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년에 컴퓨터 좀 만졌던 사람이라면 말이죠. 무슨 메인보드에 무슨 CPU가 좋고 어떤 그래픽카드를 써야 하는지를 시시콜콜 따졌던 시절이 있었을 겁니다. 매년 유행하는 아이템은 바뀌었고, 그 때마다 사람들은 새 제품에 우루루 몰려갔지요. 지금은 그 열기가 예전만 못한 것 같지만.

 

예전에 조립 컴퓨터를 썼던 사람이라면 다음 제품들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을 것입니다.

 

 

1996년. 멀티미디어 컴퓨터의 기원

 

1996년에 상당수의 사람들은 486을 쓰고 있었고, DOS에서 CD, MD, DEL 같은 명령어를 두드리고 있었습니다. 한국에선 M 딱 하나만 치고 화살표키로 여기저기를 오가며 쓰던 사람이 대부분이었겠지만. 하지만 당시 사람들의 마음 속에 있던 건 펜티엄과 윈도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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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티엄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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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X 칩셋, 256K 캐시를 쓰는 Dataexpert 8561 메인보드, 이게 한국에도 들어왔는지는 모르겠군요.

 

그 시절 제일 유행했던 단어 중 하나가 586일 겁니다. 1996년에 제일 비싼던 CPU는 펜티엄 프로인데, 이건 일반인들에게 별 상관이 없는 물건이었지요. 펜티엄 100이야말로 일반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만한 물건이었습니다. 당시에 펜티엄 프로세서를 쓸 수 있었던 메인보드는 제품마다 매우 큰 차이가 있었는데, 트리톤 82430, HX, VX, FX 등의 칩셋이 있었습니다. 그 중 FX 칩셋만 펜티엄 프로를 지원했고, 가격도 매우 비쌌습니다. 환율 계산해서 한 40만 원 정도.

 

당시에 메인보드를 내놨던 브랜드는 지금과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남아있는 브랜드는 ASUS와 기가바이트 정도만 있구요. FIC, 셔틀, 프리텍, Dataexpert, Octek 등의 브랜드는 지금 흔적도 찾아볼 수 없게 됐습니다. 당시에 제일 널리 쓰던 CPU와 메인보드는 위 사진에 나온대로 펜티엄 100과 Dataexpert 8561 메인보드인데요. 대중적으로 쓰이기엔 상당히 비싼 물건이라서 재력이 있는 사람만 쓸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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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3 레퍼런스 Trio64+

 

1996년에 그래픽카드는 2D 위주였습니다. 1996년에 중국 시장을 기준으로 가장 류행했던 그래픽카드는 S3의 트리오64였을 겁니다. 잘 나가는 2D 그래픽카드였지만, 3D 처리 성능은 매우 약했습니다. 그냥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 비록 1996년에 3Dfx가 부두 그래픽카드를 내놓긴 했지만, 6, 70만 원에 팔린 그래픽카드를 3D 하나 때문에 사긴 힘들었죠. 게다가 이건 2D 전용 그래픽카드가 하나 더 있어야 했구요. 그래서, 당시 상당수의 PC 게이머들은 툼 레이더를 하면서 생각했던 것만큼 화려한 그래픽이 나오지 않는다며 투덜거렸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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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티브 AWE32 사운드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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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슬롯 로딩 ODD

 

비록 3D 처리 능력이 없었지만, 그래도 1996년에는 말이죠. 586 말고도 한가지 인기 있는 단어가 있었습니다. 그건 바로 멀티미디어 컴퓨터지요. 그럼 어떻게 해야 멀티미디어 컴퓨터가 나올까요? 답은 바로 사운드 출력이 되고 영화를 볼 수 있냐는 것입니다. 그시절 컴퓨터는 소리도 나고 영화도 볼 수 있는 신기한 물건이었어요! 음질과 화질 이야기는 별로 보이지도 않았지만.

