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D의 라데온 R9 280X는 참 뻔한 그래픽카드입니다. 제품이 실망스럽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닙니다. 태생 자체가 이전 세대의 플래그쉽 그래픽카드인 라데온 HD 7970 GHz 에디션에서 비롯된 것이니 성능 자체는 여전히 뛰어나며, 가격대도 30만원 중후반대에 포진해 있어 50만원이 넘어가는 상위 모델 R9 290과 확실하게 구별되는 제품이기도 합니다.

 

다만 기존의 제품을 리네이밍해서 나온 그래픽카드인데다, 2013년 10월에 첫 선을 보였으니 벌써 6개월이 지난 제품. 지금 시점에서 R9 280X의 성능이나 스펙에 대해 궁금해 할 만한 것이 남아 있을 리가 없으니, R9 280X가 좋고 나쁘고 성능이 어떻고를 떠나서 R9 280X는 어떤 의미로든 뻔한 그래픽카드라고 할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그럼 그토록 뻔한 R9 280X를 왜 지금 여기서 다루느냐. 그 답은 간단합니다. 뻔한 R9 280X가 아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MSI 라데온 R9 280X GAMING 6G라는 제품명에서 볼 수 있듯이 6GB 메모리를 탑재한 R9 280X거든요. 따라서 여기선 이미 알고 계실 R9 280X의 전체적인 성능보다는 6GB 메모리가 과연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를 간단히 살펴보고자 합니다.

 

