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쯔의 반도체 자회사인 후지쯔 세미컨덕터는 자사의 마이크로 컴퓨터-줄여서 마이컴- 아날로그 사업을 미국의 반도체 제조사인 스팬션(Spansion)이 인수하기로 계약을 맺었다고 4월 30일에 발표했습니다.

 

후지쯔는 일찌기 반도체 사업의 재구축과 재편성을 진행하고 있었으며 그 일환으로 외국의 반도체 제조사에 마이컴 아날로그 사업을 매각한 것처럼 보입니다. 다만 반도체 업계, 특히 플래시 메모리 업계에 속한 사람들에겐 스팬션이 후지쯔의 마이컴을 인수한다는 게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플래시 메모리 업계에 알려진 이야기거리는 2가지가 있습니다. 먼저 스팬션의 모회사는 후지쯔, 좀 더 자세히 말하면 스팬션은 후지쯔와 미국의 AMD가 플래시 메모리 사업을 통합해서 2003년에 출범한 합작 회사입니다. 그래서 후지쯔 쪽에서 보면 이번 사업 매각은 '옛 자회사'에게 '현 자회사'의 사업을 매각한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또 다른 이야기거리는 스팬션이 플래시 메모리의 대형 주자로 출발했지만 실적 악화로 2009년 봄에 도산했다는 것입니다. 스팬션의 미국 본사는 미국 연방 파산법 제 11장의 적용을 신청하고 일본 법인은 회사 갱생법 적용을 신청했습니다. 2009년에 파산한 기업이 4년 후에 1억 7500만 달러를 들여 반도체 사업을 모회사에서 인수할 정도로 부활했다는 사실은 괘 놀랄만한 일입니다.

 

 

20년 전까지 거슬로 올라가는 후지쯔와 스팬션의 관계

 

스팬션의 뿌리를 보면 1993년 4월에 후지쯔와 AMD가 공동 설립한 플래시 메모리 생산 자회사, 후지쯔 AMD 세미컨덕터(FASL)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20년 전입니다. 지금 플래시 메모리라면 SSD나 USB 메모리에 사용되는 낸드 플래시 메모리를 가리키고 있지만, 20년 전에는 NOR 플래시 메모리를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1990년대의 AMD는 인텔의 뒤를 따르는 NOR 플래시 메모리의 대형 제조사였습니다.

 

photo001.jpg

 

스팬션의 시작. 후지쯔와 AMD가 공동 설립한 NOR 플래시 메모리 생산 자회사, 후지쯔 AMD 반도체(FASL)이 스팬션의 전신입니다.

 

2000년에 2개의 대형 사건이 플래시 메모리 업계에 일어납니다. 하나는 2000년에 일어난 호황과 그 반동으로 벌어진 2001~2002년의 불경기입니다. 또 다른 사건은 낸드 플래시 메모리의 양산이 본격화되면서 시장이 급격하게 확대한 것입니다.

 

photo002.jpg

 

플래시의 시장 규모 변화. 2007년 7월에 열린 이벤트 Memcon 2007에서 Denali 소프트웨어(이후에 Cadence Design Systems가 인수)가 발표한 슬라이드

 

그래서 후지쯔와 AMD는 NOR 플래시 메모리 사업을 분리해 합작 회사로 독립하기로 결정했습니다. 2003년 4월 1일에 플래시 메모리 사업의 통합 회사를 세우기로 두 회사는 발표합니다. 1993년에 설립된 생산 회사 FASL은 새로 설립하는 통합 회사에 흡수하기로 정했습니다. 그래서 2003년 7월 14일엔 새 회사인 FASL이 설립됐고 이때 제품 브랜드로 탄생한 것이 스팬션입니다. 이듬해인 2004년 6월에는 회사 이름을 스팬션으로 변경하고 제품 브랜드와 회사 이름을 통일했습니다. 2005년 12월에는 미국의 나스닥에 상장해 독립 기업의 길을 걷게 됩니다.