 

허나 당시 컴퓨터에서, 크리에이티브의 존재는 하늘에서 울려퍼지는 천사들의 노랫소리와도 같았습니다. 그 때 2가지 제품이 사람들의 기억에 남아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데요. 하나는 위 사진에 나온 AWE32고, 다른 하나는 어지간한 사람들은 쳐다도 못 볼 AWE 64 골드였습니다. 당시 업계에선 크리에이티브의 사운드카드에 대한 이미지가 매우 좋았지요. 만약 돈이 없거나 전문적인 기능까지 필요가 없다면, 호환되는 ESS688이면 충분하지만. 뭐 어찌됐건 간에, 1996년에 멀티미디어 컴퓨터라는 개념이 사람들의 가슴 속에 자리잡았고, 컴퓨터가 더욱 갖고 놀기 좋은 물건이 되었습니다.

 

 

1997년. 펜티엄 MMX 등장

 

1997년이 되자, 컴퓨터 가격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더 많은 가정에서 컴퓨터를 사기 시작했지요. 이 때 인텔은 MMX 명령어를 내장한 펜티엄 프로세서를 내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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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티엄 MMX 프로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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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US P55T2P4 메인보드. 430HX 칩셋.

 

MMX는 MultiMedia eXtension의 줄임말입니다. 이 명령어 셋트에는 하나의 명령어로 여러 데이터를 처리하는 기술, 레지스터 차용, 57개의 MMX 명령어 확대, 새로운 데이터 유형 채용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인텔이 x86 마이크로 프로세서 아키텍처에 넣은 큰 확충으로, 이 CPU부터 사람들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멀티미디어 컴퓨터라는 개념이, 정식으로 실용화 단계에 들어서게 됐습니다.

 

이 때부터 인텔 칩셋도 성숙 단계에 들어서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ASUS에서 내놓은 메인보드는 각종 조절 기능을 갖추고 있었으며, 배수 조절, 전압 조절 등의 다양한 전문 설정 기능을 메인보드에 넣기 시작했습니다. 이때부터 인텔의 칩셋은 여러 복선을 깔아두게 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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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두 3D 가속 카드

 

1997년에는 부두 3D 가속 카드가 나왔습니다. 일반 소비자들도 살 수 있을 정도로 가격이 떨어진 부두 가속 카드는 당시 DIY 유저들이 꿈꾸던 그런 제품이었습니다. 많은 유저들이 이 신비로운 그래픽카드를 써 보고 싶어했지요. 비록 3D 기능밖에 없었고, NVIDIA가 리바 128을 내놓긴 했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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퀀텀 파이어볼 3.5GB

 

1997년에는 도 다른 부품이 조립 시장의 주류로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대용량 하드디스크죠. 멀티미디어 시대로 진입한 이후, 저장해야 하는 음악과 영상의 용량이 점점 더 커지면서, 사용자들은 그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제일 인기 있었던 하드디스크는 무엇이었을까요? 의심할 것도 없이 퀀텀이고, 퀀텀에서 제일 잘 팔렸던 하드디스크라면 파이어볼을 꼽을 것입니다. 당시 이 하드디스크는 GB 시대를 열기 시작했는데, 1997년에 제일 많이 팔렸던 대용량 하드디스크로 기록됐습니다. 그때 최고 용량은 6.4GB까지 올라갔는데, 당시의 가격은 천문학적인 숫자였지요.

 

 

1998년. 펜티엄 2와 부두 2

 

1998년에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이쪽 업계에서 잊지 말아야 할 물건은 세가지가 있었습니다. 펜티엄 2, 부두 2, 그리고 아이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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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티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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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US P2L97A 메인보드

 

이 때 가장 유명했던 CPU는 펜티엄 2입니다. 지금 보면 매우 이해하기 어려운 슬롯 1을 쓰고, 세계 최초로 0.25미크론 공정으로 만든 제품입니다. 비록 인텔이 1997년에 펜티엄 2를 발표하긴 했지만, 발표 당시엔 가격이 너무 비싸서 1998년이 되서야 보급이 됐지요.

 

그러나 이 선진 CPU와 어울리는 반려자가 없었습니다. 당시에 펜티엄 2용 메인보드 중 가장 많이 쓰였던 건 ATI 내장 그래픽이 있는 ASUS P2L97A였는데요. 이 메인보드는 인텔 440LX 칩셋과 ASUS의 기술력이 들어가 있는 제품이었지만, 440LX 칩셋의 수준은 펜티엄 2의 실력을 제대로 발휘할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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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의 최강 조합. 펜티엄 2와 부두 2 SLI

 

당시 매체에서 부두 2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아직 기억하고 게신가요? '부두 2의 출시일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는지 모른다. 부두2는 부두 시리즈의 신화가 됐으며, 3D 게임은 역시 3dfx라는 인식을 심어주었다. 또 우리에게 SLI라는 꿈을 가져다 준 카드이기도 하다. 게이머라면 갖고 있는 걸 다 팔아서라도 사지 않을 수가 없는 제품이다' 뭐 이런 식이었죠.

