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드 플래시 메모리는 특이한 메모리입니다. 반도체 메모리지만 그 응용은 스토리지(외부 저장소)에서 시작됐습니다. 그것도 가전 제품이 먼저였지요. 구체적으로는 디지털 카메라의 저장 매체(메모리 카드)로 보급이 시작됐습니다. 디지털 카메라는 기존의 필름 사진 카메라를 급속히 대체하고, 필름 대신 메모리카드를 자리잡게 한 일등 공신입니다.

 

메모리 카드에 이어 PC의 USB 메모리로 NAND 플래시 메모리가 보급됐습니다. USB 메모리는 쉽게 갖고 다닐 수 있는 대용량 저장 매체로 플로피 디스크나 광자기 디스크, 상변화 광 디스크 등을 대체했습니다. 이제 이러한 디스크형 저장 매체를 보는 일은 매우 어렵게 됐습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의 스토리지는 거의 100%가 NAND 플래시 메모리입니다. 모바일 분야에서 NAND 플래시는 확고한 지위를 차지했습니다. PC에서는 SSD가 등장하면서 지금까지 스토리지의 주역이었던 HDD를 대체하기 시작했습니다.

 

NAND 플래시 메모리의 보급을 지탱한 것은 급속한 비트 단가(저장 용량 당 가격)의 하락과 대용량화입니다. 예를 들어 2004년~2008년이라는 4년 동안 단가는 1/100으로 급격히 떨어졌습니다. 한편으로 저장 용량을 표준으로 삼아 계산한 출하량은 102배로 폭발적으로 성장했습니다. 그리고 실리콘 다이의 최대 저장 용량은 4배 증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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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2008년의 NAND 플래시 메모리. 저장 용량당 가격은 1/100로 떨어졌으며 용량 당 출하량은 102배 증가했습니다. 2009년 6월에 개최된 MemCon 2009 이벤트에서 Denali Software가 보여준 슬라이드


이렇게 되돌아 보면 NAND 플래시 메모리의 상용화와 보급의 역사는 순조로워 보입니다. 그러나 2011~2012년에 낸드 플래시 메모리 업계는 위기감이 감돌고 있었습니다. 가격 절감과 용량 확대가 교착 상태에 처했기 때문입니다.

 

 

NAND 플래시 업계가 지녔던 위기감

NAND 플래시 메모리는 미세화를 빠르게 밀고 나가면서 용량 당 단가를 급격히 낮췄습니다. 2001년 무렵에는 DRAM(반도체 메모리에서 가장 미세한 가공 기술을 채용하는 제품)보다 뒤처진 미세 가공 기술을 NAND 플래시가 사용했습니다. 그러다가 2007년에는 DRAM과 비슷한 수준의 미세 가공 기술을 채용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2011년에는 DRAM보다 미세화한 가공 기술을 NAND 플래시 메모리가 도입하게 됐습니다. 즉 반도체 메모리 중에서 NAND 플래시가 최첨단 미세 가공 기술을 쓰도록 변화한 셈입니다.

 

여기에서 미세화를 방해하는 큰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인접한 메모리 셀 사이의 전기적 간섭이 발생하고 시간이 흐르면 메모리 셀의 전하량이 변화한다는 것입니다. 이 문제는 미세화가 될수록 심해집니다. 왜냐하면 미세화에 따라 인접한 메모리 셀 사이의 거리가 짧아지기 때문입니다. 인접 셀 사이의 거리가 짧아지면 전기적인 간섭은 강해지고, 메모리 셀이 포함 된 데이터의 변화 역시 빨라집니다.

 

또한 미세화를 견인해온 리소그래피(노광) 기술이 교착 상태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최첨단 노광 기술은 ArF 레이저를 광원으로하는 액침 노광 기술(ArF 액침 노광)입니다. 미세화를 강력하게 추진한 결과, NAND 플래시 메모리는 ArF 액침 노광으로 원하는 해상도가 나오지 않을 정도로 미세한 패턴을 가공할 필요가 생기게 됐습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멀티 패터닝 기술입니다. 멀티 패터닝에서는 하나의 회로 패턴을 여러 블럭으로 분할해 노출을 반복함으로서 한번의 노광만으로 불가능했던 미세한 패턴의 해상도가 가능하게 됐습니다.

