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안드로이드 탑재 스마트폰과 태블릿의 SoC 제조 업체의 서열 1, 2위라 할 수 있는 퀄컴과 삼성의 성장 과정과 전략을 설명하겠습니다.

 

 

LTE 모뎀 통합으로 우위를 높인 퀄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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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말한대로 퀄컴은 원래 CDMA방식 통신 규격의 성립과 이를 이용한 모뎀 사업의 대형 제조사입니다. cdmaOne으로 알려진 IS-95라는 통신 규격도 원래는 퀄컴 사내 프로젝트의 성과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이건 USB나 PCI/PCI 익스프레스 같은 규격이 인텔의 내부 프로젝트를 바탕으로 퍼지게 된 것과 비슷합니다.

 

물론 퀄컴 혼자서 CDMA와 그 이후의 CDMA2000, LTE 등의 통신 규격을 만든 건 아닙니다. 많은 제조사가 통신사가 참여해 개발한 것이지만, 일단 표준화 작업을 주도하게 되면 그 후의 제품 개발에서도 어느 정도 경쟁 업체를 앞설 수 있습니다.

 

그 결과 퀄컴은 CDMA 모뎀 칩을 개발했고 이는 CDMA 방식을 채용한 핸드폰 제조사들이 많이 쓰게 됩니다. 당시 모뎀은 제조 공정 문제로 한 개의 칩을 쓴 게 아니라 여러 칩으로 구성했는데요. 예전의 핸드폰 크기에서는 그게 별로 큰 문제가 되진 않았습니다.

 

그 후 퀄컴은 계속해서 성능 개선, 신기술(CDMA→ CDMA2000→ WCDMA)에의 대응, 패키지의 소형화 등에 힘쓰면서 다양한 핵심 기술을 가진 회사의 인수를 추진합니다.

 

예를 들어 2004년에는 디스플레이 기술을 가진 Iridigm Display Corporation을 인수하고, 2006년에는 RF CMOS 기술을 갖고있는 Berkana Wireless를 인수하는 식입니다. 2009년에는 AMD의 Imageon 부문을 따로 인수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꾸준히 기술을 모아 모뎁 칩인 Gobi를 만들었고, Gobi를 내장한 가SoC인 스냅드래곤 S1이 2007년에 출시되면서 상황이 여러모로 바뀌게 됩니다.

 

원래 퀄컴은 모뎀 사업으로 주요 핸드폰 제조사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습니다. 1화에서 말한대로 CDMA 방식은 퀄컴이 총 본산이라 할 수 있고, 그 외에 GPRS/EDGE/HSPA등의 방식을 지원하는 모뎀도 내놓고 있어,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는 일단 논외로 치고 모뎀은 퀄컴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었습니다. 스냅드래곤에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와 모뎀까지 통합한 SoC를 발표하면,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의 성능이 다른 회사 제품과 별 차이가 없다 해도 칩의 크기나 부품 원가 등에서 큰 장점이 나오게 됩니다. 특히 퀄컴의 모뎀 통합 SoC의 단가가 다른 회사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퀄컴 모뎀을 구입하는 경우보다 저렴할 경우 이는 큰 장점이 됩니다.

 

퀄컴은 모뎀만 판매하는 것보다 SoC를 판매하거나 플랫폼을 보급하는 쪽의 매출이 늘어나면서 시장에서 독점적인 위치를 얻게 됩니다. 어찌보면 당연한 것인데 스냅드래곤 S1의 초기 제품은 CPU가 ARM11의 528MHz, GPU는 없고 2D 프레임 버퍼+α 정도의 기능밖에 없었지만, 2008년에 출시된 MSM7227/7627은 CPU가 ARM11 800MHz로 선응이 대폭 상승하고 GPU도 AMD에서 Imageon의 라이선스를 받아서 만든 Adreno 200이 되면서 다른 회사 제품과 비교해 손색이 없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스냅드래곤이 시장을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납니다.

