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가 세상에 출시된 이후, 측광은 줄곧 머리 아픈 문제였습니다. 정확한 측광은 사진의 좋고 나쁨을 직접 결정하는 건 아니지만, 카메라 속에 들어있는 작은 측광 모듈은 카메라의 편리성과 휴대성을 크게 높여 주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측광 시스템의 개선을 손에서 놓지 않았지요. 지난 세기 30년대에 셀렌 노출계부터 시작해서, 규소를 쓴 노출계, SPD(규소 광 다이오드)를 거쳐 오늘의 CCD, CMOS에 이르기까지 말입니다. 필름 카메라 시절에는 측광 시스템이 곧 노출계를 가리키는 말이었습니다. 당시의 노출계는 빛이 얼마나 있는지만 측정했을 뿐이며, 사진의 색상은 오직 필름과 렌즈에 의해 결정됐습니다. 그러나 디지털 카메라가 등장한 후, 측광 모듈은 사진의 색에 영향을 주게 됩니다. 물론 사진의 색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건 이미지 프로세서지만, 초기 디지털 카메라의 이미지 프로세서는 연산 성능이 매우 낮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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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콘 DSLR의 초기 모델인 D1

 

 

외장 화이트밸런스 센서의 시작

 

가시광선을 디지털 신호로 바꾸는 작업이 실용 단계에 들어선지도 꽤 긴 시간이 지났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민간에 보급된 건 10여년 전 이야기지요. 1996년에 니콘이 발표한 최초의 DSLR인 D1 이후, 2001년, 2002년, 2003년에 캐논이 1D, 1Ds, 300D 등의 DSLR을 발표하면서, 프로부터 보급형까지 모든 기종을 출시해 니콘을 견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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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D와 1Ds의 로고 위를 보면 하얀색 타원이 보이시죠. 이게 외장 화이트밸런스 센서입니다.

 

캐논 EOS 1D와 1Ds의 제품 로고 위엔 외장 화이트 밸런스 센서가 붙어 있어, 이미지 프로세서가 색채를 판별하는 걸 돕습니다. 니콘은 이 방법을 D2로 가져와, 오토 화이트밸런스를 크게 개선했습니다. 펜타프리즘 위에 떡하니 박힌 하얀색 점은 D2 시리즈 카메라의 제일 눈에 띄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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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H의 구조도. 카메라 렌즈를 통해 들어온 빛이 화이트밸런스 센서로 들어오게 됩니다.

 

캐논과 니콘은 왜 카메라 외부에 화이트밸런스 센서를 따로 달았을까요. 더 나은 색깔을 얻으려면 먼저 화이트밸런스가 정확해야 하는데, 당시 DSLR의 이미지 프로세서는 연산 능력이 상당히 떨어졌지요. 르네사스가 공식 홈페이지에 올려둔 니콘 D50 메인보드의 구조도를 보면, D50은 2005년에 발표된 DSLR로 6백만 화소 CCD 센서를 품었고 최초로 SD 메모리카드를 쓴 카메라였습니다. D50의 이미지 프로세서 엔진은 그보다 2달 전에 발표된 D2HS와 똑같이, 내부 컬러 뎁스 데이터 채널을 8비트에서 16비트로 업그레이드했는데, 이것은 니콘 보급형 DSLR의 시험작과도 같은 제품이었습니다. 18-55mm 번들 렌즈까지 포함해서 900달러였지요. D50의 컨트롤러 칩은 H8S/2633R로, AF 모터, LCD 드라이버, EEPROM과 직접 연결되며, CCD에서 만들어 낸 데이터를 시스템 LSI 브릿지를 거쳐 연결되며, 시스템 LSI는 CCD 외에도 SDRAM 메모리(버퍼), 메모리 카드 등과 연결하는 역할도 합니다. 이 구주는 몇 년 전의 PC와 매우 비슷한데요. 다만 전체 시스템의 연산 능력이 별로 높지도 않았고 그 집적도가 매우 낮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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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피드의 등장. 고밀도 집적 세대로

 

