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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블로 3는 지금까지도 여전히 말 많고 탈 많은 게임입니다. 게임이 예전 같지 않아 디아블로 3가 나와도 사서 하진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 말은 사실이 됐습니다. 선물 받았거든요. 선물해 주신 분의 성의를 생각해서라도(?) 어느 정도까지는 플레이하는 게 예의가 아니겠습니까?

 

디아블로 3가 나오면 일 그만두고 게임만 할 것이라는 농담도 사실이 돼버렸습니다. 순서가 반대로 되긴 했지만. 디아블로 3가 나오기 전에 일을 그만두다 보니 자연스럽게 디아블로 3에 매진하게 됐거든요.

 

하지만 디아블로 3를 원활히 플레이하는 데 문제가 좀 있었습니다. 블리자드가 내놓는 게임들은 한결같이 고사양 컴퓨터를 필요로 하는 수준이 아니었지만, 제 컴퓨터는 바로 그 수준마저도 맞추지 못해 심하게 버벅거렸기 때문입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니 한번 보세요.

 

http://youtu.be/JS4KOuVfSVY

 

처음에 슬로우모션으로 시작하니까 제가 동영상을 잘 못 찍거나 인코딩을 실수했으리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는데, 보시다 보면 또 메끄럽게 나옵니다. 제가 디아블로 3가 나오고 나서 40시간 정도 줄곧 저 상태로 게임을 했는데 처음에는 서버 문제 아닐까 생각했을 정도입니다.

 

중간에 옵션 창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그렇게 고해상도도 아닙니다. 30인치 모니터에서 해상도를 저렇게 낮게 설정해두고 플레이하면 떨어진 그래픽 때문에 게임할 맛이 상당히 떨어지는데, 그것도 모자라서 버벅거리기까지 하니 더더욱 하기 싫어지지요.

 

그렇다면 여기서 고민해야 할 점. 이렇게 버벅거리는 건 도대체 뭐 때문일까요? 성능이라면 CPU나 그래픽카드 쪽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겠고, 제가 포멧한 지 오래됐으니 윈도가 꼬여서 부품이 제 성능을 내지 못해 그런 것일 수도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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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지포스 GTS 250이 디아블로 3를 제대로 못 돌릴것이라 생각하진 않았습니다. 오히려 최근 들어 인터넷 할 때 크래시도 자주 나는 게 윈도 문제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그래픽카드를 바꾸면 버벅거리지 않을 것이라고 간접적으로 주장하시는 분이 나타나셨습니다.

 
농담인 줄 알았는데 진짜 그래픽카드랑 파워를 보내셨네요. 일단 받긴 했지만 그 사이 다른 일이 바빠 그래픽카드 사진을 찍고 부품을 교체하질 못해 바로 쓰진 못했습니다. 그 동안에도 디아블로 3는 틈틈이 했으나 그래픽과 버벅거림 때문에 게임에 대한 흥미는 갈수록 떨어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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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블로. 악마 때문에 쓰게 된 거니까 배경을 일부러 칙칙하게 가자는 마인드로 이렇게 했지만 결과물이 그리 깨끗하게 나오진 못했네요. 어쨌건. 오늘의 주인공인 MSI R7950 OC D5 3GB 트윈프로져 3 입니다.

 

라데온 HD 7950 자체만 놓고 보면, 경쟁 상대인 NVIDIA가 내놓은 지포스 GTX 670 때문에 성능에 비해 값이 비싸다는 평가를 졸지에 듣게 됐지만, 아직도 AMD 그래픽카드 중에서는 분명 최상위에 속하는 제품입니다.

 

그래픽카드 제조사인 MSI로 넘어가면. 솔직히 말해서 MSI 메인보드에 두 번, MSI 노트북에 한 번 데인 적이 있으나. MSI 그래픽카드는 잘 사서 썼습니다. 개인적으로는 MSI 제품군 중에 제일 완성도가 높다고 평가하는 게 바로 그래픽카드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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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위쪽에는 MSI 트윈 프로저 3 로고가 양각된 쿨러 덮개가 딱 보입니다. 측면 창이 달린 케이스에 넣으면 딱 저기가 보이니까 튜닝 효과도 있는 셈입니다. 시스템에서 그래픽카드의 존재감이 아주 확실해 지지요.

 

크로스파이어 X 커넥터가 2개 있고, 6핀 보조전원 단자가 역시  2개 있습니다. 고급형 그래픽카드에서 6핀 보조전원 포트 2개는 이제 필수지요. 그런데 제 파워는 그 정도까진 감당할 수가 없어서 우선 파워 교체가 필수인 상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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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파워는 이걸로 썼습니다. 어쩔 수 없는 사정 때문에 정확한 모델명을 공개할 순 없는 점은 양해해 주세요. 대신 블랙 데빌 제품군이라는 것 까지는 공개해도 되겠지요.

