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프라이데이때, 바로 아래에 리뷰한 레이저 크라켄 헤드셋과 함께 블랙위도우 키보드를 구매했습니다.

블프때라 그런지 당연히 가격도 상당히 쌌습니다. 레이저 프리미엄을 뺀 합리적인 가격대. (그렇지 않았으면 사지도 않았겠지만요)


애초에 집에 커스텀이 넘치고 차는데 무얼라고 기성품 키보드를 샀느냐고 물으신다면, 집에 있는 키보드는 모두 흑축밖에 없기도 하거니와, 레이저 블랙위도우의 디자인이 예뻐서 오래전부터 꼭 한번 사보고싶었기 때문입니다.


클릭 스위치가 필요하다 + 블랙위도우 정말 깐지나서 꼭 사고싶었어! + 와 블프라고 세일하네? 세일하니까 일단 질러야지! 싸니까!

세가지가 조합된 지름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키보드가 도착해서 한동안 써봤고, 글을 작성하는 동안에도 블랙위도우를 쓰는 중입니다.

이녀석을 쓰면서 많은 장단점을 느꼈는데. 키덕질 할만큼 해본 사람이 커스텀 키보드랑 비교하는거라 불공평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비교를 떠나서 본질적이고 기본적인 부분에 대한 내용이 주가 되니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키보드의 본연의 기능은 뭘까요?

가장 기본적으론 누른 글쇠의 신호를 정확하게 컴퓨터에 전달시켜주는것입니다.

헌데 손가락이 간사한 사람이라는 동물은, 이제 하루종일 컴퓨터 앞에 붙어있게 되면서 단순히 정확하게 전달시켜주는것만으로는 만족을 못하게 됩니다.

그래서 요즘 인기를 얻고 있는게 기계식 키보드인데요. 이 비싼 기계식 키보드를 사는 이유는 신뢰성도 아니고, 입력 특성도 아닌. 키감 때문이겠지요.


그중에서도 클릭 스위치는 아주 특이한 녀석입니다. 짤각거리는 느낌을 분리형으로 제작된 슬라이더를 통해 만들어주고, 톡톡 튀는 느낌과 소리가 아주 유니크한 스위치인데요. 다른 스위치의 슬라이더보다 부품 수가 하나 더 늘어났기에, 단순함의 극치를 추구해야 신뢰성을 보장할 수 있는 스위치로써는 아주 만들기 까다로운 녀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체리 MX 스위치의 특허권이 만료되어 중국에서 수많은 MX 모방 스위치들이 물밀듯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을때, 저와 같은 보수적 기계식 매니아들은 흑축이나 갈축과 같은 스위치는 어느정도 특색을 살려서 경쟁이 가능하겠지만, 청축은 힘들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이렇게 예측한 이유는 스위치가 수십개 넘게 들어가는 키보드에 있어서는 키감의 균일함이 생명과도 같은데, 이런 균일한 품질을 뽑아내는건 수십년 역사를 자랑하는 체리마저 힘들어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체리사의 스탠더드 3000 키보드 등을 사용해보면, 초기에는 꽤 균일한 키감이 나오지만 어느정도 사용하다보면 몇몇 키는 클릭감을 잃어버리거나, 전반적으로 클릭감이 들쭉날쭉 해지는 일이 부지기수입니다.


레이저의 기계식 키보드 라인업인 블랙 위도우 시리즈는, MX 스위치 특허가 만료되기 전에는 스텔스 모델에는 갈축, 일반 모델에는 커스텀 청축을 사용했습니다.

체리사에 특별 주문을 넣어서 키 스트로크가 3mm인 특별한 청축을 독점생산한것이지요.

액츄얼 포인트가 2mm에 형성되어있는 MX 스위치에서, 스트로크를 4mm에서 3mm로 줄여서 리턴 시간을 줄이겠다는 의도였는데, 키보드 매니아들 사이에서는 상당히 특이한 스위치로 나름 주목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MX 스위치의 특허 기간이 만료되자 레이저도 재빨리 독자 스위치의 물결에 뛰어들었습니다. 짭체리 스위치의 선두주자격에 있는 카일과 계약을 맺어서 레이저 그린(클릭)과 레이저 오렌지(넌클릭)을 OEM 생산했지요.

