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니터의 변화를 보고 있노라면 '이보다 더 발전할 것이 남아 있을까'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패널이 발전하면서 시야각과 응답속도를 따지는 건 이젠 옛 이야기가 되버렸고, LED 백라이트 덕분에 전력 사용량과 패널 두께도 많이 나아졌으며, 간단한 스피커를 붙이는 것으로 시작했던 부가 기능은 이제 다양한 입력 포트를 갖춘 제품이 나오는 수준으로 발전해 더 이상 넣을 것도 딱히 보이지 않거든요.

 

현재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모니터 중 최상위 제품이라 할 수 있는 27인치만 봐도 그렇습니다. 2560x1440 고해상도 모니터의 보급에 앞장선 27인치 모니터는, 최근에 AH-IPS 패널의 도입으로 화면 밝기와 전력 사용량을 개선했고, 얇고 가벼워진 패널로 제품의 전체 디자인을 바꿨습니다. 고급형 제품에는 HDMI와 디스플레이포트를 비롯해 입력 포트도 다양하게 갖추고 있지요.

 

굳이 더 발전할 것을 뽑아 보자면 해상도 정도일까요. 27인치 모니터에서 몇 년째 머물러 있는 가로 2560의 해상도가 작은 건 아니지만, 새 제품이 나올 때마다 해상도가 급격히 높아지는 모바일과 비교하면 데스크탑은 정체되어 있긴 하지요. 최근에 4K 영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4K 해상도를 지원하는 모니터가 출시되고 있긴 해도, 이건 어디까지나 일부 고급형 제품에 이야기일 뿐이고 아직 보급은 멀었으니까요.

 

어쨌건, 이렇게 모니터가 상향 평준화되다보니 27인치 신형 AH-IPS 패널 모니터 시장에선 이런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살펴봤던(http://gigglehd.com/zbxe/10067804) '아치바 심미안 QH2700-IPSMS 엣지'나 그 하위 모델인 아치바 심미안 ''아치바 심미안 QH2700-IPSMS 라이트 엣지' 같은 경우 'AH-IPS 신형 패널, 얇아진 베젤과 전면 유리를 활용한 새 디자인, 저렴한 가격'이 어우러져 괜찮은 평가를 받고 있는데요.

 

그 상위 모델이라 할 수 있는 '아치바 심미안 QH2700-IPSMS DP 썬더볼트 엣지 무결점'은 '하위 모델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스펙이라곤 디스플레이포트 하나만 추가된 게 전부인데 십만 원이나 비싸다'라는 소리를 듣고 있더군요. 사실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27인치 모니터를 산다면 하위 모델로도 충분하니 굳이 비싼 상위 모델을 고를 필요는 없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더랬습니다만.

 