 

photo003.jpg

 

후지쯔와 AMD가 플래시 메모리 사업 통합 회사를 설립하기로 발표

 

photo004.jpg

 

2003년 7월 14일에 탄생한 플래시 메모리 사업 통합 회사의 개요

 

photo005.jpg

 

스팬션의 주요 행보. 2004년 6월부터 2005년 12월까지

 

 

NOR 플래시의 대용량화와 생산 능력 확대

 

이후 스팬션은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게 됩니다. NOR 플래시 메모리의 대용량화 기술을 개발함과 동시에 양산 규모를 확대하려 시도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대용량화 기술의 개발의 경우 전하 포획(차지 트랩) 방식의 2bit/cell 기술인 MirrorBit를 이스라엘의 플래시 메모리 기술 개발 기업인 Saifun Semiconductor에서 도입해 2005년 10월에 1Gbit의 대용량 NOR 플래시 메모리를 상용화했습니다. 2007년 10월에는 Saifun Semiconductor를 인수하고 MirrorBit 기술을 개량해 4bit/cell 기술 개발을 시작합니다.

 

양산 규모의 확대에선 300mm 웨이퍼를 다루는 생산 라인(SP1)을 일본 법인인 스팬션 재팬에 구축했습니다. 이때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200mm 웨이퍼를 생산하는 기존의 생산 라인 JV1과 JV2를 후지쯔에 매각했습니다. 300mm 웨이퍼를 생산하는 라인 SP1은 2007년 9월에 작동을 개시했습니다.

 

또 서버용 DRAM을 대체하는 플래시 메모리 기술 EcoRAM과 차세대 대용량 비휘발성 메모리 기술의 하나인 저항 변화 메모리 기술 등의 개발에도 참가했습니다.

 

photo006.jpg

 

스팬션의 주요 행보. 2006년부터 2007년 상반기까지

 

photo007.jpg

 

스팬션의 주요 행보. 2007년 하반기.

 

photo008.jpg

 

스팬션의 주요 행보. 2008년

 

photo009.jpg

 

플로팅 게이트 방식 메모리 셀 구조(왼쪽)과 MirrorBit 기술의 메모리 셀 구조(오른쪽). 2008년 7월에 열린 Memcon 2008에서 스팬션이 발표한 슬라이드.

 

 

거액의 개발 투자가 매출로 이어지지 않는다

 

이러한 적극적인 기술 개발 노선을 추진한 것은 당시 사장 겸 CEO였던 Bertrand Cambu입니다. 그 공격성은 매출액의 15% 전후가 연구 개발 비용으로 쓰였다는 점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2005년 스팬션의 매출액은 약 20억 달러인데 연구 개발비는 3억 달러에 이르렀습니다. 2006년 에후에 연구 개발에 들어간 돈은 더 늘었습니다. 2006년의 연구 개발비는 3억 4200만달러로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3.3%였고, 2007년은 더 늘어 4억 3700만달러로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7.4%에 달했습니다. 2005년~2007년의 3년 동안 11억달러 이상을 연구 개발에 쓴 것입니다.

 

photo010.jpg

 

스팬션의 연구 개발비 변화(2006년~2008년 4분기)

 

문제는 스팬션의 실적이 적자를 계속했다는 것. 2005년 영업 적자는 2억 8500만 달러, 2006년 영업 적자는 9100만 달러, 그리고 2007년 영업 적자는 2억 4000만 달러입니다.

 

그래도 매출액이 늘어났다면 괜찮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당시 NOR 플래시 메모리의 최대 고객인 핸드폰에서 저렴한 낸드 플래시 메모리가 시장을 빼았기 시작합니다. 이 때문에 2006년엔 매출이 늘었지만 2007년엔 매출이 거의 변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11억 달러 이상을 투자한 연구 개발에서 매출 증가에 기여하는 제품은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photo011.jpg

 

스팬션의 연간 실적 변화

 

photo012.jpg

 

스팬션의 분기 실적 변화(2006~2008년) 이 기간 동안 매출이 계속 늘지 않았고 항상 적자를 봤습니다.

 

 

300mm 웨이퍼 생산 라인이 실패하다

 

물론 스팬션이 낸드 플래시 메모리와의 가격 경쟁을 팔짱끼고 보고 있었던 건 아닙니다. 제조 비용 절감을 위해 준비했던 비장의 카드는 스팬션 재팬이 설립한 300mm 웨이퍼 생산 라인 SP1입니다. 여기서 2bit/cell 방식의 대용량 NOR 플래시 메모리를 양산하면 낸드 플래시 메모리와 가격 경쟁에서 이길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300mm 웨이퍼 생산 라인 건설은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주력 제품인 65나노 MirrorBit 기술 플래시 메모리를 제조할 수 없었고 제품 수율이 오르지 않았습니다. 플래시는 승압 회로를 탑재해서 메모리를 쓰는데 필요한 고전압을 내부에서 직접 만들어냅니다. 이 승압 회로를 조정하는데 시간이 걸린 게 문제입니다.

