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글 하드웨어 사용기 게시판
예전 같으면 귀찮으니 사용기는 쓰지 않는다! 이런 마인드를 유지했겠으나, 언제까지 그렇게 살텐가라는 반성을 하고 올해부터는 되는대로 깨작깨작 써보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정말 해야 하는 일은 산더미지만 현실도피삼아 말 그대로 되는대로 깨작깨작 쓰는거라, 제대로 된 조명을 펴는 건 둘째치고 DSLR도 아닌 폰카로 대충 찍어서 올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첫번째 타자가 바로 음력설 연휴 끝에 겨우겨우 도착한 아마도 ZKE EBD-USB네요.
'아마도'를 붙인 이유는 저도 이 녀석의 이름이 이게 맞는지 몰라서입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물론이고 제조사인 ZKE의 홈페이지를 들어가 봐도 이녀석에 대한 설명은 별로 없거든요. 드라이버나 소프트웨어조차도 공식 홈페이지에 올라온게 없어서 참 힘들게 찾았더랬습니다.
어쨌건 등짝에 EBD-USB라고 써졌으니까 그렇게 불러 주도록 하지요. 이 녀석은 USB 충전기나 보조 배터리에서 현재 몇 V, 몇 A로 공급을 하는지를 측정하고, 어디까지 감당이 되는지 로드를 걸어줄 수 있습니다.
컴퓨터 파워 서플라이의 로드기는 겁나 비싼데 이건 위에 알리 익스프레스 스샷 보고 이미 아셨겠지만 2만 5천원이면 사요! 제조사인 ZKE에서 비슷한 제품을 여럿 출시하는데 그 중에서 가장 싼 물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지원이 영 별로인가 봅니다.
등에는 작고 시끄러워보이는 쿨링팬이 달렸고 배에는 ZKE 로고가 박힌 아크릴 판을 붙였습니다. 사실 이렇다 할 케이스도 없는 녀석이라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쇼트나기 십상이지요.
USB 포트가 두개 있습니다. 길쭉하게 나온 걸 충전기나 배터리에 꽂아 테스트할 수 있고, 왼쪽에 달린 포트에 충전해야 할 제품을 꽂으면 현재 충전이 어떻게 되는지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만 충전기/배터리의 부하 테스트를 걸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금 제품에 충전이 어떻게 들어가는지 확인하는 게 주 목적이라면 그냥 단순한 USB 측정기 사세요. 이게 그것보다 더 나은 점은 그래프로 그려주니 간지가 나 보인다 이것 뿐입니다. 대신 쓰기가 까다롭고 더 비싸지요.
반대편엔 마이크로 USB 포트가 있습니다. 이건 컴퓨터에 연결합니다. 전용 소프트웨어와 드라이버를 깔아야 하지요. 찾는것도 까다롭고 실행방법은 짜증납니다. 테스트할 때마다 한번에 인식을 못하고 매번 삽질을 하거나 버벅거리는 게 있더군요.
이쪽의 접점은 펌웨어 업데이트용입니다. 현재 펌웨어에선 3A까지 부하를 걸지만 업데이트를 하면 4A까지 된다네요. 그런데 이게 테스트가 그럭저럭 되다보니 아예 9V나 12V까지 제대로 테스트할 수 있는 걸로 사볼까 생각이 되는지라, 굳이 4A를 쑤셔넣고 싶은 생각은 안 듭니다.
테스트를 해 봅시다. 첫번째 타자는 MSI 행사때 받았던 소형 보조 배터리입니다. 샤오미 제품처럼 생겼지만 그건 아니고 그냥 중국제.
1.6A까지는 5V를 유지해 주다가 이후엔 전압이 떨어집니다. 최고 출력은 1.8A지만 전압이 너무 많이 떨어지네요. 따라서 이 배터리는 1.5A짜리라고 생각하고 써야 되겠네요. 뭐 크기를 생각하면 나쁘진 않습니다.
다음은 겁나 싸다는 이유로 아무 생각없이 질렀던 베가 2포트 충전기. 그런데 동시에 두개를 충전하자니 속도가 영 느려서 봉인해뒀었는데요.
전류는 2.3A까지, 전압은 5.9V까지 올라갑니다. 전압을 칼같이 지키는 것까진 바라지 않지만 5V가 기준인데 5.5V를 넘는다니 딱히 쓰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네요.
다음은 한가지만 빼고 다 마음에 드는 삼성 정품 충전기입니다. 포트 수가 한개만 더 많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게 유일하게 마음에 안 드는 거네요.
이것도 전류가 높아지면서 전압이 서서히 높아지지는데, 실제로 이 충전기를 사용해서 삼성 핸드폰을 충전할 때는 2A를 넘기는 일이 없었습니다. 스마트폰에서 전압을 적절히 맞춰 받는다고 봐야겠지요. 이 테스터기야 어디까지나 얼마까지 빨아댈 수 있나 계속 올려보는거고.
다음은 와사비망고의 5포트 멀티충전기. 신형 모델은 없고 이 구형만 갖고 있는지라 테스트할 게 이거 뿐이네요.
전압은 5V보다 살짝 높게 시작해서 5V 정도로 유지돼 출력됩니다. 최고 출력도 3A까진 찍네요. 이건 이 테스터기의 최고 상한선이기도 하지요. 4A 펌웨어를 씌우면 그보다 더 높은 전류까지 커버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되긴 하는데 접점 잇기가 귀찮아서...
5포트 멀티충전기가 소형 배터리나 1, 2포트 충전기보다 못하다면 그건 당장 갖다 버려야 할테니 이건 지극히 당연한 결과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소프트웨어 인식이 좀 성가시긴 한데 테스트 자체는 잘 됩니다. 멀티포트 테스트를 위해서 하나 더 사도 괜찮았을것 같네요. 다만 지금 산다면 이게 아니라 더 복잡한 기능을 가진 상위 모델을 들이는 건 어떨까 생각 중입니다. 그 전에 쌓인 일좀 처리하고 나서..
좀 전압이 높아도 전류가 늘어나면 케이블내에서의 전압 드랍이 커져서 괜찮을 것 같고 어쩌면 삼성같은 경우 그걸 고려했을지도 모르기는 한데..보통 USB케이블의 저항이 얼마나 되나 잘 모르겠네요.. 뭐 그게 아니라도 약간 높은 전압정도는 엔간해선 괜찮을 것 같긴 한데요.
로드 없이 테스터기만 꽂히는 순간 6~8V는 가볍게 찍어주는 위엄을 보여주더라고요.(LG충전기는 반대로 절대로 5V를 넘지 않더라고요. 로드가 걸리던 말던 무조건 4.8~4.95V 사이) 테스터기는 무한 깜빡임 아니면 LCD 꺼짐... 퀵차지 기술이 적용된 건지는 몰라도 그 전에 퀵차지는 폰과의 연동 하에 나오는 걸로 알고있는데 불량인지 뭔지를 모르겠지만 어차피 사망한 지 오래라 쓸 수도 없고..
이 결과를 보고나니 사놓고 포장도 뜯지않은 베가 2포트 충전기가 있는데..
버려야하나 싶네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