직접 만져보니 십만 원이 비싼 이유가 분명 존재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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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치바 심미안 QH2700-IPSMS DP 썬더볼트 엣지 무결점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디자인은 다른 QH2700-IPSMS-DP 시리즈와 같네요. 모니터 앞부분을 전부 덮은 유리, 아래쪽엔 브러시 처리된 금속 재질의 케이스, 플라스틱 스탠드, 모니터 오른쪽 아래에 있는 전원 파란색 LED까지. 깔끔한 디자인을 위해 자주 쓰지 않는 버튼 등은 뒤로 빼고 간단하게 구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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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디자인은 단순히 모니터 앞부분을 유리로 덮어 평평하게 만든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패널의 두께가 얇아지면서 모니터의 두께 역시 따라서 얇아졌거든요. 스탠드가 차지하는 부피가 있으니까 이것 덕분에 모니터가 차지하는 공간이 줄어들었다고 말할 수는 없고, 어디까지나 모니터에서 제일 중요한 건 화면 앞 부분이긴 하지만, 얇은 모니터가 더 예쁘다는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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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디자인만 QH2700-IPSMS-DP 시리즈와 같은 건 아닙니다. 모니터의 주요 스펙도 같지요. 구형 패널보다 15.79% 밝아진 440cd/m2의 최대 밝기, 23.88% 줄어든 73.77W의 최대 전력 사용량, 25.11% 줄어든 3.445kg의 무게, 31.25% 줄어든 전면 두께를 비롯한 개선점은 물론이고, 10비트 10억 7천만 컬러의 색상 표현, 1000:1의 기본 명암비, 6.5ms의 응답 속도, 상하좌우 178도의 시야각까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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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왕 새로운 디자인을 채용한 김에 스탠드까지 금속 재질로 깔맞춤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QH2700-IPSMS 시리즈의 스탠드가 모니터의 받침대로서 해야 할 기능을 수행하는 데 부족함이 있다는 것은 아닙니다. 앞뒤로 틸트가 되니까 사용 환경에 따라서 원하는 각도로 조정해 사용할 수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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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드를 겉에서 보면 영낙없는 플라스틱이라, 한쪽에만 무게가 집중된 모니터를 잘 지탱할 수 있을까 불안하실 수도 있겠지만. 스탠드 안쪽을 들여다 보면 두꺼운 철판이 2개의 볼트로 모니터와 직접 연결되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튼튼하지요. 또 플라스틱 부분은 부피가 커서 모니터의 무게를 분산시켜 안정적으로 지탱하는 데 효과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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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터 뒷면입니다. 여기에는 영상/음성 입출력 단자와 스피커, 그리고 조작 버튼이 붙어 있습니다. 입력 단자는 아래가 아니라 옆을 바라보는 방향으로 고정되어 있어, 케이블을 연결하거나 분리하기가 쉽습니다. 이게 아래쪽을 향하고 있다면 케이블 한 번 연결할 때마다 모니터를 엎어야 하지만, 이렇게 되어 있으면 살짝 옆 쪽에서 보면서 연결하면 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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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튼은 모니터 뒷면 한쪽에 몰려 있습니다. 앞에 붙어 있는 것보다는 누르기가 힘들지만, 버튼을 뒤쪽에 달면 디자인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버튼 옆에는 스테레오 스피커가 붙어 있는데, 모니터 내장형 스피커가 다 그렇겠지만 소리가 썩 좋은 편은 아닙니다. 다만 HDMI 포트로 입력을 받을 때 따로 스피커를 달지 않아도 음성까지 출력이 가능하다는 건 장점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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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품은 이렇습니다. 스탠드와 고정용 나사, 전원 어댑터와 케이블, 설명서와 듀얼링크 DVI 케이블이 있습니다. 디스플레이포트나 HDMI 영상 입력을 생각 중이시라면 따로 케이블을 구하셔야 합니다. 또 HDMI 케이블로 음성 신호를 받아서, 이를 다시 외장형 스피커로 출력할 계획이시라면 3.5mm 케이블을 별도로 사셔야 되겠지요.

 

여기까지는 심미안 QH2700-IPSMS DP 썬더볼트 엣지 무결점만의 특징이 아니라 QH2700-IPSMS 시리즈 전체의 공통점이었습니다. 그럼 시리즈 최상위 모델인 DP 썬더볼트 엣지 무결점은 어떤 차별화된 특징이 있을까요?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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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먼저 제품명에 나온대로 DP, 디스플레이포트를 지원합니다. 썬더볼트를 지원하는 건 아닙니다. 썬더볼트 단자를 모니터에 연결해 영상 입력으로 쓸 수는 있지만 썬더볼트 체인 같은 기능을 지원하는 건 아니니까, 디스플레이포트를 지원한다고 보시는 게 맞겠습니다.