 

그리고 퀄컴은 여기서 머뭇거리지 않았습니다. 2005년에 ARM은 Cortex-A8을 발표했고 TI(Texus Instruments)나 삼성 등의 주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제조사(퀄컴의 경쟁사)는 모두 Cortex-A8을 사용하기로 합니다.

 

그런데 퀄컴은 Cortex-A8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듯, 2007년의 ARM Developer Conference에서 스콜피온 코어를 발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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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콜피온 코어의 개요. 20~25 FO4라는 고속 동작을 예상하지 않는 사이클로 설계되어 저전력 위주임을 알 수 있습니다.

 

파이프 라인은 정수 연산에서 10~12스테이지, 로드/스토어에서 13스테이지라 Cortex-A8과 별 차이는 없지만 디코드가 2명령/주기, 명령 발행이 사실상 3명령/사이클 슈퍼 스칼라/아웃 오브 오더 형태라 이 부분은 Cortex-A9와 비슷한 구조입니다. 실제로 1GHz로 동작할 때 2100 DMIPS(2.1 DMIPS/MHz)라는 설계 목표는 Cortex-A8의 2 DMIPS/MHz를 웃돌고 있습니다(Cortex-A9의 2.5 DMIPS/MHz정도는 아니지만요).

 

2007년에는 ARM도 Cortex-A9를 발표했지만, 경쟁사들은 일단 라이센스를 받고 그 후에 해당 아키텍처를 쓴 칩을 만드는 데 비해 퀄컴은 그 시점에서 로직 설계는 물론 물리 설계까지 거의 끝마쳤습니다. 그 결과 다른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제조사는 2009년에 Cortex-A9을 탑재한 SoC를 발표하지만 퀌컴은 2008년에 스콜피언 코어를 탑재한 QSD82500/8650의 출시를 시작합니다. 여기서 다시 다른 회사 제품과의 차별화가 가능해졌고 이것이 스냅드래곤의 과독점에 더욱 박차를 가하게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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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구도는 LTE 세대에서 다시 반복됩니다. 퀄컴은 4세대 Gobi에서 LTE를 지원하는데, 이 때 제대로 된 LTE 대응 모뎀은 퀄컴을 빼면 NTT 도코모와 일본의 업체게 공동 개발한 사쿠리 칩밖에 없었습니다. 더군다나 사쿠라 칩의 대응 주파수는 일본 밖에 없어 결국 전 세계에서 쓸 수 있는 건 사실상 Gobi밖에 없었습니다. 이에 맞춰 컬컴은 새로 Krait 코어를 개발하고 이를 탑재한 스냅드래곤 S4의 샘플을 2011년 중순부터 내놓게 됩니다.

 

Krait 코어 자체의 내부 구조는 파이프 라인이 11스테이지 정도로 줄어들고, 디코딩이 3명령/주기, 발행이 4명령/사이클이며, 역시 슈퍼 스칼라/아웃 오브 오더 형태라 그 구성은 Cortex-A15에 가깝습니다. Krait도 몇몇 버전이 있는데 성능은 초대 Krait이 3.3 DMIPS/MHz, 최신 Krait 450이 3.51 DMIPS/MHz 정도입니다. Cortex-A15이 3.5 DMIPS/MHz니까 비슷한 수준이라고 생각해도 될 것입니다. 다만 출시 시기는 차이가 납니다. Cortex-A15를 최초로 사용한 삼성의 엑시노스 5 샘플이 2012년 후반기에 나왔지만, 퀄컴은 그보다 거의 1년 전에 Cortex-A15와 비슷한 수준의 코어를 직접한 SoC를 모뎀까지 더해서 제공한 것입니다. 이쯤 되면 퀄컴을 쓰지 말아야 할 이유를 찾는 게 오히려 어려울 정도입니다.

 

즉 퀄컴은-

 

최첨단 통신 방식을 지원하는 모뎀의 캐리어 인증을 받았으며 이를 SoC 통합으로 제공

CPU 코어와 GPU 코어의 성능이 경쟁사보다 높진 않지만, 그걸 빠르게 출시

 

라는 두 부분에서 큰 장점이 있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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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서스 4의 규제 정보를 보면 유럽/미국/한국/호주/뉴질랜드/필리핀/러시아/멕시코/카자흐스탄/인도/일본의 국가별 인증 마크가 나옵니다.

