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가 사진인가 카메라인가? 카메라가 직업에 쓰이는 도구는 아니지만 카메라를 자주 들고 다니는 사람들에게 던져 볼만한 질문입니다. 취미가 사진인 사람들은 더 나은/예쁜/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합니다. 물론 장비를 바꾸기도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수단이지 목적이 아닙니다. 장비를 바꾸는 것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좋은 피사체와 참신한 기법과 새로운 시각을 찾는 데 쓰는 사람들이죠.

 

반면 취미가 카메라인 사람들은 지금 사진이 별로인 건 지금 카메라/렌즈/다른 장비가 별로라서 그렇다고 말하는 차원을 넘어서, 지금껏 써보지 못했던 제품을 써보는 것 자체에 흥미를 가진 사람들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사진을 찍긴 하지만 예쁜 사진이 나와서 좋아하는 것보다는 이 카메라/장비라서 가능한 사진이 나왔다에 더 큰 의미를 두는 사람들이라고도 부를 수도 있겠는데요.

 

분명 저는 카메라를 찍는 용도가 정해져 있고, 좀 더 나은 사진을 찍어볼려고 나름대로 연구도 합니다. 허나 한번 샀던 장비는 두번 다시 사지 않으며, 틈날 때마다 바꾸는 것도 두렵거나 귀찮아하지 않지요. 따라서 저를 가리켜서 취미가 사진이 아니라 카메라 쪽에 더 가깝다고 봐도 그렇게 이상한 지적은 아닐 거에요. 그리고 이걸 한마디로 줄이명 장비병 환자...는 아니겠죠? 최신 장비만 탐하는 건 아니다 보니까.

 

한달 전에 니콘 1 J3를 샀습니다. http://gigglehd.com/zbxe/12380388 그리고 오늘 팔았습니다. 그리고 2014년 2월에는 니콘 D2x를 샀다가 http://gigglehd.com/zbxe/11111646 3월에 팔아버렸다고 http://gigglehd.com/zbxe/11213745 글을 올렸네요. 카메라 바꿈질이 잦은 편인 저로서도 한달만에 팔아버릴 정도면 분명 실패했던 지름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럼 왜 실패한 지름이 된 걸까요.

 

실패했던 지름이 모두 니콘 카메라라니 저 낄낄은 니콘을 싫어하는 게 틀림없다! 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네요. 분명 저는 D600을 만져보고 히익 시체색감 히익 고무피부 이랬던 적이 있습니다. http://gigglehd.com/zbxe/8614337 그런데 지금 사람이나 스냅 사진을 찍으러 나갈 때는 K-5를 냅두고 D700을 들고 나갑니다. 그러니까 니콘을 싫어하는 건 아니에요. 그냥 저 두 제품이 제 용도에 맞지 않았을 뿐입니다.

 

카메라는 팔았고 오늘 일하기는 싫고 하니 남은 오후는 이거나 끄적거리면서 시간을 보내기 위해 두서없이 써 봅니다. 먼저 시간 순서대로. 니콘 D2x부터 시작해 볼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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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니콘 D2x를 샀던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AF가 가장 큰 원인이었습니다. 펜탁스 K200D를 시작으로 K-5를 메인 카메라로 쓰고 있는데, 이게 풍경 사진은 물론이고 http://gigglehd.com/zbxe/mainreview 이 게시판에 근 1년 사이에 올린 '모든' 사진은 다 K-5로 찍었을 정도로 신뢰도가 높긴 하지만.

 

인물 사진을 찍을 때.. 아니 솔직해 집시다. 여자친구 사진을 찍을 때 AF가 너무 불편했어요. 이게 저만 그런 건 아니었던 듯 합니다. http://www.slrclub.com/bbs/vx2.php?id=pentax_forum&no=360978 이런 글도 있거든요. 사진을 찍을 때 초점을 못 잡아서 셔터 찬스를 놓치고, 나중에 결과를 확인하면서 궁시렁거리는 일이 반복되니 여자친구가 그럴거면 하나 사던가 이렇게 윤허를 내리시게 된 것이었습니다.