그 중에 클릭 스위치인 레이저 그린을 탑재한 제품중의 하나가 제가 구매한 블랙위도우 토너먼트 2014 모델입니다.


카일과 같은 짭체리 스위치는 실제로 적축과 같은 모델은 꽤 괜찮은 평을 받았지만, 클릭 스위치의 경우에는 앞서 언급했던것과 같이 의문이 많이 남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과연 짭체리의 품질은 어느정도인지. 수많은 짭체리축들의 품질이 과연 체리를 따라갈 수 있는것인지. 중국의 기술력은 독일 수십년 역사의 체리의 아성을 위협할수 있는지! 리뷰에서 직접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1. 하우징

보통 기계식 키보드에 입문하는 사람들이 제일 중점적으로 보는 것 두가지가 LED와 하우징의 형태입니다.

바야흐로 기계식의 대 부흥기가 도래한만큼, 시중에는 그 어느때보다도 신기하게 생긴, 다양하고 예쁜 하우징의 키보드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요. 레이저 블랙위도우 시리즈는 꽤 오래 전 출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하우징의 형태 변화가 크게 없습니다.


이는 레이저가 게으르고 트렌드에 못따라가서 그런게 아니라, 레이저의 디자인이 그만큼 선구적이였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현존하는 수많은 기계식키보드와 비교해도 블랙위도우는 디자인적으로 전혀 뒤쳐지지 않고, 오히려 제일 훌륭한 디자인중의 하나입니다. (물론 디자인이라는건 어디까지나 주관적이긴 합니다만, 제 기준에선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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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형태 자체는 전형적인 보강판이 들어간 자체경사 플라스틱 하우징입니다. 하지만 상판의 너비를 넓게 하고, 앞뒷단에 각을 넣음으로써 독특한 고유 디자인을 만들어냈는데요, 상판에는 전체적으로 우레탄 코팅이 되어있어서 촉감이 아주 좋습니다. 


또한 앞단에는 레이저 로고 LED가 점등되는 부분이 있고, 각이 져있어서 팜레스트를 받치지 않고 사용하는것을 전제로 디자인했다는걸 엿볼 수 있습니다. 여담이지만 레이저 로고 LED는 정말 아름답습니다. 선명하고 색도 진한게, 사진으로는 잘 담아내기 힘듭니다.

단순한 LED 발광부라기보단 마치 초고해상도 OLED 스크린을 보는듯 한 착각이 들기도 합니다.


통울림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지만 있습니다. 하지만 정말 싸구려 키보드 특유의 팅팅거리는 느낌이 상당히 적은점은 고무적입니다.

아무래도 안정적이고 firm한 고무 받침과, 상하부 결착이 아주 단단한 특유의 구조 덕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2. 키캡

기계식 키보드에 입문한 사람들이 입문 단계를 떼기 시작하면 보기 시작하는게 키캡입니다.

키캡놀이는 어찌 보면 기계식키보드의 가장 중요한 장점 중 하나라고도 볼 수 있지요.


먼저 블랙위도우의 기본 키캡 사진을 보시겠습니다.

소위 '두꺼운 체리 프로파일 키캡'이라고 불리는 키캡과 사이드 바이 사이드로 비교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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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서 보이듯, 예전부터 기성품 기계식 키보드의 대세와도 같던 얆은 마제 프로파일 키캡인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재질은 코팅된 레이저각인 ABS 입니다. 분명 코팅을 하긴 했는데, 이 코팅이 마제스터치의 그 코팅과는 사뭇 다릅니다.

코팅의 내구성은 꽤 괜찮은 듯 한데, 그 부분은 더 사용해봐야 알 것 같습니다.


더불어 레이저 각인의 내오염성은 꽤 인상적입니다. 코팅 덕인진 몰라도, 흔히 체리 순정키캡 등에서 보이는 레이저 각인부의 빠른 오염 현상은 보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상당히 썼는데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아주 하얗고 깨끗합니다.