 

웨이퍼의 직경을 200mm에서 300mm로 확대하면 같은 크기의 실리콘 다이를 만드는 대 제조 원가는 이론적으로 절반이 됩니다. 다만 이 계산이 성립하려면 제품 제주 수율이 같아야 합니다. 수율이 떨어지면 제조 비용이 줄어들긴 고사하고 오히려 더 들게 됩니다. 제조 설비에 투자하는 비용은 300mm 웨이퍼 생산 라인이 훨씬 더 비싸기 때문입니다. 스팬션이 바로 이 상태에 빠졌습니다. SP1에 투자한 설비 투자는 1000억 엔을 넘었는데, 매출액이 2000억~2500억 엔인 스팬션에 있어서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photo013.jpg

 

스팬션 재팬의 공장

 

 

부도, 부활, 그리고 수수께끼

 

2009년 2월 10일이 스팬션 재팬은 법정 관리를 도쿄 지방 법원에 신청하고 도산합니다. 그리고 3월 1일에는 스팬션이 미국 연방 파산법 제 11장의 적용을 신청하고 도산합니다. NOR 플래시 메모리는 핸드폰 시장에서 낸드 플래시 메모리에 패배했습니다. 그리고 스팬션은 다시 부활을 준비하게 됩니다.

 

여기엔 몇 가지 이상한 일이 있습니다. 우선 미국 본사인 스팬션이 아니라 일본 법인인 스팬션 재팬이 먼저 도산했다는 것. 그리고 이 때 미국의 스팬션은 '스팬션 본사는 업무를 계속할 것'이며, '스팬션 재팬의 도산은 일본 내에만 한정될 것'이라고 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미국 본사도 20일 후에 파산했지요.

 

001.jpg

 

스팬션 재팬과 스팬션의 도산

 

 

의사 소통이 결여되어 있던 일본지사와 미국본사

 

미국 스팬션은 2009년 2월 초순엔 제 11장, 즉 파산을 신청할 생각은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일본 법인인 스팬션 재팬이 미국 본사에 재대로 알리지도 않고 회사 갱생법 적용을 신청했던 것입니다. 2008년 후반부터 2009년 초 사이에 두 회사는 의사 소통이 결여되어 있었습니다.

 

스팬션 그룹에서 2009년 1~2월 사이에 흘렀던 분위기는 파산과 재생이 아니라 사업을 재편해 스팬션을 살리려던 의지였습니다. 1월 15월에 사업 재편성을 선언하고 2월 2일에는 스팬션 설립 이후 CEO를 맡아 왔던 Bertrand Cambou를 정식으로 해고했습니다. 이사에서도 해임되면서 경영의 책임을 지는 형태로 스팬션에서 추방된 셈입니다.

 

불과 이틀 후인 2월 4일에는 스팬션의 새 CEO로 John Kispert가 취임합니다. 반도체 제조, 검사 장치 제조사인 KLA-Tencor의 사장 겸 COO를 2006년 1월~2009년 1월까지 지냈으며 재무를 전공한 사람입니다.

 

최고 경영 책임자를 교체해 재정 재건과 사업 재구축을 추진한다는 것이 스팬션의 이사회와 채권자가 그린 시나리오입니다. 새 CEO에 취임한 존 키스퍼트는 2013년 6월에도 여전히 사장 겸 CEO를 맡고 있으니, 이 사람이 주도했던 구조 조정은 일정 수준 이상의 평가를 받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파산은 예정이 없었습니다.

 

002.jpg

 

스팬션의 주요 행보. 2009년 1월~2월

 

 

스팬션과 스팬션 재팬의 특수한 관계

 

키스퍼트가 스팬션의 CEO로 취임한 것이 2월 4일입니다. 불과 5일 후인 2월 9일에 스팬션 재팬이 회사 갱생법 적용을 신청합니다. 일본 지사의 움직임은 키스퍼트를 비롯한 스팬션의 미국 본사 경영진에 알려지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키스퍼트는 나중에 당시의 심정을 '자다가 물벼락을 맞은 것처럼 깜짝 놀랐다'고 설명했습니다.

