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까지 소개한 대로, 스마트폰/태블릿 시장은 ARM의 독점, 좀 더 정확히 말하면 ARM 생태계가 압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다른 회사가 참여하는 건 매우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려는 제조사가 2개 있습니다. 설명할 필요도 없을 것 같지만 인텔과 NVIDIA가 바로 그것입니다. 마지막 화인 여기선 그 두 회사를 소개합니다.

 

 

IA/x86에서 ARM 생태계와 싸울 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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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에 발표한 PXA800

 

인텔이 핸드폰에 관심이 없는 건 아닙니다. 1997년에 인텔과 옛 DEC의 특허 소송 화해 조건으로 인텔은 StrongARM 제품을 만들 수 있게 됐습니다. 당시 이 StrongARM은 컴팩 iPAQ 시리즈 등의 PDA에 이용되었기에 나름대로 수요도 있었지만, 인텔은 단순히 거기에 머무르진 않았습니다. StrongARM은 ARM v4기반 제품이지만 1999년에 ARM에서 ARM v5 아키텍처 라이센스를 입수해 StrongARM을 바탕으로 내용을 완전히 바꾼 XScale을 완성합니다.

 

이 시점에서 인텔의 계획은 지금과 조금 다릅니다. PDA 시장은 나름대로 성장하고 있었지만 새 아키텍처의 제품 라인을 유지하기에 충분하다고는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물량이 적었습니다. 그래서 핸드폰 시장에도 XScale을 출시해 점유율을 늘리고 장기적인 매출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고 말하는 게 맞을 것입니다. 

 

이를 위해 2003년 GSM/GPRS에 대응한 PXA800라는 칩을 화려하게 발표했습니다. CPU 코어는 XScale이고 베이스밴드는 ADI(Analog Devices Inc.)에서 라이센스를 받아 DSP를 입수해 이를 Intel MicroSignal Architecture로 구현했습니다. 당시엔 아직 인텔 자신이 플래시 메모리 부문을 보유하고 있었으니 이것도 같이 넣었구요. 당시엔 SRAM을 4.5Mbit로 구현한 130nm 공정은 호화스러운 스펙으로 여겨졌으니 스펙에서 제법 욕심을 부린 SoC입니다. 또 PXA800을 발표하기 전에 출시했던 PXA210도 피처폰 전용으로 출시할 계획이었습니다.

 

아시는대로 PXA210이나 PXA800을 채용한 핸드폰 제조사는 딱 하나밖에 없었습니다. PXA800의 후계자인 PXA900이 RIM의 블랙베리 7800 등의 몇몇 기종에 채택된 것이 고작이며 그 수량도 그다지 많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인텔은 XScale 아키텍처 자체를 포함한 PXA 제품 라인을 관련 회사인 마벨에 매각해 버립니다. 여기서 인텔의 핸드폰 사업은 한 번 완전히 꺾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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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XA800의 자세한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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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폰 전용인 PXA210

 

이런 뼈아픈 경험에도 불구하고 인텔이 다시 핸드폰 시장에 참가한 이유는 역시 이미 알고 계신대로 PC 시장의 축소 때문입니다. 현 시점에서 인텔의 경쟁력은 자사의 Fab에서 나오는 뛰어난 제조 공정 기술에 있습니다. 다만 이 뛰어난 프로세스 기술을 유지해 나가기 위해서는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게 됩니다. 그것은 단지 프로세스 개발뿐만 아니라 양산을 위한 설비 도입 비용이 점점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는 값비싼 PC용 프로세서를 대량으로 출시해서 이를 커버할 수 있었지만, PC용 프로세서의 판매량 자체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는-

  • 차세대 프로세스 노드 개발에 필요한 비용이 늘어나면서, 프로세서 한 개에서 차지하는 개발/설비 비용도 늘어납니다. 하지만 판매 가격은 오히려 낮출 수밖에 없으니 점점 더 수익이 줄어듭니다.
  • 순수 판매량이 줄어들면 그만큼 Fab의 가동율이 떨어집니다. 특히 인텔의 경우 Copy Exactly라 불리는 다수의 Fab에서 양산하는 방식을 전제로 생산 라인 개발과 기기를 발주하며, 자사 제품만 생산하는 소품종/양산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PC용 프로세서의 판매량이 줄어들면 다른 제품으로 보전하지 못하고 그대로 가동율 저하로 이어집니다.

