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5-V11은 중국 심천 경제특구에서 생산되는 전형적인 화이트라벨 모바일 라우터입니다. 알리 익스프레스, 딜익, 이베이 등을 통해 인터넷에 판매되고 있습니다.특성상 제대로 된 브랜드명을 달고 판매되지 않으며 여러 변종 하드웨어가 있습니다. 사실 보통 판매될 때에는 자체적인 제품명을 달고 팔거나 아예 제품 모델명을 붙이지 않는 편인데, PCB에 적혀있는 A5-V11코드를 따 와서 외국에서는 보통 동일 기판을 사용한 모델을 A5-V11라우터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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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게도 박스는 이미 버려버렸으므로 풀박 사진은 올릴 수 없네요.)

박스를 뜯어보면 단순하게 생긴 직육면체의 라우터가 나옵니다. 제공되는 것은 딸랑 본체와 전원공급용 USB케이블입니다. MicroUSB를 이용해 전력을 공급하기 때문에 그 이상은 별 필요가 없기도 합니다.

재질은 흰색 유광 플라스틱으로, 검은색 버전도 있다고 합니다. 딱 보면 아 이건 싸구려 플라스틱이구나 (..) 하는 느낌이 옵니다. 코믹산스스러운 영문폰트가 싸구려틱한 느낌을 한층 더해주고 있습니다. 3G라고 적혀있지만 직접 휴대폰 신호를 받아오지는 않습니다. USB포트로 외장형 USB모뎀을 지원한다고 저렇게 광고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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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면을 보면 맥주소,와이파이 ESSID, 비밀번호가 적힌 스티커가 붙어 있습니다. ESSID는 MIFI-16진수 코드 네자리, 비밀번호는 옛날 070공유기처럼 단순한 숫자의 나열입니다. 후술하겠지만 기본 펌웨어에선 보안성이 굉장히 떨어지므로 접속하자마자 접속 비밀번호와 관리자 암호를 변경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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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면에는 USB포트와 이더넷 포트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USB는 임시 NAS나 USB 3G/4G모뎀을 연결하는 용도로 사용할 수 있고, 이더넷 포트는 WAN이나 LAN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기본 펌웨어에서 USB모뎀 드라이버 지원은 약한 편으로, 와이브로 수신기를 붙였을 때 정상동작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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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면 (긴 쪽) 에는 제품의 웹 인터페이스 접속 주소와 USB 전원입력 포트, 리셋 버튼이 있습니다. 외에도 정체불명의 구멍이 하나 더 있습니다. 딱히 대단히 특징이랄 것은 없지만 USB전원은 삽입하기 빡빡한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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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 인터페이스로 접근하면 자세한 하드웨어 스펙을 볼 수 있습니다. 라링크(미디어텍) 계열 솔루션을 사용하고 있으며, MIPS 360Mhz가 주 연산장치로 들어가 있습니다. 램은 32MB, 롬은 4MB로 그럭저럭 저가형 라우터 기준으로는 넉넉한 편입니다. 이유는 단순한데, 들어간 펌웨어가 썩 잘 최적화된 편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 리눅스 커널 2.6대가 들어가는데, 까 보면 꽤 잡스러운 요소들이 남아있습니다. 뭐, 사실 요즘 리눅스를 저것보다 더 낮은 사양에 눌러넣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고 요즘은 램과 롬 가격이 썩 비싸지 않으니 무리해서 용량을 줄이겠답시고 리눅스에서 기능들을 죄다 쳐내거나 아예 VxWorks등 다른 솔루션을 굳이 쓸 필요가 없기는 할 것입니다.