 

딱히 니콘을 고집한 건 아니었지만 AF 성능을 우선시하다보니 니콘을 보게 됐는데, 거기에 더해서 어디까지나 니콘은 서브니까 가격 부담이 덜한 구형으로 가자. 이렇게 해서 물망에 오른 것이 D200은 써봤으니까 D300, 아니면 이번 기회에 플래그쉽의 기운을 느껴보리라 싶어서 D2h는 화소가 너무 낮으니 D2x 정도로 구해볼까 하다가 먼저 장터링에 성공한 것이 D2x가 된 것이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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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로그립 일체형 바디라서 크고 무겁습니다. 근데 좀 웃긴게.. 1252g짜리 니콘 D2x에 610g짜리 토키나 16-50mm F2.8을 들었을 땐 아이구 손목이야 어깨야 이랬거든요? 근데 나중에 1349g짜리 캐논 1D Mark 3에 635g짜리 캐논 16-35mm F2.8 II를 들었을 땐 어? 생각보다 가볍네? 이랬단 말이죠. 도대체 이게 무슨 심경의 변화인지 지금도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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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면 디자인은 지금 니콘 바디랑 비교해 봐도 별 차이는 안납니다. 뭔 스피커에 마이크가 뒷면에 있고(D4도 뒷면에 있긴 하지만) 동영상이나 라이브뷰 관련 조작 계통이 없다는 걸 보면 과연 구형 바디구나 싶지만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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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타프리즘 부분에 박혀있는 저 하얀 것은 화이트 밸런스 센서라고 합니다. 지금은 그냥 렌즈->센서로 들어오는 이미지로 화이트밸런스를 잡지만 옛날에는 저렇게 따로 달곤 했죠. 근데 그래서 오토 화이트 밸런스가 정확하느냐...라고 말하면, 이건 기계, 그리고 알고리즘에 따른 것이잖아요? 최신 기종이 훠-얼-씬 잘 잡습니다.

 

그 옆에는 측광 레버가 있네요. 니콘의 한자리수 플래그쉽 기종에서나 볼 수 있는 레버지요. 지금은 별로 의미가 없어요. D4에서도 빠졌으니까. 그리고 플래그쉽 기종이라서 내장 플래시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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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단 정보창입니다. 크기나 포스로 따지면 D3 시리즈가 역대 최고였던 것 같고, D200~D300도 그 넓직한 크기와 압도적인 정보량은 마음에 들었는데.. 이건 그렇게까지 크거나 하진 않습니다. 그래도 파란색 라이트가 들어오니까 있어 보이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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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펜탁스 유저 둘이서 카메라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마침 D700을 들고 나간 저는 괜히 심술을 부리기 위해 연사 모드로 놓고 공셔터를 날렸던 적이 있습니다. 니콘 특유의 셔터 느낌은 D2 시리즈도 빠질 순 없지요. ...그리고 니콘 특유의 생고무 늘어지는 그립조차도. 고무 그립이 느낌은 좋은데 참 그게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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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쪽의 버튼에 기능을 할당해 두면 꽤 편합니다. 지금 시대가 어느때인데 심도 미리보기를 저기에 할당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이 들어서, 제 D700은 픽처 컨트롤 변경과 수평계 확인으로 바꿔놨어요. 근데 왜 D2x인데 D700 이야기를 하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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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쪽은 별거 없네요. af 전환 레버, 렌즈 마운트 버튼, 그리고 싱크로 핫슈... 저는 정작 써본 적이 없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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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로 그립의 세로 버튼입니다. 뭐 있으면 좋긴 한데.. 한때는 저도 세로그립 없이는 불편해서 못쓰겠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뭐 갖고 다니기 불편하게 저런 걸 붙여두나... 이러는 쪽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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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형 뷰파인더 창. 니콘 상위 기종에서만 볼 수 있지요. 거기에 뷰파인더 가림막까지. D750이 D700 후속작 취급을 못받고 D600 라인이라고 까이는 것도 셔터 스피드와 뷰파인더 모양 때문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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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카드는 CF. 근데 이걸 여는 게 꽤 복잡합니다. 지금은 굳이 저렇게까지 만들진 않지요. 옆에는 조작 버튼이 뭐 이것저것 있긴 한데.. 캐논만 빼면 요새 다들 비슷해진 것 같아요. 캐논도 갈수록 다른 회사와 비슷해지는 느낌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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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크고 무겁고 비효율적입니다. 그래도 천장은 찍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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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 볼건 없군요. 고무 커버를 붙여 둔 탄탄한 바닥은 이걸로 사람을 찍으면 살인 미수가 되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긴 한데.

