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같으면 귀찮으니 사용기는 쓰지 않는다! 이런 마인드를 유지했겠으나, 언제까지 그렇게 살텐가라는 반성을 하고 올해부터는 되는대로 깨작깨작 써보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정말 해야 하는 일은 산더미지만 현실도피삼아 말 그대로 되는대로 깨작깨작 쓰는거라, 제대로 된 조명을 펴는 건 둘째치고 DSLR도 아닌 폰카로 대충 찍어서 올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첫번째 타자가 바로 음력설 연휴 끝에 겨우겨우 도착한 아마도 ZKE EBD-USB네요.

 

gigglehd.com_02_15_12_16_40.png

 

'아마도'를 붙인 이유는 저도 이 녀석의 이름이 이게 맞는지 몰라서입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물론이고 제조사인 ZKE의 홈페이지를 들어가 봐도 이녀석에 대한 설명은 별로 없거든요. 드라이버나 소프트웨어조차도 공식 홈페이지에 올라온게 없어서 참 힘들게 찾았더랬습니다.

 

20160215_120453.jpg

 

어쨌건 등짝에 EBD-USB라고 써졌으니까 그렇게 불러 주도록 하지요. 이 녀석은 USB 충전기나 보조 배터리에서 현재 몇 V, 몇 A로 공급을 하는지를 측정하고, 어디까지 감당이 되는지 로드를 걸어줄 수 있습니다.

 

컴퓨터 파워 서플라이의 로드기는 겁나 비싼데 이건 위에 알리 익스프레스 스샷 보고 이미 아셨겠지만 2만 5천원이면 사요! 제조사인 ZKE에서 비슷한 제품을 여럿 출시하는데 그 중에서 가장 싼 물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지원이 영 별로인가 봅니다.

 

20160215_120514.jpg

 

등에는 작고 시끄러워보이는 쿨링팬이 달렸고 배에는 ZKE 로고가 박힌 아크릴 판을 붙였습니다. 사실 이렇다 할 케이스도 없는 녀석이라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쇼트나기 십상이지요.

 

20160215_120501.jpg

 

USB 포트가 두개 있습니다. 길쭉하게 나온 걸 충전기나 배터리에 꽂아 테스트할 수 있고, 왼쪽에 달린 포트에 충전해야 할 제품을 꽂으면 현재 충전이 어떻게 되는지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만 충전기/배터리의 부하 테스트를 걸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금 제품에 충전이 어떻게 들어가는지 확인하는 게 주 목적이라면 그냥 단순한 USB 측정기 사세요. 이게 그것보다 더 나은 점은 그래프로 그려주니 간지가 나 보인다 이것 뿐입니다. 대신 쓰기가 까다롭고 더 비싸지요.

 

20160215_120508.jpg

 

반대편엔 마이크로 USB 포트가 있습니다. 이건 컴퓨터에 연결합니다. 전용 소프트웨어와 드라이버를 깔아야 하지요. 찾는것도 까다롭고 실행방법은 짜증납니다. 테스트할 때마다 한번에 인식을 못하고 매번 삽질을 하거나 버벅거리는 게 있더군요.

 

20160215_120525.jpg

 

이쪽의 접점은 펌웨어 업데이트용입니다. 현재 펌웨어에선 3A까지 부하를 걸지만 업데이트를 하면 4A까지 된다네요. 그런데 이게 테스트가 그럭저럭 되다보니 아예 9V나 12V까지 제대로 테스트할 수 있는 걸로 사볼까 생각이 되는지라, 굳이 4A를 쑤셔넣고 싶은 생각은 안 듭니다.

 

20160215_120756.jpg

 

테스트를 해 봅시다. 첫번째 타자는 MSI 행사때 받았던 소형 보조 배터리입니다. 샤오미 제품처럼 생겼지만 그건 아니고 그냥 중국제.

 

2016-2-15-12-8-13-EBD-USB.jpg

 

1.6A까지는 5V를 유지해 주다가 이후엔 전압이 떨어집니다. 최고 출력은 1.8A지만 전압이 너무 많이 떨어지네요. 따라서 이 배터리는 1.5A짜리라고 생각하고 써야 되겠네요. 뭐 크기를 생각하면 나쁘진 않습니다.

 

20160215_120940.jpg

 

다음은 겁나 싸다는 이유로 아무 생각없이 질렀던 베가 2포트 충전기. 그런데 동시에 두개를 충전하자니 속도가 영 느려서 봉인해뒀었는데요.

 

2016-2-15-12-10-7-EBD-USB.jpg

 

전류는 2.3A까지, 전압은 5.9V까지 올라갑니다. 전압을 칼같이 지키는 것까진 바라지 않지만 5V가 기준인데 5.5V를 넘는다니 딱히 쓰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네요.

 

20160215_121043.jpg

 

다음은 한가지만 빼고 다 마음에 드는 삼성 정품 충전기입니다. 포트 수가 한개만 더 많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게 유일하게 마음에 안 드는 거네요.

 

2016-2-15-12-11-10-EBD-USB.jpg

 

이것도 전류가 높아지면서 전압이 서서히 높아지지는데, 실제로 이 충전기를 사용해서 삼성 핸드폰을 충전할 때는 2A를 넘기는 일이 없었습니다. 스마트폰에서 전압을 적절히 맞춰 받는다고 봐야겠지요. 이 테스터기야 어디까지나 얼마까지 빨아댈 수 있나 계속 올려보는거고.

 

20160215_121208.jpg

 

다음은 와사비망고의 5포트 멀티충전기. 신형 모델은 없고 이 구형만 갖고 있는지라 테스트할 게 이거 뿐이네요.

 

2016-2-15-12-12-57-EBD-USB.jpg 

 

전압은 5V보다 살짝 높게 시작해서 5V 정도로 유지돼 출력됩니다. 최고 출력도 3A까진 찍네요. 이건 이 테스터기의 최고 상한선이기도 하지요. 4A 펌웨어를 씌우면 그보다 더 높은 전류까지 커버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되긴 하는데 접점 잇기가 귀찮아서...

 

5포트 멀티충전기가 소형 배터리나 1, 2포트 충전기보다 못하다면 그건 당장 갖다 버려야 할테니 이건 지극히 당연한 결과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소프트웨어 인식이 좀 성가시긴 한데 테스트 자체는 잘 됩니다. 멀티포트 테스트를 위해서 하나 더 사도 괜찮았을것 같네요. 다만 지금 산다면 이게 아니라 더 복잡한 기능을 가진 상위 모델을 들이는 건 어떨까 생각 중입니다. 그 전에 쌓인 일좀 처리하고 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