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아티브 스마트 PC 프로라는 물건을 내놨습니다. 최근 먹고 살기 바빠서 최신 제품 소식에 좀 소흘했던지라 출시 자체를 몰랐지만, 알고보니 발표와 동시에 제법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 모은 제품이었고, 저도 이 제품의 스펙을 보자마자 오 이거 사볼만 한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본은 터치스크린으로 조작하는 윈도우즈 8 태블릿 형태로 이동성을 확보, 여기에 키보드 도크를 붙이면 완벽한 노트북으로 변신, 성능은 아이비브릿지 코어 i5 프로세서와 128GB SSD가 뒷받침하고, 1920x1080 고해상도 스크린 장착까지. 이렇게 보면 스펙만으로 어디 가서 뒤지지 않는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지요.

 

아이패드나 안드로이드 태블릿이 가볍고 배터리가 오래 가며 값도 싸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런 물건들의 활용엔 한계가 있다는 게 평소 제 생각이었습니다.  웹서핑이나 동영상 감상, 앱 실행 정도는 문제 없겠지만 기글하드웨어에 파일을 업로드한다던가 액티브 X를 설치한다던가 하는 '일'을 처리할 순 없었으니까요.

 

그러던 차에 스펙만 봤을 때 꿀릴 게 하나도 없는 아티브 스마트 PC 프로가 나오니 관심이 가지 않을 수가 없었을 수밖에요. 삼성이 슬레이트 PC란 물건으로 비슷한 시도를 했었다가 욕을 좀 먹었지만, 오히려 그 때 실수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제법 개선이 됐을 거라는 기대도 있었구요. 그래서 당장 질러버릴까 생각도 했는데 재고가 없데요 -_-a

 

대신 회사 일을 겸해 적당히 사심 들어간 기획을 잡아 홍보대행사에서 빌려 써 봤습니다. 써 보고 나서 든 느낌은요? 좋긴 한데 아직은... 이네요. 160만 원(정가, 키보드 도크 포함 모델)을 주고 사고 싶은 생각이 들랑말랑 하더라구요. 시간이 좀 지나서 가격이 좀 떨어지명 경쟁력이 생길 것 같긴 한데...

 

미적미적 미루다가 더 이상 늦어지면 안될 것 같아 간단히 소감만 정리해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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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입니다. 시리즈 9처럼 고급스러운 검은색 뭐 그런건 아니고. 지극히 평범한 전자제품의 박스입니다. 이건 딱히 설명할 게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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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품은 이게 다입니다. 더 쉽게 말할까요? 충전기와 설명서, 스크린을 닦는 융 뭐 그런게 전부입니다. 이 정도면 됐지 다른게 필요하냐고 말하실 수도 있겠지만.

 

어댑터는 크기가 크진 않은데 가지고 다니기에 썩 편하진 않네요. 지금까지 봤던 노트북이나 태블릿 제품 중에 충전기의 크기나 형태가가 마음에 들었던 건 애플과 에이수스 젠북 정도밖에 없는듯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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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보면 그냥 평범한 태블릿입니다. 아래쪽에 달린 윈도우 버튼이 이게 윈도우즈 기반 기기라는 걸 알려줄 뿐, 그것만 없다면 안드로이드 태블릿이라고 우길 수 있을 것 같지요? 하지만 그건 안됩니다.

 

왜냐면 태블릿 치고 두꺼운 편인 11.9mm의 두께는 넘어간다 치더라도, 무게가 0.88kg로 제법 나가기 때문입니다. 0.88kg거든요. 침대에 누워 보다가 얼굴에 떨어지면 몹시 아프다는 아이패드조차 0.65kg입니다. 이 차이는 결코 무시할 수 없습니다.

 

 x86 프로세서를 넣었는데 어떻게 ARM 프로세서를 쓴 거하고 비교를 하냐는 반박이 나올 수도 있겠지만. 아키텍처의 차이는 옆으로 밀어 놓고 아티브 프로가 태블릿 치고는 꽤 무거운 편에 속한다. 이건 부정할 수 없어요 -_-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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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을 켜면 윈도우즈 8이 나옵니다. 개발 자체부터 윈도우즈 8을 염두에 두고 만든 물건이긴 한데. 개인적으로는 윈도우즈 8이 아직은 많이 낮서네요. 윈도우즈 7만 해도 터치스크린을 쓰기에는 무리가 없을 것 같지만.