 

당시 부두 2의 판매 가격은 50만 원 정도였습니다. SLI를 구성한다면 곱하기 2지요. 그 때부터, 부두 2부터, 1998년부터 DIY 문화가 무르익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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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전에 아이맥이 출시됐습니다.

 

조립하곤 상관 없지만 아이맥이 있습니다. 5가지 색상, 일체형 디자인, 디자인만으로도 사람을 끌어 모으기 충분했지요. 그때 애플이 지금의 애플만큼 크거나 유명하진 않았겠지만 말입니다.

 

 

1999년. 노병은 죽지 않는다. 440BX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져갈 뿐. 1998년에 440BX 칩셋이 나왔습니다. 그 누구도 이 BX 칩셋이 그렇게 오랬동안 살아남을 것이라고 생각했진 못했겠지만요. 이 때는 440BX 외에도 NVIDIA와 크리에이티브가 내놓은 제품이 큰 관심을 끌어 모으기도 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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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티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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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ox BX6

 

만약 1999년으로 돌아가서, 펜티엄 2나 셀러론 컴퓨터를 맞춘다면, 메인보드는 오직 한 가지 선택밖에 없을 겁니다. 바로 440BX지요. 440BX가 그렇게 고급형 제품은 아닙니다. 완벽한 중급형 제품이지요. 경쟁상대인 비아 아폴로 프로 133A 칩셋이 133Mhz 시스템 버스를 지원하고, AGP 4x, UDMA 66, AC97 사운드 등의 최신 기술을 갖춘 것과 비교하면 440BX가 나은 점이 없어 보이지요.

 

하지만 기적이 발생했습니다. 2000년에, 440BX 칩셋 메인보드에서 펜티엄 550E 프로세서를 200MHz 시스템 버스를 먹여 오버클럭을 하면 1.1Ghz를 찍을 수 있었거든요. 2001년에 815 칩셋이 출시됐지만, 상당 수의 유저들은 여전히 440BX 칩셋에 펜티엄 3를 조합해 활용했습니다. 2002년에는 라이저 카드가 등장하면서 440BX 칩셋에 펜티엄 3의 최종병기인 투알라틴을 조합해 쓸 수 있었지요. 2003년에 펜티엄 4가 램버스의 저주에서 벗어나 845 칩셋을 내놨지만, 440BX와 투알라틴의 조합은 끝질기게 살아 남았습니다.

 

440BX 칩셋이 장장 5년 동안 출시되면서, ASUS P2B, 기가바이트 BX2000, Epox BX6, 아비트 B6H 등등 유명한 메인보드들이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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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드텍 지포스 256

 

이 때 또 다른 제품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는데, 그건 바로 NVIDIA의 지포스 256입니다. 이 그래픽카드는 최초로 GPU라는 개념을 들고 온 물건이기도 하지요. 이 때부터 그래픽카드의 성능이 대폭 향상되기 시작했으며, 불과 몇 년 만에 그래픽카드 업계는 유력 후보가 사라지고 인수 합병을 거쳐 NVIDIA와 ATI만 남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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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티브 사운드 블레스터 라이브!

 

199년에는 한 장의 사운드카드가 관심을 모으게 됩니다. 크리에이티브의 사운드 블래스터 라이브!가 바로 그것입니다. 강력한 EMU10K1 칩으로 움직이는 이 사운드카드는 다른 사운드카드를 물리치고 절대적인 위치에 오르게 됩니다.

 

사운드 블래스터 라이브!부터 시작해서 컴퓨터는 다중 채널 스피커 시대를 맞이하게 됩니다. 5.1채널 스피커와 사운드 블래스터 라이브!의 조합은 당시 사용자들의 꿈이었지요. 도 사운드 블래스터 라이브는 강력한 미디 기능을 갖췄으며, PC HiFi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습니다.

