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제가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 사용기인지는 글을 쓴 저 자신도 모르겠습니다만. 하여간 앞으로는 사소한거 하나라도 사용기를 써서 올리겠다는 것이 제 생각인데다가, 이번에는 사소한게 아니라 뭔가 크게 하였으니 주제가 뭐가 되건 간에 써서 올려봅니다.

제가 중국에 있을때, 아버지께서 집에 컴퓨터를 한대 주워 놓으신게 있었습니다.



보시다시피 있을건 다 있는데, 파워가 맛이 간 놈이라서 감히 켜볼 생각도 안했었지요.

그런데, 이번에 한대를 또 주워오셨지 말입니다.



이번에는 그래픽카드와 램이 없습니다. 따라서 두대를 합치면 뭐가 하나 잘 나올법도 하다는 결론이 나오더군요.

두대를 낑낑거리며 옳기면서 느낀 것이지만 옛날 컴터들은 케이스가 참 묵직합니다. 키보드도 옛날에는 기계식 뿐이었고. 케이스와 키보드는 발전을 하긴 했지만 그만큼 줄어든 부분도 없잖아 있는듯.

보드는 둘 다 비아 칩셋이 박혀 있는데, CPU를 떼어내기가 귀찮으니 쿨러만 빼 보고서 좋은 CPU가 박힌 걸 써보기로 결정했습니다.



집에 원래 있던 놈은 펜티엄 3 800EB. 왕년에 엄청난 고급형 모델이었는데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제가 셀러론 600으로 연명하면서 모니터는 19인치 CRT를 질러서 주위 사람들에게서 부르주아라는 소리를 들었던 적도 있고 말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제가 컴터에서 제일 많이 투자하는 부분은 모니터지 말입니다.



새로 주워온건 펜티엄 3 733. 이것도 그리 후달리진 않겠지만 결국 800EB가 장착된 보드를 가게 됐습니다. 사실, 그 보드가 더 크고, 내장 사운드도 있었거든요 -_-a 이 보드는 내장 사운드가 없어서 ESS 칩셋이 박힌 사운드 카드가 장착되어 있더군요.

그런데, 800EB 보드에서 화면이 안 들어 오길래 733으로 갔더니 마찬가지. 아나 어디가 맛이 간건가 싶어 본체 스피커를 달면서 테스트를 했더니, 800EB 보드에서 다시 화면이 들어 오더군요.



키보드 에러 따위는 그냥 넘어갑시다. 여담으로, 733이 박힌 보드는 '삐---삐비빅'이 낫지 말입니다. 이렇게 해서 확정된 사양은 펜티엄 3 800EB, 128MB 133Mhz, 지포스 2 MX 64MB, 250W 파워.



그리고 하드디스크 에러가 나길래 160GB 시게이트 하드디스크를 달았지만 137GB인가로 인식하고 -_-a, DVD 멀티와 K400 케이스를 쓰게 됐습니다. 어째 제 득템은 항상 배보다 배꼽이 더 큽니다.



윈도우를 깔아봅시다. 예전에 윈도우를 깔때는 참으로 오래 걸렸던것 같은데, 요즘에는 엄청 짧아졌다고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 이유를 이제서야 알았습니다. ...컴퓨터가 그만큼 발전한 것이었지요 -_-a 까는데 한시간 정도 걸린듯?



무릇 윈도우를 깔았으면 업데이트를 해야 되겠지요. 메인 시스템(펜티엄E2140@2.66GHz, 3GB)에서 원샷 업데이트팩 설치에 40분인가 걸렸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 시스템에서는 2시간 반 걸렸습니다. 그동안 저는 핸드폰에 내장된 스도쿠 하드 난이도 신기록을 10분 47초로 갱신했는데, 이 기록을 위해 몇번을 재시도 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윈도우를 깔때도 그렇고 업데이트를 할 때도 그렇고, 이 엄청난 성능의 차이는 아마도 원샷 업데이트 팩 제작자의 흉계 ATA66 때문이라고 추측됩니다.


어쨌건, 윈도까지 깔았으니 그 다음은? 인터넷을 하기 위해 랜선을 깔아야지요.

여기서 제가 사는 집의 구조를 보면, 2층짜리 주택인데 2층을 저희 집이 씁니다. 메인 컴퓨터와 인터넷 선은 3층에 해당하는 옥탑방에 가 있고, 제 방은 2층에 있지요. 이 컴퓨터는 2층 제 방에 놓습니다.