 

003.jpg

 

스팬션 재팬의 기업 회생 절차 신청에 대한 키스퍼트의 발언

 

2003년에 AMD와 후지쯔의 합작으로 탄생한 스팬션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서니 베일에 본사가 있지만, 본도체 생산 거점은 일본 후쿠시마현 아이즈 와카마츠시에 있으며, 생산을 담당한 일본 법인인 스팬션 재팬은 자회사가 아니라 미국 본사의 파트너에 가까운 위치였습니다. 스팬션 재팬의 역대 사장이 모두 일본인이고, 미국 본사의 경영진에 부사장으로 참가했다는 점에서도 일본 법인이 차지하는 비중을 알 수 있습니다.

 

스팬션의 CEO를 2009년 2월 2일까지 맡아 왔던 Bertrand Cambou는 스팬션 재팬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이런 취급은 미국의 반도체 업계에선 찾아보기 힘듭니다. 미국 본사에서 보면 세계 각지의 현지 법인은 사진이라고는 하지만 본사의 경영진에 참여하는 경우가 매우 드뭅니다.

 

Bertrand Cambou대신 새 CEO에 취임한 키서퍼트는 아마 일반적인 미국 기업을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일본의 법인이 갑자기 회사 갱생법 적용을 신청한 것은 예전에 어떤 관계였는지를 체험하지 못한 키스퍼트에게 충격을 준 것이 당연하겠지요.

 

 

스팬션 재팬이 처한 어려운 상황

 

그러나 스팬션 재팬에게 있어 법정 관리 신청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던 것 같습니다. 당시 대표이사는 후지쯔 출신의 타구 마사오(지금은 게이오 기즈쿠 대학 교수)인데, 경영 간부가 재산 관리인이 되어 경영을 게속하는 DIP(Debtor in Possession)형 회사 갱생법을 신청하고 대표 관리인에 취임해 재건을 주도했습니다.

 

'닛케이 비즈니스'지의 컬럼인 '패장, 병법을 논한다'에서 다구치는 어떻게 파산했는지 그 경위를 밝혔습니다(2010년 9월 6일자. '천억 엔의 공장이 움직이지 않다. 106~108쪽). 파산한 이유의 대부분은 300mm 웨이퍼를 생산하는 라인(SP1)이 실패한 것 때문이며, 회사 갱생법을 신청한 계기는 미국 본사에서 일본으로 송금이 밀렸기 때문이라네요.

 

키스퍼트는 '현금이 없었을 뿐'이라 말했지만, 일본 법인 입장에서 제조사가 지불을 중단했다는 건 생산 라인의 정지를 의미합니다.

 

004.jpg

 

스팬션 재팬의 전 대표이사 타구 마사오의 발언. 닛케이 비즈니스 2010년 9월 6일자.

 

 

낸드형 플래시와 충돌을 피하다

 

일본 법인의 파산이라는 예상 밖의 사태로 인해 미국 본사는 독자적인 재건을 포기하고 법률에 의지하게 됩니다. 2009년 3월 1일에 미국 연방 파산법 11장을 스팬션은 신청합니다.

 

스팬션의 전략 전환은 민첩했습니다. 우선 제품 전략을 바꿨습니다. 낸드 플래시 메모리와 충돌했던 핸드폰용 제품에선 철수하고 조립용 제품만을 남겼습니다. 또 연구 개발비를 대폭 삭감하는 것과 동시에 일부 공장을 매각했습니다. 또 조립용 제품은 핀 수가 적은 시리얼 인터페이스형태의 NOR 플래시 메모리를 내놨습니다. 제조 전략에선 대규모 양산 공장에 위탁하는 것을 전제로 했습니다.

 

2010년 4월에는 스팬션의 재건 계획이 법원의 인가를 받았으며 5월에는 미국 연방 파산법 11장의 적용에서 벗어나게 됐습니다.

 

이 결과 2009년부터 2010년까지 매출은 줄었지만 영업 손익은 크게 개선됐습니다. 분기 기준으로 영업 흑자가 나올 정도로요.

 

005.jpg

 

스팬션의 주요 행보. 2009년 3월부터 8월까지

 

006.jpg

 

연구 개발비의 변화(2006~2010년). 2009년 1분기부터 연구 개발비가 대폭 줄었습니다.

