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발단은 그림자님한테서 이런 쪼가리가 날라온 것이었습니다.


(아싸 이걸로 스펙 설명 대체)

메인에는 키보드를 더 끼울 자리도 없고, 세컨에 끼우는 용도로는 기계식 키보드가 너무 아까워서 그냥 사절했었습니다만.


...라고 하니 그냥 가지고 오시라고 하여, 본인은 '하사'라고 적극 주장하였지만 결론은 '조공'을 받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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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서 나온 것이 바로 이것입니다. 첫 인상은 F와 J에 튀어나온게 없다(...)는 것이었는데, 저 사진에서도 잘 보이지만 F와 J만 좀 더 오목하게 들어가 있습니다. 따라서 타이핑하면서 헷갈릴 일은 절대로 없습니다. 그리고 화살표와 특수키들의 미묘한 배합인데 이것은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이럴 바에는 특수키를 뭐하러 올렸나, 넘버양 아니 넘버락 키를 쓰고 말지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대신 키보드는 일반 키보드보다 좁고 위아래로 깁니다. 양 옆으로 좁아진건 마음에 듭니다. 사람의 어깨가 아무리 넓어도 키보드와 마우스를 다 커버하려면 솔직히 너무 넓다는 생각이라서, 키패드가 왼쪽으로 간 왼손잡이용 키보드야말로 진짜 오른손잡이한테 맞다고 생각했었거든요.다만 위아래로 길어진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이건 앞에서도 말했지만 특수키와 방향키를 재배치 하면서 이렇게 된 것인데 차라리 이럴 바에는 특수키를 빼버려라 이런 느낌입니다.

번개 시작 전에 그림자님이 분해해서 이것저것 설명도 해주시고 하셨는데 전혀 못알아먹을 말 뿐이었으니 생략. 분해하기 귀찮으니 분해 사진도 생략... 하려다가 그건 좀 아닌것 같아서 귀차니즘을 극복하고 뜯어보기로 했습니다 -_-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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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보드 뒷면의 설명입니다. MADE IN CZECH REPUBLIC이 인상적이로군요. 그보다 더 인상적인건 역시 체리 로고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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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식 냄새가 풀풀 나는 분해 사진입니다. 이렇게 보면 별거 아닌것처럼 보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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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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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구려 멤브레인과는 차원이 다른 칩이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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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키들이 독립된 하나의 스위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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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런 키들은 이런 기계식 스위치를 사용합니다.

...기계식 키보드에 대해 아는건 없으니 설명은 저 위의 쪽지 내용을 참고하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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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에 올려둔 키보드 삼형제입니다. 왼쪽부터 미디 키보드라는 것만 빼면 매우 싸구려 멤브레인인 크리에이티브 프로디키스, 이번에 리뷰를 쓰는 체리 기계식,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 네추럴 키보드 4000.

일단 기계식의 특징은 무엇이냐. 그 특유의 키감입니다. 지금 이 사용기와 아까 오전에 올린 플레이스테이션 4 관련 정보글은 '일부러' 기계식 키보드로 타이핑해 보았지만 확실히 키감이 다릅니다. 경쾌하고 가벼운 그 느낌은 타이핑을 하면 할수록 즐거워지게 만듭니다. 그건 뭐 그림자님이 그렇게 개조해서 그런 것일수도 있겠지만 하여간 이 키감은 키보드를 누르는 재미를 선사하는 그런 키감이랄까요.

...하지만 제가 평소 쓰던 마소 네추럴 4000하고 비교하면 심각한 단점이 있는데, 그건 바로 손목이 아프다는 것입니다 -_-a 네추럴 특성상 요골과 척골이 뒤틀리는걸 막고 손목이 자연스럽게 해준다 어쩌구 저쩌구 같은 어려운 이야기는 집어 치우고, 손목 받침대가 없다보니 손목이 매우 아프고 피곤해집니다. 손목 받침대를 사서 받친다고 하더라도 키 배열과 높이에서 오는 차이는 극복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건 제가 네추럴 키보드에 적응해서 그런 것이라고 해야 되겠지만 계속 이 키보드를 쓰고 있으니 손가락은 날아갈것 같은데 손목이 아프군요 -_-...

그렇다면 여기서 선택의 기로. 키보드를 즐겁게 칠 수 있는 것을 선택할 것이냐, 아니면 키보드를 편하게 칠 수 있는 것을 선택할 것이냐. 저는 원래 쓰던 것이 네추럴이다보니 네추럴을 선택할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블루투스 기계식 네추럴 무각인 블랙 키보드가 나온다면(....) 기계식의 즐거움을 알아버린 저는 당장이라도 질러줄것 같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