같은 문제가 드러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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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 시장과 스마트폰/태블릿 시장의 역전

 

사실 인텔은 일찍부터 이 문제를 알고 있었습니다. 2008년에 출시됐던 아톰은 처음부터 스마트폰 전용으로 만들었던 것이며 이를 위한 Moorestown 플랫폼도 빠른 시기에 발표했습니다. 다만 이 Moorestown이 출시된 건 발표보다 2년 늦은 2010년이며, 그 이유는 2개입니다.

 

하나는 CPU(링크로프트 코어)가 재설계된 코어란 것입니다. 링크로프트의 기반이 된 실버쏜은 순수한 CPU 다이지만, 스마트폰 등을 대상으로 하려면 역시 GPU의 통합이 필요합니다. 결국엔 인텔 GMA 600이라는 GPU를 통합했지만 이는 Imagination의 PowerVR SGX로서 통합 작업에 1년 이상이 걸렸습니다. 일반적으로는 실버쏜의 개발과 병행해 링크로프트를 개발했다고 여겨지고 있으나, 당시에 인텔은 아톰을 이용해 광범위한 제품 라인업을 제공하는 것을 예정하고 있었으며, 개발 자원이 부족한 게 아니었을까 추측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이유는 45nm 세대에서 SoC 프로세스 구축에 사실상 실패했다는 것입니다. 고속 로직용 45nm 프로세스인 P1266은 2007년에 시작해 뒤이어 SoC용으로 최적화한 P1267을 2008년에 출시할 예정이었습니다. 초기 링크로프트는 이 P1267을 통해 제공할 예정이었다고 합니다. 실제로 저전력을 추구한다면 고속 로직용인 P1266보다 P1267이 더 적합합니다. 그러나 인텔은 이 P1267의 개발에 사실상 실패했으며, 이를 사용한 건 극히 일부 제품일 뿐이었습니다. 링크로프트 뿐만 아니라 같은 SoC 프로세스를 사용한 PC용 칩셋도 모두 32nm SoC인 P1269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게 됐습니다. 그 결과 링크로프트는 2010년에 출시됐음에도 불구하고 작동 클럭이 1GHz 정도(하이엔드인 Z625조차 겨우 1.9GHz)에 불과했습니다. 2010년은 40nm에서 제조해 2GHz로 작동하는 듀얼/쿼드코어 Cortex-A9 기반 SoC가 나오던 시기인지라, 뒤떨어진 클럭으로는 상품 경쟁력이 부족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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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톰 시리즈 발표 초기의 무어스타운이 상정했던 스마트폰 시장

 

다만 긴 문제를 겪었던 45nm SoC와는 달리 32nm의 P1269, 22nm의 P1271은 비교적 부드럽게 개발이 진행된 듯 합니다. 2012년에는 기본적인 구성은 크게 바꾸지 않은 채로 P1269를 사용한 메드필드가 등장했고, 2014년에는 CPU 코어 마이크로 아키텍처를 바꿔 P1271을 탑재한 메리필드가 출시될 예정입니다.

