전자신문 인터넷의 컨슈머 매체로 지금은 분사해 독립 매체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당시 캐논은 EOS 5D Mark II와 함께 EF 24mm F1.4L 렌즈의 후속 모델인 EF 24mm F1.4L II 렌즈를 내놨습니다. 이 렌즈가 EOS 5D Mark II와 함께 제 수중에 떨어졌죠. 이 빠른 광각 단렌즈는 또 다른 세상을 보여주더군요. 제가 쓰는 EOS 1D Mark III가 아닌 1:1 화각을 갖춘 EOS 5D Mark II여서 더 큰 차이를 보인 거지만 24mm라는 광각에서조차 얕을 심도를 이용한 셀렉티브 포커싱 기법을 구사할 수 있다는 것이 커다란 매력으로 다가왔습니다. 24mm F2.8도 마찬가지였겠지만 30mm 이하 화각임에도 왜곡이 생각보다 적었던 것도 인상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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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기억들이 있었기 때문에 삼양의 이번 신모델이 눈에 확 들어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MF 렌즈라는 것이 AF 바디와 만났을 때 얼마나 불편한지는 잘 알고 있지만 EF 24mm F1.4L II 렌즈의 살인적인 값을 누그러트릴 만큼 매력은 충분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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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드파티 렌즈이고 수동 렌즈여서 값이 쌀 거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삼양 24mm F1.4 렌즈의 절대적인 값을 싸다고 볼 순 없습니다. 50mm 미만 광각에서 F2.0보다 빠른 렌즈를 싸게 만든다는 것부터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F값은 렌즈 직경과의 상대값입니다. F1.4는 전체 광량의 1/2을 통과시키는 값인 만큼 대구경이 아니면 구현할 수 없는 셈입니다. 그만큼 렌즈를 크게 만들면서 또 광각의 왜곡과 수차를 잡아내야 하니 구조도 복잡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위 제원표에 나와 있듯 삼양 24mm F1.4의 렌즈 구성은 꽤나 복잡하고 다양합니다. 게다가 비구면 렌즈까지 넣었으니 흔히 생각하는 만큼 싼 값에 공급하기는 어렵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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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 하나 새로 수중에 넣었으니 간단히 써보자 맘먹고 삼청동으로 나섰습니다. 그래도 꽃 피는 봄이니 사진은 적당히 나오겠죠. 다만 간간이 불어오는 가벼운 바람에도 F1.4라는 얕은 심도로 인해 초점 잡기가 여의치 않다는 문제가 있긴 했습니다. 칼자이스 50mm F1.485mm F1.4 렌즈를 써볼 때와 비슷한 당혹스러움이 다가옵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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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산 31mm지만 24mm 단초점이라는 고정된 넓은 화각이 이런 문제도 일으킵니다. 조금이라도 높은 곳에 있으면 들이댈 수 없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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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양 35mm F1.4 렌즈의 최단 초점거리는 25cm입니다. 캐논 마운트 경우 렌즈 전체 길이가 97.5mm이니 렌즈 끝단에서 피사체까지 최단 거리는 약 13cm 남짓이 되죠. 이 거리까지 들이대면 심도가 매우 얕아집니다. 특히 최대 개방인 F1.4에서는 배경이 아예 지워지다시피 날아가 버리죠.

 

삼청공원에서 나무에 난 새순을 피사체 삼아 배경날림 정도를 확인해봤습니다.

최대 개방에서부터 1스탑 단위로 셔터 속도를 반대로 줄이면서 비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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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개방인 F1.4입니다. 배경은 물론 피사체까지 초점 맞은 부위를 중심으로 극악의 심도를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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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2.0에서도 날아간 정도는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여전시 피사체조차 제대로 심도를 확보하지 못합니다. 물론 이 정도 초점거리라면 제 아무리 24mm, 환산 31mm라 해도 최소 조리개는 F4.0, 적당한 심도를 확보하려면 F5.6은 되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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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2.8이 되니 이제야 피사체에는 적당히 볼만한 심도를 확보하는 듯 합니다. 여전히 배경은 날아가고 없는 상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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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도 셀렉티브 포커싱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F4.0부터가 적당하지 싶습니다. 물론 인물사진 얘기는 또 다릅니다. 이 새싹은 인물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으니까요. 인물을 담으면서 상반신 정도를 배경 날리며 찍는다면 F2.0 정도가 적당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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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터 속도가 1/60초까지 떨어지니 이제 바람의 영향을 확실히 느끼기 시작합니다. 원본 100% 크롭 부분이 아닌 전체 사진을 보는 게 낫겠네요. 피사체는 대부분 초점 범위를 확보했고 배경도 어느 정도 분간할만한 정도에 이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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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8.0입니다. 셔터 속도가 많이 떨어졌으니 F5.6 샘플처럼 전체 사진으로 판단하는 게 나을 듯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F8.0에서의 적당한 심도를 기대했는데 F5.6이 생각보다 적당한 심도를 확보했다 생각한지라 F8.0에서는 그다지 할 만한 얘기가 없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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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해서 고른 사진입니다. F5.61/30초로 담아냈습니다.