 

윈도우즈 8의 전환 속도는 그렇게 빠릿빠릿하진 않습니다. 윈도우즈 7이 대기모드에서 깨어나는 데 걸리는 시간과 비교하면 상당히 빨라진 거겠지만, 버튼만 누르면 바로 화면이 확 들어오는 안드로이드나 iOS하고 비교할 정도까진 아니지요.

 

그러니까, 윈도우즈라고 치면 엄청 준수한데 태블릿용 운영체제와 비교할 수준은 아니라는 이야기. 당연한 결론이겠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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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쪽에는 카메라, S펜, 통풍구가 있고, 윈도우즈 8과 코어 i5 스티커가 붙어 있습니다. 삼성 아래쪽에 달린 도난 방지용 고리는 무시하세요. 전시품을 빌려 온 거라서 저런 게 붙어 있습니다 -_-a

 

애플은 아이폰 5에서 바디가 약하다고 욕을 먹지만, 아티브와 비교하면 아이폰 5는 겁내 튼튼한겁니다. 아티브 프로의 플라스틱 뒷판은 손가락으로 누르면 눌려 들어가기도 하고, 스크린에 멍이 들기도 합니다.

 

의도적으로 누르거나 충격을 주지 않는 이상 큰 문제는 아니겠지만, 만듬새가 신뢰가 가는 편은 아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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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보드 도크입니다. 이게 기본으로 딸린 모델이 있고 그렇지 않은 모델이 있으니, '윈도우즈용 태블릿'이 필요한 분은 이게 없는 모델을 사시면 됩니다.

 

다만 따로 돈을 주고 사기는 대단히 아까운 물건입니다. 키보드엔 요새 어지간한 노트북에 다 달려 나오는 백라이트가 없고, 이걸 달아서 생기는 추가 기능이라곤 고작 USB 2.0 포트 두개가 더 늘어나는 것 뿐입니다.

 

제일 큰 문제는 여기에 전원 어댑터를 연결해서 충전은 할 수 있지만, 묵직한 본체를 지탱하기 위해 무게가 제법 나가는 -714g- 녀석임에도 불구하고 추가 배터리 제공이 없다는 것. 묵직한 무게의 대부분은 그냥 철판입니다.

 

아티브 프로 본체 들어간 배터리의 절반 만큼만이라도 키보드 도크에 넣어 줬다면 아티브 스마트 PC 프로에 대한 평가가 별 한개는 더 늘어났을텐데, 이 부분이 제일 많이 아쉽더라구요. 쓸데없이 무게만 늘었다는 기분이 너무 심하게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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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보드 도크만 따로 떼서 보관하기 어렵다는 것도 단점이 될 수 있겠네요. 본체를 감싸 지탱하기 위해 ㄷ자 모양으로 도크 끝부분이 나와 있거든요. 일자형으로 만들었다면 보관은 쉬웠겠지만 무게 지탱이 안됐으려나.

 

키보드 도크의 또 다른 단점 중 하나는 이걸 달면 두께가 꽤 늘어난다는 것이 있겠군요. 키보드 도크를 붙여서 노트북 형태로 만들면 두께가 21.9mm가 됩니다. 요새 20mm도 안 되는 울트라북이 수두룩한데 이 정도 두께는 좀 신경이 쓰이는 게 사실입니다.

 

키보드 도크 아래쪽에는 고무 받침대를 제외하면 아무것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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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보드와 도킹하면 이런 모습이 나옵니다. 도킹했을 경우 본체에 달려있는 윈도우 로고 버튼은 쓸 수 없지만 키보드에 윈도우 버튼이 있으니까 별로 상관은 없습니다.

