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하드웨어, 그 중에서도 본체에 들어가는 부품들을 비교하는 것은 그나마 간단한 편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스펙이 더 높고 점수가 더 잘 나오는 제품을 고르면 됩니다. 코어 수, 클럭, 캐시, 전력 소모량, 지원 포트 등등... 객관적인 데이터들이 많으니까요.

그런데 이것이 본체 바깥으로 나온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LCD 모니터만 놓고 봐도 ips니 va니 tn이라던가, 무슨 마우스는 그립감이 어떻다던가, 어떤 키보드는 키감이 어떻다던가, 프린터의 인쇄 품질이 어떻다더라까지. 이런 것들은 자로 잰것 처럼 딱딱 비교할 수 있을까요?

그럼 이번에는 분야를 좀 더 바꿔봐서, DSLR 카메라용 렌즈는 어떨까요? 단순히 지원하는 화각이 넓고 고정 조리개가 밝게 들어가며, 가볍고 크기 작으면 좋은 렌즈라 할 수 있겠습니까? 더 진도를 나가서, MTF 차트가 잘 나오면 좋은 렌즈일까요?

제가 DSLR에 무지해서 그렇겠지만, 도저히 저런 스펙 몇가지만 보고선 렌즈를 판단할 수가 없었습니다. 펜탁스 16-45 F4는 렌즈 이름에 나온 스펙만 놓고 보면 별거 아니겠지만, 정작 그 렌즈에 대한 평가는 아주 좋은 편입니다. 스펙만 가지고 비교한다면 왜 그렇게 평가가 좋은건지 알 수가 없겠지요.

결국, 렌즈를 비교하는 제일 좋은 방법은 역시 직접 찍어서 비교하는 것밖에 없다는 결론밖에 안 나오더군요. 어쩌다보니 집에 다양한 장비들이 다 모이게 되서 비교 테스트를 해보자...고 하였는데, 시간과 기술의 부족으로 결과가 매우 불만족스럽게 나왔습니다. 뭐 다음 번에 더 좋은 기회가 있길 바랄 뿐입니다.

1all.JPG

왼쪽부터 K20D에 77리밋(테스트와 상관 없음), 펜탁스 스타 16-50, 시그마 17-70, 펜탁스 50-200(사진촬영 모델로만 사용), K200D에 탐론 17-50. 해서 사진 비교에 실제로 들어간건 스타 16-50, 시그마 17-70, 탐론 17-50.

스타 16-50은 펜탁스 렌즈의 최고급형 제품이고, 시그마 17-70은 적당한 화각과 조리개와 가격의 조합 때문에 나름 인기가 괜찮은 제품이며, 탐론 17-50은 다나와 렌즈 인기순위 1위에 올라간 제품입니다. 펜탁스 번들 18-55만 있었다면 나름대로 테스트군이 완벽했을텐데 아쉽군요.

테스트는 펜탁스 K200D에 물려서 35mm에 F4에서 한다고 했는데 막상 찍어놓은걸 보니 35mm를 제대로 맞춘 사진이 하나도 없었어요(...) 손떨림이 심해서 초점이 제대로 안 맞은것 같은 문제도 있고.

17mm나 50mm에서도 비교를 해봤어야 했고(50mm라면 50-200도 넣을 수 있었을텐데), 조리개값도 여러가지로 설정했어야 했고, 사진 촬영 장소도 최소 3군데에 인물 비교도 들어갔었어야 했는데, 앞의 2가지는 시간이 없었고 인물 비교가 빠진건 모델이 없어서(...)


들어가기에 앞서. 이 글이 나올 수 있도록 도와주신 분들에게 감사 인사를 드려야 되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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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16-50의 주인이자 탐론 17-50의 a/s를 담당했으며, 테스트 사진을 직접 찍은 분(저는 항상 제가 할 일을 옆의 다른 누군가에게 떠넘기는데 익숙합니다).  ...그런 이유로 해서 테스트 사진이 이상하다면 절 욕하지 마시고 화살을 이분에게 돌리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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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론 17-50의 주인. 일단 테스트에 동의는 했으니 감사는 해야 하겠지만, 시그마 18-125가 이 사람한테 갔다 온 뒤로 AF 초점잡기의 확률이 로또 3등 수준으로 떨어진지라, 테스트에 포함시킬 수 있었던 시그마 18-125가 빠지게 된 원인을 이분에게 떠넘기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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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론 17-50이 서울에 올 수 있도록 고장내는데 일조하신 분...일지도. ...다만 테스트 당일에 펜탁스 18-55를 가지고 오겠다는 약속을 어긴지라 감사 인사는 못 하겠음 -_- 18-55까지 포함됐었어야 딱인데 말입니다.


아래 사진들은 똑같은 조건으로 맞춰서 찍는다고 하긴 했지만 그건 무리 -_-a 그래서 조금씩 차이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어쨌건 비교를 위해서니 포토샵에서 잘라내기만 했고 다른 어떤 후보정도 넣지 않았습니다.

첫번째 사진 촬영 장소는 라이트박스. 가로 사이즈가 900이 넘어가는 사진들이니 클릭해서 원본 크기로 보셔야 됩니다.

먼저 스타 16-50부터 갑니다.

2star.JPG

다음은 시그마 17-70

3sigma.JPG

마지막으로 탐론 17-50

4tamron.JPG

어떻습니까? 렌즈의 차이가 눈이 보이시는지요? 보기 쉽도록 일부 영역만 잘라내서 다시 올리면 이렇습니다.