그리고 하나 더. 다른 회사의 그래픽카드에서 볼 수 없는 MSI 게이밍 시리즈만의 하드웨어적인 특징도 같이 보도록 하겠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라면 트윈 프로져 4 쿨러가 있겠네요. 트윈 프로져 4의 뛰어난 성능과 그 효과는 수 차례의 벤치마크를 통해 증명된 바 있는데, R9 280X GAMING 6G에서도 그 특성은 여전한지 이 역시 간단하게 확인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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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입니다. 게이밍 시리즈 특유의 용 그림이 그려져 있네요. 오버클럭이 됐음을 알리는 OC 에디션, 트윈 프로져 4 쿨러 장착, 게이밍 시리즈, 라데온, Fnatic 프로 게임팀의 추천 마크가 붙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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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 뒤쪽엔 밀리터리 클래스, 하이브리드 바이오스, 게이밍 앱 등을 비롯한 그래픽카드의 특징이 간단하게 소개되어 있습니다. 6GB 메모리를 넣었으니 큰 글씨로 6GB 메모리라고 써줬을 법도 한데 그건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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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을 벗기면 안쪽에 박스가 하나 더 들어 있습니다. MSI 게이밍 시리즈 로고가 새겨진 검은색의 박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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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위의 뚜껑은 액세서리 박스를 겸하고 있고, 그 아래 완충재를 하나 끼고 정전기 방지 비닐에 그래픽카드가 포장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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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세서리 박스엔 사용자 설명서, 하이브리드 바이오스 설명서, 크로스파이어용 브릿지, 드라이버 CD, DVI to d-sub 젠더가 들어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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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I 라데온 R9 280X GAMING 6G의 본체입니다. 구경 10cm의 대형 쿨링팬 2개와 두툼한 방열판으로 구성된 트윈 프로져 4 쿨러가 한 눈에 들어오는군요. 쿨러 한가운데는 게이밍 G 시리즈의 로고가 붙어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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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I, 디스플레이포트, HDMI, 크로스파이어, PCI-E 슬롯까지. 보조전원만 빼고 외부와 연결되는 모든 부분엔 플라스틱 커버가 씌워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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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 뒷면은 검은색 백플레이트가 기판의 대부분을 덮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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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력 포트입니다. 듀얼링크 DVI-I포트 1개, 미니 HDMI 1.4a 1개, 미니 디스플레이포트 1.2는 2개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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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카드 위쪽엔 MSI 로고가 붙어 있는 쿨러, 굵은 히트파이프, 8+6핀 보조전원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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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플레이트를 분해해 안쪽을 보면 전원부 쪽엔 써멀 패드가 있고, 기판 방향엔 투명 비닐이 붙여져 있습니다. 전원부의 쿨링을 도와주면서 기판을 보호하고 쇼트를 막는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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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플레이트를 제거한 사진입니다. 트윈 프로져 4 쿨러는 4개의 나사를 사용해서 고정되어 있는데, 그 중 한개의 나사엔 워런티 스티커가 붙어 있네요. 티 안나게 뜯어볼려고 별 짓을 다해봤지만(...) 도저히 안되길래 포기. 그냥 스티커를 훼손하고 뜯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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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윈 프로져 4는 GPU와 맞닿는 부분에 구리 베이스가 있고 양쪽에 2블럭의 방열핀이 배치됩니다. 베이스와 방열핀을 5개의 히트파이프가 연결하며 그 위를 2개의 쿨링팬이 덮는 구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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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링팬을 방열판에서 완전히 분리하려 했지만 쿨링팬의 케이블이 방열판 사이에 금속으로 단단히 고정돼 있어 그건 포기했습니다. 케이블이 이리저리 움직이는 걸 막기 위해서 그렇게 만들었겠구나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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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 재질의 베이스는 니켈 도금 처리되어 녹이 잘 슬지 않습니다. 또 코어와 닿는 부분은 코어의 모양에 맞춰 살짝 튀어나오도록 만들어 접촉 효율을 높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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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의 히트파이프 중 4개는 두께 6mm고 나머지 1개는 열 전달 효율이 높은 두께 8mm의 슈퍼파이프입니다. 슈퍼파이프는 다른 히트파이프와 장착 방향이 반대로 되어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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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열핀 사이로 히트파이프가 관통되어 있습니다. 방열판은 적당히 간격을 둬서 공기와의 접촉 면접을 넓혔지요. 또 그 틈 사이로 쿨링팬의 공기가 닿도록 해서 쿨링 효율을 높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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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쪽은 큰 방열핀 쪽입니다. 이쪽에도 마찬가지로 2개의 히트파이프가 연결되어 있는데요. 작은 방열핀과의 차이점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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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부분에 슈퍼파이프가 연결되어 있다는 것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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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링팬은 대만 파워 로직의 12V 0.4A 제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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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러를 다 봤으니 기판을 봅시다. 메모리와 전원부를 플레이트와 방열판이 덮고 있으니 그것부터 떼어내야 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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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멀 패드를 붙여 메모리와 전원부의 열을 플레이트로 전달, 쿨링팬에서 나온 바람이 그 열을 식히는 구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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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I 라데온 R9 280X GAMING 6G의 기판입니다. 평소 R9 280X에 관심이 있으셨던 분이라면 플레이트가 덮어져 있던 사진부터 이상한 느낌을 받으셨을 텐데 지금은 어떤가요?

 

저도 거기에 대해서는 아무런 정보 없이 이걸 받았다가 무턱대고 뜯어본 후에야 알게 된 것인데(...) MSI 라데온 R9 280X GAMING 6G는 비 레퍼런스 기판을 쓰는 R9 280X였습니다. 기존 모델인 MSI 라데온 R9 280X OC D5 3GB 트윈 프로져 4 게이밍은 레퍼런스 기판이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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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비 레퍼런스 기판을 쓰는 R9 280X는 MSI 라데온 R9 280X GAMING 6G가 처음은 아닙니다. 하지만 어떤 방향으로 비 레퍼런스 기판을 만들었는지를 살펴보면 MSI 라데온 R9 280X GAMING 6G의 특징을 알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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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퍼런스 기판만으로도 충분히 잘 나오는 지금 시대에 비 레퍼런스 기판을 쓰는 이유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기판 길이를 줄여 작은 카드를 만들거나, 부품 수를 줄여서 제조 단가를 낮추거나, 아니면 부품 구성을 더 호화롭게 해서 고급형 카드를 만들기 위해서지요.