 

모듈러 방식은 아니지만 저는 어차피 저 케이블을 다 써야 할 정도로 디스크 드라이브가 많기 때문에, 별로 모듈러 방식에 큰 의미를 두지 않습니다. 오히려 저렇게 한 군데서 케이블이 다 나오는 게 선을 한 번에 뒤로 넘기기는 편리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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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 케이블입니다. 스펙이 표기된 부분을 올릴 수 없으니 단자라도 올려야죠. 빨간색 단자 2개가 PCI-E 그래픽카드 보조전원입니다. 각각 6핀과 6+2핀 구성으로 어지간한 그래픽카드는 무리 없이 쓸 수 있습니다.

 

그 외에 몰렉스와 SATA 전원 단자가 같은 비중으로 있는데, 저야 추가 쿨링팬을 하나도 연결하지 않고 하드디스크만 잔뜩 넣고 쓰니까 변환 케이블이 필요하지만, 대부분의 사용자들에게는 나쁘지 않을 구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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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그래픽카드를 고를 때, 자체 설계 기판이 큰 비중을 차지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일부 회사들은 매우 개성적인 자체 설계 기판을 쓴 제품들들 만들곤 하지요. 하지만 최근엔 레퍼런스 설계 기판만으로도 충분한 성능을 낼 수 있는 수준까지 발전했습니다.

 

MSI 라데온 HD 7950 R7950 OC D5 3GB 트윈프로져 3 역시 기판은 레퍼런스 그대로입니다. 대신 코어 클럭이 880MHz로 오버클럭돼 레퍼런스 제품보다는 성능이 더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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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카드의 개성을 좌우하는 요소라면 기판보다는 역시 쿨러겠지요. 그래픽카드 회사들이 자사 제품의 특징으로 내세우는 쿨러는 이제 단순한 쿨러 이름을 넘어 하나의 브랜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MSI는 그래픽카드에서 트윈 프로저와 싸이클론, 아머 2X 등의 쿨러를 꾸준히 쓰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MSI의 대표적인 쿨러라면 2개의 쿨링팬과 히트파이프를 조합한 트윈 프로져인데, 라데온 HD 7950에는 3세대 버전이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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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I 라데온 HD 7950 R7950 OC D5 3GB 트윈프로져 3을 컴퓨터에 장착했을 때, 제일 먼저 느낀 것은 '성능이 좋다'가 아니였습니다. 그건 3D 게임을 돌려 봐야 알 수 있는 거잖아요. 그보다 먼저 알 수 있었던 건 '조용하다' 였습니다.

 

물론 이 '조용하다'는 것은 본체의 위치나 케이스에 따라서 달라집니다. 그래픽카드를 업그레이드 한다면 기존에 어떤 제품을 썼느냐도 상대적으로 비교하게 됩니다. 제가 기존에 쓰던 그래픽카드가 시끄러운건 사실이나 트윈프로져 3는 분명 조용한 쿨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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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윈 프로져는 똑같은 스펙의 쿨링팬을 2개 좌우 대칭으로 배치하는 방식을 씁니다. 쿨러 중에는 쿨링팬의 크기를 다르게 하거나 회전 방향을 반대로 하거나 속도를 다르게 하거나 위치를 좀 어긋나게 두는 경우가 있는데 거기에 비하면 트윈 프로져는 상당히 고전적인 방식입니다.

 

2개의 쿨링팬은 적은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많은 것도 아닙니다. 쿨링팬의 수가 늘어나면 더 낮은 소음으로도 더 많은 풍량을 방열판 곳곳에 뿌릴 수 있겠으나 크기가 커집니다. MSI는 2개가 제일 균형이 잘 잡힌 스펙이라고 판단한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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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왕 뜯은 김에 쿨링팬까지 확인했습니다. 파워로직의 80mm짜리 쿨링팬이네요. 전압은 12V 전류는 0.35A짜리. 이 쿨링팬을 좌우 2개 달아서 그래픽카드의 열을 식힙니다. Furmark를 돌렸을 때 70도에서 더 이상 올라가지 않았으니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요.

 

회전 속도는 알 수 없었으나 디아블로 3는 물론이고 Furmark를 실행했을 때 소음이 집중해야 들리는 정도였습니다. 우렁찬 쿨링팬의 소음을 들으면서 그래픽카드가 잘 작동하는지 확인하고 싶으신 분들이라면 피해야 할 그래픽카드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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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러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쿨링팬입니다. 아무리 저전력 칩에 풍향을 계산해서 대형 방열판과 히트파이프를 넣었다고 해도, 쿨링팬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는 큽니다. 그러나 이 말은 방열판과 히트파이프가 중요하지 않다는 말은 아닙니다.