 

최근에는 맥북 같은 노트북을 비롯해서 일부 그래픽카드까지 디스플레이포트의 사용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4개 이상의 다중 디스플레이 출력을 지원하는 그래픽카드의 경우, 단자 크기를 줄이기 위해서 디스플레이포트로만 구성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럴 때 아치바 심미안 QH2700-IPSMS DP 썬더볼트 엣지 무결점의 디스플레이포트는 상당히 유용한 옵션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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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는 무결점입니다. 이 역시 제품 이름에 나온 대로이지만, 정작 무결점 부분을 많은 분들이 그냥 지나치시는 경우가 있더라구요. 요새 나오는 모니터들이 예전보다 불량화소가 많이 줄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한 두푼 하는 물건도 아니고 몇 십만 원이 넘는 큰 지름을 하는데, 모니터 한가운데가 됐건 가장자리가 됐건 간에 불량 화소가 있다면 꽤나 신경 쓰이는 일이겠지요. 뽑기 운이 좋은 분이라면 상관 없겠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이라면, 불량 화소의 걱정에서 벗어날 무결점 제품을 사는 것도  고려해 볼만한 선택일 것입니다. 한번 사면 몇 년을 써야 하는 모니터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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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는 고해상도입니다. 해상도가 높으면 한 화면에 더 많은 내용을 표시하기 쉬워져 작업이 편해지고, 보다 부드럽게 화면을 그려낼 수 있어 그래픽 체험을 한단계 더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요. 위 사진을 보면 2560x1440 해상도에서 가로 크기 1024의 웹 브라우저 창 두개를 띄우고도, 남은 한쪽에 작업 표시줄과 아이콘 등을 띄울 공간이 남아있다는 것을 아실 수 있을 것입니다.

 

음? 2560x1440이야 27인치 모니터에서 기본으로 제공하는 것 아닌가? 라고 반문하실 분도 계실텐데, 맞습니다. '아치바 심미안 QH2700-IPSMS DP 썬더볼트 엣지 무결점'에서 특징으로 내세우는 '고해상도'는 2560x1440이 아니지요. 따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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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치바 심미안 QH2700-IPSMS DP 썬더볼트 엣지 무결점'에선 화면을 이렇게 구성해서 보는 것이 가능합니다. 보시다시피 4개의 영화를 나눠서 재생하고 있는데요. 저 정도야 영상 크기를 조절하면 어느 모니터에서나 다 되는 것 아닌가? 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그냥 단순히 영상 크기를 줄여서 재생하는 것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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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 하나를 꺼보면 어떨까요. 이제 제가 무엇을 말하고 싶었는지를 아실 수 있나요? 아직도 감이 잘 오지 않는다고 말하실 분들을 위해서, 이번에는 동영상을 전부 다 끄고 웹 사이트만 띄워보도록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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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습니다. 네. 이게 바로 '아치바 심미안 QH2700-IPSMS DP 썬더볼트 엣지 무결점'의 제일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3840x2160의 다운스케일링 지원입니다. 위에서 재생했던 영상들은 1080p를 전부 1:1 크기로 표시했던 겁니다. 딱히 화면 크기를 조정한 게 아니라요. 1920x1080이 가로세로 두개씩 네개를 띄우면 딱 3840x2160이 되지요?

 