 

그리고 MSI 라데온 R9 280X GAMING 6G의 기판은 세번째에 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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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하게 세어 봐도 이쪽 주 전원부에 있는 것만 10 페이즈. R9 280X의 레퍼런스 설계가 기판에 있는 걸 다 더해도 6+1+1 페이즈라는 걸 감안하면 그 구성이 꽤 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정도면 R9 280X 중에서도 상당한 고급형에 속한다고 할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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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전원부의 페이즈 수만 늘린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건 아닙니다. 하지만 MSI는 밀리터리 클래스 4 등급을 도입해 꾸준하게 일관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요. 그러니 무턱대고 페이즈 수만 늘린 설계와는 거리가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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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national Rectifier의 디지털 PWM 컨트롤러인 IR3567B입니다. 전원부를 총괄하는 칩이라 볼 수 있으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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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카드 오른쪽 외에도 왼쪽에 전원 구성이 따로 있습니다. 기판 오른쪽이 GPU와 램으로 들어가는 것이라면 이쪽은 출력 포트 쪽을 담당하는 전원부일 것으로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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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U는 라데온 R9 280X. 그 주변을 메모리가 둘러싸는 디자인입니다. 처음엔 써멀이 GPU 옆의 작은 부품 사이에 지저분하게 묻어있지 않았는데, 아무 생각 없이 코어 위에 묻어 있는 써멀을 휴지로 밀어냈다가 저렇게 됐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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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피다의 512MB 메모리 칩입니다. 이게 12개가 붙어서 총 6GB의 용량을 구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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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HDMI 포트는 금 도금이 되어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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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판 위쪽에는 작은 DIP 스위치가 있습니다. 하이브리드 바이오스의 지원 여부를 설정해두는 것으로 DIP 스위치를 사진에 나온 것처럼 오른쪽에 두면 UEFI 바이오스를 지원하고 부팅이 더 빨라집니다. 높은 호환성을 원한다면 스위치를 왼쪽으로 돌려두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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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제일 앞부분에서 'R9 280X의 성능이 어떠한지는 이미 다들 알고 계실 것이니 전체적인 벤치마크보다는 6GB 메모리와 트윈 프로져 4 쿨러의 효과가 어떤지를 살펴보겠다'고 했습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6GB 메모리와 트윈 프로져 4 쿨러의 효과가 어떤지를 알 수 있을까요.

 

여기선 메모리를 많이 쓰는 것으로 알려진 게임이나 테스트 프로그램 2560x1440 해상도에 AA와 AF는 물론, 각 게임과 테스트에서 쓸 수 있는 최고 옵션으로 돌려보면서 GPU-Z의 로그 기능을 사용해 메모리 점유율이 얼마나 되는지를 확인해 6GB 메모리의 효용성을 살펴보고, 사용 중인 온도와 쿨링팬의 속도 변화를 체크하면서 별도로 소음을 측정해 트윈 프로져 4 쿨러의 효과를 보기로 했습니다.

 

먼저 GPU-Z의 로그 파일을 보시죠. 로그 파일이 엑셀에서 깔끔하게 불러와지지 않는데 텍스트 파일로 보면 그럭저럭 볼만해서 그냥 텍스트를 통째로 올렸습니다. 여기서 보셔야 할 것은 시간의 변화와 GPU 로드에 따른 메모리 사용량과 온도, 쿨링 팬의 회전 속도 변화입니다.

 

3D 마크. 기본 테스트를 한바퀴 돌린 것입니다. 

 

 

메트로. 내장된 벤치마크 프로그램을 돌렸습니다.

 

 

배틀필드4. 벤치마크가 없기에 게임을 짧게 해 봤습니다. 가장 첫번째 스테이지에서 동료들과 합류해 총알을 채우고 나가는 부분입니다. 

 

 

유니진 헤븐. 기본 벤치마크를 돌렸습니다.

 

 

유니진 헤븐. 듀얼 스크린으로 출력할 수 있기에 2560x1440 해상도에 최고 옵션으로 2개를 붙여서 출력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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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테스트에선 몇가지 결과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로그 파일이 4월 23일에 테스트한걸로 나오는데 이제서야 올리다니 저 낄낄은 참 게을러 터졌구나 같은 거 말고 MSI 라데온 R9 280X GAMING 6G에 대한 것만 간추려 보자면.