 

여기서 이 캐리어 인증에 대해 자세히 봅시다. 캐리어 인증이란 말은 다양한 분야에서 쓰이지만 전부 다른 의미입니다. 통신사에 의한 본인 인증까지 캐리어 인증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거든요. 다만 여기서 말하는 건 Carrier Certification입니다.

 

핸드폰은 일반적으로 통신 규격이나 표준에 부합되는지를 해당 국가의 기관에서 인증받을 필요가 있습니다. 이걸 받지 않으면 그 나라에서 쓸 수가 없지요.

 

이걸 받는 건 쉬운 일이 아니지만 받는다고 그게 전부는 아닙니다. 그 인증은 어디까지나 해당 기기가 발신하는 전파가 그 나라의 규제에 따르는지를 나타낸 것이지 통신을 보증하는 건 아닙니다. 그래서 여러 통신사마다 해당 캐리어로 문제 없이 통신하는지를 따로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통신사마다 기지국의 기기도 다르고 통신 방식(전파 수준이나 프로토콜까지)에 커스터마이즈가 들어간 경우가 있으니 여기서 제대로 통신이 되는지를 봐야 하는 것이지요.

 

이게 되면 통신사에서 '이 핸드폰은 우리 회사와 제대로 통신을 할 수 있음'이라고 보증을 받는 데 이게 캐리어 인증입니다. 이것은 국가별 인증이 아니라 통신 회사마다 다르기에 LTE까지 포함하면 인증을 받기 위한 시간과 금액이 더욱 늘어나게 됩니다.

 

여기서 퀄컴만의 장점이 나옵니다. 퀄컴의 Gobi를 사용하는 한, 이 경력 인증 절차가 매우 편하거든요. 이건 Gobi 자체가 각 통신사에서 인증을 이미 받았기 때문에 이를 쓴 기기는 캐리어 인증을 받기 위한 테스트를 다시 할 필요가 없습니다. 현재 LTE 모뎀의 대부분이 퀄컴 제품이다보니 다른 회사가 절대로 따라올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반도체 제조사들은 기술적으로 LTE 모뎀을 제공할 수는 있지만 캐리어 인증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따져보면 후발 주자가 사업을 하기가 마땅치 않다고 봅니다. 당연히 퀄컴도 그 동안 적잖은 투자를 했겠지만 이미 Gobi가 시장을 차지하고 있다보니 충분히 본전을 뽑은 셈입니다. 그런데 후발 주자는 같은 비용을 투자해도 겨우 Gobi를 따라잡을 뿐이니 매출을 늘리기가 어렵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하지만 이대로 퀄컴이 시장을 독점할 수 있냐는 의문의 경우 장기적으로는 불명확합니다.

 

우선 모뎀입니다. 현 시점에서 LTE 모뎀을 제공하는 회사는 분명 적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2G/3G/3.5G처럼 LTE의 기술 자체가 보급되면서 이를 제공하는 제조사가 늘어날 것이라 상상할 수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퀄컴의 비장의 카드는 통신 쪽에서 많은 특허 기술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여기에 또 돌아갈 수 있는 길이 있는게 구글은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인수해 퀄컴과 대항할 수 있는 특허 기술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안드로이드를 사용하면-구글의 보유 특허를 사용하면- 퀄컴의 라이센스를 받지 않아도 제품을 만들 방법이 나올 수 있습니다. 현재 LTE의 스펙을 책정하는 3GPP에서조차 여러 회사들이 가지고 있는 특허가 LTE 보급의 걸림돌이라고 인식하고 있어, 저렴한 특허로 이용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렇게 되면 앞으로도 계속 Gobi가 시장을 독점하기란 어렵습니다. 퀄컴도 이를 잘 알고 있어 올해 차세대 규격인 LTE 어드밴스드에 대한 대응을 재빨리 표명하고 나섰지만 그 이후인 LTE 어드밴스드 에볼루션(LTE-B)나 LTE-X에 대해선 아직 행적이 분명하지 않습니다. 많약 이런 신기술이 끊기면 퀄컴의 우위는 줄어들게 됩니다.