 

대충 생긴 건 다 보셨습니다. 한마디로 요약하지만 겁나 크고 무거운 1200만 화소짜리 구형 크롭바디라는 거에요. 감도도 800까지밖에 안 올라가고, LCD도 2.5인치라는 건 용서가 되지만 23만 화소라니 요즘 시대에 쓰긴 뒤떨어졌지요.

 

뭐 그정도까지는 저도 다 보고 샀습니다. 근데 저 큰 문제는 이게 AF 성능이 나왔을 땐 좋았을지 몰라도 지금 시점에서 보면 그렇게 좋을 것도 없다는 사실. 뭐 그래도 K-5보다는 좋으려나요? K-5 AF야 전 아무리 봐도 캐논 5D보다 좋은 걸 모르겠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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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자체는 뭐 그냥저냥 볼만해요. 하지만 이런 환경에서 사진이 이 정도도 나오지 못한다면 그걸 요즘 세상에 카메라라고 부를 순 없잖아요. 아이폰 카메라도 배경이 좀 덜 날아가고 광각 고정이라 그렇지 쓸만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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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정도 사진은 K-5로도 충분히 찍는데 굳이 크고 무거운 D2x를 들고 다닐 필요도 없더라구요. AF는 나쁘잖다고 쳐도 다른 부분에서 단점이 너무 크니까... 그래서 제가 서브 카메라는 메인인 K-5와 다른 판형을 써야겠구나! 라고 생각한 것이기도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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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적으로 이걸로 여자친구 사진을 찍어 봤는데.. 카메라가 오래되서 그런가 화소 수는 비슷하다 해도 화질이 K-5만 못한 게 눈에 보이고, AF가 어쩌니 저쩌니 해도 최고 감도에서 차이가 나니 실내에서 블러가 나오는 건 마찬가지네요. 이쯤 되니 내가 이걸 왜 쓰고 있는건지.

 

그래서 한달 정도 쓰고 팔았어요 -_-a 제가 이걸 샀다는 소식을 듣고 D2x를 현역으로 썼던 모가가 '그런 할배를 왜 사냐'고 하던데, 그 말로 보아 모가는 할배임이 틀림없...아니 아무리 왕년의 명기라 해봤자 연식 때문에 불편한 건 어쩔 수 없다는 소감만 남기고.

 

크고 묵직한 바디가 뽀대는 나니까 그 점을 높게 평가해서 구입할 법한 분들도 계시겠지만, 평소부터 세로그립을 항상 붙여가지고 다니는 사람이라면 몰라도 그게 아니라면 이런 구형 바디를 사는 건 대단한 모험이지 싶습니다.

 

허나 교훈이란 걸 도무지 습득할 줄 모르는 낄낄은 이때 이렇게 데였으면서도 나중에 캐논 원두막을 산다고 광주까지 날라가는 삽질을 했다가... 뭐 하여간 그래요. 덕분에 지금은 3인치 92만 화소 스크린이 안 달리는 카메라는 전부 구형으로 간주해서 안 보게 됐네요.

 

 