 

메드필드와 메리필드의 기본 아키텍처는 태블릿 전용인 클로버트레일이나 베이트레일처럼 클럭과 소비 전력을 스마트폰에 맞췄다는 게 특징입니다. 메리필드의 존재 자체는 2013년 6월의 컴퓨텍스에서 소개됐지만 제품의 상세 스펙은 2014년 2월 MWC에서 알려질 것이며 공식 발표는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는 베이트레일처럼 스마트폰 제조사에 이미 제공이 됐을 것이며 MWC의 타이밍에 맞춰 이를 사용한 제품이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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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필드의 블럭 다이어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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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스마트폰용 SoC인 메리필드

 

앞으로의 로드맵으로 제시된 아래 그림을 봅시다. 원래 기반이 되는 아톰 코어 자체가 현재 22nm의 실버몬트에서 14nm 세대의 에어몬트(실버몬트의 14nm 공정 전환 버전)로 바뀌며, 이 코어를 탑재한 무어스필드가 출시된다는 이야기는 전부터 있었지만 2013년 11월의 투자자 회의에서 조금 더 자세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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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이 전부터 발표했던 로드맵

 

2014년 전반기에 메리필드, 후반기에 무어필드가 출시됩니다. 이와 별도로 SoFIA라 불리는 새로운 코어가 저가형 시장에 출시됩니다. 이 SoFIA는 3G 모뎀을 내장한 제품이지만 2015년에는 하이엔드에(에어몬트의 후속작으로 기능을 강화한) 골드몬트 코어를 내장한 복스톤, 저가형에는 내장 모뎀을 LTE 대응으로 전환한 SoFIA LTE가 각각 출시됩니다. 그 결과 2015년은 매우 충실한 라인업을 갖추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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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의 투자자 미팅에서 공개된 로드맵. 2014년 후반기에 SoFIA라 불리는 저가형 코어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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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에는 Boxton, SoFIA LTE도 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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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의 태블릿 전용 라인업

 

재밌는 건 이 SoFIA가 인텔이 직접 생산하는 제품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확실하게 알려지진 않았지만 지금까지의 경위를 생각하면 TSMC의 20nm 공정이나 16nm FinFET 프로세스일 것 같습니다. 이런 방침은 앞서 설명한 Fab의 가동율을 높이는 것과 정면으로 대립하지만, 인텔의 Brian Krzanich CEO는 이것이 현실적인 움직임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인텔의 Fab은 확실히 높은 기술을 자랑하고 있지만 생산에 들어가는 비용도 높습니다. 따라서 가격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복스톤을 써서 저가형인 SoFIA까지 만들면 비용을 감당할 수 없게 됩니다. 그래서 SoFIA는 외부 파운드리를 쓴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배경 역시 투자자 회의에서 밝혀졌습니다. PC나 데이터서버 부문에서는 나름대로 흑자를 보고 있으며 소프트웨어/서비스도 적자는 나오지 않습니다. 그에비해 태블릿과 스마트폰에선 적자가 나옵니다. 매출이 40억 달러인데 영업 손실이 25억 달러 적자라면, 전체적으로 흑자를 보고 있다고 한들 어떻게든 손을 쓰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원가를 줄이기 위해 제조를 외부 위탁할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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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IA 제품. 즉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부문은 적자입니다.

 

이렇게 보면 인텔의 스마트폰용 SoC가 불안해 보이는 게 사실입니다. 2화의 퀄컴 부분에서 설명한대로, 현재 스마트폰 시장에 진출할 때 모뎀이 없다면 가격 경쟁력이 현저하게 떨어집니다. 그리고 모뎀을 넣었다고 해도 차별화 요인이 될 순 없습니다. 3화에 나온 Spreadtrum과 HiSilicon의 저가형 SoC도 모뎀을 내장하고 있으니 매우 힘든 경쟁인 것입니다. 인텔이 아톰 기반 SoC의 성능을 어필하는 건 그것 외에 내세울 것이 부족해서 그렇기도 합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렇게 해도 인텔의 SoC에 별로 매력이 없다는 겁니다. 특히 스마트폰 시장에서 이것은 큰 문제입니다. ARM-인텔의 대결은성능이나 명령어 셋트가 아닌 생태계의 대립이며, 핸드폰 업체에게 인텔의 생태계가 매력적이지 않다고밖에 볼 수 없습니다.