...그러니까 인터넷 한번 하려면 에구 허리야 무릎이야 귀찮아 죽겠네 하면서 옥탑까지 올라가야 하는데, 그 귀찮은 상황을 어떻게 타파하기 위해서는 랜선을 2층까지 끌어내려와야 한다는 것이 되겠습니다.

처음에는 무선 랜카드를 달아서 무선 인터넷을 써볼까 했지만, 펜티엄 3에서 무선 랜을 쓰면 무진장 느릴 것이라는 흉흉한 괴담 때문에 결국 선을 길게 늘어뜨리기로 했습니다.



아이피타임 G504는 저렴한 가격의 안테나 세개짜리 유/무선 공유기이길래 샀습니다. 이것보다 몇천원 더 빠지는 것도 있었지만 딱히 호감이 가질 않더군요.

당장 무선랜을 쓸 일이 없는데도 유/무선 공유기를 산 것은 최근 저의 지름 행각을 보아할때 추후에 무선 랜을 쓸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되어, 유비무환의 정신으로 질렀습니다.

랜선은 50M짜리를 샀지만 제가 길이 측정을 잘못한 관계로, 30M 정도만 해도 충분했을듯 합니다.



설치는 무진장 간단했습니다. 뭐 설명서가 어쩌고 설치 CD가 어쩌고 했는데, 그냥 선 꽂고 기다리니까 알아서 되더군요 -_-a 최소한 윈도우즈 XP SP2 정도라면 설치할 필요 없습니다.

다만 이렇게 장착하니까 메가패스가 사용자 아이디/비밀번호를 다시 물어보는 것이, 분명 뭐가 달라지긴 달라졌다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당장 무선랜은 쓰지도 않으면서 왜 안테나를 꽂아 놓은 것이냐고 물어보신다면, 뽀대 때문이라고 답하겠습니다.



그럼 선을 빼 봅시다. 저 창문 구석을 통해 인터넷선과 케이블 TV 선이 들어왔었는데, 이제 다시 저길 통해 인터넷선이 한가닥 더 나가게 됩니다.



옥상에서 안쪽을 촬영하니 역광 때문에 보이는게 없군요.



기와 안쪽에 잘 쑤셔 넣어 덮는 식으로 이어 나갔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랜선이 매우 가지런히 놓여져 있지만 나중에는 칼로 내려쳐도 안 끊긴다는 낄끼리아스의 매듭으로 변질되어 버립니다.



중간에 만난 TV 선.



이 집에 이사오기 전에 원래 살던 사람들이 쓰던 스카이라이프 접시까지 왔습니다.



모서리까지 도착. 옥탑 방으로 들어가는 인터넷 랜선(회색)과 지금 깔고 있는 랜선(하얀색)이 있습니다.  ...나중에 쓰겠지만 여기서 심각한 삽질을 하게 됩니다.



목표했던 곳까지 도착했습니다. 여기까지 오는데 온갖 화분들의 방해를 받아야 했기 때문에 시간이 엄청 걸렸습니다.



참고로, 저희 집에 들어오는 인터넷 선은 왼쪽의 저 박스에서 들어오는듯. 렌치가 있으면 열어볼 수도 있겠는데 귀찮습니다.

이쯤 되니까 랜선이 마구 옹켜서 칼로 내려쳐도 데미지가 안 들어갈 정도입니다.

...문제는, 제가 제 방 위치를 잘못 계산한지라(...) 아까 첫번째 모서리를 찍었을때 그냥 선을 내렸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결론은? 구겨넣었던 선 다시 빼서 원래 위치로 컴백.



여기서 선을 아래로 던집니다.



제 방에서 내다보면 이렇습니다. 왼쪽 샷시 근처를 보면 랜선이 한가닥 내려와 있는게 보입니다.

뭐 가구 사이로 쑤셔넣고 해서 랜선 연결은 성공.



원래는 꽃게텍의 악명높은 8139 랜이 꽂아져 있었지만, 몇년 전에 북간도에서 무려 만원을 주고 샀던 3콤 랜카드를 꽂았습니다.

여기서도 별다른 셋팅 없이 바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이쯤에서, 쓸데없이 수준만 높아진 제 눈에 대해서 심각한 고민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현재 사용중인 제로보드 DQ스타일 스킨을 보면, 글의 제일 윗부분에 회색 그라디에이션이 들어가게 됩니다. 그런데, 이 사진에서는 그나마 티가 덜 나는 편이지만, 실제로 보니 그라디에이션이 아니라 딱 3층으로 나뉘어져 있더군요.

처음에는 이것이 바로 지포스 2의 구린 색감인가 운운하였으나-



알고보니 16비트. 색 품질 16비트라면 왕년에 서풍의 광시곡을 할때에나 봤던 바로 그 컬러지 말입니다.