그래도 어쨋든 이 키캡이 좋다고 칭찬해주긴 힘듭니다. 그럼 기계식인만큼 키캡놀이를 해봐야겠지요?

하는 순간 엄청나게 중대한 문제가 생깁니다. 무려 두가지나 문제가 있습니다.


먼저 레이아웃입니다. 기계식 키보드 써드파티 키캡의 표준이 되고있는 US-ANSI 배열은 하단 펑션열의 구성이

1.25/1.25/1.25/6.25/1.25/1.25/1.25/1.25 의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윈키, 컨트롤, 알트, 컨텍스트 키 7개에 스페이스바는 6.25 길이이지요. (윈키리스나 86배열은 1.5/1/1.5/7/1.5/1/1.5)


헌데 레이저 블랙위도우는 1번의 사진에서 보시다시피 1.5/1/1.5/6/1.5/1/1/1.5 배열입니다.

컨텍스트 키가 빠졌으면 정상적인 86레이아웃이 될텐데, 하단열 구성이 완전히 독자적인 구성이 된것이죠.


이는 일반적으로 키캡 제작에서 고려하는 US-ANSI 표준 87이나, 변형된 86레이아웃 양쪽 모두에 있어서 호환이 전혀 안되기때문에, 블랙위도우는 키캡놀이는 전혀 고려할 수 없는 키보드가 됩니다.

뭐 지름병을 예방한다는 점에서는 장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만. 키캡 제작자 입장에서 본다면 이뭐병 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소니를 보면 알 수 있겠지만, 독자규격은 좋은게 없습니다. 특히 이런 쓰잘데기없고 의미없는 부분에서의 독자규격은 더더욱이요.


그렇다고 레이저가 소니처럼 독자규격 상품 라인을 구비해서 레이저 종속적인 추가 소비를 유도하느냐? 하면 그것도 전혀 아닙니다.

레이저는 교체용 호환 키셋마저도 판매하고 있지 않습니다.


헌데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기계식키보드에서 스위치만큼이나 중요한 부품은 스테이빌라이저입니다. 소위 스테빌이라고 부르는 이 부품은, 좌우 폭이 넓은 키의 한쪽을 눌렀을때, 키 전체에 힘이 균등하게 분배되도록 하는 중요한 부품입니다. 스위치만큼은 아니지만 키감에 어느정도 많은 영향을 주는 부품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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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빌라이저를 본드로 붙여놨습니다.

(수정 - 접착제가 발라져있지만, 잡아빼면 분리가 되긴 된다고 합니다)

스테빌이 어떤 방식인가 보려고 리무버로 잡아당겨봤더니, 스테빌 고정 베이스부터 통채로 뽑혀져 나왔습니다.

stem이 결착이 단단하게 된건가 하고 빼내보려고 했는데, stem 자체를 본드로 박아놔버렸습니다.


물론 이런 방식의 키보드가 없었던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적어도 근래의 기계식키보드에서는 완전히 사장된 방식이라고만 믿고 있었는데, 레이저는 크라켄 헤드셋에 이어서 블랙위도우 키보드에서도 제 상식을 뒤엎고 뒤통수를 얼얼하게 후려갈기는 놀라운 모습을 보여주네요.


이건 레이저가 교체용 키셋을 출시하지 않는 이유와도 어느정도 상통합니다. 스테빌의 stem을 저렇게 분리할수 없게 해버리면, 키셋을 다른걸로 바꾼다는 행위 자체를 못하는겁니다.



3. 스위치

기계식 키보드의 본질은 스위치에 있지요.

헌데 키보드라는것은 스위치 하나만 가지고 키감을 결정할 수 있는것은 아닙니다.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는 사실이지만, 스위치를 보강판에 얼마나 잘 결착시키고, 또 기판에 잘 밀착시켜서 납땜하느냐 역시도 키감에 영향을 주는 주요한 요인 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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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상 U키를 보게 되면, 굉장히 심한 이질감이 드실겁니다. U키가 혼자 반시계방향으로 삐뚤어져 있지요.

사진상에선 잘 드러나지 않지만 G키와 J키 역시도 많이 삐뚤어져 있습니다.