 

단지 본체를 지탱하기 위해서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키보드 도크의 무게를 늘렸기 때문에 안정성은 생각보다 좋습니다. 다만 ㄷ자 모양의 고정 형태 때문에 키보드 뒤쪽이 살짝 올라가는 식으로 화면이 펼쳐진다는 게 특징이라면 특징.

 

근데 안정적으로 지탱하는 것과는 별개로, 스크린 쪽의 무게가 제법 나가서 어째 쓰기가 좀 불안불안한 것은 사실입니다. 화면 각도가 45도보다 더 좁혀지면 더 이상 무게를 지탱 못하고 닫히거든요. 그 각대로 화면을 놓을 일은 없으니 큰 문제는 아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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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11.6인치라는 화면 크기가 휴대성과 정보 표시의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최적의 노트북용 화면 크기라 생각합니다. 크로스백에 부담 없이 가지고 다닐 수 있는 화면 크기가 딱 11.6인치 인것 같기도 하네요.

 

크기 비교용으로 갤럭시 노트 1과 같이 놓고 찍었으니 어떤 모습인지는 아시겠지요. 왜 11인치 노트북인 시리즈 9와 같이 찍을 생각은 하지 않은걸까 이런 생각이 지금 들기도 합니다.

 

물론 두께와 무게만 놓고 보면 시리즈 9의 압승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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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께 비교용입니다. 왼쪽이 본체, 오른쪽이 키보드 도크, 위에 띄워둔 게 갤럭시 노트입니다. 이렇게 보면 별로 두껍지도 않지요? 하지만 키보드 도크를 물린 상태로 '노트북처럼' 들고 다닌다면 무시 못할 정도로 두껍습니다.

 

그러니까 진지하게 고민해 보세요. 키보드의 사용 비율이 정말 높다면 그냥 울트라북을 사는 게 훨씬 낫습니다. 가볍고, 얇고, 싸거든요. 하지만 키보드를 자주 쓰는 건 아닌데 포기는 못하겠고 기왕 키보드를 쓸 거라면 노트북처럼 나와야 하고. 이런 까다로운 요구를 할 분들이라면 아티브 프로를 사셔야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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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튼들입니다. 헤드폰, 전원, 화면 회전 고정, 그리고 USB, 마이크도 있고, 제일 오른쪽에는 카메라도 있네요. 카메라 성능은 나쁘지 않은 편이지만 하위 모델인 아티브보다 아티브 프로의 화소 수가 오히려 떨어집니다. 0.88kg짜리 태블릿을 카메라로 쓸 사람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나 보죠.

 

이쪽에 있는 USB 포트는 3.0까지 지원합니다. 키보드 도크에 달린 2개의 USB 포트는 2.0이니까 혼동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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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쪽을 보면 볼륨 버튼도 있고 마이크로 SD 슬롯과 마이크로 HDMI 출력도 있습니다. 키보드 도크는 USB 포트 외에 상태 표시용 LED 두개가 더 붙어 있는 정도네요.

 

입출력 포트가 그리 호화로운 구성은 아니지만, 여느 태블릿이나 울트라북에서 볼 수 있는 정도 수준은 되니까 여기서 감점당할 것은 없습니다. 키보드 도크의 USB 포트를 3.0으로 해줬으면 어떨까 정도의 불만이 있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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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은 키보드 도크와 본체를 연결하는 부분과 S펜입니다. 연결 자체는 제법 튼튼하게 되는 편이니 빠지지 않을까 그런 염려는 안 하셔도 됩니다. S펜은 전작에 해당하는 슬레이트 PC에서 따로 가지고 다녀야 했던 것과 달리, 본체 한쪽에 넣을 공간이 있어서 갖고 다니기 편합니다.  필압 감지도 갤럭시 노트보다 더 세분화됐다고 하던데, 저는 갤럭시 노트에서도 S펜을 '전혀' 안 써서 잘 모르겠습니다.