 

007.jpg

 

매출액과 영업 손익의 변화(2009~2011년). 분기 기준

 

 

일본 법인이 2개로 갈라짐

 

한편 일본 법인은 어땠을까요. 2010년 1월에 미국 스팬션은 새로운 자회사인 재팬 스팬션을 설립하고 스팬션 재팬의 판매 관련 부문에 종사하던 인원을 흡수했습니다. 스팬션 재팬에 남은 건 주로 제조 부문이지요.

 

재팬 스팬션과 스팬션 재팬. 일본에 2개의 법인이 있게 된 것입니다. 2010년 5월 24일 일본에서 열린 설명회에서 재팬 스팬션의 사장인 스즈키 신지는 스팬션 재팬과 모회사-미국 스팬션-은 관계가 거의 없다고 발언했습니다. 그리고 스팬션 재팬의 제조 부문 매각에 미국 스팬션은 관여하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바꿔 말하면, 원래 존재하던 일본 법인인 스팬션 재팬과 이별하고 새로운 일본 법인을 설립해 운영한다는 것이 키스퍼트 CEO가 주도하는 스팬션의 방침이라는 것입니다. 스팬션 재팬의 회사 갱생법 적용 신청이 키스퍼트에게 준 충격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 수 있습니다.

 

008.jpg

 

스팬션의 주요 행보. 2010년 1월부터 5월까지

 

009.jpg

 

스팬션의 키스퍼트 CEO가 2010년 5월 24일에 일본에서 열었던 기자회견

 

그리고 스팬션 재팬은 독자적으로 제조 부문을 매각하고 남은 부채를 갚고 회사 자체를 정산하는 형태로 재건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됐습니다. 미국의 대형 반도체 회사인 텍사스 인스트루먼트가 스팬션 재팬의 제조 부문인 아이즈 와카마츠 공장을 인수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2010년 7월의 일입니다. 8월에는 미국 스팬션과 텍사스 인스트루먼트 사이에서 NOR 플래시 메모리 제조의 위탁 계약이 설립됐습니다. 아이즈 와카마츠 공장에서 스팬션 전용으로 플래시 메모리를 제조하는 계약입니다. 이렇게 스팬션 재팬은 소멸했습니다.

 

010.jpg

 

스팬션 재팬의 재건과 정산

 

 

NOR 플래시의 대용량화와 낸드 플래시의 공동 개발

 

스팬션 재팬과 인연을 끊은 스팬션은 제품 개발의 경우 엘피다 메모리와 협력 관계를 맺었습니다. 2010년 7월에는 MirrorBit 기술로 대용량 낸드 플래시 메모리를 공동 개발하기로 하면서 엘피다 메모리와 제휴 개발 성과를 높여 나갔습니다. 2012년 2월에는 엘피다 메모리가 도산했지만 5월에는 공동 개발 기술을 기반으로 해서 낸드 플래시 메모리를 제품화했습니다. 새 파트너는 한국의 SK 하이닉스와 크로스 라이센싱을 맺고 제조를 위탁했습니다.

 

또 메인스트림 제품인 NOR 플래시 메모리는 비교적 순조롭게 대용량화를 추진해 나갔습니다. 2010년 11월에 2Gbit 제품을 제품화했고 2011년 8월에는 4Gbit 제품을 상용화했습니다. 그리고 2012년 11월에는 8Gbit 제품을 개발했습니다. 1년에 2배 속도로 대용량화를 진행하는 셈입니다. 대용량 NOR 플래시 메모리는 주로 중국의 실리콘 파운드리인 XMC에 제조를 위탁합니다.

 

011.jpg

 

스팬션의 주요 행보. 2010년 7월~2011년 8월

 

012.jpg

 

스팬션의 주요 행보. 2011년 9월~2012년 5월

 

013.jpg

 

스팬션의 주요 행보. 2012년 11월~2013년 4월

 

014.jpg

 

4Gbit 낸드 플래시 메모리의 실리콘 다이 사진

 

015.jpg

 

8Gbit NOR 플래시 메모리의 실리콘 다이 사진

 

적자는 계속됐습니다. 하지만 실적은 2009년 이후 서서히 회복으로 돌아섭니다. 매출액은 파산 전의 절반 정도로 줄었지만 영업 적자는 해마다 줄어들어 2012년엔 처음으로 흑자 전환을 합니다. 2012년의 매출액은 9억 1593만 달러, 영업 이익은 6284만 덜러입니다. 또 스팬션의 일본내 판매 대리점은 2009년 이후에도 후지쯔 반도체의 판매 자회사인 후지쯔 일렉트로닉스가 담당합니다.