 

 

2000년. 1GHz 경쟁

 

1999년에 인텔과 AMD는 전쟁 준비를 벌였는데요. 그건 바로 2000년부터 시작한 GHz 경쟁입니다. AMD의 새 아키텍처를 쓴 애슬론, 인텔의 펜티엄 3는, 모두 0.18미크론 공정을 쓴 프로세서이며 2000년에 출시된 유명 제품들입니다. 결국 AMD가 2000년 3월 16일에 정식으로 1Ghz 애슬론을 내놓는 것으로 승리를 거뒀습니다. 비록 인텔이 3월 18일에 1GHz 펜티엄 3를 출시하긴 했지만 이미 때는 늦은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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썬더버드 코어의 애슬론 1GHz 프로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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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I K7T 터보

 

2000년에 벌어졌던 Ghz 클럭 전쟁의 열기는 정말 뜨거웠고, 당시 제일 잘 팔렸던 플랫폼도 바로 거기서 나왔습니다. 그 플랫폼의 주인공은 바로 GHz 전쟁의 주인공이었던 애슬론 1Ghz 프로세서였고, 비아의 고성능 KT133A 칩셋과 조합해 PC133 스펙을 널리 보급했습니다. 당시 이 칩셋을 썼던 유명 메인보드 중에는 MSI의 빨간색 제품이 있습니다. 이 때 MSI는 인지도를 대폭 늘렸지요.

 

왜 고급형인 애슬론 1GHz 프로세서가 당시의 주류 제품이 됐는지 이해하지 못할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그 답은 생각지 못한 곳에 있는데요. 그 때 1GHz를 찍었던 애슬론 프로세서는 상당한 실력을 숨기고 있었습니다. 바로 KT133A 칩셋에서 오버클럭으로 1.33GHz까지 높일 수 있었다는 것이지요. 또 AMD가 연말에 애슬론 1Ghz의 가격을 조정하면서 애슬론 1Ghz 프로세서는 2000년에 최고의 가성비를 뽐내는 제품이 됐습니다.

 

이 때부터 AMD와 인텔의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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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fx 최후의 제품. 부두 5 5500

 

2000년이 다 지나갈 때쯤, 거의 모든 조립 PC 사용자들을 열광했던 그 제품이 마지막 모습을 보였습니다. 3dfx의 부두 5 5500이지요. 2개의 칩을 쓴 플래그쉽 카드였습니다.

 

2000년 12월 14일에 3dfx는 결국 NVIDIA에 인수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습니다. 3dfx의 마지막 제품이었던 부두 5 5500도 대접을 제대로 받지 못했는데요. 백만 원에 육박하던 게 나중에는 50만 원 이하로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극렬 팬들은 사서 모으기도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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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엔 이런 게임을 하고 있었지요. 레일건을 휘두르는 퀘이크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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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한국에서 그렇게 큰 인기는 없었던 것 같은데. 델타포스 2.

 

2000년에는 지포스, 라데온, 1GHz 프로세서를 비롯해서 컴퓨터의 성능이 대폭 향상됐고, 3D 게임이 널리 보급됐습니다. 퀘이크 3같은 fps 게임의 인기가 특히 높았지요. 또 3D마크가 이 시기부터 3D 성능을 측정하는 용도로 쓰이기도 했습니다.

 

 

2001년. 펜티엄 4의 출생

 

2001년은 인텔의 큰 전환점이었습니다. 2000년 말에 인텔은 펜티엄 4 프로세서를 발표했는데, 400Mhz 시스템 버스, 램버스 메모리를 갖춰 압도적인 스펙으로 AmD를 앞서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출시 후 속속들이 나온 테스트에서 사람들은 펜티엄 4의 스펙은 뛰어나지만, 실제 효율은 애슬론보다 떨어진다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나중에 AMD는 애슬론 XP 프로세서를 발표하면서 PR 레이팅이란 방법으로 펜티엄 4의 높은 클럭을 우롱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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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슬론 XP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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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ox EP-8KHA+

 

애슬론 XP의 성공에는 비아의 지원이 있었습니다. KT133A를 기초로 해서 비아는 KT266A 칩셋을 내놨는데, 이 메인보드는 DDR 메모리를 쓸 수 있었습니다. 기존 제품과 마찬가지로 가성비가 매우 뛰어난 제품이었지요. 애슬론 XP와 KT266A 칩셋을 조합하면, 그 두 배의 가격엔 펜티엄 4와 램버스 조합 부럽지 않은 성능을 냈으니까요.