 

 

삼양 렌즈들이 전자접점과 AF 모듈 없이 나오는 까닭은 라이선스 문제라고 합니다. AF 전자접점 마운트는 삼성 NX를 빼곤 모조리 일본 카메라 브랜드에서 갖고 있죠. 그들은 자국 내 기업들에게만 관련 라이선스를 허용한다고 합니다. 이러니 기술력 여부를 떠나 삼양옵틱스가 전자접점과 AF 기능을 넣을 수 있는 길이 없다시피 한 셈이죠. 앞으로는 또 어떨지 모르겠습니다만..

 

니콘마운트는 AE 접점을 갖고 있지만 (그래서 타 마운트보다 약간 비쌉니다) 기본적으로 렌즈의 모든 기능을 렌즈에서 직접 수행하죠. 조리개링도 렌즈에 달려 있습니다. 이렇다보니 조리개 값이 뷰파인더에 직접 반영돼 버리는데요, 이런 특징이 초점을 잡는데 불리함을 주기도 합니다. 이를테면 F1.4에서는 뷰파인더로 어느 정도 초점 맞은 정도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F5.6 이상 조이면 뷰파인더가 어두워짐은 물론 초점 맞은 정도로 식별하기 어려워집니다. 스플릿 스크린이라도 있지 않으면 초점 잡기가 여의치 않아집니다. 라이브뷰 기능이 있다면 이걸 이용하면 조금 나아지긴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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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각렌즈면 보통 주변부 해상력을 신경 쓰곤 하죠. 제가 워낙 그런 것에 무디다보니 그냥 씁니다만, 간단히 참고만 하시라고 확인해봤습니다. F4.0에서 중앙부와 주변부 원본 100% 크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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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이 전체입니다. 빨강색 사각형 부분이 각각 100% 크롭한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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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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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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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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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 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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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운데

 

 

정밀하게 벽과 직각으로 방향을 두고 촬영한 것도 아니고 삼각대로 고정시켜 흔들림을 없앤 것도 아니기 때문에 주변부 화질을 단지 이것만으로 평가할 수 없습니다. 네 귀퉁이 중에서는 가운데 화질을 참고해 가장 선명한 것을 주변부 화질로 간주하면 간단한 참고 정도는 되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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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동 렌즈들 중에서는 F1.4로 시작할 경우 F16까지밖에 못 조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F16F221스탑 차이죠. 광량 차이가 상당합니다. ND 필터 없이 한낮에 시간의 흐름을 담는 정도가 꽤 달라집니다. 이렇다보니 저는 차라리 F2.0이나 그보다 높은 조리개값으로 시작하는 렌즈를 더 선호하는 편입니다. AF 렌즈들 중에는 F1.2F1.4로 시작하더라도 F22까지 조일 수 있는 것이 제법 많이 있습니다만..

 

이 마지막 사진은 아직 해가 밝은 오후 5시경 1/5초 느린 셔터 속도로 인공폭포의 흐름을 잡아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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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시간동안 찍어본 것으로 간략히 꾸미다보니 부족한 게 많습니다. 빛 갈림 부분은 집으로 가는 중 가로등에 대고 찍어본 게 전부입니다. 노출 2초짜리를 들고 찍다보니 흔들림이 많습니다만 빛 갈림이 어떤지는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대략 이 정도 나온다는 것만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

 

 

삼양 24mm F1.4 렌즈는 수동 렌즈라는 부담만 극복한다면 특히 우리나라처럼 좁은 공간에서 사진 찍을 일 많은 곳에서 꽤 요긴할 겁니다. 보통 카페렌즈라는 별명을 붙여 35mm F2.0 렌즈를 많이 쓰곤 하는데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화각이 어느 정도 넓고 조리개값이 낮아 상대적으로 어두운 실내에서 셔터 속도를 확보하기 좋아서죠. 이런 의미에서 24mm F1.4 렌즈가 갖는 장점은 매우 큽니다. 35mm보다 화각이 넓고 F2.0보다 조리개값이 낮으니까요. 좁은 실내에서 더 많이 더 빠르게 사진을 담을 수 있습니다. 이만한 장점을 갖춘 렌즈를 AF 렌즈로 구비하려면 어마어마한 값을 치러야 합니다. 물론 삼양 24mm F1.4 렌즈도 삼양옵틱스 렌즈 중에서 가장 비싼 렌즈입니다만 캐논 EF 24mm F1.4L II 렌즈에 비할 바는 아닙니다. 특히 이런 광각 단렌즈가 아예 없거나 빠른 광각 렌즈가 없는 브랜드라면 삼양 24mm F1.4 렌즈가 주는 값어치가 꽤 높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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