 

멀티 패터닝 기술의 도입으로 해상도는 크게 향상됐습니다. 이론적으로는 노출 횟수를 늘릴 때마다 해상도가 높아질 수 있거든요 2번 노출(더블 패터닝)은 해상도가 2배, 4번 노출(쿼드 패터닝)에선 해상도가 4배가 됩니다. 그래서 NAND 플래시 메모리는 멀티 패터닝을 통해 미세화를 더욱 발전시켰습니다. 1Xnm 세대의 NAND 플래시는 더블 패터닝은 물론, 일부 층에서는 그 이상의 패터닝 기술을 쓴 것도 있습니다.

 

그러나 멀티 패터닝은 생산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약점이 있습니다. 생산량이 줄어든다는 건 제조 비용의 상승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무조건 멀티 패터닝을 도입하기란 어렵습니다.

 

 

암울한 시기에 접어든 2010년의 NAND 플래시


인접한 메모리 셀 사이의 간섭 문제와 노광 기술의 비용 상승 문제. 이 두 가지는 NAND 플래시 메모리의 고밀도화와 대용량화를 막는 큰 장벽이 됐습니다. 예를 들어 최첨단 반도체 칩의 국제 학회인 ISSCC의 발표를 보면 실리콘 다이의 최대 용량은 128Gbit을 찍은 후, 2012~2015년 동안 변하지 않았습니다.

 

최대 용량이 3년 동안 변하지 않았다는 건 그 전까지 없었던 일입니다. 2012년 이전에는 매년 최대 용량이 갱신돼 왔으니까요. 예를 들어 저장 용량이 16Gbit인 NAND 플래시 메모리가 ISSCC에서 처음 발표된 것은 2008년의 일입니다. 다음 세대인 32Gbit의 NAND 플래시가 ISSCC에서 처음 발표된 건 2009년이 됩니다. 또 다음 세대인 64Gbit의 NAND 플래시가 ISSCC에서 처음 발표된 것은 2011년입니다. 3년 동안 최대 용량은 4배로 급증했습니다. 이러한 용량 확대가 NAND 플래시 메모리 업계의 번영, 즉 시장의 높은 성장을 뒷받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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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학회 ISSCC에서 발표 된 NAND 플래시 메모리의 저장 용량의 변화. 세로 축의 숫자는 Gbit를 가리킵니다. 여기서 삼성은 삼성 전자, 도시바는 샌디스크-도시바 연합, 마이크론은 인텔-마이크론 연합입니다.

  

 

어두운 터널의 출구가 보이기 시작한 2014 년

 

고밀도화와 대용량화가 멈춘다는 건 NAND 플래시 메모리의 역동적인 고성장이 가까운 장래에 끝난다는 걸 의미합니다. 더 이상 개선이 없다면 멈출지도 모르는 일이죠.

 

NAND 플래시 메모리의 고밀도화와 대용량화가 멈추는 데 대비한 움직임이 차세대 대용량 비휘발성 메모리의 연구 개발입니다. 자기 메모리 및 상변화 메모리, 저항 변화 메모리 등의 후보 기술에 주목한 것은 NAND 플래시 메모리의 미래가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상황의 출구가 보이기 시작한 것은 3D NAND 기술의 실용화를 통해서입니다. 2013년 여름에 NAND 플래시 메모리 회사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삼성 전자가 업계 최대 규모의 이벤트인 Flash Memory Summit(FMS)'에서 3D NAND 기술에 의한 대용량 NAND 플래시의 제품화를 발표했습니다. 계속해서 2014년 2월에는 국제 회의 ISSCC에서 상품화한 3D NAND 플래시 기술의 개요를 밝혔습니다. ISSCC에서 기술 개요가 발표되면서 삼성이 개발한 칩의 기술적인 뒷받침이 이루어졌습니다. NAND 플래시 대기업은 모두 3D NAND 기술의 상용화를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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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전자가 2015년 2월 ISSCC에서 발표한 128Gbit 3D NAND 플래시의 실리콘 다이 사진
 

 

3D NAND의 상용화로 업계 전체가 움직이기 시작한 2015년 3월

 

2015년 3월에는 NAND 플래시의 주요 기업인 샌디스크-도시바 연합에 이어 인텔-마이크론 연합이 3D 낸드 기술에 의한 대용량 낸드 플래시 메모리의 양산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변화가 더욱 가까워진 셈이죠.

