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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4일, 무대에 오른 HTC의 CEO는 더 이상 Quietly brillant, Bold, Authentic, Playful 등을 이야기하지 않고, 플래그쉽 스마트폰인 HTC 원을 발표했습니다. 그 전에 출시된 버터플라이의 장점을 모아 한국 제조사들에게 도전장을 내민 것이지요. HTC는 버터플라이가 육중한 플래그쉽 스마트폰이라 이야기했고, HTC 원은 선진 기술을 모은 제품이라 강조했습니다. 버터플라이의 1080p 스크린, 88도 대구경 카메라, 비츠 오디오 뿐만 아니라, 유니바디 케이스, 2축 OIS 손떨림 보정, 그리고 울트라픽셀을 지원하는 게 특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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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C 원

 

 

카메라의 울트라픽셀

 

금속 유니바디는 애플이 맥북 에어에서 처음 도입한 후 오랜 경험이 누적됐습니다. 핸드폰 카메라에 광학식 손떨림 보정을 넣는 건 노키아 루미아 920이 먼저였고, 덕분에 빛이 부족할 때나 동영상을 찍기 편해졌습니다. 따라서 HTC 원에 들어간 선진 기술 중 여태 보지 못했던 거라면 울트라픽셀이 있겠지요. 센서 크기에서 보면, 울트라픽셀 기술은 센서 크기는 그대로 둔 상태에서 화소를 작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센서 크기를 그대로 두고 화소를 크게 만들어서, 화소가 더 많은 빛을 받도록 만들어 핸드폰 카메라의 화질을 높이고, 특히 저광량에서 뒤어난 성능을 내게 한 것입니다. 울트라픽셀이 HTC 스마트폰 역사상 처음으로 등장한 창의적인 방법이긴 하지만, 디지털 카메라라는 범주에서 보면 그리 신선한 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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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2월로 돌아갑시다. 그 때 니콘은 플래그쉽 DSLR인 D1H를 발표했지요. 기자를 위한 빠른 연사 속도를 뽐내는 카메라로, CCD 센서, 262만 유효 화소, 최고 연사 속도 5fps, 최대 40장의 JPG 파일을 연속해서 저장할 수 있었습니다. 뭐 이정도 가지고 호들갑이냐구요? 2001년입니다. 2001년. 그땐 그랬어요. 나중에 D1H의 CCD 표면을 마이크로 현미경으로 관찰하자, D1H의 CCD의 베이어 패턴 배열이 상당히 특이하다는 걸 발견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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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1H 센서의 초접사 사진. 4개의 픽셀을 하나로 묶었습니다.

 

CCD, CMOS는 자주 쓰이는 광학 센서입니다. 이들의 역할은 광자를 전기 신호로 바꿔 이미지를 기록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센서는 오직 빛의 강하고 약한 정도만 기록할 수 있으며, 빛의 색깔(파장)을 인식하진 못합니다. 컬러 이미지를 얻기 위해 Bryce Bayer는 나중에 베이어 배열이라 불리게 되는 컬러 필터 배열을 발명하게 되는데요. 베이어 배열의 기본 단위는 한 개의 빨간색, 두 개의 녹색, 한 개의 파란색 필터로 구성된 2x2 정사각형 배열입니다. 이 필터는 CCD, CMOS 위에 있는 화소 하나하나에 대응되며, 화소의 수가 충분하다면 복잡한 계산식을 통해 컬러 이미지를 얻어낼 수 있습니다. 그 복잡한 계산식이 얼마나 복잡한지 눈으로 보고 싶으시다면 http://www.siliconimaging.com/RGB%20Bayer.htm 여기서 보시고. 이렇게 하면 4개의 화소를 합쳐야 한 개의 완전한 RGB 데이터를 얻게 됩니다. 따라서 각 화소는 실제로는 25%의 파란색/빨간색과 50%의 녹색 데이터만 갖고 있게 되는 거고, 다른 데이터는 전부 보간법을 통해 얻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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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이어 배열

 

베이어 배열은 컬러를 얻는 방법 중에서 빛의 이용율이 매우 떨어지는 편입니다. 각각의 화소가 두가지 종류의 원색 광자를 낭비하고 있으니까요. 각각의 화소가 받아들이는 광자의 수를 늘리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화소의 면적을 늘리는 것입니다. 니콘 D1H가 바로 그렇게 했지요. 니콘 D1H는 1080만 화소의 CCD 센서에서 4개의 화소를 1개의 큰 화소로 묶어 고감도 성능을 끌어올렸습니다. HTC 원의 울트라픽셀 기술은 D1H가 했던 것과 같은 방식입니다. 울트라픽셀이 더욱 발전했다는 것만 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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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C 원

 

 

울트라픽셀이란 이름에 숨겨진 비밀

 

HTC 원의 카메라 모듈은 ST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의 5869 BA 4백만 화소 BSI CMOS 센서와, InvenSense의 자이로스코프, 그리고 용도 불명의 르네사스 칩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알려졌습니다. CMOS의 가로세로 비율은 핸드폰에서 보기 힘든 16:9 비율에 크기는 1/3인치입니다. 요즘 세상에 4백만 화소라니, 좀 이상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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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C 원의 카메라 모듈