그럼 이번에는 시즌 2. 니콘 1 J3는 순전히 초고속 동영상을 찍어서 모니터 테스트를 할 때 플리커 현상이 생기는지를 확인하겠다는 목적으로 산 건데요. 이것도 그 목적에 썩 부합되는 카메라는 아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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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이러합니다. J3는 국내에 정발된 적도 없는 비운의 물건이지요. J4는 나온 듯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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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는  큰건 아닌데 이걸 아주 작다고 말하기도 애매합니다. 파나소닉 GM1이라던가 펜탁스 Q도 그렇고. 크기로 따지자면 작은 것들이 많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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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시 내장. 그리고 단촐하고 직관적인 버튼. 거기에 카메라에 나름 익숙한 사람들이라면 당혹감을 느끼게 될 다이얼. 저건 모드 다이얼도 아니고 괴상한 기능들을 따로 묶어 놨는데, 보급형인 J 시리즈니까 당연하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글쎄요.. 최소한 제 취향은 아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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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는 10-30mm 침동식 번들 렌즈입니다. 니콘이 침동식을 쓴 건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해요. ...침동식을 써도 여전히 앞에 제법 튀어나오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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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면에는 크고 넓은 스크린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래봤자 3인치 92만 화소입니다. 요즘 나오는 카메라가 그정도도 안하면 안되겠지요. 그리고 버튼은 별로 없긴 한데 원형 다이얼+십자 버튼이라서 조작이 불편해 못쓸 정도는 아닙니다. 뭐 저 공간에 뭘 더 넣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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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SD 메모리카드와 배터리가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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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동식 렌즈와 본체의 연계를 잘 해놨습니다. 그냥 침동식 렌즈를 꺼내기만 하면 전원이 켜지게요. 물론 카메라 전원을 켜도 카메라는 켜지지만 번들 렌즈를 빼야 한다는 건 다를 게 없어서.. 단렌즈가 아니라면 모를까 번들 렌즈를 쓴다면 전원 버튼을 누를 일은 없습니다. 렌즈를 접으면 전원도 꺼지거든요. 이건 칭찬할 만한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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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디 위쪽의 모드 다이얼을 돌리면 나름대로 특징을 갖춘 모드를 쓸 수 있습니다. 대충 말하자면 테마만 정해두고 나머지는 카메라가 알아서 하는 완전 자동이라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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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냅다 갈기고 나중에 마음에 드는 걸 골라내는 모드라던가가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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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 자체는 괜찮은 편이고 완전 초보라면 앞의 2가지 모드에 매력을 느낄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같이 셔터 버튼이 뭔지는 헷갈리지 않을 수준이라면 어.... 그냥 A나 P 모드 쓰면 안되요? 라고 말하게 되겠지요. 그래서 괴상한 모드들은 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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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초보자에 맞춘 설정을 제공하긴 한데 다른 설정은 역시나 니콘대로 좀 까다롭고 복잡합니다. 저는 이거 초고속 동영상을 어디서 찍는지 꽤나 해멨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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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쓰게 되는 다이얼은 결국 마지막에서 두번째의 사진 모드, 제일 마지막의 동영상 모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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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이야기해 봅시다. 화질은 이정도 나옵니다. 폰카보단 나아요. 근데 본격적인 카메라라 말하긴 좀 아쉽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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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콘 AW1처럼 방수가 되는 녀석이 이정도가 나온다면 센세이셔널하다 말할 수 있겠으나 순전 화질/화밸/색감만 가지고 승부하기는 뭔가 아쉽달까요.

  

 

동영상을 봅시다. 그냥 '평범한 동영상'은 역시 평범하게 쓸 정도가 되요. 문제는 초고속 동영상. 풀 HD에 120fps는 기대도 하지 않았지만 400fps가 640x480고 1200fps가 320x120은 좀 너무했잖아요. 적당히 240fps에 1280x720 같은거 넣어주면 안되나요?

 

이래가지고서야 화질이 너무 구려가지고 -_-) 원래 제가 쓰려던 목적에는 도저히 맞지 않더라구요. 아이폰의 240fps 동영상이 화질은 저것보다 훨씬 좋을듯. 그래서 요새 제가 신형 카메라 넣은 아이팟 터치 타령을 하는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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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 사진을 마지막으로 판매하게 됐습니다. 니콘 1 시리즈는 좀 아쉬운 시도네요. 니콘이 이것저것 렌즈도 많이 내놓고 나름대로 초보자들을 위한 모드도 넣고 했지만 정작 사람들이 미러리스에서 제일 필요로 하는 건 그게 아니지 않았을까 싶은데.

 

다만 초고속 동영상이나 방수 카메라처럼 분명 다른 회사에선 볼 수 없는 기능들이 있으니 그걸 앞으로 잘 갈고 닦으면 괜찮을 것 같기도 합니다. 물론 그 전에 화질이나 조작 같은 건 반드시 개선을 하고 넘어가야 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