 

인텔의 생태계는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오랜 시간동안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가 높은 영업 이익을 유지해 왔으나 PC 제조 업체의 영업 이익은 한자리 대를 유지하고 있음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반면 ARM의 생태계는 수익의 대부분이 기기 제조사에게 들어갑니다. SoC가 제조 원가에서 5% 정도를 차지한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핸드폰 제조사에게 있어 x86과 ARM 중 어디를 선택하는 게 더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지는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사실 성능의 차이는 핸드폰 제조사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건 아닙니다. 최종 사용 방법에 따라 성능은 변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10배 정도로 성능 차이가 크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몇 십% 정도의 차이는 최종 제품에서 생각처럼 큰 성능 차이를 일으키진 않습니다. 제품 기획에서 들어가는 독자적인 상주 프로그램만으로도 배터리 사용 시간과 성능에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또 SoC의 경우 일단 정격 스펙은 있지만 실제로는 기기 제조사가 클럭과 구성을 자유롭게 골라 상품 기획에 맞춰 바꾸기에 레퍼런스 성능 그대로 나오지도 않습니다. 물론 최종 단계에서 사용자가 겪게 되는 조작감에 성능이 영향을 주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인간의 감각이 log와 비례하며 10배 성능 차이가 날 때 겨우 2배 빠르다고 느낀다는 걸 감안하면, 몇 십%의 성능 차이를 그만큼 느끼기 힘들다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인텔 SoC의 장점인 높은 성능은 차별화의 무기로 쓰기 어렵습니다.

 

물론 태블릿 시장에선 나름대로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지만 그건 윈도우 8/8.1을 실행하기 위해선 x86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윈도우 RT의 보급이 진행되지 않으면서 윈도우 계열 태블릿의 선택지가 줄어들었습니다. 반대로 안드로이드를 구동하는 데 x86이어야 할 필요가 없다는 상황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어, 윈도우의 힘이 닿지 않는 스마트폰 분야에서 인텔의 존재감은 여전히 크지 않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윈도우 폰의 반응은 썩 좋지 않으며 여기서 지원하는 플랫폼은 ARM 뿐이고, 유력한 대안으로 꼽히던 타이젠은 아직 출시도 되지 않았습니다. 2014년 2월의 MWC에서 타이젠을 탑재한 첫번째 스마트폰이 나올 것이라고 하지만 이게 어떤 반응을 이끌어낼 것인지 아직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인텔이 스마트폰에서 점유율을 늘리려면 현재 생태계-사업 모델의 자세-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그렇게 한다고 해도 앞서 말한 Fab의 가동율 저하와 전체의 수익 저하 같은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로 이어지기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여기서 손을 놓으면 나중에 어려운 상황에 빠지게 되는 것이 현재 인텔의 스마트폰용 SoC 사업입니다.

 

 

x86에서 ARM으로 중심을 옮긴 NVIDIA

 

다음은 NVIDIA입니다. NVIDIA가 이용하는 CPU 코어는 ARM 기반이에, NVIDIA가 앞서 말한대로 ARM의 생태계에 속하지 않는다는 건 아닙니다. 다만 ARM 생태계의 경우 중심은 CPU에 있지만 NVIDIA는 GPU 위주로 진행 중이라는 게 다른 회사와 차이점입니다. 

 

NVIDIA의 핸드폰/PDA용 솔루션은 2003년에 발표한 지포스 2150이 처음입니다. 이 제품은 2003년 8월에 인수했던 MediaQ란 곳에서 만들었던, 핸드폰용 2D 그래픽+카메라 인터페이스 SoC인 MQ2100을 기초로 한 것이며 NVIDIA의 독자적인 기술은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뒤이어 NVIDIA는 3D 렌더링 기술을 탑재한 지포스 4500/4800/5300/5500을 출시합니다. 이 제품의 3D 렌더링 기법은 기초적인 것 외에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NVIDIA는 2000년에 3dfx를 인수했는데, 이 3dfx는 역시 2000년에 기가픽셀이란 업체를 인수했습니다. 핸드폰 등에 적합한 글로벌 링 기반 레이아웃 엔진을 개발했으며, 1999년에는 MPF(MicroProcessor Forum)에서 퀘이크 2의 데모를 공개하는 등 높은 완성도를 자랑했습니다. 이 기가픽셀의 기술이 NVIDIA에 어느 정도 받아들였는지 모르겠으나, 지포스 4500이 이를 기반으로 만든 것이라 해도 그리 이상하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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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에 발표한 지포스 2150을 탑재한 PDA와 핸드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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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포스 4500은 타일 베이스 3D 렌더링을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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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fx가 인수한 기가픽셀은 글로벌 링 베이스 렌더링 기법으로 퀘이크 2를 실행하는 데 성공