 

2001년은 AMD의 좋은 시절이었습니다. 상반기에 나왔던 썬더버드는 KT133A 칩셋으로 펜티엄 3와 유리하게 경쟁할 수 있었고, 하반기에 나온 애슬론 XP와 DDR 메모리는 펜티엄 4를 간단히 해치웠습니다. 그러나 이 때 인텔이 복수의 칼을 갈고 있었다는 걸 잊어선 안됩니다. 2002년에 펜티엄 4를 완전히 갈아 치웠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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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알라틴 샐러론

 

이 시기를 대표하는 이름 중 하나가 투알라틴입니다. 투알라틴의 출현으로 인텔은 숨통이 트였지요. 인텔은 펜티엄 4를 계속해서 출시하면서도 펜티엄 3를 계속 해선해서, 성능이 매우 뛰어난 투알라틴을 만들었습니다. 여전히 소켓 370 소켓을 유지해 440BX 메인보드에서 쓸 수 있었는데요. 1998년에 나온 구닥다리 440BX가 최신 펜티엄 4와 나란히 어깨를 같이 하다니, 지금 생각하면 참 웃기는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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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도우 XP

 

도스의 시대는 끝났다. 빌 게이츠는 2001년 10월 25일에 도스에게 사형을 선고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엄청난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는 윈도우 XP를 발표했지요. 새 윈도우의 발표에 맞춰 하드웨어도 대폭 업그레이드가 이루어졌습니다. 윈텔 조합의 위력이 세계에 울려퍼진 것입니다.

 

 

2002년. NVIDIA vs ATI

 

2002년은 NVIDIA와 ATI의 경쟁이 치열했던 시기였습니다. 그리고 인텔이 차근차근 밀고 있던 펜티엄 4도 있고, LCD 모니터도 보급되기 시작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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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151S

 

2002년은 LCD 모니터가 막 보급되기 시작했던 때입니다. 비록 위 사진에 나온 볼품없어 보이는 15인치 모니터가 50만 원을 넘긴 했지만, 적잖은 사람들이 LCD 모니터를 들고 집으로 갔지요. 또 이 때 인텔은 펜티엄 4의 업그레이드를 마쳤습니다. 램버스에서 벗어나, 845 칩셋을 통해 DDR 진영에 가입한 것입니다. 괜찮은 성능을 내는 펜티엄 4 1.8A는 당시 제법 잘 나갔던 프로세서 중 하나가 됐습니다. 인텔의 복수가 어느 정도 유효했다고 볼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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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인워드 지포스 Ti 4200

 

CPU 시장보다 더 뜨거웠던 것이 그래픽카드 시장이었습니다. 연초에 NVIDIA는 지포스 4 시리즈 그래픽을 발표했는데, 여기에는 2개의 기억에 남는 모델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지포스 Ti 4200과 지포스 4 MX440이지요. 이 두 모델로 NVIDIA의 장기집권이 시작됩니다. 2005년까지도 이 두 제품은 여전히 팔리는 제품이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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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데온 9500 프로. 이건 메모리 배열이 1자형이라 개조 안 되는 거.

 

2002년 상반기를 지포스 4가 휩쓰는 것을 ATI가 좋아했을 리 없습니다. 7월에 ATI는 R300 코어를 쓴 라데온 9700을 발표해 지포스 Ti 4800을 뛰어 넘었습니다.

 

그리고 곧, 러시아의 어떤 사이트에서 저항을 개조해 라데온 9500 프로를 9700으로 바꾸는 방법을 알아냈고, 나중에는 드라이버를 개조해서 쓰는 방법도 나왔습니다. 값은 싸지만 다이렉트 X 9를 완벽 지원하는 고성능 그래픽카드가 등장한 것이지요. 이때 라데온 9500은 시장에서 씨가 마르다시피했습니다. 사람들이 다 쓸어가는 바람에요.