 

두번째는 퀄컴이 공장이 없는 팹리스 기업이란 것입니다. 그 결과 파운드리의 생산 상황에 영향을 많이 받게 됩니다. 실제로 2012~2013년 초에 스냅드래곤의 공급이 매우 부족해 핸드폰 제조사가 부득이 스냅드래곤 이외의 칩을 찾았던 적이 있었는데요. 이는 당시 TSMC 28nm 공정의 공급 능력이 업계의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낮았던 것에서 비롯된 것으로, 앞으로도 이런 일이 반복될 가능성이 적지 않습니다.

 

세번째는 제품이 비싼 편이란 것입니다. Scorpion/Krait은 모두 ARM에서 아키텍처 라이센스를 취득해 자사에서 공급하고 있으니 여기에 들어가는  엔지니어링 비용은 막대한 것입니다. 또 Gobi 모뎀의 개발비(사실 개발비의 절반은 캐리어 인증과 국가별 인증에 들어가고 있지만)도 만만치 않습니다. 이런 개발비가 추가되는 만큼 스냅드래곤의 SoC 가격은 약간 비쌉니다. 예를 들어 저가형 스냅드래곤 200을 써도 100달러 수준의 스마트폰을 만들기는 매우 어렵다고 합니다. 따라서 앞으로 저가형 시장을 어떻게 공략할 것인지 그 로드맵은 퀄컴이 제시를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Kraitr의 한계가 점점 다가오고 있습니다. 지난달에 하이엔드 칩인 2.5Ghz 구동의 Krait 450을 탑재한 스냅드래곤 805를 발표했지만 이는 지금의 28nm 공정에선 빠듯한 것입니다. 따라서 퀄컴은 현재 64비트 CPU로 이행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확실하게 밝혀진 것은 없지만 ARM v8 아키텍처 라이센스와 Cortex-A50 시리즈(아마도 A53)의 프로세서 라이센스는 이미 취득한 것으로 보입니다.

 

원래 Scorpion/Krait은 해당 제품이 나왔을 때 하이엔드 계열(Cortex-A9/A15)에 필적하는 성능을 갖춘 독자적 코어를 노렸던 것이라, 저가형으로 클럭을 낮춰 내놓는다고 해도 오버스펙이 됩니다. 그래서 스냅드래곤에서도 저가형 계열은 Cortex-A5(MSM7627A/MSM7227A등)이나 Cortex-A7(8926/8612등)을 쓰고 있습니다. 따라서 저가형은 Cortex-A53 코어, 하이엔드용은 독자적인 코어(Cortex-A57와 비슷한 수준의 성능을 내는)를 출시하는 쪽이 되지 않을까-

 

하고 예상했는데, 퀄컴이 12월 10일에 64비트 지원 스냅드래곤 410을 발표했습니다. 410이라는 제품명을 보면 알겠지만 중급형 이하의 150달러 스마트폰을 목표로 하는 것입니다. 기존의 스냅드래곤 400 시리즈가 Krait와 Cortex-A7을 쓰는 모델이 섞여 있었지만 스냅드래곤 410은 Cortex-A53을 탑재한 것으로 보입니다. 당장은 스냅드래곤 410을 64비트 이행의 교두보로 삼아 본격적으로 64비트로 가게 될 것입니다.

 

 

자사 제품, 자체 파운드리가 장점인 삼성

 

퀄컴과 또 다른 전략으로 스마트폰과 태블릿용 SoC 시장에서 큰 존재감을 유지하는 것이 삼성입니다.

