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중소기업의 모니터 공장에 한번 견학 가보지 않겠냐는 말을 들었을 때, 제가 제일 먼저 떠오른 생각은 '한국에 그런 공장이 있을까?'라는 의문이었습니다. 한국이 아무리 디스플레이 강국이라고는 해도 대기업이 아닌 이상 완제품은 전부 중국에서 생산에서 한국에 들여온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번 공장 견학을 통해서 알게 된 것이지만, 아직까지 디스플레이 완제품은 국내에도 공장이 제법 있더라구요. 마침 모니터 공장이라는 곳이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해서 가기로 했습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제가 본 건 TV 생산 라인 쪽이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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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차로 몇 시간 달려 시화공단에 가니 우성엔터프라이즈 간판이 달린 커다란 공장 건물이 있었습니다. 카메라는 물론이고 사람 눈으로도 한 번에 다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컸던지라, 이런 곳일 줄 알았더면 사전 조사나 공부를 좀 하고 올걸 이런 생각이 들 정도였네요.

 

하지만 뒤 이어서 든 의문. 저 정도로 큰 공장이라면 생산 물량도 엄청날텐데, 저 개인적으로는 우성엔터프라이즈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었거든요. 이건 아무리 제가 이 쪽 부분에 대해 아는 게 없다고 해도 이해하기 힘든 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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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궁금점은 회사 관계자분들이 풀어 주셨습니다. 공장 내부를 돌아보기 전에 우선 간단한 설명부터 들었거든요. 왼쪽에서부터 조현준 이사님, 양민식 부장님, 하승보 과장님이십니다. 마침 영상전화로 해외 협력사와 미팅이 있었던지라 매우 바쁘셨지만 친절하게 설명해 주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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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위에서 말한 것처럼 우성 엔터프라이즈는 해외 수출의 비중이 상당히 높은 곳입니다. 완제품 모니터와 TV 사업을 하기 전까지는 매출의 100%가 해외 수출에서 나왔다고 하네요. 그러니 우성이라는 이름이 일반 소비자들에게 생소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할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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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우성 엔터프라이즈의 TV 부품을 수입해서 쓰는 협력사들의 이름은 결코 생소하지 않습니다. 2004년 도시바에 TV 스탠드를 납품하기 시작해서 지금은 파나소닉, 샤프, 필립스 등에 부품을 수출 중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올린 매출엑이 2010년에 1300억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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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에는 회사 매출에서 샤프가 50%를 차지했고, 필립스의 TV 스탠드 공급처 중엔 규모 1위입니다. 스탠드 뿐만 아니라 TV 뒷면 커버 등 TV의 외관에 관련된 부품을 주로 제조한다고 합니다. 디자인은 물론 금형 설계도 직접 한다는 설명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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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천만원 짜리 TV로 유명한 독일 Loewe의 TV에서 쓰는 스탠드입니다. 보급형 제품 뿐만 아니라 고급형 제품에도 우성 엔터프라이즈의 부품이 들어간다는 것을 알 수 있네요. 그 외 다른 부품도 있지만 마침 바로 앞에 있어 직접 만져볼 수 있었던 건 이 정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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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실제 공장 사진입니다. 방문 전날까지 제작 시한을 맞춰야 했기 때문에 방문 당일은 생산량이 많지 않다고 설명을 들었는데요. 많지 않다고 해도 기본 규모가 상당한 공장입니다. 제가 방문했을 때는 완제품 TV 제조 라인이 가동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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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부품으로 시작했다가 2009년에 대우 일렉트로닉스의 TV 사업 부분이 분사될 때, 관련 인력을 대거 스카웃해서 TV 연구소를 설립한 게 우성엔터프라이즈의 TV 완제품 사업의 시작이라고 합니다. 모니터 사업은 이시스를 인수하면서 규모를 더 키운 것이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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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우성엔터프라이즈 TV라고 말하는 것 보다 홈플러스 TV라고 부르는 게 아는 사람은 훨씬 많겠지요? 홈플러스 납품 때문에 유명해진 게 크니까요. 방송 통신 위원회의 보급형 TV 사업자에 선정된 것도 있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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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성엔터프라이즈가 TV 부품 사업을 넘어서 완제품 TV나 모니터 시장에 뛰어 든 이유는 해외 수출과 ODM 제조 등을 목표로 한 것입니다. 