 

 

2003년. 바톤의 등장

 

AMD는 2002년에 인텔이 펜티엄 4로 시장을 휩쓰는 것을 구경만 하지 않았습니다. 애슬론 XP의 매력을 지킨 최후의 걸작, 바톤이 그 증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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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톤과 썬더버드의 비교. 라고 했는데 이거 써러브레드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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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포스 2를 쓴 걸작 메인보드. Epox 8RDA3+

 

AMD가 펜티엄 4의 압박을 받고 있을 때, 바톤 코어를 쓴 애슬론 XP 2500+가 등장했습니다. AMD에게 다행인 건, NVIDIA가 AMD 플랫폼을 위한 엔포스 2 칩셋을 내놨다는 거지요. 성능도 인텔 845에 뒤지지 않았습니다. AMD의 새 프로세서는 이렇게 항상 우수한 메인보드 칩셋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썬더버드와 듀론은 비아의 KT133A가 있었고, 애슬론 XP는 비아 KT266A가, 바톤은 엔포스 2가 있었습니다. 절대 다수의 바톤은 400MHz로 시스템 버스를 바로 오버클럭해, 썬더버드 1GHz의 신화를 다시 실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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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 E220

 

2003년에는 이런 물건도 나왔습니다. 바로 소니의 모니터지요. 비록 LCD 모니터가 보급되고 있었다지만, CRT 모니터도 평면 화면 등을 통해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이 때 소니는 자사 모니터의 가격을 대폭 낮췄는데요. 소니는 당시 이 모니터를 15인치 LCD보다 저렴한 가격에 내놔 사람들을 유혹했습니다.

 

 

2004년: 잘 나가는 ATI

 

2004년은 인텔과 AMD에게 있어 그저 그런 1년이었습니다. 싱글코어 CPU가 효율의 한계에 달했고, 듀얼코어 CPU가 실용화 단계에 들어가고 있었거든요. 이와 상반되게, 그래픽카드 시장에선 NVIDIA의 지포스 FX가 별로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그럭저럭 팔리긴 했지요. 반면 ATI는 라데온 9800 시리즈의 출시 이후 고급, 중급, 저가 시장을 모두 휩슬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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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러론 D 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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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텍 메인보드. 기억하시는 분?

 

2003년에 몇 번의 연기를 거쳐, AMD는 애슬론 64를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2004년이 되서야 애슬론 64는 우수한 가격대 성능비를 발휘하게 됩니다. 이때 관련 메인보드들도 인기를 모았지요.

 

그리고 이 국면을 바꾸는 인텔의 저가형 프로세서, 셀러론 D가 출현합니다. 프레스컷 코어 기반, 90나노미터 제조 공정, 작동 전압은 1.3V로 줄었습니다. 트랜지스터 수는 노스우드 코어의 5500만 개에서 1억 2500만 개로 늘었고, 파이프라인 스테이지는 31개로 길어졌습니다. 또 하드웨어 프리패치를 개선했으며 13개의 새로운 SSE3 명령어를 추가, L1 캐시는 8KB에서 16KB로 증가, L2 캐시는 최초로 256KB로 늘림(셀러론 중에서 최초), FSB는 셀러론 4의 400Mhz에서 533MHz로 늘려 성능을 대폭 향상시켰습니다. 특히 셀러론 D 325가 인기가 높았다네요.

 

오버클럭한 셀러론 D는 애슬론 XP를 이기기 충분한 성능을 냈습니다. 그리고 2004년엔 애슬론 XP엔 안 좋은 사건도 있었지요. 공장에서 폐기처분했어야 할 제품들이 유출되서 리마킹을 거쳐 시장에 대량으로 유통된 것입니다. 이 때문에 애슬론 XP 2500+의 판매량은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또 AMD의 새 저가형인 샘프론이 셀러론 D에 별 영향을 주지 못했던 것도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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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I 라데온 9550

 

라데온 9700은 지포스 4를 이겼고, 지포스 FX가 실패하면서 라데온 9800은 일인자의 자리를 지킬 수 있었습니다. 계속해서 ATI가 성공을 거두면서 NVIDIA의 상황은 나빠졌는데요. 이 때 ATI는 중저가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라데온 9600의 클럭을 낮춘 라데온 9550을 내놓습니다. 경쟁상대인 지포스 FX 5000 시리즈가 큰 힘을 쓰지 못하는 상황에서, 라데온 9550은 괜찮은 성능과 저렴한 가격에 오버클럭까지 잘 되니까 인기가 매우 좋았습니다. 2004년의 중저가형 그래픽카드 시장을 전부 휩쓸었지요. 불쌍한 9600.