 

그렇게 NVIDIA는 계속해서 지포스를 제공해 왔지만, 핸드폰에서 GPU가 외장형이라면 칩 크기라는 점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지포스의 마지막 제품인 지포스 6100은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로 ARM 1176JZ-S 코어를 탑재하고 나머지는 모뎀만 추가하면 되도록 집적도를 높였습니다. 지포스 6100은 2007년 2월의 MWC에서 발표지만 불과 4개월 후에는 400MHz로 동작하는 ARM11을 탑재한 아이폰이 출시됩니다. 성능 차이도 있고 해서 지포스 6100을 사용한 경우는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때부터 NVIDIA를 둘러싼 환경이 좀 달라졌습니다. NVIDIA는 GPU 사업에 외에 칩셋 사업에도 주력하고 있었습니다. GPU를 다수 사용하려면 고성능 칩셋이 필요하며, SLI 구성에선 PCI-E를 2개 쓰기에 이를 위한 칩셋은 나름대로 팔렸습니다. 또 당시의 CPU는 GPU를 내장하지 않아 내장 그래픽 칩셋은 나름대로 수요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칩셋의 상황이 나빠졌습니다. 먼저 인텔의 버스 라이센스 협상이 난항을 겪게 되었고, 겨우 P4 버스 라이센스를 얻어 제품을 출시했더니 정작 인텔이 QPI&DMI로 CPU 인터페이스를 바꿨고, 이후 인텔은 이들 인터페이스의 라이센스 계약을 거부하면서 최신 CPU용 칩셋을 내놓을 수 없게 됐습니다. 게다가 인텔은 GPU를 CPU에 통합하면서 그래픽카드의 수요 자체가 줄어들었습니다.

 

더 극단적인 건 AMD용 칩셋에서 제법 시장 점유율이 누릴 수 있었으나, 2006년에 AMD가 ATI Technologies를 인수해 AMD가 직접 칩셋을 내놓게 되면서 NVIDIA의 칩셋 점유율은 크게 줄어들게 되었습니다. AMD역시 CPU를 GPU에 통합하는 방향을 밝히면서 점점 NVIDIA 칩셋 사업은 미래가 불분명해집니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결국 NVIDIA는 2010년에 칩셋 사업에서 철수하고, 이때를 기점으로 자사 플랫폼을 x86 위주에서 ARM에 좀 더 투자하는 쪽으로 가도록 결정합니다. x86의 판매량이 줄어드는 건 명확하니 ARM으로 전환하면서 새로운 시장을 노리겠다는 것입니다.

 

2008년엔 이런 흐름 속에서 최초의 테그라를 발표합니다. 테그라는 지포스 6100의 연장선에 선 제품이며 성능이 충분하다고 할 순 없습니다. 이후에는 CPU 코어를 Cortex-A9로 바꾸면서 코어 수도 2개로 늘린 테그라 2를 2010년에 출시합니다. 구글 안드로이드 허니컴의 레퍼런스가 되면서 많은 태블릿에서 채택했지요.