유럽 FTA 덕분에 국내에서 TV 완제품을 제조해 팔면 관세 혜택이 크다고 합니다. 물론 국내 시장 공략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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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생산을 책임지시는 분에게서 라인에 대한 설명을 들었습니다. 이 라인은 방문 전날까지 가동 중이던 것인데, 생산 라인의 길이를 줄이기 위해서 부품 적치 같은 부분은 저렇게 옆으로 뺐다고 하네요. 그렇게 해서 공장의 전체 길이를 줄일 수 있었다는 설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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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이라고는 해도, 여기서 근무하시는 기술진 대다수는 대기업에서 일하시다가 오신 분들이었습니다. 아까 대우 일렉트로닉스 이야기도 했지만. 바로 위에서 봤던 생산 라인 배치처럼 대기업 쪽에서 누적됐던 노하우를 활용하는 경우가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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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만 보면 '아 TV는 이렇게 만드는구나' 정도로 끝일 것이고. TV 제조라는 건 그냥 부품을 갖다가 조립하고 테스트 해보는 게 끝. 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제가 볼 수 있는 곳과 사진 촬영이 가능한 곳은 한정적이고, 제조만큼 중요한 과정은 또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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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 라인에서 나와서 따로 분리된 실험실 분위기의 방입니다. TV 신호실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곳은 유럽향과 국내향 등으로 TV 신호를 송출할 수 있는 장비를 모아둔 곳입니다. TV 신호 수신을 테스트할려면 역시 이런 장비는 꼭 필요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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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가 어떻게 생겼을지 궁금해 하실 분들을 위해서 가까이서 한 장. 국가별로 장비도 따로 나눠서 설치해 뒀습니다. 공장 관계자분도 TV와 모니터의 경계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 말씀하셨지만, 이런 걸 보면 기기 제조의 노하우나 필요 설비는 아직 차이가 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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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에이징이라는 이름이 붙은 방입니다. 여러 대의 TV 소리 때문에 엄청 시끄러운 곳이었어요. 에이징이란 단어는 워낙 다양한 의미로 쓰지만, 여기서는 스트레스 테스트라고 보시면 됩니다. 공장 관계자 분은 생산 후 검증 과증에서 에이징의 중요성을 상당히 강조하시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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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항온항습 시험실입니다. 다른 시험실도 따로 문으로 막아 둔 건 마찬가지지만, 이 시험실은 밀폐 수준으로 차단시켜 놨습니다. 그 이유는 문을 열어보고 나서 알았는데요. 정말 더운게 지옥이 따로 없더라구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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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온항습 시험실 안쪽에선 많은 TV들이 테스트 중입니다. 이 정도로 가혹한 환경에서 TV를 볼 일이 있을지 의문이긴 하지만 노화 테스트는 원래 엄격한 기준을 통과해야 하겠지요. 덧붙이자면 이 항온항습 시험실은 국내 모 대기업에서 쓰는 것과 똑같은 거라고 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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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실의 전체적인 모습은 이렇습니다. 이 쪽은 사람이 항상 상주해 있는 곳이다보니 아까 봤던 에이징이나 항온항습 시험실과는 달리 매우 쾌적한 환경이네요. 대신 전문 장비들로 가득 차 있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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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을 나올 때 아쉬워서 유리창 너머로 한장 더 찍었습니다. 일하시는 데 갑자기 들어와서 사진을 마구 찍어대는 데도 별 내색 않으신 공장 분들과 친절하게 설명해 주신 분들 덕분에 좋은 구경을 하고 왔네요.

 

제조 과정도 물론 중요하지만 전체 과정에서 테스트가 상당히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걸 볼 수 있었는데, 모르는 사람 입장에서는 저렇게까지 필요할 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안정성을 위해서라면 저 정도 테스트는 꼭 필요하겠지요. 이런 점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건 아니니, 믿을 수 있는 회사의 제품을 고를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