 

S펜 이야기가 나온 김에 성능 이야기도 같이 해야겠네요. S펜과 성능이 도대체 무슨 상관이 있냐고 물어보실 분들도 있을텐데, 아톰 프로세서를 쓴 일반 아티브 버전은 S펜으로 그릴 때 버벅거린다는 -_-a 소문이 있습니다. 확인은 못해봤지만. 그러나 코어 i5 프로세서가 들어간 아티브 프로는 그럴 일이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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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아이비브릿지 기반에 코어 i5 프로세서라고는 하지만 본질은 노트북입니다. 그러니까 아주 높은 성능을 기대하진 않으시는 게 좋아요. 코어 i5-3317U는 어댑터를 연결하면 2.6GHz까지 올라간다고 하는데 평소에는 1.7GHz가 상한선이라고 보시면 편합니다.

 

하지만 1.7GHz 듀얼코어라고 해도 어지간한 작업을 하는 데는 전혀 불편함이 없습니다. 램도 4GB니 빵빵하고. 128GB SSD는 윈도우즈와 복구를 위한 공간을 빼면 80GB 정도를 사용자가 쓸 수 있네요. 이 정도면 아주 여유 있진 않아도 쓰기 불편한 정도는 아닐듯.

 

내장 그래픽은 인텔 프로세서의 고질적인 약점 중 하나지만 그래도 아이비브릿지에서 많이 나아졌잖아요? 아이비브릿지 내장그래픽으로 디아블로 3가 돌아가고 레이싱 게임이 된다는 점이 알려졌을 때 참 난리도 아니었지요 -_-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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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음이나 발열도 크게 거슬리진 않습니다. 웹서핑 정도의 간단한 작업을 하고 있을 때는 쿨링팬의 소음이나 발열을 느끼지 못할 정도. 물론 CPU를 혹사시키는 테스트를 실행하면 여지없이 소음이 나긴 하지만 노트북에서 그런 일을 할 일이 얼마나 있으려나요.

 

그 외에 달려 있는 기능도 나쁘지 않은 편. 카메라는 5백만 화소지만 일단 제 갤럭시 노트에 달린 것보다는 훨씬 낫고, 특히 스피커가 인상적입니다. 27인치 중소기업 모니터에 달린 녀석보다 소리가 훨씬 더 좋더라구요. 볼륨을 높게 키우는 기대는 안 하는 게 좋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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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도가 얼마나 나오는지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는 사진을 찍지 못해서, 나중에 급하게 찍은 것입니다. 이 정도면 1920x1080 해상도가 어느 정도인지 바로 파악이 되시겠지요. 저렇게 쓰려면 윈도우즈 8에서 데스크탑 모드로 바꿔서 화면을 회전해야 되긴 하지만. 이 사진 한장만으로 다른 설명은 필요 없겠지요?

 

시야각이나 반응속도도 나쁘지 않습니다. 삼성 저가형 노트북이 TN 패널을 써서 불편하다고 말이 많은데, 태블릿은 노트북과 달리 다양한 각도에서 화면을 볼 수 있도록 고려해서 만들어야 하니까요.

 

 

좀 난잡해졌는데 -_-) 정리해 볼께요.

 

1. 아이비브릿지 프로세서를 비롯한 성능과 SSD의 용량, 고해상도 스크린은 아주 괜찮음.

2. S펜을 비롯한 부가 기능과 USB 3.0에 마이크로 SD, HDMI까지 지원하는 확장성은 나쁘지 않음

3. 근데 무겁고 두꺼움. 키보드 도크를 달면 울트라북 표준을 넘어버려 가지고 다니기 살짝 부담스러울 정도. 배터리 시간도 그저 그런 수준.

4. 하지만 윈도우즈를 포기 못하겠다면 그래도 이만한 물건이 없음. 윈도 없이는 일이 안 되는 사람이라면 이걸 울면서 사야 할듯.

5. 키보드 도크에 배터리좀 넣어 주면 안되겠니? 아니면 160만이라는 가격을 좀 까주던가. 아톰에 HD 스크린인 아티브 노말 버전도 돈 백만 원이니.

 

다시 결론 한줄요약.

고성능/고해상도를 필요로 하지만 키보드는 아주 가끔씩만 쓰는 윈도우즈 사용자는 꼭 사세요. 하지만 이 중에 하나라도 해당되지 않는 게 있다면 사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