 

특히 트윈 프로져처럼 쿨링팬을 2개 장착한다면 히트파이프와 방열판이 더욱 중요하지요. GPU처럼 집중된 열원에서 방열판 곳곳으로 열을 분산시켜야 쿨링팬 2개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테니까 말입니다. 그래서 트윈 프로져 3는 히트파이프를 5개 넣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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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방열판을 연결하는 5개의 굵직한 히트파이프는 전부 GPU에 집중돼 있습니다. GPU가 그래픽카드의 발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압도적인데다가, 다른 부품들은 어느 정도 열을 받아도 작동하는데 지장이 없으니까요.

 

예전에는 하나의 알루미늄 덩어리로 방열판을 만들었다면, 지금은 얇은 알루미늄 판을 조립해서 방열판을 만들고 있습니다. 좀 더 촘촘하게 방열판을 만들어서 공기와 맞닿는 면적을 높이려는 이유에서입니다. 트윈 프로져 3 역시 마찬가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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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판에는 검은색 방열판이 써멀 패드로 부착돼 있습니다. 전원부 부품과 메모리를 덮고 있네요. GPU 아래쪽에 있는 메모리 하나는 방열판이 덮지 못하고 있는데, 기왕 방열판을 쓰는 거 저기까지 덮어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큰 차이는 없겠지만.

 

방열판의 크기나 두께만 보면 효과가 그리 커 보이진 않지만 분명 쿨링 성능에는 영향을 줍니다. GPU 방열판 사이로 들어오는 쿨링팬의 바람을 조금이라도 더 많이 받을 수 있으니까요. 물론 심리적인 것도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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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30인치와 27인치 모니터를 같이 쓰고 있습니다. 둘 다 2560 해상도니까 당연히 듀얼링크 DVI죠. 근데 MSI 라데온 HD 7950 R7950 OC D5 3GB 트윈프로져 3의 출력 단자를 처음 봤을 땐 당황했습니다. 듀얼링크 DVI가 하나밖에 없어서요.

 

2560 해상도를 포기하느니 차라리 그래픽카드를 포기하겠다고 생각했으나. 27인치 모니터가 디스플레이포트에 HDMI까지 다 들어가니까 디스플레이포트 케이블로 연결하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설치할 때 사운드 삽질로 모니터에서 소리가 나오면서 깜짝 놀라긴 했지만.

 

http://youtu.be/VDTfepLLRVQ

 

주인공의 소개가 길었네요. 이제 본론이지만 길게 말할 건 없습니다. 아까 영상과 차이는 그래픽카드를 바꾸면서 기존 지포스 드라이버를 삭제하고, 새로 카탈리스트 드라이버를 설치한 게 다입니다. 그러니까 하드웨어적으로는 그래픽카드만 바뀐 거네요.

 

인코딩을 다시 하느라 화질 저하가 좀 있는데 그보다는 프레임을 보세요. 여기서 알 수 있는 점은 2가지입니다. 아무리 포맷 안하고 관리 안하고 몇 달을 지저분하게 써도 하드웨어빨로 충분히 극복이 가능하다는 것과, 발컨은 그래픽카드를 업글해도 소용없다는 것입니다. 템을 바꿔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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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카드를 바꾸고 나서. MSI 라데온 HD 7950 R7950 OC D5 3GB 트윈프로져 3를 일주일 동안 책상 위에 방치해 둔 게 정말 아까워졌습니다. 일주일만 더 빨리 바꿨다면 한 50번은 덜 죽었을 텐데 말입니다.

 

2장의 보스인 벨리알처럼 패턴이 정해진 몬스터는 미리 예측을 하고 움직여야 하는데 렉이 심하면 그게 안되잖아요? 그래픽카드 바꾸고 나서 벨리알은 동일 조건에 동일 캐릭에서도 노다이로 잡더군요. 전에는 한 20번 죽었나 -_-)

 

물론 옵션 타협이나 극강의 인내심이나 극한의 컨트롤로. 내장 그래픽에서도 디아블로 3를 즐기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하지만 스트레스 풀려고 게임을 하는건데, 게임 때문에 오히려 스트레스가 쌓이면서, 포맷 등의 최적화가 귀찮으신 분들이라면 저처럼 업그레이드 좀 생각해 보세요.

 

마지막으로. 별로 길거나 심오한 글도 아닌데 왜 이렇게 쓰는데 오래 걸렸는지를 이야기해야 되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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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찍고 소몰이 지팡이 만들다보니 오래 걸렸어요. 그러니까 게임에서 그래픽카드가 미치는 영향에 대해 글을 올려야 하는데, 그 영향이 워낙 크다보니 글을 쓰고 자시고할 여유도 없이 게임만 하느라.... 저 스샷조차도 꽤 전에 찍은거라서 지금은 셋팅이 상당히 다르네요.

 

Q: 아까 디아블로 3 재미 없다매.

A: 게임할 때 렉이 없으니 재밌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