 

그러나 2011년 11울에 발표된 테그라 3는 구글의 레퍼런스 기기인 넥서스 7 2012년에 들어갔음에도 불구하고 지지부진한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그 가장 큰 이유는 CPU를 강화했음에도 불구하고 GPU 코어의 성능 개선이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테그라 2와 비교하면 성능은 개선됐지만 경쟁 SoC가 모두 GPU 성능을 강화했기에 GPU가 별 장점이 되지 못했습니다. 또 태블릿에선 나름대로 채용됐지만 스마트폰에선 반응이 좋지 않았습니다. 사실 당시에 테그라 3나 Texus Instruments의 OMAP 4를 스마트폰에 사용한 제조사 대부분이, 사실은 스냅드래곤을 쓰고 싶었으나 퀄컴의 공급이 부족해서 스냅드래곤 외에 다른 제품을 검토해야 했다는 소극적인 이유에 따른 것이라, 스냅드래곤의 공급이 회복되면서 반응이 사그라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NVIDIA도 모뎀의 부재에서 비롯된 단점을 테그라 2 시절부터 이미 인식하고 있었지만, 당시에는 아쉽지만 모뎀 관련 기술이 없었습니다. 결국 2011년에 기저대역 모뎀을 생산하는 영국의 Icera를 인수해, 이를 바탕으로 테그라 4 세대에 겨우 모뎀을 제공할 수 있게 됐습니다. 테그라 4는 2013년에 발표됐지만 현재 이를 쓴 경우는 NVIDIA의 레퍼런스 디자인인 피닉스, 중국 샤오미 등으로 몇 개 안됩니다. OEM 제공은 이미 시작됐으니 2014년의 MWC에서 다른 회사가 나올 가능성도 있지만 아직까지는 어려움이 큽니다. 이유는 역시 NVIDIA 모뎀의 캐리어 인증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통신 기기 제조 업체와 협력한 HiSilicon, 원래 통신 관계 사업을 했던 경력이 있고 자본을 내세운 인텔과 달리, 경험의 축적이나 엔지니어도 없고 자본도 많지 않은 게 NVIDIA의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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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그라 4와 스마트폰 전용 테그라 4i의 개요

 

어찌보면 NVIDIA가 쉴드나 테그라 노트 7 같은 제품을 출시하는 건, 캐리어 인증이 어느 정도 진행되기 전까진 스마트폰 시장을 공략하기 어려우니, 스마트폰 이외의 시장에서 테그라 4의 채용 사례를 늘려야 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적어도 지금 NVIDIA의 SoC 사업이 순조롭지 않다는 건 확실합니다. 

 

포스트 PC 시대를 맞이해 ARM의 생태계 속에서 GPU를 판매하겠다는 사업 전략은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하지만, IP를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실리콘(반도체)을 판매하기로 결정했기에 NVIDIA가 지금 고생중인 것입니다. 물론 NVIDIA가 IP 판매에 나섰다고 한들 ARM의 Mali와 Imagination의 PowerVR을 제치고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었을까 생각해 보면, 그것 역시  나름대로 돈과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어느 쪽이건 어려운 길을 걸어갔을 겁니다. 지금은 고생하면서 경험을 쌓고 있을 수밖에 없을지도요.

 

참고로 NVIDIA가 이 시장에서 철수하는 것처럼 보이진 않습니다. 차세대 제품인 로건, 그 다음 제품인 파커를 각각 개발 중입니다. 특히 파커는 ARM v8의 라이센스를 받아 직접 설계한 덴버 코어를 기반으로 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재밌는 건 똑같이 ARM v8 아키텍처 라이센스를 받은 브로드컴, APM, 애플과 달리 NVIDIA는 관련 회사를 인수한 적이 없습니다. 2009년에 실리콘 밸리에서 CPU 설계를 담당할 직원을 모으면서 x86의 설계 팀 한개에 해당하는 분량의 팀을 구성했다는 소문도 있습니다. 어쨌건 NVIDIA의 SoC 사업도 인텔처럼 당분간은 고생을 게속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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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VIDIA SoC의 로드맵

 

소스: http://pc.watch.impress.co.jp/docs/column/1month-kouza/20131226_62904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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