 

원래 삼성은 ARM의 오랜 파트너 기업이며 ARM7TDMI이나 ARM9 코어를 기반으로 임베디드 전용으로 많은 제품을 발표했으며,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시장에도 ARM 코어를 기반으로 한 제품을 일찍부터 출시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ARM9 기반이나 ARM11 기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라인업을 갖추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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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3C6400

 

사실 이 ARM11 기반으로 만들어진 S3C6410의 이전 모델인 S3C6400은 아이폰 1세대에 들어간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의 기반이 된 것으로 보입니다. S3C6400은 POP(Package On Package) 옵션이 있어, 이를 사용해 삼성의 모바일 DDR SDRAM을 탑재한 것이 초대 아이폰의 프로세서로 쓰였습니다.  이 S3C6400 기반의 독자적 프로세서는 그 후 약간 스펙을 바꿔 아이폰 3G에도 사용됩니다.

 

삼성은 다음 세대에서 ARM Cortex-A8 코어의 프로세서 라이센스를 받고 이를 탑재한 제품을 엑시노스라는 이름을 붙여 내놓게 됩니다.

 

초기 모델은 삼성의 45nm 공정을 사용한 Cortex-A8 싱글 코어인 엑시노스 3이며, 이후 45nm에서 Cortex-A9 MP(멀티 코어)로 전환한 제품을 엑시노스 4로 출시합니다. 나중에는 32nm HKMG 프로세스로 업그레이드함과 동시에 쿼드코어 제품도 출시합니다. 2012년에는 업계 최초로 Cortex-A15를 기반으로 한 엑시노스 5를 출시하고 이후 28nm HKMG 프로세스로 전환한 제품을 출시합니다.

 

이 패턴은 인텔의 틱-톡 모델과 같습니다. 이것이 가능하려ㄴ 첨단 공정을 이용할 수 있는 파운드리와 대규모 생산을 감당할 수 있는 높은 수요가 모두 필요한데 삼성인 이게 가능합니다.  TSMC와 글로벌 파운드리에 비하면 별로 눈에 띄진 않지만 삼성도 파운드리 사업을 벌여 현재 28nm의 HKMG프로세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커먼 플랫폼의 일원으로 앞으로 20nm 공정과 14nm FinFET 프로세스를 제공해 나갈 것이라고 올해 Common Platform Technology Forum에서 밝혔습니다. 이러한 최신 공정은 삼성의 큰 장점입니다.

 

수요는 따로 말할 것도 없습니다. 삼성의 갤럭시 시리즈는 방대한 라인업과 판매량을 자랑합니다. 이 갤럭시 시리즈의 대부분에 엑시노스가 들어가는 이상 수요가 많다는 것 역시 어렵잖게 알 수 있습니다. 틱-톡처럼 다수의 프로세스 노드에 걸쳐 첨단 SoC를 만드는 건 그 초기 비용(설계 비용과 생산을 위한 마스크 비용 등)이 많이 들어 팹리스 기업에선 좀처럼 도입하기 어려운 방법입니다. 그런데 삼성은 갤럭시 시리즈 덕분에 이 장벽을 뛰어넘을 수 있게 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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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 노트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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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 S4

 

한편 SoC의 구성이나 스펙이라는 관점을 보면 큰 특징은 없습니다. 최신인 엑시노스 5를 예로 들면-

CPU 코어: Cortex-A15 Dual/Cortex-A15 Quad+Cortex-A7 Quad(big.LITTLE)
GPU 코어: Mali-T600 시리즈 또는 PowerVR SGX

 

여기에 동영상 인코더/디코더나 카메라용 ISP 등을 조합한 것입니다. ARM의 IP 샘플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삼성은 직접 CPU나 GPU를 설계할 능력이 없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설계란 ASIC 등의 설계에서 말하는 상위 설계, 즉 로직 레벨의 디자인 능력을 가리킨다. 실제로도 삼성은 독자적 아키텍처의 CPU를 전혀 가지고 있지 않다. 굳이 말하면 올해 IXYS Corporation에 매각한 4/8bit MCU의 S3 시리즈가 있지만, 이건 Z8 아키텍처 기반의 SAM8/SAM88 코어를 이용한 것으로, 주변 회로는 어쨌든 간에 코어 아키텍처를 처음부터 만든 것은 아닙니다. 또 삼성이 DEC와 공동으로 세운 API Networks(옛 이름은 API:Alpha Processor Inc.)도 큰 성과를 보지 못하고 해산했으며, 당시 대부분의 엔지니어는 AMD에 이적해 하이퍼트랜스포트 링크의 개발에 종사하다보니 삼성은 알파 라이센스가 남았지만 설계 자원은 남지 않게 됐습니다.