단, 변종중에는 좀 더 메모리 사용을 최적화하고 대신 램을 16MB로 줄인(..)모델이 있으니 주의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후술할 커스텀 펌웨어 구동에 차질이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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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 인터페이스가 지원하는 기능들은 그냥 일반적인 등급의 개인용 공유기 수준이지만, 사용자 편의를 위해 3g 모뎀 접속 모드 / 일반 로우터 모드 / 클라이언트 모드 세 가지 모드를 원클릭으로 변경가능하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물론 결국 제대로 설정하려면 본격적인 설정 페이지에 접근해야 합니다. (..) 그리고 클라이언트 모드는 어차피 공유기의 송수신 반경이 짧기 때문에 사실상 쓸모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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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B에 모뎀을 꽂지 않는 경우 요즘 나오는 다른 라우터들처럼 플래시드라이브등을 장착하여 간이 NAS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간이 NAS는 말 그대로 간단한 기능만 지원하며, 지원하는 것은 FTP나 SMB수준입니다. 직접 활성화시켜보지 않아서 얼마나 잘 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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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도 한번 말했지만 싸구려 공유기인데다가 모바일라우터라 안테나가 짧은 관계로, 수신거리는 굉장히 짧은 편입니다. 안정적으로 쓸 수 있는 것은 방 하나정도가 한계입니다. 방 끝에 두고 다른 쪽 끝에서 수신했을 때 오히려 다른 층에 위치한 공유기보다 수신률이 나쁘게 나왔습니다. 체감상으로는 컴팩트에그1보다 좀 더 짧은 것 같습니다. 즉, 모바일 라우터치고도 허접한 축에 든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래도 근거리에서 사용시에는 크게 문제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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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보안에 치명적인 문제가 있는데, 바로 외부 IP로 기기에 텔넷으로 접속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내부가 아닌 외부IP로 접속하는 것이 기본으로 허용되어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텔넷으로 리눅스 관리자 쉘을 활성화시킬 수 있습니다. 사자마자 켜서 접속 설정을 바꿔주지 않으면 바로 해킹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뭐 딱 중국제다운 수준입니다만(..) 관리자 비밀번호를 바꾸지 않고 사용하는 경우 인터넷에 연결하자마자 바로 털릴 수 있는 좀 정신나간 하드웨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럼 왜 이런 저질 로우터를 외국인들이 이름까지 붙여가면서 가지고 노는가?

이유는 단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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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nWRT가 올라갑니다.http://wiki.openwrt.org/toh/unbranded/a5-v11  공식 지원 하드웨어입니다. 올리면 좀 써볼만합니다 (..) 물론 수신거리는 여전히 좀 어이없지만, 장난감으로 딱이라는 거지요. 단, 이것도 최신 OpenWRT기준으로는 용량부족으로 인해 컨피그가 저장이 안되거나 하는 문제가 있어서 저처럼 커스텀 버전을 사용하거나 아니면 안 쓰는 기능을 빼서 가능한한 용량을 줄여야 합니다. 그래도 USB포트가 있으니 희망은 있습니다.

또한 분해하면 (당연하게도) UART가 있기 때문에 (3.3v) TTL to RS232 변환기가 있다면 컴퓨터에 연결해서 시리얼로 접속할 수 있습니다. 즉, USB가 달린 간단한 임베디드 컴퓨터로 사용하는것이 가능합니다. 저는 거기까지 갈 생각은 없습니다만(..) 외국의 Geek들의 눈에는 USB달린 10불 미만의 싸구려 임베디드 컴퓨터로 보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굳이 사다 쓰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겠지요.


개인적인 결론을 내자면 이 제품은 간단한 웹인터페이스와 MicroUSB 전원공급 등 나름 사용자의 편의성을 고려해 개발된 로우터지만 실제로는 부실한 송수신거리와 보안성때문에 그대로 사용하기엔 썩 좋지 않은 물건인 것 같습니다. 아예 하나의 USB와 시리얼 포트가 달린 임베디드 컴퓨터로서 생각하고 접근하거나 OpenWRT를 올려서 좀 손을 대는 경우 나름 재미있는 장난감으로 굴릴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쓰기 나름의 물건이지만 말 그대로 유무선공유기로서의 로우터를 찾으시는 경우 권해드리기 어려운 제품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