처음에는 키캡의 사출 불량으로 인한 현상인줄 알았는데, 다른 키캡을 장착해서 보니 스위치 자체가 돌아가 있더군요.


기성품 키보드에서 스위치나 키캡이 조금씩 삐뚤어지는 현상은 심심찮게 있는 일이고, 대량생산을 하는 이상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걸 아니 대수롭지 않게 생각합니다만, 블랙위도우의 경우에는 이건 너무하다 싶었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수십대의 기성품을 봐 오면서 관찰한 해당 현상은, 자세히 보니까 약간 삐뚤어졌네 수준이였는데. 이녀석은 어디 술이라도 잔뜩 먹고 고주망태로 갈지자 걸음하다가 넘어지는가마냥 엄청나게 틀어져 있습니다.


이건 레이저의 생산 라인에서 정말 기초적이고 기본적인 QC가 되고 있지 않다는걸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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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캡 안쪽의 스위치의 모습을 보겠습니다.

사진에선 잘 보이진 않지만, 로고가 있는 부분에 RAZER 각인이 되어있습니다. 카일에서 바로 스위치를 받아 쓰지 않고, OEM 생산을 했기 때문에 독자적인 로고도 박아넣었습니다.


형태는 체리 MX스위치와 별 다른점을 찾을수 없을정도로 놀랍게 유사합니다.

심지어 슬라이더 측면에 튀어나온 부분이나, STEM에 홈이 들어가 있는 부분도 똑같습니다.

해당 부분은 성능과는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고 (아마) 생산성을 위한 부분일텐데. 이런부분까지 칼같이 따라했다는게 재미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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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D 스위치 부분도 보겠습니다. 커스텀 기계식의 LED 스위치와 비교해보면, LED의 모양이 많이 다른걸 알 수 있습니다.

보통 커스텀은 낮고 두꺼운 키캡을 자주 쓰기에, 키캡 안쪽과 LED가 마찰하지 않게끔 사각형이나, 그와 비슷한 모양의 용적이 작은 LED를 사용합니다. 요즘 나오는 기성품 중에서도 이와 비슷한 LED를 채용한 제품이 늘어가고 있는 추세이고요.


헌데 이 LED의 상태가 썩 좋다고 하긴 힘듭니다. 일단 스위치 하우징과 제대로 밀착이 안되어 있는 부분도 있거니와, LED 자체를 덮고 있는 플라스틱에 거품이 끼어서 사출된 불량품을 사용했네요. (다른 LED는 그렇지 않고, 스크롤락 버튼만 그렇습니다)

QC가 얼마나 개막장으로 되고 있는지 엿볼 수 있는 또 다른 단면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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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D 키캡은 반투명 ABS 키캡에 우레탄을 코팅한 재질입니다. 사실 coating 이라는 표현보다는, 우레탄 스프레이를 뿌려서 도색했다는게 더 맞는 말이겠지요.


어찌되었거나, 이런 방식의 키캡은 내마모성이 극도로 약합니다. 다행히 제가 사용하는 블랙위도우는 스크롤락, 매크로, 게이밍, 캡스락 키에만 LED가 들어가서 마모에 대한 걱정은 없습니다만. 풀 LED가 적용된 크로마 시리즈의 블랙위도우가 이런 방식의 키캡을 채용했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합니다. 키캡 덕질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카타스트로피에요.



마지막으로 저 윗쪽에서 언급했던 스위치의 균일성 문제입니다.

이미 언급했던 사항이지만, 구동부가 추가된 클릭 스위치의 경우에는, 리니어나 넌클릭보다 한층 더 고차원의 기술을 요구합니다.


레이저 커스텀 청축의 블랙위도우가 단종된 상황에서, 짭체리 괜찮다 괜찮다 평을 들어온 바, 레이저 그린 스위치도 괜찮다는 평 듣는 카일 스위치니까 믿고 한번 사봤습니다. 

어짜피 체리도 구청에서 신청으로 넘어간 뒤로부터는 균일성을 보장 못할정도로 완벽하게 만들기 힘든게 청축인데, 그 반만큼만 카일이 따라와도 만족하고 쓸 생각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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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에서는 소리만 들려서 잘 전달이 되지 않지만. 1분부터 보여지는 숫자키 누르는 부분을 보시면..