 

반면 물리 설계의 경우 풍부한 자원과 디자이너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애플의 프로세서를 만드는 건 무리였을 것입니다. 앞서 인용한 보고서에도 나온대로 글로벌 파운드리와 거의 같은 규모의 매출(2012년에는 세계 3위인 43억 3천만 달러)를 달성한 이상, 물리 설계 능력이 없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삼성은 파운드리이니 논리 IP 자체의 상품성은 없습니다. 다만 이것은 ARM의 생태계에 참여하고 있으면 손쉽게 확보할 수 있습니다. 한편으로 물리 설계는 잘하니까 IP만 있으면 그것을 칩으로 만들기는 쉽습니다. 삼성이 엑시노스 5에서 다른 회사보다 먼저 Cortex-A15을 도입해 출시한 것이 그 증거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이런 방법은 삼성의 SoC를 사용해 스마트폰/태블릿을 만드는 제조사에게도 이득이 됩니다. 제작사가 독자적으로 로직을 설계했을 경우엔 그 제조사가 문서, SDK, 드라이버를 준비해 줄 때까지 제품 설계를 할 수 없습니다. 시뮬레이션 모델마저도 SoC 칩만 있어선 만들 수 없습니다. 반면 기존의 IP를 그대로 사용했을 경우 대부분은 IP 공급자가 필요한 정보를 공급하게 됩니다. 삼성이 직접 준비할 게 전혀 없다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퀄컴에 비하면 훨씬 적습니다. 이것은 개발 기간 단축으로 이어지게 되며 무시할 수 없는 장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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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시노스 4 쿼드

 

제품 차별화를 놓고 보면 ARM 기반 SoC에서 차별화는 어렵지만, 최종 제품의 차별화를 SoC에서 한다고 생각하는 건 넌센스입니다. 엑시노스나 스냅드래곤을 탑재한 제품은 이 세상에 널렸으니 차별화는 SoC 이외의 부분에서 해야 합니다. 그럼 SoC 자체는 간단하고 만들기 쉬울수록 오히려 좋습니다. 여러 독자 기능이 들어 있으면 오히려 제조가 까다로워질 뿐입니다.

 

이 외에도 자사 파운드리에서 만들었기에 생산 우선도가 높다는 건도 장점에 속합니다. TSMC 같은 외부 파운드리에 제조를 위탁했을 경우 생산이 늦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실제로 2012년에도 그런 상황이 생겼구요.

 

한편 삼성은 이러한 장점에 뒤따르는 부작용도 떠안고 있습니다. 우선 틱-톡을 성립하는 원동력이 갤럭시 시리즈를 판매하면서 생기는 대규모 물량 확보라는 점을 잊어선 안됩니다. 갤럭시의 매출이 지지부진하면 이런 상황도 무너지게 됩니다.

 

또 파운드리의 제조 공정이 예정대로 발전한다면 괜찮겠지만, 모종의 이유로 공정 미세화가 멈추면 삼성의 장점이 크게 줄어들게 됩니다. 이것은 틱-톡 모델을 사용하는 인텔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삼성은 첨단 공정에 투자를 계속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은 제조 원가에 영향을 주는 것이며 SoC의 가격이 비싸진다는 점에선 퀄컴과 같은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참고로 삼성 역시 64비트로의 전환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다음에 나올 엑시노스 6 시리즈는 Cortex-A57 쿼드와 Cortex-A53 쿼드를 조합한 big.LITTLE구성이 되는 것은 거의 확정되었으며, 남은 건 언제 나오느냐일 뿐입니다. 삼성은 제일 먼저 출시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어 보이는데, 과연 샘플 출시를 무사히 할 수 있을지 두고 봐야 할 것입니다.

 

소스: http://pc.watch.impress.co.jp/docs/column/1month-kouza/20131212_62718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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