'아치바 심미안 QH2700-IPSMS DP 썬더볼트 엣지 무결점'은 다른 27인치 모니터와 마찬가지로 2560x1440 해상도를 지원하지만, 모니터에서 3840x2160 해상도를 받아서 화면에 다운스케일링해 표시할 수 있습니다. 그 결과는 직접 보시는대로. 웹 사이트 4개를 화면에 가로로 주욱 띄울 수 있지요. 기글 하드웨어가 메인페이지 길이가 세로로 긴 편이지만 3840x2160 해상도에선 아래쪽에 빈 공간이 남아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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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40x2160 해상도의 위력(?)을 알아보기 위해 다른 예를 들어볼까요. 제 노트북은 1920x1080의 해상도를 지원하는 11인치 스크린을 지녔습니다. 11인치 화면에서 이 정도면 엄청난 고해상도지만, 27인치 모니터에 연결해 놓고 보니 딱히 해상도가 높아 보이진 않네요. 그럼 노트북의 화면을 끄고 3840x2160 다운스케일링 모드로 바꾸면 어떻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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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습니다. 압도적이네요. 제가 이 다운스케일링 해상도를 처음 켰을 때 입에서 '헐'이란 소리가 절로 나오는 걸 막을 수가 없었더랬습니다. 지금 27인치 두대를 놓고 쓰고 있지만, 다 정리하고 그냥 이거 한대면 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들 정도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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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제 노트북은 HDMI 포트로 1920x1080 해상도까지만 출력이 가능합니다. 위 스크린샷에서 27인치의 기본 해상도라고 할 수 있는 2560x1440이 나오지 않은 이유기도 하지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3840x2160의 다운스케일링 모드는 쓸 수 있더라구요. 출력 해상도가 제한된 노트북에서도 더 높은 해상도를 쓸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운스케일링 모드의 숨겨진 장점이 아닐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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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3840x2160의 다운스케일링은 '아치바 심미안 QH2700-IPSMS DP 썬더볼트 엣지 무결점'의 공식 지원 해상도가 아닙니다. 이 모니터에 쓴 패널은 어디까지나 2560x1440까지만 표시하기 위해 만든 것이고, 모니터에 내장된 처리 칩에서 해상도를 조절해서 표시하는 것일 뿐입니다. 따라서 정말 3840x2160을 기본 지원하는 패널과 비교하면 화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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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매크로 렌즈를 써서 1:1 비율로 3840x2160의 다운스케일링 표시된 화면을 찍은 건데요. 글자가 뚜렷하지 않고 흐릿한 점이 있습니다. 뭐라고 써졌는지 알아보는 데 지장은 없지만요. 눈이 아플 정도로 칼 같은 가독성을 원하시는 분들이시라면 다운스케일링으로 그려낸 화면에 별 매리트를 느끼시진 못할 것입니다. 어찌됐건 간에, 이 모니터는 2560x1440까지만 공식 지원하는 패널을 썼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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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바로 위 사진처럼 모니터에 딱 달라 붙어서 화면을 보시는 분은 없겠지요. 조금만 물러서서 보면 어떨까요. 글자를 알아보는 데 전혀 지장이 없다는 게 제 소감입니다. 텍스트 표시가 이 정도니 사진이나 동영상 같은 건 더욱 말할 것도 없지요. 제가 괜히 27인치 모니터 두대를 정리하고 이거 한 대만 들여놓는 게 어떨까라고 말하는 게 아닙니다(...)

 

물론 가장 좋은 방법은 제대로 4K 해상도를 지원하는 모니터를 구입하는 것이지만, 그런 모니터는 비싸잖아요. 다나와에 딱 하나 올라가 있는 에이조 듀라비전 FDH3601 같은 게 최저가가 2750만 원이던데. 평범한 사람이 살 수 있는 제품은 아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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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아치바 심미안 QH2700-IPSMS DP 썬더볼트 엣지 무결점'은 다른 QH2700-IPSMS 시리즈 모니터와 마찬가지로, 27인치의 큰 화면과 2560x1440의 고해상도, 넓은 시야각과 빠른 반응 속도는 물론, 밝기/두께/전력 사용량이 개선된 신형 AH-IPS 패널, 새로워진 디자인과 가벼워진 무게 등의 특징을 갖추고 있으면서.

 

디스플레이포트 입력, 불량화소가 없는 무결점 스크린, 그리고 다운스케일링을 통해 3840x2160 해상도를 저렴하게 쓸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는 제품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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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다른 27인치 모니터보다 값은 더 나가는 하지만, 애플 노트북처럼 디스플레이포트 단자만 제공하는 제품을 사용 중이거나, 불량 화소에 매우 민감하다던가, 비교적 저렴하게 3840x2160의 고해상도를 써 보고 싶다면, 분명 진지하게 고민해 보실 가치가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