2007년에 DSLR 시장의 판도를 바꾼 프로용 카메라, 니콘 D3가 등장합니다. 1D, 1Ds의 출현으로 캐논은 센서 크기, 화소, 연사 속도, 렌즈 등 모든 부분에서 앞서 나갔으며, 여기에 보급기를 더해 맹렬한 공세를 퍼부었지요. 당시 들려왔던 소문에 의하면 D3는 위기에 처해 있던 니콘을 구했다고 합니다. D3는 고감도에 처리 속도가 빠른 풀프레임 CMOS 센서를 달았고, 또 한편으로는 새로 만든 엑스피드 프로세서(니콘 EI-142)를 달아 D3의 연산 능력을 대폭 늘렸습니다. 덕분에 더 이상 외장 화이트밸런스 센서가 없어도 D2 시리즈보다 더욱 정확한 오토 화이트밸런스를 잡을 수 있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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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그림은 엑스피드 프로세서의 구조입니다. 엑스피드는 원래 후지쯔 Milbeaut M-4를 발전시켜 만든 것인데, Milbeaut M-4의 각각의 코어는 인텔 아이테니엄 프로세서와 비슷한, 병렬도가 매우 높은 8웨이 256비트 VLIW(very long instruction word) 방식의 프로세서입니다. 4개의 슈퍼스칼라 파이프라인을 결합해 1사이클에 28개의 명령을 병렬 처리하며, 4개의 벡터 프로세서 유닛은 1개 코어가 각 사이클 당 12개의 명령어 조작을 처리하는 엄청난 능력을 지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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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700의 기판. D700과 D3는 모두 똑같은 EI-142, 엑스피드 프로세서를 씁니다.

 

엑스피드 프로세서는 메모리 컨트롤러, 스토리지 메모리 카드 포트, 원래 시스템 LSI로 빠져 있던 I/O 포트 등의 기능을 하나의 칩에 내장했습니다. 동시에 이 칩 하나로 오토 화이트밸런스 처리, 모자이크 제거, 색채 교정, 이미지 압축, JPEG 코덱, 감마 교정, D-라이팅 등의 다양한 기능을 수행해, 카메라 전자 부품의 집적도를 대폭 높였으며 처리 능력 역시 크게 상승했습니다. 2010년에 나온 니콘 D3100은 새로운 이미지 프로세서인 엑스피드 2(니콘 EI-154)를 도입, 실시간 1080p 동영상 처리가 가능해졌습니다. 한 달 뒤에 나온 D7000 역시 엑스피드 2를 썼지요. 엑스피드와 비교해서 엑스피드 2는 저광량에서 포화도를 낮추고 고감량에서 포화도를 늘렸는데, 두 프로세서의 본질은 큰 차이가 없었으며, 이대로 니콘 1에 쓰인 엑스피드3까지 이어집니다.

 

 

엑스피드 3. 기존의 측광 방식도 발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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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콘 1 V1의 메인보드. 이 중에서 가장 큰 칩이 엑스피드 3 프로세서입니다.

 