그래서 컬러를 32비트로 높여 봤더니 이젠 해상도가 떨어지더군요. 그렇게 떨어진 해상도는 비율이 안맞길래 비율이 대충 맞을 때까지 내려보니-



해상도가 좀 많이 떨어졌습니다. 뿐만 아니라, 바로 위의 스샷과 비교해보면 아시겠지만, 폰트가 심각하게 구려보입니다.



정말 오래간만에 비아 4in1 패치를 깔면서 고민했습니다. 해상도인가 컬러인가, 구린 해상도+가독성을 볼 것인가 구린 컬러를 볼 것인가.

결국 저는 구린 컬러를 보기로 결정했습니다. 왜냐하면-



이런건 256 컬러만 되도 돌아가거든요?

사실 저는 LCD 모니터를 별로 써보지 않았습니다. 중국에서 마지막 몇달 동안 24인치를 쓰기 전까지는 계속 CRT였고, 중국에서 온 이후에도 23인치에 30인치였으니까요.

그러니까 남들처럼 싸구려 LCD부터 시작해서 고급형 LCD로 차츰 변한게 아니라, 'LCD=좋은 패널' 이런 제품을 썼었다 이 말입니다.

그런데, 엑박에 물리겠다고 산 이 모니터, '넥사이언 플라체 CN-201ST 무결점'을 봅시다. 이것을 고른 이유는 TV 입력이 되고(엑박에 연결하기 위해서), 4:3 비율이고(엑박이 16:9를 지원 안할것 같아서), 무결점에다가 저렴했기 때문입니다. 패널 특성이니 시야각이니 뭐 이런건 모른다 이겁니다.

옛말에 LCD는 최적 해상도에서 써야 된다는 말이 있었는데, 그 말은 바로 이 TN 패널에 제일 잘 들어맞는듯 하는군요. 가독성 차이가 정말 심한 수준입니다.

...뭐 20인치 LCD를 지포스 2에다가 물려놓는게 해괴한 경우이니 모니터가 구리다고 차마 말은 못하겠군요.



TV 입력 때문에 입/출력 포트는 엄청나게 화려한 모니터입니다. HDMI와 디스플레이포트가 없긴 하지만(...)

문제는, TV가 나오는 LCD인만큼 스피커가 기본으로 내장되어 있는데, 저 스피커를 사느니 마트에서 5천원짜리 스피커를 하나 사서 쓰는게 백배 더 나을 것이라는 음질을 들려준다는 것입니다.



또한, 모니터에 붙어있는 저 스위치들은 구리기가 그지없습니다. 버튼 제조 단가 차이나봤자 몇백원일텐데, 고작 그걸 아낄려고 저렇게 형편없는 버튼을 달았을까 생각이 되더군요.

그건 아마도 리모콘을 쓰라는 강요일듯 합니다. 리모콘의 조작감은 백점 만점을 줄 만합니다. 그래서, 저는 절대로 모니터에 손을 대지 않고 리모콘으로 조작을 하게 됐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시스템의 성능에 대해서 언급하고 가야 할듯 합니다.

저 모니터는 엑박과 컴퓨터에 같이 물려져 있습니다. 소스 버튼을 눌러주면 입력 신호를 받는 쪽을 선택할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8139 랜을 달아서 엑박과 크로스 케이블로 연결했습니다. 이 컴퓨터에서 데이터를 바로 받아서 엑박에 넣을 수 있겠다 뭐 이런 계산이었지요.



문제는, 엑박과 파일 전송 중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정말 심각할 정도로 컴터... 인터넷이 후달립니다 -_-a



그리고 동영상 재생의 경우, 엑박은 셀러론 733+지포스3+64MB 메모리(시스템+비디오)인 반면, 이 세컨 시스템은 펜3 800+지포스2 64MB+128MB 시스템 메모리입니다.

그런데, 동영상 재생이 엑박 쪽이 훨씬 부드럽습니다 -_-a KMP 저사양 초고속 모드 이런거 쓸데없습니다. 에뮬레이터 로딩 테스트까지는 안해봤지만, 아무래도 엑박에만 최적화된 프로그램의 힘을 감당하기엔 역부족일듯.

...이쯤 되고 보니 이 세컨 시스템으로 도대체 뭘 하지? 뭐 이런 생각이 들었지 말입니다. 위에 올라갈 짬이 없을때 간단하게 인터넷을 한다던가, 밤에 잠이 안올때 간단하게 뭣좀 본다던가 하는 용도일 뿐? 이래저래 폐인 양성에 좋은 환경이로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