 

 

1. 이상의 애플리케이션에서 6GB 메모리를 쓸 일은 없습니다. 헤븐은 2개의 스크린을 동원해도 메모리 사용량이 2GB가 채 안됐으며 3D마크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배틀필드 4는 2.2GB 정도가 됐지만 이것도 그리 많이 쓴다고 볼 순 없었네요. 메트로가 최대 3.45GB 정도를 채워서 많이 먹는 편이긴 했습니다만 6GB에 비하면 까마득 합니다.

 

즉, 현재 나온 게임을 위해서 6GB 메모리가 달린 그래픽카드를 살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 2560x1440 해상도에 최고 옵션으로 돌렸으니 옵션이 뒤떨어져서 그런 것도 아니니까요. 물론 앞으로 메모리를 더 많이 먹는 게임이 나오고, 거기서 4K 급의 해상도를 노린다면 6GB 비디오 메모리가 필요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2. 트윈 프로져 4 쿨러의 회전 속도는 그리 높이 올라가지 않았습니다. 여기선 GPU 로드가 최고 95%까지 올라가는 것으로 나왔는데 쿨링 팬의 속도는 풀 스피드의 25%, 그 어떤 테스트에서도 1300rpm까지 올라간 적이 없었습니다.

 

이것이 그래픽카드의 온도를 희생해서 나온 결과도 아닙니다. GPU 로드가 최고 95%까지 올라가는 상황에서 GPU의 온도는 최고 72도 정도를 찍은 게 고작이었습니다. 따라서 트윈 프로져 4 쿨러의 높은 효율 덕분에 쿨링팬을 굳이 빠르게 회전시킬 필요가 없었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그럼 이 상황에서 소음은 도대체 얼마가 나왔을까요? 전력 사용량과 함께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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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탕화면 표시 외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 아이들 상태일 때 소비 전력 60W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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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시 소음은 35.4dBA가 나왔네요. 30cm 정도 간격을 두고 측정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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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Furmark를 돌려봅시다. 이 때 전력 사용량은 244W까지 올라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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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로드 시 소음은 38dBA. 아이들 시와 차이가 너무 없어서 몇 번을 다시 측정해 봤지만 저게 최고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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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음 측정 결과 저 정도니 귀로 들었을 때는 아이들과 풀로드시 쿨링팬의 소음 차이를 더더욱 느끼기가 힘들었습니다. 게다가 실제 사용 환경에서 이번 테스트처럼 케이스 없이 쓰는 상황이 과연 얼마나 있을지를 생각해 보면, 트윈 프로져 4가 정말 조용한 쿨러임을 느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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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I의 어떤 관계자분은 '사실 6GB 비디오 메모리가 지금 큰 의미가 있으리라곤 보지 않는다'라고 개인적인 의견을 피력하셨습니다. 저도 그 말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실제 테스트에서도 6GB 비디오 메모리까지 쓸 일은 없었고 4GB, 아니 3GB만 되도 지금 나온 게임을 2K 급 해상도에 풀 옵션으로 즐기는 덴 전혀 지장이 없을 겁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MSI 라데온 R9 280X GAMING 6G라는 제품이 현재 시장에서 의미가 없다는 건 절대로 아닙니다. 비 레퍼런스 설계를 사용한 탄탄한 전원부와 강하고 조용한 트윈 프로져 4 쿨러의 조합, 또 지금 당장은 6GB 메모리를 쓸 일이 없다고 해도 나중에는 어떻게 될지 모를 일이니 다른 R9 280X에 비해 내세울 개성은 충분히 있다고 봅니다.

  

현 시점에서 최강의 R9 280X, 혹은 독특한 R9 280X 그래픽카드를 원하는 분들에겐 MSI 라데온 R9 280X GAMING 6G은 분명 매우 매력적인 제품이 될 것이라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