니콘 1이 등장한 후, 니콘은 신형 디지털 카메라에 전부 엑스피드 3를 습니다. D4, D800 등이 나온 후, 적지 않은 사람들은 이 카메라로 사진을 찍을 때 (피부가 노란) 사람도 더 이상 시체색이거나 고무피부가 뜨지 않게 됐고, 캐논처럼 하얀 색이면서도 살짝 붉은 티가 나게 됐다고 감동했습니다. (...이 글 번역하는 저는 이 의견에 대해 좀 회의적입니다만 원문에선 그래요) D4, D800에서 사람 피부색이 대폭 바뀐 건 91000화소의 RGB 측광 센서가 큰 영향이 있지만, 제일 중요한 건 역시 엑스피드 3의 도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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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콘은 엑스피드 3가 1초에 6억 화소를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고 설명합니다. 기존의 제품들을 월등히 넘어서는 것이지요. 니콘 1의 연사 성능이 바로 엑스피드 3의 처리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를 잘 보여주는 것일 겁니다. 하지만 니콘은 엑스피드 3의 세부 정보를 공개하진 않았습니다. 우리는 그저 엑스피드 3가 여전히 기존의 MIPS 아키텍처를 버리고, ARM 듀얼코어 아키텍처를 썼다는 것 정도만 알고 있습니다. 엑스피드 3의 화이트밸런스 처리가 어떤지 알아보기 전에, 기존의 오토 화이트밸런스가 어땠는지를 한번 봅시다. 그리고 게속해서 D40X, 3100, D7000, D3200의 4개 기종이 복합광원에서 만들어낸 JPG 사진을 비교해 보도록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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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나온 그림 세장은 니콘 공식 사이트에서 가져온 것으로, 각각 D3100, D7000, D4를 가리킵니다. 위 그림에선 카메라의 측광 모듈, 센서가 화이트밸런스에 직접 영향을 준다고 표시되어 있는데요. 두 요소가 화이트밸런스에 주는 영향을 줄이기 위해 측광모듈이 똑같은 카메라를 골라 비교했습니다. 1996년에 나온 F5 필름 카메라에 니콘은 처음으로 1005화소 RGB 측광 센서를 넣었고, 이 센서는 큰 변화 없이 이전 세대의 플래그쉽인 D3s까지 그대로 쓰였습니다. D7000이 나오고 나서야 2016화소 RGB 측광 센서로 바뀌었고, 이 때 색온도가 좀 더 따뜻한 오토2 화이트밸런스 모두가 생겼지요. 오토 화이트밸런스가 2가지가 된 것입니다. D4, D800도 마찬가지구요. 하지만 D50 시절, 그러니까 2005년에, 이 1005화소 RGB 센서의 가격은 매우 비쌌던지라 니콘은 D50에 420화소 RGB 측광 센서를 넣었습니다. 이 구닥다리 측광 모듈은 10분할 SPD 3D 컬러 어레이 측광 모듈에 대체되는데, 이 모듈은 니콘 DSLR에서 제법 널리 쓰였습니다. D40, D40X, D90, D5000, D3100, 그리고 최신작인 D3200까지 다 이걸 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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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40X. D50의 420화소 RGB 측광 센서를 계승했습니다.

 

D40X, D3100, D7000, D3200의 4가지 카메라에서, D7000만 2016화소 RGB 측광센서를 썼고, 나머지는 모두 320화소 RGB 측광 센서를 썼습니다. 따라서 이걸 가지고 이미지 프로세서가 화이트밸런스에 주는 영향을 알 수 있지요. D7000과 D3100은 똑같은 엑스피드 2 센서를 썼지만 측광 모듈이 다르니, 측광 모듈이 화이트밸런스에 주는 영향을 알 수 있습니다. 사진을 찍을 때 쓴 렌즈는 AF-S DX Nikkor 35mm f/1.8, ISO는 100, 셔터 스피드, 조리개 등은 모두 똑같이 고정, D-라이팅이나 ADL등의 후처리는 끔. 중앙 측광으로 촬영했습니다.

 

1. 단일 광원. 주광색 형광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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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디스크를 찍었습니다. 전체적으로 색채가 단조로운 가운데, D3200의 색채는 약간 붉은색을 띄고 D40X는 녹색을 띕니다. D7000은 4개 중 제일 정확한 색을 냈습니다.

 

2. 단일 광원. 주광색 형광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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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이 매우 복잡하고 여러 색이 섞여 있지요. D40X의 녹색 편향이 두드러지고, D3200은 약간 붉은색을 띄는데 보기엔 좋지만 정확하진 않습니다. D7000은 제일 정확한 색을 냈으나 D3200처럼 예뻐 보이진 않네요.

 

3. 2개 광원. 주광색 형광등과 백열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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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열등이 추가되자 4장의 사진에서 포화도가 올랐습니다. D40X의 빨간색 사인펜은 색포화가 더욱 심해졌구요. D7000, D3100의 하얀색은 노란 끼를 듸고 있고, D3200의 하얀색은 붉은 끼를 띄는데다가 하얀색의 색깔 차이가 훨씬 늘었습니다. 엑스피드 3의 화이트밸런스는 예쁘게 보이는 방향에서 정확하게 보이는 방향으로 가고 있네요.