2star2.jpg 스타 16-50
3sigma2.jpg 시그마 17-70
4tamron2.jpg 탐론 17-50

사진 세장 모두 딱 저 PENTAX에다 초점을 놓고 찍는다고 했는데 거기에 초점이 딱 맞는 것처럼 보이는건 스타 16-50 뿐이로군요 -_-a 탐론 17-50까지도 그나마 나은 편이지만 시그마 17-70은 초점이 제대로 맞기나 한건지 의심스럽습니다.

사실 초점보다도 더 말하고 싶은 것은, 그리고 초점보다도 더 두드러지게 보이는 차이점은 바로 '색'입니다. 이것은 렌즈의 코팅 때문일 것이라고 우리 교주가 주장했고 저도 거기에 동의하는 편인데, 스타 16-50의 검은색이 제일 잘 나왔고 시그마 17-70은 좀 누리끼리합니다.

그리고 제일 튀는 것이라면 탐론 17-50입니다. 탐론은 너무 밝게 나오더군요 -_-a F4 정도의 조리개에서, 그리고 1/3 스탑씩 조절하면 뭔가 호환성 문제가 있는것 같다는 렌즈 주인의 증언이 있었는데, 눈이 부실 정도라고 해야 하나 -_-

다른 부분의 비교도 마찬가지입니다.

2star3.jpg 스타 16-50
3sigma3.jpg 시그마 17-70
4tamron3.jpg 탐론 17-50

이번에는 초점이 대체적으로 맞는 분위기이지만, 스타가 색 때문에 그런가 제일 또렷하게 보이고, 시그마는 아까보단 덜하지만 누렇고, 탐론은 밝게 나옵니다.

좀 어두운 쪽으로 가볼까요?

2star4.jpg 스타 16-50
3sigma4.jpg 시그마 17-70
4tamron4.jpg 탐론 17-50

마찬가지입니다.

그럼 이번에는 같은 장소에서 찍은 다른 사진으로 비교해 보지요.

5star.JPG

스타 16-50

6sigma.JPG

시그마 17-70

7tamron.JPG

탐론 17-50

사진이 커서 알아보기 힘드니까 -_-a 중간 부분만 잘라서 다시 올립니다.

5star2.JPG

스타 16-50

6sigma2.JPG

시그마 17-70

7tamron2.JPG

탐론 17-50

마찬가지입니다. 렌즈가 표현해내는 색의 특징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그럼 이번에는 장소를 바꿔서, 밖으로 들고 나가서 태양광 아래에서 찍어 봤습니다. ...날씨가 별로 쨍~하고 맑은건 아니었지만 태양광은 위대하시니까요 -_-a

8star.JPG

스타 16-50

9sigma.JPG

시그마 17-70

10tamron.JPG

탐론 17-50

밖에서 찍어봐도 탐론의 그 밝게 찍히는 특징(렌즈 주변의 배경을 보세요)은 여전합니다. 시그마의 누런끼는 좀 덜 보이는듯 합니다만.

8star2.jpg 스타 16-50
9sigma2.jpg 시그마 17-70
10tamron2.jpg 탐론 17-50

이렇게 보면 탐론이 밝게 보인다라기보다는 다른 렌즈들이 어두워 보이는 느낌이지만.

8star3.jpg 스타 16-509sigma3.jpg 시그마 17-7010tamron3.jpg 탐론 17-50

이렇게 본다면? 렌즈의 PENTAX 50-200 로고도 그렇고,  렌즈 아래의 나무판에서 특징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원래 이 글을 쓰면서 의도했던 목적은, 16-50이나 17-70이나 17-50이나 그게 그놈이니까 그냥 쓰던거 쓰자. ...라는 결론을 도출해 내겠다는 것이었으나. 결과 사진들을 보니 도저히 그렇게는 말할 수가 없군요 -_-a

개인적으로는 스타 16-50의 색이 제일 마음에 들었습니다. 제가 원하는 색을 가장 근접하게 뽑아 준다고 해야 하나요? 하지만 오늘 기준으로 가격이 1030000원(http://blog.danawa.com/prod/437179/C/842/1157/1230/0)인 렌즈를 간단히 지를 수는 없는 일이겠지요. ...환율만 안 올랐어도.

현재 사용중인 시그마 17-70은 색이 제일 마음에 안 들은데다가(차라리 탐론처럼 확 날려버려! 누리끼리한건 즐), 긴가민가 싶은 초점 문제가 계속 걸립니다. 뭐 초점 문제야 제 렌즈의 불량이라 치고. 고정조리개 2.8이 안된다는건 17-70이라는 넓은 화각으로 커버하고, 359000원(http://blog.danawa.com/prod/139098/C/842/1157/1230/0)이라는 제일 현실적인 가격은 도저히 외면할 수가 없는 요소입니다.

탐론 17-50은 사진들이 전체적으로 밝게-하얗게 나왔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별로 마음에 드는 색이 아니라서 탐론 17-50의 뽐뿌는 완전히 사라졌으나, 이런 색으로 인물 사진을 찍는다면 나름대로 '한국인들이 제일 좋아하는 색'의 인물이 찍힐것도 같군요. 거기에 제일 중요한건 520000원(http://blog.danawa.com/prod/638054/C/842/1157/1230/0)에 고정조리개 2.8이 되는 펜탁스 마운트 렌즈라면 탐론밖에 없으니까요.

나중에 이런 비교를 한번 더 해보거나, 하다못해 시그마 17-70하고 펜탁스 번들 18-55랑 비교해서 펜탁스 번들에서 스타와 비슷한 색이 나온다면, F4의 압박을 무릅쓰고서라도 16-45로 가는걸 좀 고려해 봐야 할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