 

016.jpg

 

스팬션의 연간 실적. 2005년~2012년

 

 

후지쯔의 스팬션의 관계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

 

그리고 2013년 4월 30일, 후지쯔 그룹의 마이컴 아날로그 반도체 사업을 스팬션이 인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인수 작업은 2013년 7~9월까지 완료할 예정입니다.

 

017.jpg

 

마이컴 아날로그 사업의 양도 절차. 후지쯔 그룹이 새 회사를 설립하고, 마이컴 아날로그 사업을 새 회사로 분할하고, 재팬 스팬션이 새 회사의 주식을 인수합니다.

 

마이컴 아날로그 반도체 사업의 연 매출액은 2013년 3월 기준으로 약 550억 엔. 후지쯔 그룹의 연 매출액에서 1.3%를 차지합니다. 4조 3817억 엔의 매출을 자랑하는 후지쯔 그룹에서 보면 마이컴 아날로그 반도체 사업의 매출은 미미한 수준입니다.

 

그러나 연 매출이 약 10억 달러(1000억 엔)인 스팬션의 입장에서 보면, 이번 인수로 매출이 1.5배 늘어나게 됩니다. 후지쯔 그룹과 스팬션은 550억 엔이라는 액수에 대해 완전히 다른 입장으로 받아들에게 됩니다.

 

더 큰 영향을 주는 건 재팬 스팬션의 위치입니다. 재팬 스팬션의 종업원 수는 불과 90명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나 후지쯔 그룹에서 자리를 옮기는 직원의 수는 약 천명입니다. 이 대부분은 일본에서 근무하고 있으니 재팬 스팬션의 인원은 단숨에 10배로 늘어나게 됩니다.

 

018.jpg

 

재팬 스팬션의 개요

 

스팬션 그룹 전체에 미치는 영향도 큽니다. 스팬션의 전세계 직원 수는 약 2800명이며 이번 인수에 의해 직원 수는 40%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미국 외에 현지 법인을 보면 일본 법인의 직원 수가 제일 많겠지요.

 

그리고 스팬션은 마이크로 컴퓨터의 상버 경험이 없습니다. 재팬 스팬션은 실질적으로 마이크로 컴퓨터 사업사가 됩니다. 마이크로 컴퓨터 사업과 플래시 메모리 사업은 사업 스타일이나 문화가 크게 다릅니다. 메모리 사업의 방식대로 해봤자 소용 없습니다.

 

현재 재팬 스팬션의 대표 이사는 Randy Furr입니다. 스팬션 본사의 CFO(최고 재무 책임자)를 지낸 사람으로 일본에 계속 있긴 어려워 보입니다. 사업 규모가 20배로 늘어난 재팬 스팬션의 대표이사는 마이크로 컴퓨터 사업에 익숙한 다른 사람이 맡게 될 것입니다.

 

스팬션과 텍사스 인스트루먼트와의 관계도 고려 사항입니다. 텍사스 인스트루먼트의 마이크로 컴퓨터 사업은 스팬션 플래시 메모리 사업과 협력 관계에 있는 것입니다. 두 회사가 공식적으로 제휴를 발표한 것은 아니지만 텍사스 인스트루먼트의 마이크로 컴퓨터 제품은 스팬션의 NOR형 플래시 메모리와 관련되어 있습니다.

 

앞으로 스팬션 그룹의 조직 변경과 인사 이동은 불가피합니다. 스팬션의 키스퍼트 CEO가 어떤 결정을 할 것인지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출처:

http://pc.watch.impress.co.jp/docs/column/semicon/20130612_603229.html

http://pc.watch.impress.co.jp/docs/column/semicon/20130624_604696.html

기글하드웨어(http://gigglehd.com/zbxe)에 올라온 모든 뉴스와 정보 글은 다른 곳으로 퍼가실 때 작성자의 허락을 받아야 합니다. 번역한 뉴스와 정보 글을 작성자 동의 없이 무단 전재와 무단 수정하는 행위를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