 

그러나 이 시점에선 아직 부족한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기존 기술(2D NAND 기술 또는 평면 기술)의 저장 룔양에서 넘어서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평면 기술 기반 싱글 다이의 최대 용량은 128Gbit나 3D NAND 기술에 의한 싱글 다이의 최대 용량 역시 128Gbit에 머물렀습니다. 인텔-마이크론 연합은 256Gbit 제품의 양산 계획을 2015년 3월에 발표했지만 불행히도 업계 전체를 견인할 수준까진 되지 못했습니다. 전하의 저장 방식이 플로팅 게이트 기술이었거든요. 3D NAND는 차지 트랩 기술을 사용하니 서로 다른 기술입니다. 삼성과 샌디스크-도시바가 모두 차지 트랩 기술을 사용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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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3월 시점에서 3D NAND 기술의 개발 상황


 

3D NAND 기술이 평면 기술을 넘어선 2015년 8월

 

그리고 2015년 8월의 Flash Memory Summit(FMS)에서는 1위 업체인 삼성과 2위인 샌디스크-도시바 연합이 함께 단일 다이에 256Gbit의 3D NAND 플래시를 양산하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싱글 다이에 256Gbit라는 건 평면 기술로선 달성할 수 없었던 큰 저장 용량입니다. 3D NAND 기술은 이때 처음으로 평면 기술을 고밀도화와 대용량화에서 넘어설 수 있었습니다.

 

최대 2개(엄밀히는 1개 회사와 1개 연합)가 양산을 발표하면서 3D NAND 기술의 실용성이 입증되었습니다. 그리고 NAND 플래시 메모리의 고밀도화와 대용량화가 앞으로도 지속된다고 증명된 것이기도 합니다. 이제 대용량 반도체 메모리의 미래는 NAND 플래시 메모리로 크게 기울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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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8월의 이벤트인 Flash Memory Summit(FMS)에서 발표된 3D NAND 플래시 기술
 

싱글 다이에서 256Gbit는 32GB를 의미합니다. 32개의 실리콘 다이를 탑재한 메모리 모듈은 1TB의 저장 용량을 갖추게 됩니다. NAND 플래시 메모리 제품은 이미 2개나 4개의 실리콘 다이를 1개의 패키지에 넣는 것이 지극히 일반적입니다. 1개의 모듈은 2개의 실리콘 다이를 1개의 패키지에 넣은 512Gbit 제품을 16개 탑재합니다. 즉 ,024Gbit × 8니 1TB가 됩니다.

 

256Gbit의 실리콘 다이는 삼성과 샌디스크-도시바 연합이 모두 48층의 메모리 셀로 실현했습니다. 현재 3D NAND 기술(제조 기술은 2세대 3D NAND 기술)이고, 64층까지는 실용화가 가능할 듯 합니다. 저장 용량은 1.5 배니 단순 계산으로는 384Gbit(48GB)가 됩니다. 싱글 다이로 384Gbit(48GB)까지는 이미 사거리에 들어온 셈입니다.

 

 

싱글 다이로 1Tbit를 구현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그 다음에 오는 건 무엇일까요? 여기에서 보이는 앞으로의 방향성 중 하나는 메모리 셀의 적층 수를 늘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현재 목표는 96 층입니다. 이걸로 48층보다 저장 용량이 두배가 되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미세화입니다. 3D NAND는 설계 공정을 30~40nm로 느슨하게 잡고 있습니다. 만일 35nm의 공정으로 현재 256Gbit 제품이 나온다면 24nm 설계 공정을 미세화해 이론적으론 저장 용량을 두 배로 늘리게 됩니다. 또 다른 하나는 메모리 셀의 저장 비트를 현재의 3bit에서 4bit로 늘리는 것입니다. 이 경우 저장 용량은 1.33 배가 됩니다.

 

허나 이 세가지 방향 중 그 어떤 것도 쉬운 게 없습니다. 오히려 현재 기술로선 어렵다는 견해가 대세를 차지합니다. 그러나 중요한 건 기술적인 어려움이 아니라 기술 개발의 방향성이 어느 정도 보인다는 것입니다. 방향성이 보인다면 기술 개발을 계속해 기술 장벽을 낮출 수 있습니다. 3~4년 후에는 앞으로의 변화에 대한 의견이 달라질 가능성이 충분합니다.