숫자키 12345 모두 클릭감이 제각각입니다.


블랙위도우가 도착하고 첫날 써봤을때는 전반적으로 타건감이 균일하여 의외로 괜찮네? 하는 생각을 잠깐 가졌지만.

그 기대감은 단 하루만에 박살이 났습니다. 대항해시대 온라인을 플레이하면서 ~키와 숫자 1키를 자주 사용하고, 나머지 키는 일상적인 비율로 균일하게 입력했는데, ~키와 1을 제외하곤 딱히 특정 키에 스트레스를 준것도 아님에도 이렇게 순식간에 밸런스가 흐트러져버린다는건. 기계식 클릭 스위치에 기대하는 기본적인 품질의 하한선을 박살내고 지각 밑으로 들어가버리는 재앙과 같은 수준입니다.


카일이 좋다 좋다 하는건, 어디까지나 아주 기초적인 기술과 슬라이더 재질로 승부를 볼 수 있는 리니어, 넌클릭에 해당하는거지. 클릭 스위치에 있어서는 수십년 역사의 독일 체리도 못하는걸 한낱 중국 신흥회사따위가 발끝에도 못따라간다는 저의 믿음을 정확하고 빠르게 증명해버린. 정말 멋진 레이저 블랙위도우였습니다.





4. 결론


사지 마세요. 그냥 좀 못나고, 값싼. 싼맛에 쓰는 그런 기계식이라면. 맛보기로써 쓰다가 버리라고 말씀드리겠습니다만.

레이저 블랙위도우는 제가 산 모델이 가장 싼데도 무려 80달러. 제일 비싼 모델은 170달러라는 고가에 포진해있기에 절대 쓰고 버리라곤 말하기 힘든 가격대입니다.


차라리 타사의 비싸고 안좋지만 예쁜 기계식이라면, 하우징이 맘에 들어서 사는거면 사서 쓰다가 튜닝을 하라고라도 할텐데. 블랙위도우는 배열도 완전한 비표준인데다가, 스테이빌라이저도 본드로 붙여놔버려서. 튜닝을 하려면 아예 기판, 보강판, 스테빌까지 싸그리 새로 만들어서 갈아 끼워야 합니다.

그 돈이면 조금 보테서 커스텀을 하나 만들지요.


제가 지금까지 본 수많은 기성품 키보드중에, 이렇게 표준을 파괴하고 이해할수 없는 독자적 구조를 잔뜩 채택한 막장 키보드는 없었습니다.

예전 레오폴드의 FC시리즈가 스페이스바 호환이 안되어서 그렇게 갖은 욕을 얻어먹었는데. 블랙위도우를 보니 레오폴드에게 진심으로 미안해질 정도입니다.


사실 기성품 키보드의 큰 장점중 하나가, 소프트웨어적인 기능이 아주 다양하다는건데, 블랙위도우도 매크로 기능이나 미디어 기능키 기능이 있긴 하지만. 그런 부분에 대해서 쓸만하다거나 괜찮다는 평가를 하기가 싫어질정도로 아주 기본적인 부분에서 정나미가 떨어집니다.


하지만 재미있는건, 살 사람은 어쨋거나 삽니다. 

저 역시도 기계식 키보드의 부흥기가 시작되기 전에 기계식을 입문한 사람인데. 그 당시에 뭇 매니아/선배 유저들의 비추천을 무릎쓰고 당시 가장 예쁘다고 생각되었던 제닉스 M7을 샀지요.


그러고나서 나중에야 깨달았습니다. 사지 말라는건 다 사지 말라는 이유가 있구나 하고.

그런데 역시 그건 직접 느끼기 전에는 모르는겁니다. 직접 써보고 데어봐야 아는것이지요.


걱정되는것은. 블랙위도우로 기계식을 처음 접한 사람이 블랙위도우의 여러가지 끔찍히 안좋은 면들을 보고 기계식 키보드 전체에 대한 인식이 나빠질까 하는건 두렵네요.

이게 진심으로 두려워질 정도로 블랙위도우는 막장성이 짙은 설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사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