 

ATI가 이때 생각하지 못했던 건, 라데온 9500이 2004년을 휩쓸고 있을 동안. NVIDIA가 이를 바득바득 갈면서 지포스 6 시리즈를 준비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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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팟은 이 때부터 유행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때 사람들의 흥미를 끌어모은 또 다른 제품이 있었는데, 바로 아이팟입니다. 처음에는 기능 빠진 MP3 취급을 받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매력이 사람들에게 알려졌지요.

 

 

2005년. 온라인 게임이 하드웨어 업그레이드를 추진

 

2005년에 인텔과 AMD는 듀얼코어 CPU를 내놨습니다. 네이티브다 아니다 말도 많았고, AMD가 아키텍처와 성능에선 앞섰지만, 가격은 인텔의 펜티엄 D가 훨씬 쌌습니다. 그리고 이들 CPU의 오버클럭 역시 당시에 꽤나 유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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셈프론 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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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포스는 여전히 AMD의 유력한 동지였습니다. 엔포스 410 칩셋을 쓴 바이오스타 메인보드

 

2005년에 64비트 셈프론이 조립 PC 유저들을 유혹했습니다. 당시 AMD의 소켓 754는 침체되어 있었고, 시장에선 소켓 754가 단종될 것이라는 말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이 때 AMD는 셈프론을 K8 코어로 바꿔 64비트 셈프론을 출시했는데요. 90나노미터의 신공정을 채용하고, 기본 클럭이 매우 낮았습니다.

 

셈프론 64의 최하위 모델인 셈프론 2500+는 기본 클럭이 1.4GHz부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오버클럭커들은 2.4GHz까지 쉽게 오버클럭했지요. 이 때 성능은 소켓 939 애슬론 64 프로세서와 비슷했습니다. 그래서 셈프론의 인기가 나쁘지 않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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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포스 6600GT로 SLI를 구성

 

지포스 FX가 라데온 9550에게 처참하게 발리면서, NVIDIA는 상황을 만회하기 위한 필살기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NV43 코어로 시작하는 지포스 6 시리즈지요. NV43은 NV40의 우수한 점을 그대로 가져오면서 제조 공정을 TSMC 0.11미크론으로 개선하고, 트랜지스터는 1.43억 개, 메모리 버스는 128비트 low-k 기술을 탑재했습니다. NV43의 클럭은 가볍게 500MHz를 넘겼으며, 제조 원가와 전력 사용량도 납득 가능한 범위 내로 줄일 수 있었습니다. 동시에 NV43은 최초로 네이티브 PCI-E를 지원하는 그래픽카드이기도 했습니다. 그 때 ATI는 네이티브 PCI-E 대신 AGP에 브릿지를 붙이는 방법을 썼다가 이래저래 꼬였지요. 뭐 NVIDIA도 브릿지를 안 쓴건 아닌데. 또 NVIDIA는 3dfx 인수에서 얻었던 SLI를 가져왔는데, 2장의 중급 그래픽카드를 구성해 고성능 그래픽을 누릴 수 있도록 했습니다.

 

당시에 인기가 좋았던 지폼은 지포스 6800의 다운그레이드 버전이었습니다. 지포스 6800은 지포스 6600 시리즈하곤 체급이 달랐는데, 일부 기능을 막은 저가형 모델이 인기를 끌었지요. 뭐 그걸 억지로 뚫어서 쓰는 경우도 있었고. 하지만 가격이 가격이다보니 지포스 6600을 두개 붙여서 SLI로 쓰는 경우도 제법 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2005년은 2004년과 완전히 다른 광경이 펼쳐집니다. ATI는 지포스 6600 앞에 추풍낙엽처럼 쓰러지게 됩니다. X800이 얼마나 성공했건 간에, 그 아래 시장을 메꿀 게 없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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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에는 화려한 그래픽을 지닌 온라인 게임이 널리 유행하게 됩니다. 그러다보니 지지리도 길게 숨이 붙어 있던 지포스 4 MX440은 단체로 밀려나게 됐지요.

 

2005년이 지나선 좀 다른 시대에 들어서게 됩니다. 윈도우 모바일, 콘로, 그리고 아이폰이 나왔거든요. 그러면서 조립 PC는 사람들의 관심을 조금씩 잃어버리게 됩니다.

 

 

소스: http://news.mydrivers.com/1/216/216430_all.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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