 

만일 적층 수가 늘어나고(96 층) 설계 공정이 미세화(0.7 배) 된다면, 단순 게산으로 기억 용량은 256Gbit의 4배, 즉 1,024Gbit (1Tbit)가 됩니다. 싱글 다이에서 1Tbit를 앞으로 실현 가능한 목표로 잡게 된 것입니다. 이것이 NAND 플래시 메모리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습니다. 싱글 다이에서 1Tbit는 128GB를 의미합니다. 싱글 다이의 USB 메모리가 128GB, 스마트폰의 스토리지가 단일 다이로 128GB, 이 경우 얼마면 될까요?

 

시장 조사 기관인 DRAMeXchange의 데이터에 따르면 2015년 9월 8일 시점의 64Gbit(8Gbit × 8) NAND 플래시 메모리의 가격은 약 2.4달러입니다. 이것은 미래를 난관적으로 봤을 때 곧 256Gbit NAND 플래시 메모리의 가격이 약 2.4달러가 된다는 걸 의미합니다. 여기서 앞으로 더욱 나가면 1Tbit가 약 2.4 달러로 저렴해질 수 있습니다.

 

64Gbit 메모리의 1GB 당 가격은 0.3달러입니다. DRAMeXchange의 데이터에 따르면 DDR3 DRAM의 약 1/12에 불과합니다. 즉 DDR3 DRAM의 1GB 당 단가는 3.6 달러입니다. 이 차이는 압도적입니다. 압도적이라는 건 만일 NAND 플래시 메모리를 시스템 메모리로 탑재하면 제조 단가를 유지한 채 저장 용량을 DRAM의 12배로 늘릴 수 있다는 이야기며, 앞으로 저장 용량이 더욱 늘어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여기에서 발생하는 기술은 NAND 플래시 메모리를 탑재한 대용량 DIMM 제품의 개발이 됩니다. Diablo Technologies가 Memory1란 이름으로 상품화하기도 했지요. 이렇게 시스템 메모리에 NAND 플래시 메모리를 진출하는 변화가 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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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R4 호환 NAND 플래시 메모리를 탑재한 DIMM인 Memory1. 저장 용량은 256GB(2Tbit). DDR4 메모리 컨트롤러에 DRAM DIMM처럼 장착할 수 있습니다.

 

또 하나의 중요한 분야인 스토리지는 어떨까요. SSD의 1GB 당 단가는 HDD에 비해 여전히 비쌉니다. 단순히 NAND 플래시 메모리와 HDD와 비교하면 약 10배의 차이가 납니다. 구체적으로는 7,200rpm의 회전 속도에 저장 용량이 2TB인 HDD는 1GB 당 비용이 0.03달러입니다. 2TB의 HDD 가격이 60달러니까요.

 

만일 NAND 플래시 메모리의 저장 용량 확대가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60달러로 얼마나 많은 용량을 실현할 수 있게 될까요. 단순화를 위해 컨트롤러 등의 비용을 12달러라고 잡아 봅시다. 그럼 NAND 플래시에 주어진 비용은 48달러입니다. 64Gbit의 NAND 플래시 메모리는 20개의 실리콘 다이에 해당합니다. 즉 160GB지요. 160GB 정도의 저장 용량에선 SSD가 HDD와 가격이 비슷하거나 혹은 더 낫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2.5TB 다음은 모든 플래시 스토리지

 

256Gbit의 NAND 플래시가 나온다면 SSD의 저장 용량은 4 배, 즉 640GB가 됩니다. 머지않아 640GB 이하의 용량에선 거의 모두 SSD가 차지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NAND 플래시의 싱글 다이가 1Tbit가 되면 거기서 4배가 되니 2560GB, 즉 2.5TB가 나옵니다.

 

가까운 장래에 저장 용량이 2.5TB 정도가 되는 스토리지는 모두 플래시 기반의 스토리지로 바뀌게 될 것입니다. NAND 플래시 메모리 시장 확대하면서 DRAM과 HDD 시장은 곧 줄어들게 될 것입니다. 앞으로의 승패는 이미 뻔한 일입니다. 문제는 그게 언제인지, DRAM과 HDD에게 남겨진 시간은 얼마나 되느냐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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