 

화소의 크기를 늘리는 방법은 몇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화소는 그대로 두고 센서 크기를 들리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하면 제조 원가와 크기가 늘어나지요. 두번째는 D1H가 그랬던 것처럼 4개의 픽셀을 하나로 합치는 것입니다. 기상천외한 방법이긴 하지만 글쎄요. 세번째는 HTC 원이 썼던 방법입니다. 센서 크기는 그대로 두면서 화소의 수를 줄이는 것입니다. 그럼 두번째 방법이 그랬던 것처럼 화소의 크기가 늘어나게 되지요. CMOS, CCD 센서 표면에는 매우 빡빽하게 화소가 배열되어 있는데, 화소와 화소 사이에는 상당한 비중의 보조 회로가 있습니다. 보조 회로를 줄이면 화소의 면적이 늘어나지요. 제조 공정이 변하지 않는 상황에서 보조 회로를 줄이면 센서 표면의 낭비 역시 줄어들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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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색 네모 안에 있는 것이 화소의 진짜 크기이고, 파란색 네모는 해당 화소의 보조 회로까지 더한 크기입니다.

 

작은 화소를 쓰는 것과 비교하면, 울트라픽셀은 일반 핸드폰의 CMOS 센서에 비해 더 큰 화소 면적을 지닙니다. HTC의 공식 데이터에 의하면 울트라픽셀 기술은 각 화소의 크기가 4평방미크론인데, 8백만 화소 CMOS 센서는 2제곱미크론이고 1300만 화소 CMOS 센서의 화소는 1.3제곱미크론으로 줄어든다고 하네요. (옴니비전 OV8835, OV12830은 4:3 비율에 크기 1/3.2인치의 CMOS 센서를 씁니다. 전자는 8백만 화소에 화소 크기는 1.96제곱미크론이고 후자는 1200만 화소에 화소 크기는 1.44제곱미크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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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소 크기의 차이는 성능의 차이를 가져오게 됩니다. HTC는 HTC 원의 울트라픽셀에서 각각의 화소가 받아들이는 광량이 300% 늘었다고 설명합니다. 물론 화소에 들어가는 빛의 양이 전체 성능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지만요. CMOS 센서의 성능을 평가하는 지표는 매우 다양합니다. 감도, 다이나믹 레인지, 암전류, 전환 이득, 양자 효율 등이 있는데, 간단히 말하면 신호 대 잡음비가 얼마나 우수하냐고 정리할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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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기술, 같은 크기의 센서, 같은 개구율에서, 센서의 신호 대 잡음비는 면적의 개방도와 반비례합니다. 예를 들어 1300만 화소 CMOS 센서가 33db의 신호 대 잡음비를 가지고 있고, 800만 화소 CMOS 센서는 35db고, 울트라픽셀 CMOS 센서는 37db라고 쳤을 때, 감광도로 이를 바꿔서 계산한다면 울트라픽셀의 감광도는 800만 화소 CMOS보다 0.3ev 높고, 1300만 화소 CMOS 센서보다 0.6ev가 높습니다. 여기에 광학 손떨림 보정 기술, F/2.0의 대구경 조리개가 들어간다면 이론적으로 저광량 상황에서 HTC 원이 2~3ev 정도 뛰어나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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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베온 X3은 여전히 종이 호랑이입니다.

 

 울트라픽셀 기술은 베이어 배열을 기반으로 한 것입니다. 그럼 포베온 X3와 비교하면 어떨가요. 포베온 X3의 구조는 필름과 비슷합니다. 하나의 화소는 RGB 삼원색을 다 받아, 이론적으로는 빛의 이용율이 매우 높지만, 현실에선 아직 힘든 부분이 많습니다. 위 사진은 시그마 DP1M과 니콘 쿨픽스 A를 ISO 1600 환경에서 비교한 것인데요. DP1M의 디테일이나 컬러 표현이 많이 떨어집니다. 실제로는 포베온 X3의 빛 이용율은 매우 낮습니다. 포베온 X3를 핸드폰 카메라 센서로 쓴다면 ISO 50 정도밖에 안 나올겁니다. 파나소닉은 마이크로 컬러 스플리터 기술을 써서 센서의 화질을 높이려 하는데(http://image-sensors-world.blogspot.kr/search?q=panasonic) 그게 HTC에도 적용될지는 아직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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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나소닉의 마이크로 컬러 스플리터. 베이어 배열을 대체해 빛 이용율을 더욱 높입니다.

 

스마트폰에서 울트라픽셀은 새로 등장한 개념입니다. 광학식 손떨림 보정이나 대구경 조리개보다 더욱 관심을 끄는 대목이기도 하지요. 하지만 울트라픽셀은 대구경 조리개와 광학식 조리개까지 하나로 묶어서 봐야 할 것입니다. 그 세가지를 모두 합친 것이 HTC 원의 카메라니까요.

 

 

소스는 http://www.evolife.cn/html/2013/71161.html

 

개인적으로 궁금해서 찾아보다 올린 겁니다. 써놓고 보니 별거 없긴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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