 

4. 2개 광원. 백열등에 따뜻한 빛의 L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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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40X의 오래된 프로세서는 의심할 수 없는 결점을 드러냅니다. D3100과 D7000은 조금 비슷하고, D3200은 하얀색 가운데 붉은기가 돕니다. 

 

5. 2개 광원. 백열등과 핸드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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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면에선 카메라가 서로 색온도가 다른 광원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보려 했습니다. 하지만 핸드폰의 화면 크기가 작은 관계로 핸드폰의 스크린은 전부 파랗게 나왔네요. D3200, D7000 같은 최신 기종만 그나마 좀 나았습니다.

 

6. 3개 광원. 백열등, 핸드폰, 차가운 색상의 L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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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의 초점을 핸드폰 가운데로 맞추자, D7000에서 핸드폰 화면의 색과 녹색 LED의 색이 좀 더 사실에 가깝게 나왔습니다. D3200에서 핸드폰 화면은 D7000보다 좀 더 푸르스름합니다.

 

7. 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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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밝을수록 색이 더욱 진해지네요.

 

8. 고압 네온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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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압 네온등은 사진을 직을 때 제일 짜증나는 조명 중 하나입니다. 예쁘게 찍기가 매우 어렵지요. D3100은 구닥다리 D40X보다 조금이나마 나아 보입니다. 색온도가 낮을 때 빨간색으로 치우치는 현상이 D3200에서는 좀 줄어들었네요. 엑스피드 3는 빨간색을 무차별적으로 걸러내는 것이 아니라 장면을 인식해서 처리하고 있습니다. D7000의 측광 모듈은 D3200과 비슷하며 d3100보다 우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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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3200은 비록 420화소 RGB 측광 센서를 달았지만 프로세서는 엑스피드 3로 업그레이드했습니다.

 

이상의 실험을 통해서, 새로운 엑스피드 3 프로세서가 니콘 카메라의 스타일을 바꿨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색상 표현이 노란색으로 치우친 것을 보기 싫어하며, 사람을 찍으면 캐논처럼 나오지 않는다고 투정을 부렸는데 그게 나아졌지요. 색온도가 낮을 때 노란색을 억누르고 빨간색 표현을 늘렸으며, 동시에 흰색의 표현 단계를 끌어올려 사진이 좀 더 뽀샤시하게 나오게 됐습니다. 고압 네온등이나 여러 종류의 광원이 섞여 있을 경우에는 서로 다른 색상을 원래 색으로 표현해 내는데, 이런 복잡한 계산도 D7000과 D3200은 거뜬하게 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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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움짤은 본문과 상관없음. 내가 덕후라서 여기에 쓴 게 아니라 원문에도 그대로 나온 것임.

 

이미지 프로세서의 변화는 DSLR의 형태와 사진 품질에 영향을 줍니다. 특히 후자가 더 크지요. 프로세서의 연산 능력이 강해질수록, 센서와 측광 모듈의 뒤떨어지는 성능을 보충할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 본 화이트밸런스는 그 좋은 예일 것입니다. 구형 플래그쉽을 살 것이냐, 아니면 신형 보급기를 살 것이냐라는 문제, 그러니까 D2Xs냐 D7000이냐라는 질문이 나오면, 비록 DSLR이 절반은 광학기기고 절반은 디지털 기기이긴 하지만 그래도 전자기기는 신품이 진리라는 결론이 나오게 됩니다. 프로세서의 성능이 개선되면 카메라의 상당 부분에 영향을 주는데요. 니콘이 얼마 전에 발표한 V2 미러리스의 경우 엑스피드 3A 프로세서를 달아 연산 능력이 1초 당 8.5억화소에 달합니다. 이게 끝이 아닙니다. NVIDIA가 2000년에 발표한 지포스 2 GTS만 해도 픽셀 필레이트가 기가 텍스처 쉐이더(1초 당 16억 개의 픽셀을 처리)에 달했으니까요. 어떠한 형태로던, 앞으로 더욱 발전하겠지요.

 

소스: http://www.evolife.cn/html/2012/6753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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